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스며든 서핑, 일러스트레이터 d.kcum

서프 아트라는 아이덴티티로 빛나는 일러스트레이터 d.kcum을 만났다

무언가에 푹 빠지면 우리는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게 된다. 생각은 곧 행동이 되고, 행동은 곧 취미가 된다. 일러스트레이터 d.kcum은 서핑을 하러 갈 때, 선베드에 누워 있을 때 본 풍경들을 그린다. 행복했던 기억들을 잊지 않으려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처럼.

이름. d.kcum

지역. Korea

URL.

instagram.com/d.kcum

www.grafolio.com/d_kcum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소개와 일러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서핑과 바다, 자연을 주로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d.kcum(디컴)’입니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때 거창한 계획은 없었어요. 손을 좀 풀어볼 겸 시작했고 그렇게 완성한 작업물을 하나둘씩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계속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도 참가하게 됐고요.

표지 작품에는 서핑하는 여자가 나와요. 어떤 계기로 그린 작품인가요?

제목은 ‘타이밍’이에요. 서핑할 때 파도를 놓치는 제 자신을 주제로 한 그림이에요. 파도를 잡으려면 타이밍이 가장 중요해요. 팔을 젓는 패들링과 몸을 일으키는 푸시 업을 정확한 순간에 해야 한다는 말이죠. 패들링을 한두 번만 더 하면 파도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못해서 매번 타이밍을 놓쳤거든요. 아쉬운 마음과 그러지 말자는 다짐을 함께 담은 작품이에요.

표지 작품뿐만 아니라 ‘서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아요. ‘바람’, ‘기다림’, ‘파도 체크’ 등 제목도 서핑을 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를 쓴 게 눈에 띄고요. 서핑하는 여자를 그리는 이유가 있을까요?

서핑을 못 하는 데에서 오는 한을 그림으로 표현한다고 할까요. 여기서 ‘못 한다’는 데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첫 번째는 기술적인 측면이에요.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서핑에도 여러 가지 기술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그 기술들을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것들을 잘하는 사람을 그려서 대리만족하는 거예요. 두 번째로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서핑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고 싶어 그리기도 하죠. 그리고 여자를 그리는 이유는 아마 저 자신을 투영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남자 서퍼를 그릴 때보다 여자 서퍼를 그릴 때 더 마음에 들더라고요. 물론 제가 여자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컬러나 그림체를 다룰 때 여자를 모델로 삼는 게 편하고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림들을 보면 작가님은 ‘서핑덕후’이신 것 같아요. 어떻게 서핑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6년 전에 친구랑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서핑을 처음 하게 됐어요. 그땐 서핑을 정말 싫어했어요. 계속 물먹고, 빠지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1년 정도 지났을 때 무언가 취미 삼아 해보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신기하게 서핑이 생각났어요. 다시 제주도에 갔고 2박 3일 내내 서핑만 했어요. 실력이 점점 늘어서 올라서서 타는 재미도 느끼게 됐죠.

작가님의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그림은 주로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그리시나요?

아이패드 ‘Procreate’라는 앱을 사용해서 그려요. 앱으로 오일 파스텔이나 수채화 작품의 느낌들을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해서 요즘 시도하는 중이에요. 그렇지만 원화가 주는 느낌은 따라갈 수 없더라고요. 실제로 그릴 땐 오일 파스텔이 제일 재밌어요. 그 느낌이 좋거든요.

서핑 말고 다른 소재를 그린다면 무엇을 그리고 싶으세요?

요가를 그리고 싶어요. 서핑과 요가가 닮은 점이 많거든요. 서퍼들이 요가를 많이 하는데, 팔 힘을 기르는 데에 좋은 운동 중에 하나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서핑과 요가의 정신이 닮았어요. 자유롭다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파도만 타고, 정신을 집중하는 것들이 말이에요. 또 모두 자연을 아낀다는 것도 비슷하네요.

작가님은 그림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거창한 것은 없어요. 다만 서핑을 배우는 과정이 삶을 살면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는 점을 경험했어요. 파도를 만나고 이겨내는 게 쉽지가 않은데, 그 고난을 이겨내고 타는 과정이 굉장히 짜릿해요. 근데 그 짜릿함은 굉장히 짧거든요. 이런 점이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이 감정을 느끼고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길 바라시나요?

제 그림을 보고 “아, 나도 서핑 하고 싶다.”라고 느끼거나 서핑을 했던 기억들, 좋아하지만 못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억거리가 되길 바라요.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 제 그림을 보고 “주말에 가야지.”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또, 그림을 그릴 때 많이 쓰는 이야기가 일상 속 행복이거든요. 우리 안에 있는 기억, 추억들을 많이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작은 행복들이 제 그림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면 해요.

개인적으로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해 주신 작품으로는 최근 작품들 중에 ‘첫눈’이라는 작품이에요. 쉽게 그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저도 좋아하게 됐어요. 예술가들이 흔히 말하는 ‘쉽게 쓰였지만 사랑받는’ 작품이 딱 이 작품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은 ‘안녕’이에요. 연말에 그렸는데 그때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제가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림을 그릴 때 아무 생각 없이 그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 그림에는 제 생각과 마음이 많이 담겨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는 스토어팜에서 작가님의 작품들이 그려진 굿즈를 판매하고 계세요.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해요.

스토어팜은 작년에 처음 나갔던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를 준비하다가 진행하게 됐어요. 연말이라 달력을 준비했는데 서핑을 좋아하는 분들이 서울에도 많지만 지방에도 많잖아요. 그분들이 페어에 올 수 없으니까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게 됐어요. 멀리 계신 분들께도 제가 만든 상품을, 그리고 서핑을 좋아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었죠.

스토어팜에서 추가적으로 어떤 제품을 만들 예정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작년 이맘때쯤 미세 플라스틱에 관한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바다에 해가 되는 제품을 생산해낸다는 게 역설적으로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환경에 안 좋은 재질은 생산을 중단했어요. 공공연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플라스틱 제품은 최대한 지양하려고 해요.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지류나 재활용할 수 있는 재질 위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래서 최근에는 지류 제품을 만들려고 포스터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그림에 향을 입히는 조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보았어요. 조향 프로젝트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신 건가요? 그리고 앞으로 조향 프로젝트의 진행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 여름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를 준비 중인데, 페어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대부분 지류로 한정돼있어요. 그래서 독특하고 색다른 제품을 제작하고 싶었고 생각한 게 차량용 종이방향제였어요. 저도 평소에 잘 쓰고 있고, 서핑을 하려면 차를 타고 꽤 운전을 해야 하기도 하고 또 출퇴근 길에 방향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성제품에 종이디자인만 새로 하려고 했는데, 지인분 중에 조향사로 활동하는 분이 계셔서 같이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림에 맞는 향을 만든 상태인데 안타깝게도 제가 연락한 업체가 중국과 일을 하는 업체에요. 현재 코로나 때문에 액체류 반입이 불가능해서 연기된 상황이에요. 그래서 룸 스프레이나 다른 방향으로 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작가님은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외국에는 서프 아트(Surf Art)라는 분야가 이미 유명해요. 우리나라도 서프 아트를 하시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아직 메인 분야는 아니라 유명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서핑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서프 아트 분야가 좀 더 알려지는 데에 한몫하고 싶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제 그림을 집에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을 만들고 싶어요. 소장 욕구를 넘어 집에 걸어둔다는 것은 매일 보고 싶은 소중한 의미가 크기 때문이죠. 또 저를 모르는 사람이 제 그림을 보고 “어, 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작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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