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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스 기업 젠스파크가 ‘실물 녹음기’ 만든 이유

오프라인 확장 나선 젠스파크… 사용자 ‘맥락’ 겨냥

에릭 징 젠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CEO가 24일 미디어데이를 열고 AI 녹음기 ‘세컨드브레인 노트’를 소개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젠스파크가 신용카드 크기의 AI 녹음기를 공개했습니다. 지갑에 넣거나 휴대폰 뒷면에 붙여 두고 다니다, 버튼을 누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녹음이 시작되는 방식인데요. 일상 대화부터 주간 회의, 신제품 토론까지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어떤 목소리도 담아내는 기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녹음본의 핵심 내용만 보기 좋게 요약해주기도 하죠.

이름은 ‘세컨드브레인 노트’. 회사 최초의 하드웨어 기기인데요. 사실 젠스파크는 시중에 나온 AI 모델들을 모아 통합 소프트웨어로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스(SaaS) 기업입니다. 조합하는 모델만 70여 개에 달하죠. 그런 젠스파크가 어째서 하드웨어를 개발한 걸까요? 그보다 화면 밖의 목소리를 수집해 어디에 쓰려는 걸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지난 24일 서울 광진구 본다빈치뮤지엄 능동에서 열린 젠스파크 미디어데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사용자 맥락 기억하는 AI 워크스페이스

이날 행사는 에릭 징 공동창업자 겸 CEO, 케이 주 공동창업자 겸 CTO, 제미슨 파월 CRO 등 주요 임원진이 참석해 한국 시장 공식 진출 선언과 함께 ‘AI 워크스페이스 6.0’ 업데이트를 발표하기 위한 자리였는데요.

젠스파크의 AI 워크스페이스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되는 에이전틱 업무 플랫폼입니다. 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파편화된 AI 도구들을 한 데 모아 사용자가 일일이 개별 서비스를 구독할 필요 없이, 하나의 통합 환경에서 모든 업무를 완결할 수 있도록 돕죠. 이번 6.0 업데이트는 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1월 2.0 공개 이후 약 6개월 만에 이뤄진 회사 최대 규모의 업데이트이자 슈퍼 에이전트로의 진일보입니다.

핵심은 ‘맥락’입니다. 워크스페이스 6.0은 여러 업무 도구에 흩어진 사용자의 맥락을 수집해 기억하고, AI 에이전트가 이를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는데요.

기존 AI는 개별 작업이 끝나면 이전 맥락을 다음 업무로 매끄럽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중에 있는 AI 커넥터 역시 여러 업무 도구에 분산된 정보를 불러올 수는 있지만, 각 정보가 업무 전반서 어떤 관계와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죠. 다시 말해 사용자는 AI를 쓸 때마다 매번 이전 맥락을 재입력해야 하는 수고가 들었던 겁니다. 이를 두고 에릭 징 CEO는 “AI는 더 똑똑해졌지만 금붕어처럼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매번 설명하고 맥락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꼬집었죠.

젠스파크 AI 워크스페이스 6.0 이미지. 지속형 메모리 레이어 ‘세컨드브레인’을 통해 흩어진 사용자 맥락을 취합해 구조화한다(자료=젠스파크)

그렇다면 워크스페이스 6.0은 어떻게 사용자의 맥락을 기억하는 걸까요? 이를 위해 젠스파크가 개발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지속형 메모리 레이어 ‘세컨드브레인(SecondBrain)’입니다. 일명 사용자의 ‘두 번째 뇌’인데요.

세컨드브레인은 이메일과 캘린더, 채팅 기록을 비롯해 노션, 구글 워크스페이스 등 주요 비즈니스 도구를 연동해, 분산돼 있던 사용자 정보를 데이터 형태로 취합하는 통합 허브 역할을 합니다. 이후 그 데이터 소스를 ‘개인화된 맥락’으로 구조화해 워크스페이스의 AI 에이전트들이 후속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요.

이러한 세컨드브레인을 중심으로 워크스페이스 6.0은 기억·실행·협업 3단계로 작동합니다. 세컨드브레인이 밑바탕에서 프로젝트와 의사결정, 업무 흐름 등 사용자의 업무 맥락을 지속적으로 기억·축적하고, 이를 이메일 에이전트인 ‘젠메일(GenMail)’, 자연어 요청을 시각 자료로 전환하는 ‘AI 디자인(AI Design)’ 등 실행 기능이 결과물로 산출합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동일한 맥락이 협업 에이전트 ‘젠팀(GenTeam)’을 통해 동료들과 또 다른 에이전트에게 공유됩니다. 개인화된 업무 맥락으로 팀 단위 협업을 가능케 하는 것이죠.

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이 끝난 뒤에도 맥락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다음 업무를 수행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고요. 에릭 징 CEO는 “현재 AI의 기억 기능은 주로 사용자의 말투나 선호도를 기억해 답변을 개인화하는 데 집중돼 있으며, 대부분의 가치는 개별 대화가 끝나는 시점에서 함께 멈춘다”며 “젠스파크는 단순히 답변을 개인화하는 기억이 아니라 AI 시스템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기억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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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 평준화되는 AI 모델… 다음 경쟁력은 ‘맥락’

24일 서울 광진구 본다빈치뮤지엄 능동에서 젠스파크 미디어데이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자료=젠스파크)

젠스파크가 ‘맥락’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AI의 다음 경쟁력이 성능 자체보다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맥락의 품질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선두 자리를 엎치락뒤치락하며 LLM(거대언어모델) 업데이트 속도전에 불을 지피고 있지만, 사실상 AI 성능 자체는 상향 평준화됐다는 판단인데요. 실제 이달 기준 챗봇 아레나(LMSYS Chatbot Arena) 성능 평과 결과 클로드, 제미나이, 챗GPT의 최고 모델들은 10~20점 안팎의 점수 차이를 보이며 초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용자가 체감하는 모델 간 성능 차이도 미미합니다.

이에 젠스파크는 지난해부터 줄곧 ‘가장 똑똑한 AI가 아닌 나를 더 잘 아는 AI’를 표방하며 서비스 고도화에 주력했습니다. 사실상 성능이 평준화된 AI 모델들을 오가며 일일이 맥락, 목적 등을 담은 긴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죠. 대신 정확한 사용자 맥락에 따라 수십 개의 AI 모델을 조합해 업무를 알아서 완결해주는 ‘올인원 AI 워크스페이스’가 바로 그들의 지향점입니다.

이날 현장에서 에릭 징 CEO가 언급한 비유를 빌려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젠스파크의 역할은 AI 모델이라는 뛰어난 ‘엔진’과 분산된 사용자 맥락을 결합,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오프라인 맥락 채우는 ‘세컨드브레인 노트’

세컨드브레인 노트 이미지. 기기를 통해 녹음된 음성 파일은 세컨드브레인과 동기화된다(자료=젠스파크)

하지만 사용자 맥락은 온라인에만 있는 게 아니죠. 진짜 중요한 일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오프라인 대화 속에서 벌어집니다.

젠스파크가 회사 최초의 하드웨어, ‘세컨드브레인 노트(SecondBrain Note)’를 만든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회의, 토론 등 화면 밖에서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업무 정보까지도 AI 녹음기를 통해 세컨드브레인으로 연결하기 위함입니다. 세컨드브레인의 귀 역할을 하는 셈인데요. 젠스파크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당신은 듣는 내용의 83%를 잊어버린다”며 “세컨드브레인은 그렇지 않다”고 해당 기기를 소개했습니다.

세컨드브레인 노트는 두께 2.95㎜, 무게 26g으로 신용카드처럼 지갑에 넣거나 휴대폰 뒷면에 부착할 수 있는 크기로 설계됐습니다. 외부 버튼을 2초간 누르면 녹음이 시작되며, 이후 최대 35시간 동안 별도의 충전 없이 오프라인에서 들리는 모든 음성을 녹음할 수 있죠. 휴대폰이 꺼져 있는 동안에도 녹음이 지속되고요.

이렇게 녹음된 음성 파일은 검색 가능한 메모리로 전환돼 세컨드브레인과 동기화됩니다. 아울러 음성은 텍스트로 자동 변환되고, 2분 이상의 녹음은 핵심 내용 요약까지 생성돼 수동 메모 작성이 필요 없죠. 세컨드브레인이 확보한 사용자 맥락의 마지막 빈 자리, 오프라인 음성 정보를 이 AI 녹음기가 채워주는 것입니다. 에릭 징 CEO는 “사용자가 활용하는 업무 도구 전반의 정보는 물론 화면 밖에서 이루어지는 회의와 대화까지 연결했다”며 “모든 AI 에이전트가 동일한 맥락을 바탕으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의실 대화까지 그대로 옮겨 담는 만큼, 젠스파크는 음성 데이터 암호화와 엔터프라이즈급 보안 체계로 이를 뒷받침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용자가 녹음 내용을 직접 확인·삭제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고요. 다만 녹음 동의 및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관련 법률이 국가·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젠스파크는 공식 블로그에서 “녹음 전에 모든 참여자의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며 “세컨드브레인은 사용자를 대신해 동의를 얻거나 합법성을 판단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죠.


결국 젠스파크의 이번 하드웨어 출시는 기기 판매가 목적이 아닙니다. 파편화된 디지털 업무 도구부터 오프라인 현장의 목소리까지, 모든 사용자 맥락을 ‘세컨드브레인’이라는 단일 레이어로 통합하려는 포석이죠. 그리고 사용자 맥락은, AI 모델들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시점에서 젠스파크가 바라보고 있는 다음 전장이기도 합니다. ‘가장 똑똑한 AI’가 아닌 ‘나를 가장 잘 아는 AI’로 승부수를 띄운 젠스파크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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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최석영 (csyeong720@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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