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경험 설계자’ 돼야 해” AI 시대 UI·UX 디자이너의 역할
김용섭 프레임아웃 이사가 전하는 UI·UX 디자이너의 생존 전략

디지털 시대의 변화는 언제나 빠르지만,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내는 전환은 유례가 없을 정도다. 실제 AI는 단지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의 관계 자체를 다시 쓰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이 격변의 흐름 속에서 디자이너들은 사용자 경험(UX)의 중요성과 UI·UX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더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디지털 에이전시 프레임아웃이 집중한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다. 2000년 설립된 프레임아웃은 금융, 커머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등 다양한 산업에서 UX 프로젝트를 수행해왔으며, 최근에는 AI 기반 제품의 UX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김용섭 프레임아웃 이사는 AI 시대 UI·UX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UI·UX가 표면적인 비주얼뿐만 아니라 기술과 사람 사이의 신뢰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용섭 이사는 디지털 서비스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전문가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지난 1월 16일 잠실 한국광고문화관에서 개최된 ‘AI 시대, 기업이 놓쳐서는 안될 UI·UX 트렌드 2025’ 세미나 연사로 나선 김 이사는 기술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AI 전환 시대에 사용자 경험과 신뢰 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조명했다.
AI 시대, UX 디자이너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발표가 끝난 후, 새로운 질문을 품고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AI 시대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 디자인

강연에 이어 인터뷰에서도 김용섭 이사가 가장 강조한 요소는 ‘신뢰’와 ‘주체감’이다.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되어도, 사용자가 시스템을 제어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면 그건 잘 만들어진 경험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특히 그는 AI 시대 UI·UX 디자이너들의 역할에 대해 “사용자와 AI 기술간의 실제 형태를 지니고 있는 신뢰할 만한 상호작용이 허용되는 협업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요컨대 인간의 행동과 감정이 점점 더 정밀하게 수집되고 예측되는 시대, UX는 단순히 ‘예쁘게’ 설계하는 일이 아니라 ‘올바르게’ 설계하는 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곧 ‘디자인 윤리’이기도 하다.
강연에서 AI 시대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이 ‘주체감’이라고 하셨는데요. 주체감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주체감이란 사용자가 자신이 시스템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고, 시스템이 자신의 행동에 반응한다는 느낌을 말합니다. AI뿐만 아니라 기술과 상호작용하는 것에는 뭐든지 이 주체감이 중요합니다. 주체감이 없으면 사용자는 불신하게 되죠. 실제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 규칙 중 요즘 특히 중요해진 게 ‘통제권이 있다는 느낌 제공’과 ‘지속적으로 안심시키기’입니다. 이를 위해 시스템이 지금 무슨 상태인지, 사용자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를 명확하게 시각적으로 제공해야 하죠.
주체감이 없다면 사용자가 불안을 느낀다니 의외군요.
앱 서비스라고 하면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예로 들어 보죠.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 경우, 내비게이션은 ‘가장 안 막히는 길’을 알려주겠다며 실시간 경로를 보여준 뒤 경부고속도로를 제안합니다. 중간에 경로가 바뀌면 안내 메시지도 띄워주죠. 이는 주체감 있는 설계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제대로 된 주체감 설계가 되지 않은 AI 완전 자동화 자동 주행 시스템이 목적지까지 묵묵히 운행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용자들은 왜 이 길로 가는 것인지, 내가 지금 부산으로 가고는 있는 건지 의문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해가 되네요. 그렇다면 그 주체감을 구현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주체감 제공은 사용자가 시스템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개념적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진행 단계 표시를 제공하거나 대시보드를 통해 정보 흐름을 시각화하면 사용자 통제감이 높아집니다.
사용자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 있고,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죠. 아무리 서비스가 AI 기반이라도 사용자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전체적으로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맥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서비스는 종종 사용자가 방향을 잃기 때문에, UX 설계로 그걸 붙들어 줘야 하죠.
강연에서 여러 트렌드 중 음성 UX를 언급하셨죠. 왜 음성 UX를 지목하셨나요?
최근 LLM에 대한 다양한 API들이 등장하여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실제 자연어 처리와 음성 제어가 현실화되고 있어요. 곧 완전히 음성만으로 시스템을 조작하는 방식이 대중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용성 면에서 음성만큼 직관적인 게 없어요. 키오스크도 없어지고 “햄버거 하나 주세요” 하면 주문되는 시대가 오는 거죠.
그럼 곧 다가올 음성 UX 트렌드에 어떤 변화에 대비해야 할까요?
요즘 AI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을 해도 알아들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UI·UX 디자인은 대부분 1명의 사용자가 조작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어요. 당장 모든 웹사이트 홈페이지만 하더라도 동시 다발적으로 다수의 사용자가 조작하는 건 전혀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에요. 하지만 멀티모달의 발전과 함께 음성 조작이 대중화되면 이에 맞춰 UI·UX도 다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UI·UX 디자이너들이 음성 UX를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시대 UI·UX 디자이너가 나아가야 할 방향

매년 수많은 AI 세미나가 디자인 툴만 능숙하게 다룬다고 해서 디자이너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UI·UX 디자이너는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 김 이사는 AI 도구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 “한 명이 다섯 명 몫을 하는 시대”라며, AI 도구는 기본이고 기획과 전략, 감정의 언어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UX 디자이너가 제품 서비스의 방향성까지 기획할 수 있는 ‘총체적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아닌, AI가 사용자에게 작용하는 방식을 판단하고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이 김 이사가 제시하는 UX 디자이너의 생존 전략이다.
세미나에서 AI 시대 UI·UX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말하셨는데,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사용자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전 강연에서도 소개한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 규칙은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오래된 책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전 아직도 이 규칙들이 유용하다고 보고 있어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결국 사용자는 사람이기 때문이고, 이 부분은 결코 변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생각해보면 정말 어느 기술이던 사용자와 연결돼 있네요.
그렇죠. ‘사람을 위한 디자인 전문가는 누구일까?’ ‘사용자 경험에 대한 전문가는 누구일까?’ 라고 생각해 보면 UI·UX 디자이너밖에 없거든요. 이것이 바로 AI뿐만 아니라 어떤 신기술이 나오던 UI·UX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실제 구글에서 맨 처음 AI로 인한 정리해고 대상 직군이 카피라이터였습니다. 이후 두 번째가 초급 개발자였습니다. 의외로 UI·UX 디자이너는 없었어요.
하지만 AI 시대에 불안감을 느끼는 UI·UX 디자이너들이 있는데, AI 시대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요?
흔히들 5명이서 했던 일을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서 1명이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일단 AI 도구들에 익숙해지고, 능숙해져 5명 중 1명이 되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디자인이라는 영역을 다르게 정의하는 겁니다. 피그마 같은 도구를 사용해 비주얼 디자인을 만드는 것을 넘어, 경험의 방향성을 설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종적으론 ‘총체적인 경험의 설계자’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렇게 총체적인 경험 설계자가 되면 어떻게 활약할 수 있을까요?
기획 단계부터 UX 디자이너들이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죠. 사실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미 요즘 빅테크나 IT 스타트업에선 이미 자체적으로 다양한 UX 팀을 구성해 서비스 기획 과정부터 참여시켜 다양한 관점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거든요. 이제 AI 제품 서비스들도 동일한 접근 방식을 가지는 시기가 곧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비슷한 실제 사례나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네, 사실 이전에 SKT 온라인의 모바일 T월드를 저희가 개편했거든요. 때문에 SK텔레콤의 에이닷의 티월드 관련 답변 질문 기획과 학습 과정에 직접 참여했죠.
그런 과정에서 느끼신 점이 있으실까요?
AI 시대가 오더라도 충분히 UI·UX 디자이너들이 활약할 여지가 많이 있다고 느꼈어요. 특히 챗봇은 일반적으로 채팅이라고만 해서 그냥 텍스트 채팅만 제공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표나 카드 UI, 링크, 아예 이미지로도 다양하게 사용자와 질문에 최적화된 답변을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텍스트 기반 답변도 텍스트 크기부터 시작해 문장의 어투 등도 고려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볼 때 이런 것들이 UX의 영역에 속해 있는 것이고, UI·UX 디자이너들이 전문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이전 강연에서 AI 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의외로 편리하기만 할 것 같은 AI 서비스가 부정적인 경험을 주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AI 캐릭터 서비스를 이용하던 우울증을 가진 청소년이 답변자의 의도를 너무 잘 파악해 AI로부터 자살을 권유받아 자살한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굉장히 절망적으로 보면 AI 종속되는 시대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봐요.
AI에게 종속된다고요?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문제인데, 앞으로는 AI로 인해 지식의 불평등이 심해질 수도 있어요. 챗 GPT 같은 AI 도구에 과도하게 의존하기 시작하면 AI의 도움을 받는 것을 넘어, 자기 머릿속으로는 아무 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죠. 반대쪽엔 AI 없이도 지식을 많이 갖추고 있어서 AI 없이도 활약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테고 말이죠. 이게 지식의 불평등인 거죠. 때문에 전 AI를 디자인할 때 사용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유지할 수 있게끔 고민하는 과정도 들어가야 한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UX 디자인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선 이야기와 어느 정도 겹치는데요. 결국 ‘사람’입니다. 어떤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UX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사용자의 심리, 행동, 감정에 대한 이해 없이 만든 제품은 결국 살아남기 힘들어요. 개인적으론 이런 본질적인 측면은 앞으로도 계속 변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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