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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미래 겨냥한 삼성 픽… 인간의 뇌 모방한 ‘뉴로모픽’

[권신혁 IT 전문기자 voice2tion@naver.com]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뉴로모픽(Neuromorphic) 칩의 새로운 기술적 비전’을 다룬 논문을 게재했다. 뉴로모픽은 인간의 뇌를 모방해 반도체를 만드는 신기술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신규 투자를 통해 2019년부터 하버드대 연구팀과 지속 협업해 얻어낸 성과다. 삼성은 미래 반도체 시장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으로 뉴로모픽을 선택했다.

▲뉴로모픽은 인간과 AI의 간극을 좁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차세대 기술로 손꼽힌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IBM, 인텔, 구글 등이 뉴로모픽 칩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애플은 자사 제품에 신경망처리장치(Neural Processing Unit, NPU)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이미지 = 삼성전자 뉴스룸)

‘십만전자’ 가려거든 시스템 반도체부터

이미 반도체 업계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가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삼성전자 주가가 6, 7만원 사이 박스권에 머무는 상황과 연결해 볼 수 있다. 주가는 주식 시장에서 실적과 성장 가능성, 시장 경쟁력 등을 반영해 기업 가치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실적 면에서 삼성전자는 여느 해보다 호황을 누렸다. 2021년 3분기 매출은 73조원을 웃돌아 이전 최고치인 18년도 매출을 넘어섰다.

하지만 현재 반영된 주가는 성장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D램 42%, 낸드플래시 33%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정점에 달했다. 후발주자인 중국은 반도체 굴기 아래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 중이며, 낸드 플래시 업계 2위와 3위 기업인 키옥시아(일본)와 웨스턴디지털(미국) 간의 합병 이슈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경쟁이 심화될 것을 예고했다. 메모리 분야 기술 첨단화로 신기술 개발 속도는 더뎌지는 반면 추격업체들은 이미 개발된 기술 기반 위를 시원히 질주하며 간극을 좁힐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한편 시스템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시장의 50~60%를 차지하고 있어 삼성은 이를 통한 성장 임계점 돌파를 추진하고 있다.

(그래프: 권신혁 IT 전문기자(데이터 종합))

우선 삼성전자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업체로 반도체 개발부터 설계·생산까지 자체 생산라인을 갖췄지만 반도체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Foundry)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해 성장했다. 트렌드포스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 1위 업체는 타이완 기업 TSMC로 시장 점유율이 52.9%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17.3%(2위)를 차지했다.

주식 시장에서 두 기업이 서로에게 으르렁댈 때 예상치 못한 절대강자가 치고 나왔으니 그는 바로 엔비디아(NVIDIA)였다. 엔비디아는 올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TSMC까지 제치며 반도체 기업 시가 총액 1위에 올라섰다. 올 3분기 매출 8조원을 전망했는데 삼성전자의 매출과 비교했을 때 1/10밖에 안 되지만 반도체 무대에서 센터를 차지한 셈이다.

반도체 설계 기업인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기는 반도체 팹리스(Fabless) 삼대장 기업 중 하나다. 이를 통해 거액의 자본투자와 설비비 절감 장점을 지닌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스마트폰 CPU를 설계하는 펩리스 업체인 ARM 인수를 진행하며 AI 반도체 시장에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영국 정부와 각국의 반대로 인수 가능성에 변수가 생겼지만 엔비디아가 추구하는 AI, 메타버스 등의 방향성이 시장 기대에 부응해 주가를 상승시켰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급상승은 시장에서 파운드리나 완성형 제조 기업이 아닌 설계 중심의 소프트웨어 파워를 더 높이 평가하는 현재 분위기가 반영됐다.

한편 반도체 전문가들은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CPU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하나에만 2,000개가 넘는 반도체가 쓰인다. 더불어 사물인터넷에서 높은 수준의 AI를 구현하려면 더욱 성능이 개선된 시스템 반도체가 꼭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시장조사 기업인 가트너(Gartner)는 2018년 약 8조원이던 AI반도체 시장규모가 2024년에는 약 5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연평균 30%를 웃도는 가파른 성장세이다. 가트너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 내 AI반도체 비율이 현재 10% 내외에서 9년 뒤 2030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높은 실적만으론 미래 경쟁 환경에 대비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에 7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뉴로모픽 칩의 새로운 기술적 비전’에 관한 논문도 삼성전자의 미래 반도체 경쟁 전략의 일환으로 발표됐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뉴로모픽 칩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하면,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AI반도체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 자명하다.

뉴로모픽 칩, 주목받는 이유

뉴로모픽은 어떤 기술이며, 어떻게 AI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뉴로모픽 칩’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을 반도체에 구현한 것이다. 이것은 현재 주로 사용되는 폰노이만 방식 CPU가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이다. 기존 CPU는 정보를 처리할 때 분리된 저장공간에서 명령어와 데이터를 불러들여 순차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직렬 구조는 병목현상을 발생시키고 고성능 구현에 지속적인 한계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우리 뇌는 정보를 처리할 때 병렬적이며 정보 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담당한다.

누군가 던진 공을 받을 때 우리 뇌 속에서는 ‘저것은 공이다(저장 공간의 분리)’, ‘그러니 손을 들어 공을 받아야 한다(순차적 처리)’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냥 손을 들어 거의 무의식적으로 공을 받는다. 만약 공이 아니라 돌이 날아오는 것이라면 빠르게 판단해 피하게 된다.

뉴로모픽은 인간 뇌의 운영원리를 반도체에 구현하는 기술이며 그렇기에 초고난도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그 결과 연산 속도, 전력 소모량 등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뉴로모픽 칩이 장착된 자율주행자동차는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를 피하려다가 다른 차와 충돌하거나 차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혹은 운전자를 보호하는 방어 운전을 하다가 추가 피해자를 만들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 자율주행차에 설치되는 AI 반도체는 사람이나 사물 인식에 대해 효율적이고 빠르며 정확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지 = 삼성전자 뉴스룸)

전력소모에서도 효율성을 끌어올린다. 2016년 이세돌과 바둑을 겨룬 인공지능 알파고에 탑재된 CPU는 1202개이며,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장착했다. 뉴로모픽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알파고에 장착되는 AI반도체는 몇 개면 충분하다. 알파고는 대국 당시 1메가와트를 소모하며 일반 가정집 100가구의 하루치 소모량을 사용했다.

반면, 뉴로모픽이 장착된 칩은 인간의 뇌가 쓰는 전력량과 같이 하루 20와트 정도의 전력이면 충분하다. 전력사용의 효율성이 5만 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로모픽 반도체 상용화와 OLED 자발광 소자의 소비전력 효율 상승이 맞물리면 스마트폰으로 온종일 동영상을 봐도 일주일에 한 번 충전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뉴로모픽 칩이 사물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소형기기, 자율주행 등에서 획기적인 발전과 시장 수요를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인텔과 IBM, 퀄컴은 연구용이지만 뉴로모픽 칩을 출시했다. 이 실험 칩들은 연산 결과를 저장하고 있다가 바로 다음 연산을 받아 처리할 수 있는 뉴로모픽 기술을 일부 적용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10월 뉴로모픽 연구칩 ‘로이히2’를 공개하며 그간의 개발 성과를 시장에 공개했다. 더욱이 같은 달 진행한 인텔 이노베이션 행사에서 인텔의 CEO 팻 갤싱어는 “우리는 분명히 AI세상에 살고 있으며 각종 기기는 인간보다 더 많은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가 점점 디지털화돼 모든 기기에 반도체가 필요하며 반도체 업계가 향후 10년간 호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CNBC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아직 삼성전자는 인텔처럼 공개된 실험 칩이 없으며, 엔비디아처럼 AI와 메타버스 아젠다를 주도하는 것도 아니다. 주식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AI반도체 경쟁에서 뒤쳐진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성장 측면에서 기업 가치는 저평가 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신기술 개발 속도가 현재 반도체 기업들의 가치를 결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6, 7만원대에 갇힌 것도 이와 연관해 해석할 수 있다.

뉴로모픽 퀀텀점프 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계속해서 메모리 반도체와 위탁생산 파운드리 기업 정도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신기술을 선도하는 ‘기술 초격차’ 기업으로 나아갈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다. 뉴로모픽 분야의 국내 권위자인 최양규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 9월 ‘디일렉(THEELEC)’과의 인터뷰에서 뉴로모픽의 상용화를 3, 4년 후로 전망했다. 누구나 쉽고 값싸게 사용할 수 있는 시점을 지금으로부터 6년 후로 예측하며 뉴로모픽 칩이 그리 먼 미래가 아님을 시사했다. 삼성의 ‘십만전자’ 주가 향방이 3, 4년 안에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정배 사장이 반도체 대전(SEDEX 2021)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시장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AI, 스마트카 등의 발전에 힘입어 2025년 6,670억달러(한화 77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캡처 = 삼성전자 뉴스룸)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지난 26일 반도체 대전(SEDEX 2021)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팬데믹의 장기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자율주행, 휴먼 로봇,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의 융합으로 데이터의 흐름은 더욱 복잡해지고 양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성장이 예상되는 AI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은 지난 3월 구글 웨이모에서 개발하는 차세대 자율주행 자동차에 들어갈 칩 설계를 수주해 개발 중에 있다. 이는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퀀텀점프(비약적 발전)’를 선보일 절호의 기회이다. 테슬라 자율주행 칩에서도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된 만큼 웨이모 자율주행차에서도 삼성이 야심차게 준비한 뉴로모픽 기술을 탑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이 반도체 강자와 격돌해 뉴로모픽 칩이란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십만전자’는 문제가 아니다. ‘K-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분기점에 삼성이 서있기 때문이다. 퀀텀점프하는 ‘십만전자’냐 6, 7만원대 ‘박스권’에 머무느냐는 이제 AI칩 신기술을 주도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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