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고객 관점으로 어려운 금융 용어 순화
최근 어려운 금융 용어를 연구하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다.
예적금 가입을 하거나 급하게 대출을 받을 때, 뭔가 빼곡히 적혀있는 문서를 멍하니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내용, 다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매번 몇 줄 읽어 보려 애쓰다가 이내 포기. “어차피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어려운 금융 용어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금융권과 업계의 노력에도 숙지하기에 여전히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기자도 크게 다르지 않고 말이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 됨에 따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어려운 금융 용어를 연구하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다.
월간 Di 독자분들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부 주현우 대리입니다. 저는 현재 KB스타뱅킹, 인터넷뱅킹 등 KB국민은행의 주요 비대면 채널들의 콘텐츠를 관리하는 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특히 지금은 비대면 채널에서 사용하고 있는 텍스트 기반의 언어를 고객 관점에서 재정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보는 물론 이용약관 및 상품설명에 대한 용어 이해가 어렵다 보니 많은 사람이 ‘금융=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고요. 이와 관련해 반대로 현업에서 겪는 애로사항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시대와 사람들의 생각 변화에 따라 새로 생겨나기도, 또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따라 영업점에서 고객과 직접 대면하며 근무하는 은행원들은 고객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고객분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장년층 고객이 방문하면 그분들에게 익숙한 용어와 경어를 적절히 사용해 상품을 설명해 드리고, 20~30대 고객이 방문하면 요즘 유행하는 재미있는 표현을 적절히 섞어가며 정감 있게 설명하죠. 하지만 비대면 채널로 은행에서 제공하는 웹사이트나 앱에 사용되는 텍스트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개별 고객의 특정한 상황에 적합한 표현 방식을 바로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금융권에서 오랜 관습처럼 쓰여왔던 금융 용어라든지, 뜻이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 등도 금융 서비스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신규 서비스나 상품을 출시하거나 개선할 때, 고객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고객 관점의 언어를 사용한 텍스트를 만들어 내기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용어나 표현 방식을 특정 세대 혹은 집단을 대상으로 아무런 원칙 없이 제공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본격적인 활성화에 따라 향후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예상되는데, 비대면 서비스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서 언급했던 오프라인 영업점 은행원들이 고객과 직접 응대하며 사용하는 언어가 곧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서 고객이 보게 되는 텍스트일 것입니다. 물리적 공간에 차이는 있지만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지향하는 관점은 동일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관점에서 교감하는 것이죠.
고객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쉬운지, 우리(공급자)는 이해할 수 있는 용어라 하더라도 과연 고객이 인지하고 이해하기 쉬운지, 철저하게 고객의 시각에서 고객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비대면 채널, 특히 모바일 플랫폼의 활용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작은 화면에서 간단명료하면서도 고객님들의 다음 행동에 도움이 되는 정확하고 효율적인 안내 정보를 드려야 합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명확한 고객 세분화와 핵심 고객층에 따라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비대면의 채널의 특성상 모든 고객을 한 번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표현 원칙을 세운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꾸준한 검증 과정(고객의 피드백과 텍스트로 인한 효과)과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일찍이 글로벌 기업들에서는 UX 라이터(Writer) 등을 대거 채용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바꾸어 나가고 있는데요, 국내(특히 금융권) 기업들의 현황은 어떠한가요?
금융권이 아니더라도 국내 대부분의 기업에서 UX에 대해 깊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안에서 텍스트나 커뮤니케이션 측면으로 국한하면, 이제 막 텍스트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구글(Google)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UX 라이터(Writer)를 100명 이상 고용할 정도로 자사의 텍스트를 고객 관점에서 끊임없이 정의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UX 라이터뿐만 아니라 이렇게 정비된 언어가 고객들에게 실제 얼마나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검증 관리 인력도 따로 채용할 정도로 텍스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죠. 국내 기업들도 점차 텍스트의 중요성을 인식해 나가는 태동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테크니컬 라이팅(Technical Writing) 영역이 주(主)를 이뤘다면, 이제는 정말 공급자 관점의 언어에서 고객 관점의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KB국민은행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고객 관점의 ¹⁾고객 언어 사용에 앞장 서려 합니다.
¹⁾고객 언어: ①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단어, 표현. ② 기업에서 제공하는 브랜드, 상품과 서비스에 관련된 내용을 일반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쓰거나 다듬은 언어
올해 5월에는 금융감독원 중심의 ‘좋은 보험약관 만들기’ 경진대회가 실시된 것으로 압니다. 프로슈머단 정례회의를 하는 곳들도 있다고 들었고요. 금융권 내부에서도 금융 용어 순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지,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해하기 쉬운 용어 사용에 대한 금융 소비자의 아쉬움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 금융위원회에서 진행한 ²⁾국민인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서비스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는지를 묻는 항목에 다수의 고객이(68.1%)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현황에 대해서는 금융권 전반에서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KB금융그룹만 하더라도 최고경영진까지 금융 용어가 공급자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쉬울지라도 고객 관점에서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 지주 경영진 회의에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KB금융그룹 내 모든 영역에서 어려운 금융 용어를 전체적으로 바꿔나가는 작업을 진행해 달라는 주문이 나올 정도로 금융 용어 순화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²⁾국민인식조사: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금융위원회, 2019.1.9.), 조사기관: 한국갤럽, 조사기간: 2018.10.30~11.17, 조사방법: 온라인 조사, 표본/오차: 전국 만 19~69세 국민 2,194명/ 95% 신뢰수준≠±2.1%p
실제로 K뱅크를 필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및 토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업체들의 성장 요인 중 하나로 쉬운 용어를 꼽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실까 궁금합니다.
시대 변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존의 틀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제로에서 만드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릅니다.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편하게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기존 공급자의 관점(법규를 위반하는 것은 아닐지, 리스크는 없는지 등등)보다는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되고, 기존 금융에 큰 자극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KB국민은행은 긍정적인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역량으로 혹시 모를 위험까지 세심하게 관리하며 고객 여러분께 안정성과 편의성을 함께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일환에서 KB국민은행에서는 현재 고객 언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 들었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비대면 채널부터 KB국민은행의 언어를 고객 관점에서 재정의하고, 고객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쉬운 고객 언어로 순화해 나가고자 합니다. 신규 상품 및 서비스 출시 때, 하나의 개선 요소로 언어를 정비해왔던 방식이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이라면, 이번 프로젝트는 고객 언어로의 변화를 전면에 내세워 KB국민은행 비대면 채널에서 표출되는 언어를 분석해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사용 원칙을 수립하고, 이 원칙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고객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첫 단계입니다.
과거 공급자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쉬웠을지라도 일반 고객 시각에서는 어려운 용어가 있다면 쉽게 풀어쓰고자 합니다. 고객의 언어로 바꾸는 것이 단기간의 성과로 나타나기는 어렵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내려는 노력을 계속해 KB국민은행만의 고객 중심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끝으로 향후 KB국민은행의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방향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 표현도 그러합니다. 처음 세운 원칙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오히려 불편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KB국민은행의 고객 언어도 끊임없이 검증하고 개선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공급자 시선이 아닌 고객의 시선에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고객 언어를 검증하고 개선해 나간다면, 고객 여러분께서 KB국민은행의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비대면 채널부터 조금씩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변화해 가는 것을 느끼실 것이라 믿습니다.
고객 언어를 연구하면 할수록 고객 언어라는 것에 정답이 없어 보여 더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 KB국민은행은 고객 언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용어가 아니라 일상에서 쉽고 친근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고객의 언어로 계속해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