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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글 아니에요” 브랜드부터 논문까지 ‘AI 문체’ 지우는 이유

무결점 양식·전형적 패턴에 ‘진정성 부족’ 낙인

생성형 AI를 활용해 글을 쓰는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학술 논문과 비즈니스 문서 작성은 물론 학교 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텍스트가 AI라는 ‘보이지 않는 작가’를 거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소설조차 AI가 쓴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올 하반기 AI 활용을 공식 허가하는 ‘대한민국 AI창작문학상’까지 열립니다. 말 그대로 AI 글쓰기의 보편화입니다.

이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관측되는 흐름인데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성형 AI 이용자의 51.1%가 ‘글쓰기’ 목적으로 AI를 활용 중이고요.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국내 근로자들은 ‘문서 작성 및 검수’를 정보 탐색 및 요약에 이어 AI 사용이 가장 도움되는 업무로 뽑았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 역시 지난해 6억4517만 달러 규모였던 ‘AI 텍스트 생성기’ 시장이 2034년까지 27억7023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사실상 우리가 일상과 업무 환경에서 쓰고 읽는 글의 상당수가 AI의 결과물인 셈이죠.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AI 글쓰기가 보편화되고 있지만, 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너무 완벽해서 ‘인간미’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AI 특유의 문체가 두드러지거나, AI처럼 결점 없이 유려한 글을 부정적으로 낙인 찍고 거부하는 현상까지 생기고 있는데요. 도대체 AI가 쓴 글은 뭐가 다르길래, 사람들에게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요?

AI 문체가 뭐길래?

“AI가 글을 다듬으면 평소 제가 쓰던 단어들이 정제되고, 문법도 현실에서 쓰이는 것과 달리 너무 기계적으로 지켜 괴리가 발생하기도 해요. 결국 제가 다시 수정하죠.”

콘텐츠 마케터 A씨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자주 접하다 보면 무엇이 AI가 쓴 글이고 무엇이 사람이 쓴 글인지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때가 있는데요. AI의 글에는 지문처럼 특유의 ‘문체’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글에서 사람 냄새를 지우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한데요. AI 문체, 도대체 어떤 특징이 있길래 사람의 손길과 멀어져 보이는 걸까요? 대표적인 특징들을 제미나이가 생성한 예시 문단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무난한 내용 구성

점심 메뉴 선택에 대한 제미나이의 답변. 주관적 관점 없이 추상적이고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한다(자료=제미나이)

AI 문체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개인 경험이나 주관적인 감정, 혹은 참신한 비유적 표현이 배제되고 평이하고 단조로운 톤으로 구성된다는 점입니다.

AI는 수많은 데이터셋을 바탕으로 확률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보편적인 단어 조합을 선택하기 때문인데요. 주로 개념, 원리, 방법론과 같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합니다. 정보 전달 측면에서는 매우 군더더기 없고 효율적일 수 있으나,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거나 감정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죠.

2. 정형화되고 일관된 문장 구조

점심 메뉴 선택에 대한 제미나이의 또 다른 답변. 단문 나열과 기계적인 연결어 사용이 특징이다(자료=제미나이)

매우 정형화된 형태를 반복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사람이 글을 쓸 때는 문장의 길이, 어조, 문장 성분의 배열 등이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과 상반되죠.

특히 일정한 패턴 내에서 단문을 나열하고 요약 정리하는 구조가 반복되고요. 문맥 전환이 일어날 때에도 예측 가능한 연결어(‘결론적으로’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등)를 기계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일관성은 언어 모델 특유의 낮은 ‘혼잡도(Perplexity)’와 낮은 ‘어휘 다양성(Lexical Diversity)’ 패턴 등으로 이어져, 검색엔진 알고리즘의 수치화된 평가 도구로 활용됩니다. SEO 관점에서 AI가 쓴 글이 사람이 쓴 글보다 더 잘 노출되는 원리죠.

3. 완벽한 문법과 과도한 격식

점심 메뉴 선택에 대한 제미나이의 세 번째 답변. 단 하나의 오류도 없는 문법 완성도와 과도한 격식이 눈에 띈다(자료=제미나이)

오탈자나 문법 오류가 거의 없다는 것도 AI 생성 텍스트의 특징입니다. 정제된 어조를 사용하며 표준적이고 격식 있는 문체를 고수하는 경향이 큰데요. 이는 학술적이거나 비즈니스적인 환경에서는 신뢰감을 줄 수 있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매끄럽고 완벽한 문장 구조 자체가 ‘기계가 쓴 글’이라는 인상을 주는 역설의 표식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의 글에서 흔히 나타나는 불완전한 문장 구조나 고유의 말버릇이 배제돼 있어 인위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거죠.

AI 문체의 대표적 특징은 무난한 내용 구성과 정형화되고 일관된 구조, 완벽한 문법 등이 있다(자료=제미나이)

이러한 AI 문체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준 국내 연구도 있습니다. 지난해 말 박종향 한성대 교수와 김은영 동국대 교수는 생성형 AI의 활용 여부에 따라 대학생 작문 과제의 문체가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 분석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논문에 따르면, 2021학년도(생성형 AI 비활용)와 2025학년도(생성형 AI 활용)의 학기 과제물 총 69편을 수집해 차이점을 분석한 결과, AI 활용 글은 문서당 평균 114.85개 문장, 문장당 평균 48.69글자로 이루어진 반면, 사람이 쓴 글은 문서당 평균 82.06개 문장, 문장당 평균 54.20글자로 나타났습니다. AI 활용 글에서 문장 분절이 더 빈번히 발생해 문장 수는 많아지고 평균 문장 길이는 짧아지면서, ‘정형화된 구조’라는 AI 문체의 특징을 보여준 대목이죠.

또 AI 활용 글에서는 ‘예를 들어’ ‘사실은’ ‘예컨대’ ‘다시 말해’ 등 예시 및 강조 유형의 접속 부사와 연결 표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견됐습니다. 단문과 요약문을 사용해 글을 구조화하는 경향도 두드러졌고요. 이러한 AI 문체에 대해 논문은 “독해의 명료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학문적 글쓰기에서 요구되는 심화된 논리 전개나 문장 간 유기적 연결성이 약화되는 한계도 함께 보여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리하면 AI 문체의 특징은 무난한 구성과 정형화되고 일관된 구조, 빈틈 없는 문법 완성도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는 글이 더 쉽게 읽히는 데 분명 강점이 있지만, 깊이를 더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특징이 글에 자주 등장하면 더는 ‘사람이 쓴 글’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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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람이 쓴 글 같지 않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사회적 편견이나 낙인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AI 문체에 대한 편견과 낙인의 표적이 브랜드를 향할 때 문제가 되는데요. 마케팅 캠페인이나 SNS 게시물에서 AI 생성 텍스트의 인상이 느껴지는 순간, 소비자들은 이를 브랜드의 ‘불성실함’ ‘진정성 부족’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엑스 사용자들의 뭇매를 맞은 나이키 공식 엑스 계정. 게시글에 “Y가 아니라 Z다”라는 AI 특유의 문체가 포함된 것이 화근이었다(자료=엑스)

지난 5월 나이키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벌어진 사건이 대표적인데요. 당시 나이키는 이탈리아 테니스 선수 야닉 시너와의 협업을 기념해 엑스 게시물에서 이 선수가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것은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그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 문구를 두고 “Y가 아니라 Z다”라는 AI 특유의 문체가 그대로 느껴진다며 엑스 사용자들에게 뭇매를 맞았죠.

이 사건을 보도한 미국의 유명 비즈니스·IT 매체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는 “AI가 브랜드를 향한 진정성 부족이라는 비난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브랜드의 AI 생성 텍스트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분석했습니다.

AI 문체의 특징인 오탈자 하나 없는 완벽함과 잘 읽히는 명료성이 되레 스스로 쓰지 않는 인간 글쓴이의 ‘진정성 부족’과 ‘게으름’을 증명하는 주홍글씨가 된 것이죠. 이 때문에 순수하게 사람이 쓴 글이더라도 잘 정돈된 문장을 일부러 투박하게 고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AI가 쓴 글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죠.

실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Use.AI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자 1만26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온라인이나 직장에서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비판받는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6%)는 자신의 글이 AI 생성 텍스트로 오해받을까 걱정하고 있으며, 39%는 AI처럼 보이지 않도록 글쓰기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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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도 AI처럼 보일까” 직장인, ‘AI 낙인’에 전전긍긍

일부러 문법 완성도 깨트리기도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신의 창작물이 AI가 쓴 글로 오해받지 않게 구어체 표현을 쓰거나 의도적으로 오타를 넣는 미국 카피라이터들의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고요.

이러한 문제는 학술계에서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최근 런던정경대에 게재된 브렌달 아포르메지엠 스트라스클라이드대 연구원의 칼럼에 따르면, 영어권 중심의 과학 출판계에서 생성형 AI가 비영어권 연구자들의 언어 장벽을 낮춰 학계 진입을 도울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AI 문체’에 대한 편견이 새로운 장벽으로 등장했습니다.

챗GPT가 보급되기 시작한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비영어권 국가에서 AI 기반 논문 작성이 약 400% 증가했는데요. 그럼에도 비영어권 저자들은 논문 심사 단계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사위원이 글에서 AI 문체의 특징을 감지하면 저자의 신원을 추측해 AI 사용자로 낙인 찍고 평가절하한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비영어권 연구자들은 “AI를 써도 문제, 안 써도 문제”의 딜레마에 놓인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2023년 이후 발표된 7만 편 넘는 논문 중 AI 사용 사실을 공개한 논문이 0.1%에 불과한 것도 저자들이 AI 사용자라는 편견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입니다.

다시 사람이 쓴 것처럼… ‘휴머나이저’ 각광

AI 생성 텍스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대두되며 함께 각광받고 있는 시장이 있습니다. AI 문체를 사람이 쓴 글처럼 변환해주는 ‘AI 휴머나이저(Humanizer)’인데요. 글을 자연스럽게 고치는 데 특화된 모델이죠.

이미 언디텍터블 AI(Undetectable AI), 퀼봇(QuillBot), 휴머나이즈 AI 프로(Humanize AI Pro) 등의 관련 소프트웨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데요. 문체 변환 작업뿐 아니라 텍스트가 고도화되는 AI 감지기를 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합니다. 다국어 지원은 물론 학술용, SEO 친화용 등 목적과 맥락에 따라 변주하는 것도 가능한 수준이고요.

업무 환경의 AI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며 이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휴머나이저 시장은 지난해 3억 달러 규모에서 내년 말까지 최대 10억 달러 규모로 커지며 독립적인 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AI 글쓰기 시대에 역설적으로 새로운 낙인이 돼버린 ‘AI 문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완벽하고 효율적인 이 문체에서 “사람이 쓴 것 같지 않다”는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데요. AI를 활용해 글을 쓴 이들의 진의마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고요. 덩달아 사람을 대신해 AI가 쓴 글을 다시 사람이 쓴 듯 바꿔주는 AI 모델들이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죠.

우리 일상과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개선해준 AI 텍스트 생성 기능을 멀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적인’ 글의 가치는 유효한 듯합니다. 그것이 AI보다 덜 매끄럽더라도 말이죠. 다소 투박한 문장들 속에서 효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람의 진심을 찾으려는 이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펜대를 누구의 손에 쥐어줄지 고민하게 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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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최석영 (csyeong720@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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