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팔로워 10만’이 서로 다른 매출을 내는 이유 [팬덤 미디어 시대 ②]
조회수 이후 봐야 할 지표, ‘관계 신호’
크리에이터가 하나의 미디어 채널로 떠오르면서 광고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노출과 클릭뿐 아니라 크리에이터와 이용자 사이에 축적되는 관계까지 살펴야 할 시점이다. 이에 지난해 <영상 커머스 시대>를 연재했던 오명석 그립컴퍼니 광고사업팀장이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인다. <팬덤 미디어 시대>는 ‘팬덤은 어떻게 미디어가 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AI·크리에이터·커머스 데이터가 바꾸고 있는 광고 시장의 변화를 8회에 걸쳐 짚는다. 현장의 고민과 글로벌 사례를 토대로 실무에 참고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풀어낼 예정이다.

AI가 골라준 상품, 왜 우리는 다시 사람을 찾을까 [팬덤 미디어 시대 ①]
사람의 추천이 더 중요해진다
2026년 1월 미국 인터랙티브광고협회(IAB)는 크리에이터 광고 투자가 측정 체계보다 빠르게 커졌다고 진단했다. 플랫폼마다 조회수와 참여율의 정의가 다르고, 서로 단절된 데이터와 간접 지표에 기대다 보니 크리에이터의 성과를 다른 매체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크리에이터를 하나의 미디어 채널로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평가표는 여전히 계정 크기에 머물러 있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사람은 팔로워가 몇 명이지?”
도달 규모를 가늠하려면 필요한 질문이다. 다만 팔로워가 많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늘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작은 계정이 특정 카테고리에서 더 높은 반응과 반복 구매를 만들기도 한다. 지난 글에서 AI가 상품을 찾고 크리에이터가 선택의 맥락을 제공하는 과정을 살펴봤다면, 이제는 어떤 관계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구분할 차례다.
팔로워는 관계의 출발점이다

팔로워 수는 콘텐츠가 도달할 수 있는 잠재 규모를 보여준다. 캠페인의 예상 노출과 비용을 계산할 때 여전히 유용하지만, 팔로우한 이유까지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재미있는 영상 하나를 보고 팔로우했을 수도 있고, 이벤트 참여가 목적이었을 수도 있다. 이후 콘텐츠를 다시 보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팬은 다르게 행동한다. 새 콘텐츠를 찾아보고 라이브 방송에 참여한다. 질문을 남기고, 이전에 추천받은 상품을 기억한다. 비슷한 제품을 살 때 다시 그 사람의 의견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 행동이 반복되면 크리에이터는 콘텐츠 제공자이자 선택할 때 참고하는 기준점이 된다.
같은 팔로워 10만 명이라도 사업상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한 계정의 팔로워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지나가지만, 다른 계정의 팔로워는 다음 선택을 앞두고 다시 찾아온다. 브랜드가 확인해야 할 것은 10만이라는 숫자 안에서 실제로 돌아오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다.
관계 신호는 행동의 순서를 읽는다

광고 성과는 보통 노출, 클릭, 구매처럼 단계별로 따로 측정된다. 크리에이터 커머스에서는 이 지표 사이의 연결이 중요하다. 한 이용자가 콘텐츠를 발견하고 반복해서 시청한 뒤 질문을 남기고, 라이브 방송에 참여해 첫 구매와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발견 → 반복 시청 → 댓글과 질문 → 팔로우 → 라이브 참여 → 첫 구매 → 재구매 → 주변 추천>
이 글에서는 이렇게 시간에 따라 이어지는 행동을 ‘관계 신호(Relationship Signal)’라고 부르겠다. 크리에이터와 이용자 사이에 축적된 반응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기 위한 개념이다. 현재 업계에서 합의된 단일 점수는 없다. 관계 신호는 조회수가 얼마나 높았는지에 더해 어떤 행동이 반복됐고 다음 행동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IAB가 지적한 크리에이터 측정의 공백도 여기에 있다. 플랫폼 안의 참여 지표와 브랜드가 보유한 구매 데이터가 분리돼 있으면 콘텐츠가 실제 사업 성과에 미친 영향을 읽기 어렵다. 관계 신호는 기존 도달 지표를 버리자는 주장이 아니다. 흩어진 지표를 시간의 순서로 연결해 도달 이후의 움직임까지 보자는 제안이다.
플랫폼은 조회수 밖의 행동을 연결하고 있다

최근 플랫폼의 변화는 이런 방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유튜브는 지난해 9월 발표에서 7월 기준 쇼핑 프로그램의 거래액이 전년 대비 다섯 배로 늘었고 참여 크리에이터가 5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상품이 언급되는 시점을 AI가 찾아 태그를 노출하고, 브랜드와 어울릴 만한 크리에이터를 AI로 제안하는 기능도 예고했다. 올해는 시청자가 앱을 떠나지 않고 구매하는 기능과 쇼츠에서 브랜드 사이트로 연결되는 기능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참여 크리에이터 수도 많지만, 더 주목할 변화는 콘텐츠와 행동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영상 시청, 상품 태그, 사이트 방문, 구매가 하나의 경로로 이어지면 조회수와 좋아요에 잡히지 않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의 과거 영상에 삽입된 광고 구간을 다른 브랜드에 다시 판매하는 기능까지 도입되면 콘텐츠는 반복해서 수익을 만드는 미디어 자산에 가까워진다.
AI는 행동의 패턴을 읽는다

관계 신호를 사람이 일일이 찾아내기는 어렵다. 댓글과 대화, 시청 기록, 구매 이력, 재방문 패턴처럼 형식이 다른 데이터가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하면 이 자료에서 반복되는 행동과 변화의 시점을 찾을 수 있다.
같은 긍정 반응도 의미는 다르다. “좋아요”는 그 순간의 콘텐츠 반응일 수 있고, “지난번 추천받은 제품도 아직 잘 쓰고 있어요”는 구매 경험과 이전 추천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담고 있다. 한 문장만으로 팬의 깊이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시점의 행동과 결합하면 관계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판단할 근거가 늘어난다.
이 과정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댓글의 감정을 정밀하게 추정한다고 해서 실제 신뢰를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밖에서 일어난 행동은 관측하기 어렵고, 반복 구매가 크리에이터 한 사람의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개인별 ‘팬 점수’를 만드는 방식은 사생활 침해와 과도한 추론의 위험을 키운다. 브랜드는 동의를 받아 수집한 데이터 안에서 집단 단위의 흐름을 보고, 지표의 정의와 한계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 AI의 역할은 이미 일어난 행동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찾는 데 있다.
재구매가 중요해질수록 팬덤의 가치도 달라진다

광고주의 우선순위도 변하고 있다. IAB의 2026년 전망 조사에서 신규 고객 확보를 주요 투자 목표로 꼽은 비율은 2025년 64%에서 2026년 54%로 낮아졌다. 재구매는 같은 기간 21%에서 25%로 높아졌고, 2024년의 13%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다. 고객 획득 비용이 높아지고 수익성 압박이 커지면서 한 번 데려온 고객이 다시 구매하도록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해진 결과다.
팬덤은 이 지점에서 사업 자산이 된다. 자주 소통하는 이용자는 새 콘텐츠에 빠르게 반응하고, 추천받은 상품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기억한다. 만족스러운 구매가 이어지면 다음 상품을 검토할 때 탐색 비용도 줄어든다. 브랜드는 신규 고객을 매번 다시 확보하는 비용을 낮추면서 이미 형성된 관계 안에서 재방문과 재구매를 만들 수 있다.
크리에이터 캠페인 보고서도 달라져야 한다. 팔로워 수와 총 조회수 옆에 재방문 시청자 비율, 질문에서 상품 클릭으로 이어진 비율, 첫 구매자의 재구매율, 캠페인 종료 뒤에도 남은 자연 유입을 함께 놓아야 한다. 모든 지표를 하나의 점수로 합칠 필요는 없다. 캠페인의 목적에 맞춰 관계가 깊어지는 지점을 고르면 된다.
브랜드의 평가표를 바꿀 때

인지도를 넓히는 캠페인에서는 도달 규모가 중요하다. 제품을 비교하고 검토하는 단계에서는 크리에이터의 전문성과 댓글 속 질문의 질을 봐야 한다. 구매를 목표로 한다면 클릭과 전환에 더해 재방문과 재구매가 남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크리에이터의 가치를 하나의 숫자로 줄이면 강점이 가려진다. 구매 여정의 어느 단계에서 영향력이 큰지를 목적별로 구분하는 편이 정확하다.
크리에이터도 팔로워를 모으는 일과 함께 판단의 기록을 쌓아야 한다. 어떤 제품을 왜 선택했는지, 어느 상황에서는 권하지 않는지, 광고와 개인 경험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꾸준히 보여줄수록 이용자는 다음 추천을 해석할 기준이 생긴다. 브랜드에는 이 기록이 관계의 질을 판단하는 데이터가 된다.
계정 규모는 입구의 크기를 보여준다. 관계 신호는 그 입구를 지난 사람이 어디까지 갔고 얼마나 다시 돌아왔는지 설명한다. 크리에이터를 미디어로 평가하려면 이제 두 축을 함께 봐야 한다.

오명석 팀장 / 그립컴퍼니 광고사업팀
커머스·플랫폼·SaaS 영역에서 사업전략과 신사업 개발을 맡아왔다. 현재 그립컴퍼니 광고사업팀장으로 AI·크리에이터·커머스 데이터가 광고와 미디어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의 현업자들과 AI·DX 활용 경험을 나누는 테크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 現 그립컴퍼니 광고사업팀장
■ 前 그립컴퍼니 SaaS사업본부장
■ 前 SK D&D 신사업개발
■ 前 직방 사업전략 및 신사업
■ 前 TMON 경영기획
■ 前 LG전자 글로벌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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