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험 설계 인식, 여전히 ‘UI 개선’ 수준에 머물러 [2026 ICT 산업 진단 ③]
성과 나는 경험 설계 비밀, ‘화면 뒤’에 있다
ICT 산업이 유례없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에 <디지털 인사이트>가 국내 ICT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2026년의 향방을 가늠해보고자 합니다. 시장의 최전방에서 다양한 기업의 디지털 전략을 수립, 구현해 온 1세대 디지털 에이전시들의 목소리를 통해 AI 전환과 디지털 경험 설계의 현주소를 짚고, 나아가 격변하는 시장 속에서 기업과 실무자들이 갖춰야 할 진짜 경쟁력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2026 ICT 산업 진단] 시리즈
1. 2025년, AI 전환 원년… 범위는 제한적
2. 성공적인 AI 프로젝트 위해선? ‘운영 역량’ 필요
3. 잘 만든 경험 설계, 비즈니스 성과 높인다 (현재 글)

웹사이트를 리뉴얼했습니다.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했고, 사용자 테스트도 거쳤습니다. 이른바 사용자 경험을 재설계한 건데요. 그런데 전환율도, 체류시간도, 재방문율도 크게 달라지지 않네요. 왜 그럴까요?
많은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까닭은요. 디지털 경험 설계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화면 개선’ 수준에 머물러 있는 탓입니다. UI 디자인을 바꾸고, 페이지 구조를 정리하면 고객 경험이 개선될 것이라 믿는 건데요. 하지만 실제 고객이 느끼는 경험은 ‘화면 너머’에 있다고 ICT 업계는 말합니다.
지난 1편(“2025년 AI 전환 본격화… 혁신 폭은 제한적”)과 2편(“성공적인 AI 프로젝트 위해선? ‘운영 역량’ 필요”)에서 살펴봤듯, 국내 기업의 AI 전환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2024년 ‘AI 도입’, 2025년 ‘AI 활용’을 거쳐, 2026년은 ‘AI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해가 될 전망인데요.
그리고 이 성과의 핵심에 디지털 경험 설계가 있습니다. [2026 ICT 산업 진단] 마지막 콘텐츠에선 국내 기업의 디지털 경험 설계 성숙도를 진단하고,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는 경험 설계란 무엇인지 1세대 에이전시들의 목소리를 통해 살펴봅니다.
화면 디자인만 바꾸면 되는 거 아닌가요?
A. 최근 몇 년 새 인식이 올라왔만, 여전히 대부분은 화면 개편 정도로만 여긴다.
세 에이전시는 디지털 경험 설계에 대한 기업별 성숙도 차이가 크다고 입을 모읍니다.
설교근 더크림유니언 UXD그룹 그룹장은 “과거에 비해 사용자 경험이 매출, 재구매, 운영 효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늘었다”고 전합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기업들은 디지털 경험 설계를 채널이나 화면 단위의 개선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확장할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접점에서 축적된 고객 데이터와 VOC를 바탕으로 니즈와 페인포인트를 분석하고, 이를 서비스 개선과 마케팅, 실제 소비 전환으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늘어났습니다.”
설교근 더크림유니언 UXD그룹 그룹장
특히 2024년 이후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신규 플랫폼 구축보다는 기존 디지털 자산을 통합하고 고도화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설교근 그룹장은 “파편화된 서비스보다는 온라인 접점에서의 체류시간 증가, 리텐션 개선, 전환 효율 향상 등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는 흐름이 보인다”며 “이에 따라 UX는 자연스럽게 마케팅 메시지 전달 방식이나 퍼포먼스 마케팅과의 결합, 온라인 중심의 고객 여정 설계 등 비즈니스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고객 경험을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 축으로 여기는 기업은 드뭅니다. 운영 단계부터 데이터 기반 개선 시스템까지 조직 차원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단행돼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은 탓이죠.
안지현 이모션글로벌 전략부문 실장은 “여전히 많은 기업이 디지털 경험을 단순 UI 개선이나 화면 개편 수준의 과제로 인식한다”며 “프로젝트 자체는 잘 마무리됐지만 고객 경험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건 바로 이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안지현 실장은 성숙도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으로 데이터 활용을 꼽았습니다.
“고객 데이터는 예전보다 훨씬 많이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데이터를 어떤 판단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는 데 있어요. 그 많은 리포트를 ‘그래서 무엇을 바꿀 것인가’로 연결해내는 팀은 많지 않죠. 보고용 데이터와 실제 개선을 이끄는 데이터 사이에 간극이 존재합니다.”
안지현 이모션글로벌 전략부문 실장
박정문 플립커뮤니케이션즈 DM그룹 그룹장은 “분명 과거에 비해 디지털 경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다”며 “아직 파편화된 접근도 많으나 통합적 관점에서 경험을 관리하고자 하는 시도도 점점 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성숙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화면 바꾼다고 경험 달라지지 않아”
A. 화면 관점으로만 접근한다. 운영방식, 프로세스까지 함께 움직여야 개선된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경험 설계 과정에서 흔히 범하는 오해나 실수는 무엇일까요?
오성수 이모션글로벌 컨설팅부문 부문장은 “가장 흔한 오해는 디지털 경험을 화면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UI 디자인이나 페이지 구조를 바꾸면 경험이 달라질 거라고 믿는 곳이 많지만, 실제로 고객이 느끼는 경험은 운영 방식부터 문제 해결 속도, 서비스 정책, 내부 프로세스까지 함께 움직여야 개선된다는 설명입니다.

챗봇이나 AI 추천 기능 같은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면 자연스럽게 성과가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도 흔한 착각입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이를 운영 과정에서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겁니다.
“디지털 경험은 결국 ‘화면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문제’입니다. 고객 경험을 바꾸고 싶다면 화면 앞과 뒤를 동시에 설계해야 합니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아무리 좋은 화면도 금방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어요.”
오성수 이모션글로벌 컨설팅부문 부문장
설교근 더크림유니언 그룹장도 “통합 디지털 경험을 플랫폼의 UI를 통일하거나 채널을 확장하는 수준으로 이해하는 기업이 많다”며 “실제로는 데이터, 마케팅, 운영 구조를 함께 정리하지 않으면 사용자 경험은 쉽게 분절되고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경험 설계에 대한 기업의 지나친 혁신적 태도도 문제가 됩니다. 변화를 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익숙함과 편리함을 과감히 버리는 경우가 많은 건데요. 에이전시들은 “고객들이 기존에 쌓아온 사용 경험과 맥락 위에 적절히 새로움을 더할 때 비로소 좋은 디지털 경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의사결정권자 설득? 작은 성공 보여줘라
A. 거창한 개념보다 작은 성과의 축적이 필요하다.
정교하게 설계된 디지털 경험이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요. 사실 실무자 개인이나 조직 단독으로 통합적인 경험 설계를 구현하기란 어렵습니다. 다양한 부서의 협력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결국 디지털 경험 설계를 위해선 기업의 경영진이나 의사결정권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데요. 안지현 이모션글로벌 실장은 이를 위해 “작지만 구체적인 성과 중심으로 소통”하기를 권합니다. 의사결정권자는 완벽한 미래보다 확실한 다음 단계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개념이나 새로운 용어, 해외 사례보다 중요한 건 ‘이 부분을 바꾸니까 어떤 개선이 일어났다’는 작은 성과입니다. 예를 들어 문의 유형 한 가지가 줄었다거나, 고객의 이탈이 특정 구간에서 완화되었다거나, 리드 타임이 며칠 짧아졌다는 식의 소박하지만 구체적인 변화가 훨씬 설득력이 있어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디지털 경험 설계는 ‘비용’이 아니라 매출에 영향을 주는 ‘투자’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안지현 이모션글로벌 전략부문 실장

박정문 플립커뮤니케이션즈 그룹장도 “단순히 브랜딩에 도움이 되었다는 보고뿐 아니라 정량적인 성과와 사례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것이 시장의 확장과 의사결정권자들의 인식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죠.
한편 설교근 더크림유니언 그룹장은 의사결정권자들이 정성적인 경험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통합 디지털 경험 설계를 위한 선결 조건은 고객의 진짜 니즈를 파악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게 항상 숫자로 드러나는 건 아니에요. 기업의 오너나 의사결정권자는 정량적인 매출 지표나 데이터뿐 아니라, 사용자의 감정, 신뢰, 맥락과 같은 정성적 경험 데이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이 뒷받침될 때, 기업은 비로소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설교근 더크림유니언 UXD그룹 그룹장
2026년 “AI로 성과내는 조직될 것”
A. AI를 비즈니스 전환의 핵심으로 설정했다.
마지막으로 2026년 각 기업이 특별히 집중하려는 분야와 사업 비전을 물었습니다. 세 기업 모두 AI를 도구가 아닌 비즈니스 전환의 핵심으로 설정,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질적 성과 창출과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 구축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김근배 더크림유니언 그룹장은 ‘AI 기반 디지털 운영 전문 조직’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단발성 구축이 아니라 AI를 활용한 운영 효율화, 데이터 기반 UX 개선, 내부 업무 자동화와 외부 서비스 경쟁력 강화까지 연결되는 실질적인 AI 전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이모션글로벌은 지난해 말 ‘A.C.T.2026’ 비전을 공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누구보다 빨리 변화를 이해하고, 누구보다 먼저 고객에게 제안하는 조직’이 되겠다는 구상인데요. 안지현 실장은 “모든 운영과 조직 역량을 수익성 중심으로 재정비하고, 리소스 관리와 글로벌 운영 체계를 고도화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플립커뮤니케이션즈는 AI 기반의 통합 디지털 경험 설계자의 역할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박정문 그룹장은 “2026년에는 AI를 비즈니스에 어떻게 반영하고 설계하며 실제 운영까지 이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AI가 우리의 역할을 어떻게 바꿀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변화에 주저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습니다.
성과 못내는 AI·디지털 전환, 의미 없어
지금까지 세 편에 걸쳐 국내 ICT 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2025년은 AI 전환이 본격화된 해였습니다. AI가 단순한 보조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전체 구조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기 시작했죠. 다만 그 혁신의 폭은 경기 침체의 여파로 다소 제한됐는데요. 기업들은 대규모 리뉴얼보다는 단계적인 개선을 꾀했으며, 디지털 프로젝트 입찰 과정에서도 단가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2026년은 AI 전환의 성과를 가르는 해가 될 전망입니다. 기술력 그 자체보다는 지속적인 운영 및 개선 역량이 기업에 요구되고요. 이를 위해선 문제를 명확히 설정한 뒤 작고 빈번한 개선을 반복해야 합니다. 특히 AI가 만들어낸 결과물 중 진짜 가치 있는 것을 선별하는 ‘안목’이 기업과 실무자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제로 쓰이는’ 결과물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화려해도 실무에서 활용되지 않으면 성과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죠. 디지털 경험 설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면 개편 수준을 넘어 운영 방식과 프로세스, 마케팅, 내부 문화까지 함께 고민해야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는 고객 경험 구현이 가능합니다.
이번 [2026 ICT 산업 진단] 시리즈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겁니다. “제대로 만들고, 잘 운영할 것.” 매일같이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고객의 취향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이지만요. 결국 본질은 사용자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느냐에서 시작될 겁니다. 국내 ICT 산업이 더욱 성숙해질 수 있도록 꾸준히 지켜보겠습니다.
?[2026 ICT 산업 진단] 시리즈
1. 2025년, AI 전환 원년… 범위는 제한적
2. 성공적인 AI 프로젝트 위해선? ‘운영 역량’ 필요
3. 잘 만든 경험 설계, 비즈니스 성과 높인다 (현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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