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폰트로 완성되는 브랜드” 모노타입 브랜드 토크 2025 참관기

폰트·브랜드 전문가 3인이 이야기하는 타이포그래피


지난달 31일 삼성로에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을 되짚는 글로벌 소통의 장이 펼쳐졌다. 글로벌 폰트 디자인 기업 모노타입이 주최한 브랜드 토크 코리아 2025가 가빈 아트홀에서 개최된 것이다.

이번 세미나는 총 3시간가량에 걸쳐 모노타입의 타이포그래피 프로젝트와 디자인 역량, 폰트의 중요성과 역할, 타이포그래피가 브랜드 전략에 미치는 점 등을 조명했다. 행사는 앞서 <디지털 인사이트>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고바야시 아키라 디렉터와 필 가넘 디렉터가 직접 방한해 진행한 두 개의 세션과 앤드류와이어스 김해경 대표의 강연으로 구성됐다.

앞서 두 명의 모노타입 디렉터들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 <디지털 인사이트> 역시 행사장을 찾아 현장을 확인했다. 현장에는 300여 명에 달하는 홍보 담당자, UI·UX 디자이너, 마케터, 웹디자이너, 브랜드 컨설팅 담당자 등 다양한 업계 실무 종사자들이 참여해 자리를 가득 메웠으며, 세션이 끝날 때마다 이어진 Q&A 세션에선 참관객들이 먼저 손을 들고 질문하는 등 적극적인 반응도 눈에 띄었다.

모노타입의 타이포그래피 역량 선보인 고바야시 디렉터

(사진=디지털인사이트)

처음 강단에 올라 세미나의 시작을 알린 연사는 지난 40여 년간 유럽권에서 높은 위상을 가진 ‘아코(Akko)’를 포함해 다양한 폰트를 디자인했으며, 2022년엔 TDC 메달까지 수상한 전설적인 폰트 디자이너 고바야시 아키라(Kobayashi Akira) 이었다.

본격적인 세션 시작에 앞서 고바야시 디렉터는 자신이 거주하는 독일의 교통 표지판과 거리의 현수막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표적인 타이포그래피 사례를 통해 타이포그래피는 단순한 심미적인 수단이 아닌, 정보와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고바야시 디렉터는 안개가 끼고, 같은 노란색 표지판이 여럿 있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폰트를 통해 즉각적으로 어느것이 도로 표지판이고, 어느것이 광고판인지 알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이날 고바야시 디렉터는 소니, 알리비바, 마쓰다 등 굵직한 모노타입 고객사들의 서체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이들 사례에서 모노타입이 어떻게 브랜드 이미지와 철학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지를 설명하며, 타이포그래피의 세밀한 디자인이 브랜드의 정체성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알리바바의 ‘알리바바 산스’ 사례에서 그는 고객사 측이 명확한 요구사항 및 이미지가 없어 미팅 도중 즉석에서 이뤄진 스케치 과정의 디자인 실수로 만들어진 독특한 a가 알리바바의 활기차고 경쾌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진 일화를 소개하며, 타이포그래피가 결과 중심의 디자인이 아닌 과정 중심의 디자인이라는 철학을 공유했다.

세션 말미 고바야시 디렉터는 “좋은 서체란 단지 아름답거나 독특한 것이 아닌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와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수단이라며”, 모노타입은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스케치를 하고, 이에 더해서 서체를 디자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 산스의 a는 스케치 도중 발생한 실수를 독특한 특색으로 승화시킨 사례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모노타입은 소니 sst를 헬베티카에서 벗어난 프루티거 계열의 가독성 높은 커스텀 서체로 제작해, 90개 언어를 포괄하는 글로벌 서체 제품군으로 완성했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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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의 현재와 미래를 지목한 필 가넘 디렉터

(사진=디지털인사이트)

고바야시 디렉터에 이은 두 번째 연사는 필 가넘(Phil Garnham) 런던 모노타입 스튜디오 디렉터였다. 국내 타이포그래피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발표를 시작한 그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때부터 한국은 타이포그래피가 소통을 위한 기술이자, 문화를 대표하는 요소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증명해왔다”고 말하며, 폰트가 단순한 형태의 집합이 아닌 시대와 가치관을 담는 ‘문화적인 그릇’이라는 점을 짚었다.

이어 필 디렉터는 최근 국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대한항공의 CI 디자인 리워크에 대한 사례를 언급하며, 모노타입의 최신 폰트 트렌드 캐치 능력과 인사이트도 공유했다. 그는 이번 CI 디자인 리워크에 대해 소비자가 기대한 시대적 변화나 브랜드의 전통과 정서적인 메시지가 충분히 담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본질적인 메시지와 핵심과 결여된 디자인은 오히려 브랜드와 사용자 간의 감정적 단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필 가넘 디렉터는 새롭게 변경된 대한항공의 CI가 전통을 잃은 것은 물론, 아무것도 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필 디렉터는 발표는 현재의 폰트를 넘어 미래 폰트의 가능성까지 이어졌다. 그는 “세상의 요구에 맞춰 전 세계 폰트 디자인을 진화시키자”라는 사내 격언을 공유하며, 폰트는 고정된 것이 아닌 시대와 기술, 사용자 감성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존재라는 점과 모노타입이 이런 방향성 아래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협업을 통해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필 디렉터는 모노타입이 파트너사 오디오 소켓과 함께 제작해 소리를 폰트와 연결하고, 폰트를 소리와 연결해 주는 AI 기반 앱 ‘소노타입’을 소개하며, 모노타입이 세계 최초로 음악을 눈으로 보고, 폰트를 귀로 누릴 수 있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고, 모노타입이 지향하는 미래인 ‘타이포그래피 오라클’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노타입이 선보인 AI 기반 앱 ‘소노타입’은 폰트와 전자 음악을 하나로 리믹스할 수 있게 해준다(사진=모노타입)

발표 막바지 그는 글로벌 AI 트렌드에 따라 모두가 주목하는 ‘AI가 실제 폰트 디자인을 수행해 디자이너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탐구했다. 특히 필 디렉터는 오픈 AI의 서비스를 활용해 만든 서체를 예시로 들며 “그럭저럭 쓸만해 보이지만,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며, 생성형 AI 폰트 디자인의 현주소를 평가했다.

뒤이어 그는 “훌륭한 서체가 아니라면 이 업계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며 “AI가 디자인을 대신하기 보단 인간 디자이너가 더 빠르고, 더 스마트하게 일하고, 실험하며, 궁극적으로는 창작에 더 집중할 수 있게끔 시간과 여유를 제공하는 협력자나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신의 견해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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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내적 가치를 강조한 김해경 앤드류 와이어스 대표

(사진=디지털인사이트)

이번 세미나에 모노타입 연사만 참여한 것은 아니다. 마지막 연사로 세미나의 피날레를 담당한 김해경 앤드류 와이어스 대표는 국내 업계에서 오랜 브랜드 컨설턴트 경험을 지닌 전문가로, 다양한 국내외 브랜딩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브랜드의 목적과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이를 임직원과 조직문화에 내재화하는 방식을 선보인 인물이다. 김 대표는 외부 디자인보다 브랜드의 내적 가치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브랜딩을 핵심으로 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김 대표는 “결과를 만들게 하는 ‘가치의 원인’에 집중해 내부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행동 변화를 촉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디자이너라면 ‘느낌적’으로만 작업하지 말고, 브랜드가 전하려고 하는 가치와 화자가 누구인지 먼저 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자인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에 기반할 때, 클라이언트와 진정성 있는 논의가 가능해지고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였다.

김해경 대표는 헤이팝 타이포그래피 역시 브랜딩 철학과 가치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 언어 가이드에 따라 제작됐다고 말한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또한 김 대표는 2025년 애플의 아이폰16의 ‘Clean Up’ 기능 광고를 예시로 들며 디자이너와 팀원들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에 대해 집중하지 못하면 벌어지는 일도 설명했다. 해당 광고는 사진 배경에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AI로 지워버리는 기능이 ‘일상과 사람’이라는 애플의 오랜 브랜드 철학 이미지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큰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좋아요’보다 ‘싫어요’를 더 많이 받은 사례였다.

이에 김 대표는 “해당 사례는 단순한 광고 실패 사례가 아닌, 브랜드가 오랫동안 강조하던 가치를 모두 훼손시킨 사례”라며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을 감각이나 유행에만 맡겼을 때 발생하는 일이다”고 덧붙이며, 광고의 실패가 브랜드 내부 가치 및 철학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아이폰16의 ‘Clean Up’ 기능 광고는 아들이 자신의 근육을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어머니에게 부탁하고, 사진 거울 속에 나온 어머니는 AI로 삭제하는 모습을 담아 혹평을 받았다(자료=애플)

강연 이후 Q&A 세션에서도 김 대표의 인사이트는 이어졌다. 실제 이날 한 UI 디자이너는 기업 로고 타입 제작 과정에서 고객사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작은 디자인 변화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포장하는 자신을 보고, “몇천 만 원을 들여 이뤄진 로고의 1픽셀 변화를 소비자가 알아볼까?”라는 회의감을 가지게 됐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김 대표는 과거 모바일 게임 플레이 도중 마주한 굴림체로 인해 게임 진행을 포기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예시로 들며 서체와 사용자 및 브랜드 경험 간의 연결 고리를 강조했다.

“중요한 건 소비자가 서체의 변화를 ‘인지하느냐’가 아니라, 변화가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았느냐’, ‘브랜드의 가치를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단 1픽셀의 아주 작은 변화라도 이를 해낼 수 있다면, 전 굉장히 큰 일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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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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