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도전 혹은 오기?” 또다시 AI로 연말 광고를 만든 코카콜라

여전히 소비자의 “왜?”에 답하지 못하다


코카콜라가 올해 다시 AI로 제작한 연말 광고를 공개했다(자료=코카콜라 유튜브)

작년 AI로 연말 광고를 제작해 큰 비난에 부딪혔던 코카콜라(관련 기사: 코카콜라 AI 광고가 비난 받은 진짜 이유, 광고 업계의 생각은?)가 다시 AI로 제작한 연말 광고를 공개했다.

이번에는 모든 영화적 디테일을 통제했고,
내러티브 연속성과 캐릭터 일관성을 완벽히 달성했습니다.

-프라탁 타카르(Pratik Thakar) 코카콜라 생성형 AI 부문 부사장
작년과 올해 코카콜라 광고의 AI 영상 퀄리티 차이(자료=코카콜라 유튜브)

코카콜라는 크게 비판 받았던 광고의 시각적인 완성도를 향상시켰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직접 유튜브에 작년 영상과 올해 영상의 완성도를 비교하는 콘텐츠를 업로드하기도 했다.

실제 퀄리티 향상은 있었다. 대리석 같았던 콜라병은 탄산과 기포가 가득해 보였고, 동물들의 털 등 질감 표현도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해당 광고의 유튜브 영상 댓글에서 6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은 댓글은 “펩시 역사상 가장 수익성이 높은 광고(The most profitable commercial in Pepsi’s history)”라는 조롱이었고, 한 유저는 “AI 이전 인터넷이 정말 그립다(I really miss pre-AI internet)”고 탄식하기도 했다.

왜 올해 또다시 AI 광고를 제작했을까

이번 광고는 5명의 AI 전문가가 투입돼 한 달 동안 제작됐으며, 소라(Sora), 비오 3(Veo 3), 루마 AI(Luma AI) 등 여러 AI 툴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촬영과 제작을 포함해 약 1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AI 덕분에 한 달이면 충분해졌죠.

-마놀로 아로요(Manolo Arroyo) 코카콜라 CMO
코카콜라 광고 촬영 현장 예시. AI 이전에는 장소와 배우를 섭외하고 촬영 장비를 동원하는 등 많은 리소스가 들었다(자료=dailytelegraph)

코카콜라의 입장에서 유추할 수 있듯, 광고·마케팅 업계 전문가들은 작년 큰 비판에 부딪혔음에도 올해 코카콜라가 연이어 AI 광고를 제작한 이유로 ‘제작 속도와 비용의 개선’을 꼽는다. 장소, 배우 섭외, 소품 제작 등 실제 촬영에 드는 리소스가 없으며, 제작 기간 또한 1년에서 한 달로 크게 단축됐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서 구축된 AI 프로세스를 포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직의 자존심’도 코카콜라가 AI 광고를 유지하는 이유로 꼽힌다. AI로 팔아라의 저자이자 20여 년간 마케팅 업계에 종사해 온 김민영 솔루엠(Solum) CMO는 코카콜라의 기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프라탁 타카르 생성형 AI 부문 부사장은 AI에 후퇴는 없다고 공개 선언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트렌드 선도 기업’이라는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코카콜라라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에게는 실패했다는 인식 자체가 큰 리스크이므로, ‘역량화 단계’라는 프레임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영 솔루엠 CMO

전문가의 비판과는 논외로 수십 년간 축적한 연말 광고의 브랜딩이 건재하다는 점도 올해 AI 광고를 이어가는 근거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AI 광고 직후 실시한 글로벌 마케팅 기업 칸타(Kantar)의 리서치에 따르면, 89%의 시청자는 광고를 보고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연상했으며, ‘트럭’, ‘빨간색’, ‘Holidays Are Coming OST’ 등 코카콜라 연말 광고가 가진 브랜딩 자산에 대한 인지 측면에서도 상위 1%를 기록했다. 여전히 코카콜라의 연말 광고가 가진 브랜딩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비록 표본 조사일지라도 AI 연말 광고에 대해 코카콜라가 느끼는 리스크 부담을 줄여줬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광고 제작 비용 및 속도 개선, 조직의 자존심, 의외로 충분했던 성과 지표 모두 코카콜라가 올해 연이어 AI 광고를 제작하기에는 충분한 동기다. 그러나 작년 마주했던 비판에 대해서는 분명 유의미한 개선을 보일 필요는 있었다. 광고 제작 동기는 브랜드의 입장일 뿐,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건 별개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작년 기사에서는 ‘퀄리티’ ‘소비자 정서’ ‘광고의 본질’이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코카콜라의 문제점을 짚었다. 동일한 기준으로 올해 코카콜라의 AI 광고를 비교해 본다면 과연 얼마나 발전했을까?

1. 퀄리티-장면의 일관성 확보에 실패하다

먼저 작년 가장 크게 비판 받았던 건 광고의 퀄리티를 살펴보자. 동물의 털 표현 등 전반적인 퀄리티는 분명 상승했지만, 올해도 여전히 소비자가 기대한 수준을 충족하지는 못했다.

가장 크게 지적 받는 건 광고의 메인인 코카콜라 트럭의 ‘전체적인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1분 분량의 광고에서 핵심인 코카콜라 트럭은 매 순간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바퀴의 개수와 위치가 모두 다를 정도다. 이는 조금만 유심히 광고를 관찰해도 파악할 수 있는 부분으로, 유튜브에서 이를 지적하는 댓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건 AI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에 대한 ‘관심’과 ‘주의’ 그리고 ‘자부심’의 문제죠. 만약 코카콜라가 광고의 트럭이 모두 다르게 생겼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그건 생각보다 더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디노 버비지(Dino Burbidge) 前SKY 이노베이션 랩 리더

장면마다 다른 트럭은 현재 AI 기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코카콜라 광고 영상은 AI 전문가들이 생성한 7만개의 이미지를 붙여 만들어졌다. 프레임 단위로 생성된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사람이나 물체가 완벽한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그 결과 전체적인 통일성을 확보하지 못한 광고가 만들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마치 인파를 향해 돌진하는 듯한 트럭의 움직임은 광고를 보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준다(자료=코카콜라 유튜브)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역시 완벽히 해결되지 못했다. 전반적인 동물들의 움직임은 개선됐지만, 도로를 달리는 트럭이 흡사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을 주며, 특정 장면에서는 마치 인파를 향해 돌진하는 듯한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2. 소비자 정서-여전히 부재한 소비자의 감정

1995년 시작된 코카콜라의 연말 광고는 추억과 연말을 상징한다(자료=코카콜라)

작년과 올해 공개된 코카콜라의 AI 광고는 모두 1995년 탄생한 ‘휴일이 오고 있어요(Holidays Are Coming)’ 광고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1995년 이래로 사람들에게 코카콜라의 크리스마스 광고는 ‘연말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매년 연말 TV에서 코카콜라 트럭을 보며 자라온 사람들은 코카콜라의 연말 광고가 상영되기 시작하면 연말의 따뜻함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코카콜라가 내건 슬로건 또한 ‘Open Happiness’ ‘Real Magic’처럼 진정성 있는 감정적 문구다. 그런 이미지를 구축한 코카콜라가 효율성으로 대표되는 AI라는 기술을 사용해 연말 광고를 제작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배신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했다.

소비자가 가장 사랑하는 광고를 왜 지금 AI로 이야기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납득할만한 답변을 제공해야 합니다. 제작 효율성이나 비용 절감은 브랜드의 이야기이지 소비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민영 솔루엠 CMO

이처럼 브랜드의 이점이 아닌, 소비자가 가장 애정하는 연말 광고를 왜 AI로 제작된 형태로 시청해야 하는가에 대한 납득할 답변은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 그 탓에 외신의 평론가들 또한 이번 광고에 대해 입을 모아 “작년의 실패에 대한 ‘자기 합리화’같다”고 비판하고 있다.

3. 광고의 본질-여전히 왜 써야 했는가를 말하지 못했다

왜 AI를 써야 하는가에 대해 소비자를 납득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결국 광고의 본질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AI가 브랜드의 메시지 전달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가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였던 하돈 선드블롬(Haddon Sundblom)이 1931년 제작한 산타클로스 이미지. 이후 빨간 옷에 흰 수염은 가장 대중적인 산타 클로스의 이미지가 됐다(자료=campaign)

1931년 현재도 소비자가 가장 보편적인 형태로 받아들이는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를 만든 코카콜라는 연말 감성을 대표하는 브랜드고, 높은 기대치를 요구 받을 수밖에 없다. 코카콜라가 “실험적으로 AI를 사용했다”거나 “효율성을 위해 AI를 사용했다”고 말해도, 소비자는 용인하지 않는다.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하인즈의 A.I. Ketchup 캠페인(자료=heinz)

반대로 AI를 사용한다고 해도 브랜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거나,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소비자는 비판하지 않는다. 예로 하인즈(Heinz)의 ‘A.I. Ketchup’은 광고에 AI를 사용해 소비자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달리(Dall·E)에 “케첩을 그려줘”라고 요청했을 때 대부분의 이미지가 하인즈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을 활용한 광고는 브랜드 구별력 증명에 대한 효과적인 수단이었고, 크리에이티브를 인정 받아 원 쇼(One Show) 등 여러 광고제에서 수상했다.

여전히 왜라는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아직 AI가 훌륭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더해서 AI는 일관적이고 독창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게 어려운데, 여러 채널에서 사람들에게 일관된 인상을 줘야 하는 브랜드 광고 제작에 큰 걸림돌이 됩니다.

-윌 포스켓(Will Poskett) 데피언트(Defiant) CEO

올해 코카콜라 연말 광고에 대한 브랜드 에이전시 데피언트 CEO의 총평이다. AI의 한계인 시각적인 통일성이 완전히 극복되지 못했고, 소비자에게 큰 의미를 가지는 연말 광고를 AI로 만들어야 하는 의의를 여전히 분명히 설득하지 못했다. 효율적이었지만, 크리에이티브하지는 않았던 셈이다.

작년 코카콜라 AI 광고에 대한 소비자 반응 그래프. 7.9%는 복합적인 반응을 보였다(자료=truescope)

작년 코카콜라에 광고에 대한 미디어 분석 기업 트루스코프(Truescope)의 조사에 따르면, 83.6%의 소비자는 중립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코카콜라의 AI 광고 제작 여부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불편함을 느꼈어도 의견을 남기지 않은 사람들이다.

주목해야 하는 건 1%의 부정적인 소비자와 7.9%의 복합적인 소비자다. 특히 복합적인 소비자들은 “왜 하필 가장 추억이 많은 코카콜라의 광고에 AI를 써야 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었다. 코카콜라가 AI로 연말 광고를 제작한다는 점을 신경 쓰는 소비자들인 것이다. 그들을 긍정적인 입장으로 포섭하기 위해서는 AI 광고에 제기했던 의문을 해소해줄 필요가 있었다.

이미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및 소비자들에게서 코카콜라가 ‘크리에이티브 감수성’을 간과했다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는 코카콜라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진정성의 연상망’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김민영 솔루엠 CMO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카콜라는 퀄리티와 ‘소비자 정서, 광고의 본질이라는 세 가지 기준 모두를 충족하지 못했다. 여전히 소비자는 왜 AI로 만들어진 코카콜라의 연말 광고를 봐야 하는가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단기적인 광고 효과에는 큰 문제가 포착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그동안 쌓아온 브랜딩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당위성 확보와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2026년에도 코카콜라가 AI로 연말 광고를 제작할 가능성은 지배적이다. 과연 세 번째 AI 연말 광고에서 코카콜라는 다른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 섬네일강다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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