AX

“마케터·엔지니어·PM 경계 무너진다” 모던그로스스택 2026 참관기

오픈AI·마이리얼트립 등 AI 에이전트 도입 전략 소개

21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열린 마케팅 컨퍼런스 ‘모던 그로스 스택 2026’ 현장에 사람들이 모였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실무자의 일하는 방식이 흔들리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도 예외는 아니다. 콘텐츠 제작부터 마케팅 성과 측정, 전략 수립 단계에서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체하거나 효율화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업무 방식을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고 실무자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1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된 ‘모던 그로스 스택 2026(Modern Growth Stack, MGS26)’에서 이 같은 내용이 화두로 떠올랐다. MGS는 올해 7회째를 맞이한 국내 대표 마케팅 컨퍼런스로, AI 기반 마케팅 테크놀로지 기업 에이비일팔공(AB180)이 매년 주최해 국내외 최신 마케팅 트렌드와 성공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이번 MGS 2026의 핵심 주제는 ‘Stack AI, Rewrite Everything(AI로 다시 쓰는 성장의 방식)’이다. AI 시대에 발맞춰 업무의 시작부터 끝까지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 이날 기조 연설에 나선 에이비일팔공의 남성필 대표는 “AI는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파괴적 창조를 한다”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일선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을까? 국내외 대표 기업들의 마케팅 AI 혁신을 한자리에 모은 MGS 2026 현장을 <디지털 인사이트>가 직접 찾았다.

에이전트가 실행, 사람은 결정… 직무 경계 없어진다

남성필 에이비일팔공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남 대표는 AI 에이전트의 부상으로 직무 경계는 없어지고, 한 명이 전 과정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사진=에이비일팔공)

이날 행사의 포문을 연 남성필 에이비일팔공 대표는 “AI와 에이전트를 빼놓고 무엇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AI 에이전트의 부상이 가져올 업무와 일상의 변화를 짚었다. 특히 AI로 인한 변화의 본질은 기존 구조 위에 한 층을 더 쌓는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쌓는 재창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조 연설을 통해 “AI의 본질은 새로운 기반에서 다시 쓰는 혁신적 구조다”라며 “직무의 경계가 없어지거나 희미해진다. 마케터, 데이터 애널리스트, PM, 그로스 엔지니어 등 기존의 다양한 직무는 프로토타이퍼, 빌더, 스위퍼, 그로어, 메인테이너 등 일의 단계만 나누는 식으로 바뀌며, 한 명이 홀로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또 “마테크 솔루션들도 기능적 경계를 넘어 워크플로우 전체를 완성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고 성과 달성을 추구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분석과 실행을 담당하고, 사람은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의사결정만 내리는 형태로 업무 방식이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리얼트립 “AX, 기능 추가로 안돼… 구조 설계해야”

이날 눈에 띈 건 국내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의 AX 여정이었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Rewrite Travel: AI로 다시 설계하는 여행 플랫폼’ 세션을 통해 AX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열쇠를 소개했다.

마이리얼트립의 AX는 코로나 팬데믹이 아직 종식되지 않은 2022년에 시작됐다. 당시 마이리얼트립은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지 약 48시간 만에 AI 기능을 도입한 여행 플래너를 제작했다. 팬데믹으로 여행 산업이 침체기를 겪고 있었던 만큼 회사의 시도는 국내외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오래가지 않았다. AI 기능을 한 번 사용한 유저는 재방문하지 않았고, 내부 성과 지표는 저조했다. 한국에서 처음 도입된 여행 플랫폼의 AI 서비스는 왜 실패했을까. 이동건 대표는 그 요인으로 ‘기능 관점의 접근’을 꼽았다. 이 대표는 “AI 여행 플래너 기능이 없으니 빨리 만들었던 건데, 기능을 붙이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마이리얼트립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AI에 대한 관점의 각도를 틀었다. ‘기능’이 아닌 ‘구조’에 초점을 맞췄고, 이에 따라 지난 2024년 3개년 AX 전략을 새로 수립했다. 2024년 사내 AI 리터러시(문해력) 끌어올리며 기반을 다지고, 2025년 AI를 중심으로 조직 구조와 협업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고, 2026년부터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그림이었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이 대표는 기업의 AX를 단순히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닌 구조를 재설계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변화는 눈에 보였다. 먼저 일의 단위가 ‘직무’에서 ‘문제’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고객의 문제를 직무별로 분업했다. 또 AI 관련 업무는 AI 전담 부서가 도맡느라 병목 현상이 발생했고, 해당 부서에서 항공, 숙박 등 현장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한 사람이 AI와 함께 하나의 문제를 전담한다. 이러한 변화 덕에 마케팅 담당자가 직접 항공권 검색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이동건 대표는 “AI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쉬워지면서 사내에선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며 “모두가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가짓수도 많아지고, 개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 상담원으로 운영됐던 고객 응대의 사각지대도 메웠다. 마이리얼트립은 매월 7만5000건의 문의를 받고 있지만, 기상 악화 시기에 몰리는 등 시기별 편차가 존재했다. 때문에 성수기에는 고객 대기시간이 발생하다가도 비수기에는 문의 자체가 없는 상황이 빈번했다.

AI를 전폭 도입한 이후 고객 응대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채팅·전화 문의 대부분을 AI가 최초 응대하고 있다. 채팅의 경우 80%를 AI가 응대하고, 이 중 50%는 사람 상담원 없이 자체 종결된다. 전화의 57%도 AI가 해결하며, 긴급하지 않은 문의는 AI가 100% 담당하고 있다. 그 덕에 사람 상담원의 1인당 문의 처리량은 2배로 늘어났다. 비교적 단순한 업무는 AI가 해결해주면서, 고급·긴급 문의에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동건 대표는 세션을 마치며 AI 도입으로 인한 조직의 방향성을 짚었다.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 관건은 조직의 규모가 아닌 개인의 업무 범위 확장과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이야기다.

“작은 조직 혹은 개인이 어디까지 책임지고 어디까지 해내는지가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직무가 통합되고 문제 기반으로 사고하고, 서비스 제작 비용이 0에 수렴한다면 조직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오픈AI “에이전트의 소명은 실질적 팀원 역할”

이동재 오픈AI 어카운트 디렉터가 발언하는 모습. 이 디렉터는 AI는 마케터의 업무 파트너이자 신규 유저 접점이라고 설명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AI는 마케터에게 어떤 의미일까. 오픈AI의 이동재 어카운트 디렉터는 ‘AI 시대의 새로운 업무 표준: 챗GPT로 다시 설계하는 마케터의 일하는 방식’ 세션을 발표하며 이를 ‘업무 파트너’이자 ‘신규 유저 접점’이라고 정리했다. AI의 등장으로 마케터의 기존 업무는 효율화되고 업무 영역은 확장됐으며, AI를 통해 정보를 탐색하는 유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오픈AI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성장 중인 AI 에이전트가 마케터를 비롯한 실무자의 업무 환경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재 디렉터는 “AI가 지난해부터 완전히 달라졌다”며 “상황을 이해하고,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맥락을 유지하고, 주도적으로 먼저 움직이고, 어떤 인터페이스에서나 존재하는 진정한 의미의 지능형 파트너이자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오픈AI가 내놓은 상품이 ‘워크스페이스 에이전트’다. 코덱스 기반의 에이전트로, 올해 4월 첫 선을 보였다. 워크스페이스 에이전트는 실무자에게 더 확장된 업무 형태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챗GPT는 마케터가 요청한 캠페인 계획 문서를 작성하는 데 그쳤다면, 워크스페이스 에이전트는 리서치, 사내 자료 분석, 계획 수립, 일정 공유 등을 모두 실행할 수 있다.

이 디렉터는 “실질적인 팀원의 역할을 하는 게 워크스페이스 에이전트의 소명이다”라며 “데이터 팀이나 리서치 팀을 기다리느라 병목이 발생할 수 있었던 업무들도 이제 마케터가 전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동재 디렉터는 세션 막바지에 에이전트를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에이전트에게 명확한 목표와 인식해야 할 맥락과 제약 조건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루프(자율적 실행 주기) 종료 시점을 분명하게 제공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서브 에이전트 구조를 쓰는 것보다 하나의 강한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필요에 따라서 서브 에이전트를 만들어 사용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 함께 읽어보면 좋은 콘텐츠
By 장준영 | 2026.07.10 | 2분

오픈AI, 첫 ‘AI 슈퍼앱’ 공개…챗봇·코딩·브라우저 하나로

9일부터 챗GPT 워크 순차 배포

스푼랩스 “AI로 하루 광고 100개… 본질은 결국 재미”

이날 행사에선 콘텐츠 플랫폼 기업 스푼랩스의 최혁재 대표와 남성필 에이비일팔공 대표의 대담도 진행됐다. 최 대표는 스푼랩스가 운영하는 숏드라마 플랫폼 ‘비글루’의 마케팅 AI 활용 전략을 설명했다.

2024년 런칭한 비글루는 글로벌 숏드라마 시장을 선도하는 중국 기업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AI로 제작한 콘텐츠가 주요 상품으로, 현재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비글루의 성장에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한몫했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월 70억 원 규모의 마케팅을 진행하는 스푼랩스는 마케팅 전반에서 AI를 활용하며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영상편집자 한 명이 AI를 활용해 하루 약 100개의 광고 영상을 생산하고 있다. 또 AI 에이전트 기반의 실시간 마케팅 운영 시스템을 구축, 한 시간 단위로 캠페인을 분석하며 캠페인별 효율성을 파악하고 예산 배분 등의 의사결정 과정을 최적화하고 있다. 현재 캠페인 예산 집행까지 자동화하는 에이전트도 개발 중이다.

그럼에도 최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콘텐츠의 경쟁력이다. 어떤 기술로 콘텐츠를 제작했는가 보다 그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충분한 구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최혁재 대표는 “AI로 만든 콘텐츠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만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며 “내부 데이터를 보면 시청자는 AI 제작 여부에는 관심이 없으며, 결국 스토리가 재밌어야 소비하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 지금 인기 있는 아티클
By 김동욱 | 2026.09.15 | 2분

“AI로 인원 감축? 3년 뒤 더 비싸게 고용해야 할 것” 가트너, AI 부작용 경고

AX 핵심은 업무 자동화 아닌 ‘인적 역량 강화’

🔥 지금 인기 있는 아티클
By 최석영 | 2026.09.16 | 2분

외부 링크 대신 채팅창으로… 챗GPT ‘대화형’ 광고 도입

파일럿 단계… 브랜드 에이전트와 직접 소통

  • 에디터최석영 (csyeong720@ditoday.com)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성장하는 실무자를 위한
단 하나의 뉴스레터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