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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AI가 만들지 않았습니다” 요즘 소비자 사로잡는 한 문장

브랜드들이 다시 사람을 내세우는 까닭

마케팅 업무 전반에 AI가 투입된 지 오래다. 한때 업계는 AI를 활용한 자동화와 초개인화를 미래 경쟁력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소비자들이 AI가 만든 콘텐츠에 피로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다.

이제 브랜드들은 “얼마나 최신 AI를 활용했는가”보다 “얼마나 인간다운 경험을 제공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실제 글로벌 소비재·패션·식음료 기업들은 광고에서 AI를 배제하거나, 인간 창작자의 역할을 전면에 내세우는 캠페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Not By AI’ ‘Human-made’ 등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인증 프로젝트도 나타났다.

지난 2024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두고 “2027년까지 소비자 20%가 AI를 사용하지 않은 브랜드를 더 진정성 있다고 인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AI가 마케팅의 중심으로 들어왔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존재감이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른 셈이다.

소비자가 왜 AI 마케팅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기업은 어떤 마케팅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글로벌 마케팅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소비자가 AI 마케팅에 거부감을 느낀다

몇 년 전만 해도 시장은 기술 자체에 열광했다. 몇 초 만에 광고 이미지를 만들고,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메시지를 생성하는 기능은 마케터 입장에서 혁신에 가까웠다. 비용 절감 효과도 컸다.

문제는 콘텐츠가 빠르게 획일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비슷한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하면서 이미지 구성, 문장 톤, 광고 분위기까지 닮아가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정제된 이미지와 지나치게 매끈한 문장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거리감을 줬다.

특히 소비자들은 AI가 만든 ‘가짜 인간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AI 모델, AI 인플루언서, 과도하게 보정된 가상 이미지는 브랜드가 진짜 사람 대신 알고리즘으로 감정을 흉내 낸다는 인상을 남긴다.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속고 있다”는 배신감이 생긴다는 의미다.

개인화 마케팅 역시 비슷한 문제를 드러낸다. 기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를 세밀하게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나친 타기팅이 불쾌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추천이 아니라 감시처럼 느껴질 때 신뢰는 무너진다.

포브스를 비롯한 글로벌 리서치 업계는 “소비자는 편리함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의 인간적 연결을 원한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한다. 효율만 강조한 자동화 커뮤니케이션은 결국 브랜드 경험 자체를 차갑게 만든다는 의미다.

도브 “우리는 AI 이미지를 쓰지 않는다”

AI 기술이 대중화될수록 브랜드 간 기술 격차는 줄어든다. 누구나 비슷한 툴을 쓸 수 있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인간적인 서사와 실제 경험이 희소 자산이 된다.

BBC News 보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Human-made’ ‘Proudly Human’ ‘No AI’ 같은 문구를 앞세운 인증 프로젝트가 최소 8개 이상 운영되고 있다. 생성형 AI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역으로 인간이 직접 만든 작업물의 희소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Not by AI 배지가 붙은 다양한 콘텐츠(자료=not by ai)

대표 사례로 꼽히는 ‘Not By AI’ 배지는 콘텐츠의 90% 이상을 인간이 제작해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이미 전 세계 수천 개 기업과 창작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인간 제작 콘텐츠를 하나의 품질 기준처럼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도브의 ‘Real Beauty’ 20주년 캠페인(자료=Dove)

가장 잘 알려 사례는 도브(Dove)다. 도브는 2024년 ‘Real Beauty’ 캠페인 20주년을 맞아 광고에 AI 생성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도브는 생성형 AI가 왜곡된 미의 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이미지가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기존 미적 편향을 반복 재생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었다. 브랜드는 “진짜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 선언이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한 기술 거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브는 AI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충돌하는 영역에서는 인간성을 우선하겠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광고업계에서는 이를 상징적 전환점으로 해석한다. 과거에는 “AI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가”가 혁신의 척도였다면, 이제는 “어디까지 AI를 쓰지 않을 것인가”가 브랜드 정체성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언더웨어 브랜드 에어리(Aerie) 역시 비슷한 흐름에 올라탔다. 이 회사는 “No AI-generated bodies or people”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광고에서 AI 생성 인물과 신체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반응은 예상보다 강했다. 관련 게시물에는 수만 건 이상의 공감 반응이 이어졌다.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완벽하게 보정된 가상 이미지를 보여주기보다 현실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편이 더 신뢰를 준다는 판단이다.

하디스와 폴라로이드가 보여준 ‘Anti-AI 마케팅’

AI를 역으로 활용해 인간의 가치를 강조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브랜드 하디스의 UnAimaginable 캠페인(자료=Hardee’s)

패스트푸드 브랜드 하디스(Hardee’s)는 ‘UnAimaginable’ 캠페인에서 AI에게 수천 번 버거 이미지를 생성하게 한 뒤 실패 사례들을 공개했다. AI가 실제 버거의 질감과 구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진짜 버거는 인간이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캠페인의 핵심은 기술 조롱이 아니었다. 인간의 감각과 경험이 여전히 중요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을 유머 방식으로 전달한 데 있었다.

폴라로이드의 The Camera for an Analog Life 캠페인(자료=Polaroid)

폴라로이드(Polaroid)도 유사한 접근을 택했다. 이 회사는 “AI는 당시의 기억과 감각을 깨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옥외 광고를 진행하며 아날로그 사진의 감성을 강조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어도 실제 순간을 찍는 경험과 촉감, 기억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디지털 시대가 깊어질수록 오히려 물리적 경험의 가치가 커진다는 점을 정확히 겨냥했다.

하이네켄(Heineken) 역시 최근 오프라인 만남과 실제 인간 관계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AI 기술이 사회적 연결을 대체하는 분위기 속에서, 브랜드는 사람 간 직접적인 경험 자체를 프리미엄 가치로 제시했다.

인도 시장의 캐드버리(Cadbury)는 더 노골적이다. “Let’s Make AI Ordinary Again” 캠페인을 통해 AI 열풍을 풍자하며 인간 창의성의 가치를 강조했다. 기술은 결국 도구일 뿐이며, 아이디어 자체는 인간에게서 나온다는 메시지다.

기술 기업도 ‘Made by Humans’ 강조

흥미로운 점은 테크 기업들도 인간 창작자의 존재를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플루리부스 엔딩 크레딧에는 ‘Made by Humas’라는 문구나 나온다(자료=애플 TV+)

애플(Apple)은 최근 일부 Apple TV+ 오리지널 영상물 크레딧에 “Made by Humans”라는 문구를 넣기 시작했다. AI 기술 경쟁의 중심에 있는 기업조차 콘텐츠 영역에서는 인간 창의성이 핵심이라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이 움직임은 단순한 감성 마케팅이 아니다. 콘텐츠 시장에서 AI 생성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누가 만들었는가”를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작 업계에서는 인간 제작 여부 자체가 하나의 품질 보증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 음식에서 ‘수제(Handmade)’가 프리미엄으로 통했던 것처럼, 콘텐츠 시장에서도 ‘Human-made’가 새로운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르크루제는 제작 과정을 보여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자료=Le Creuset)

100년 역사의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헤리티지 브랜드, 르크루제(Le Creuset)는 장인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실제 아티스트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단순히 완성 결과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고민하고 손으로 만드는 과정 자체를 브랜드 가치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베이비케어 브랜드 코테리(Coterie) 역시 신뢰와 안전성이 중요한 제품군 특성을 활용해 ‘No AI’ 메시지를 브랜드 신뢰 강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간의 책임 영역 강조해야

그렇다고 기업들이 AI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오히려 AI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다. 다만 역할 구분이 달라지고 있다.

반복 작업, 데이터 분석, 광고 운영 최적화 같은 영역은 AI가 맡고, 브랜드 정체성과 감성 설계는 인간이 직접 책임지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하이브리드 마케팅(Hybrid marketing)’ 전략으로 부른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가 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AI 생성 콘텐츠라면 명확히 밝히고, 인간 창작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설명하는 브랜드에 더 높은 신뢰를 보낸다.

마케팅 업계가 다시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고객 후기, 현장 제작 과정, 창작자의 고민 같은 인간 경험은 AI가 쉽게 복제하기 어렵다. 브랜드 톤앤매너 역시 마찬가지다. 독특한 말투와 관점, 브랜드만의 감정선은 아직 인간 영역에 가깝다.

결국 AI 시대의 브랜드 경쟁은 기술 자체보다 균형 감각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어디까지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앞으로도 마케팅 산업을 계속 바꿀 것이다. 다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차가운 자동화가 아니다. 기술을 쓰더라도 그 안에 사람의 경험과 감정, 진짜 이야기가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

브랜드들이 다시 인간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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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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