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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애플의 비전 프로 출시국에서 제외됐을까?

한국이 비전 프로 출시국에서 배제된 3가지 이유


애플의 연례행사인 WWDC 2024에서 애플 비전 프로의 OS 업데이트와 출시 국가 확대가 공개됐다(자료=애플)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애플파크에서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가 열렸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애플의 공간 컴퓨팅 헤드셋인 ‘비전 프로(Vision Pro)’의 출시 지역 확대다. 지난 2월 미국에서만 출시 됐던 비전 프로는 오는 28일 중국, 일본, 싱가포르에 먼저 선보인 뒤 7월 12일부터 영국, 호주, 캐나다를 대상으로 출시 지역을 확대한다.

당초 여러 외신이 한국에도 비전 프로를 출시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한국은 이번 비전 프로 출시 국가에 포함되지 못했다. 아이폰16 출시 1차 국가에 한국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국내 시장에 주목하는 애플의 최근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한국이 비전 프로 출시 국가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비전 프로는 과업 수행을 위한 기기

높은 성능으로 주목 받은 비전 프로(자료=애플)

공간 컴퓨터로 명명된 비전 프로는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패쓰 쓰루(Path Through) 기능, 시선 추적과 양손 제스처 등 여러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조명 받았다. MR(혼합 현실) 기기 가운데 압도적인 성능이다.

이처럼 높은 성능을 가진 비전 프로에 대해 팀 쿡(Tim Cook) 애플 CEO는 “맥이 개인 컴퓨터 시대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비전 프로는 우리에게 공간 컴퓨팅을 선보일 것이다. 비전 프로는 사용자에게는 엄청난 경험을, 개발자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비전 프로가 업무 환경에 혁신적인 변화를 야기할 도구로 제작됐음을 강조했다.

여러 IT 매체와 IT 전문가 또한 높은 성능을 지닌 비전 프로를 두고 “엔터테인먼트 등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기 보다는 과업 수행에서 활용하기 위한 기업용 제품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포르쉐는 비전 프로를 통해 과업 수행을 도와주는 ‘포르쉐 레이스 엔지니어 앱(Porsche Race Engineer app)'(자료=Macrumors)

실제 지난 3월 포르쉐는 비전 프로를 통해 3D로 구성된 트랙 이미지와 여러 통계 지표와 함께 레이싱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포르쉐 레이스 엔지니어 앱(Porsche Race Engineer app)’을 개발했고, 타이칸 터보 GT(Taycan Turbo GT) 프로모션 비디오에서 포르쉐의 타이칸 차량이 EV 트랙 신기록을 달성하는 과정을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포르쉐 CEO가 비전 프로를 통해 확인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올리버 블루메 CEO는 “신기록 달성은 팀이 함께 헌신하면 세상에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증명한 기념비적인 일이다. 여기에는 애플의 비전 프로가 트랙 경험을 재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하반기 3D 물체와의 상호작용 등 비전 프로를 적극 활용한 업데이트가 예정된 줌(자료=줌)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줌(Zoom)’ ‘시스코(Cisco)’ 등 많은 기업이 자사의 앱을 비전 프로에 최적화하는 작업을 통해 가상 환경에서 동료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소통방법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등 비전 프로를 과업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애플, 비전 프로를 살 만한 곳에 판다

과업 수행에 비전 프로를 도입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까닭은 팬데믹을 겪으며 전 세계의 업무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재택근무로도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고, 현재 많은 기업이 전면적인 재택근무 또는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하고 있다.

VisionOS 2 업데이트로 비전 프로 사용자는 과업 수행에 생산성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자료=애플)

이러한 상황에 비전 프로는 다양해진 업무 환경에서 직원의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기기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요 타깃도 개인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번 Vision OS 2 발표에서도 맥 가상 디스플레이와 마우스 지원 등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능이 업데이트 되기도 했다.

애플은 비전 프로 출시 국가를 선정할 때 이 같은 점을 고려해 하이브리드 근무 비율이 높은 기업 또는 국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번에 선정된 8개국의 원격 근무 비율은 한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해 WFH리서치에서 34개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번 비전 프로 출시국에 포함된 캐나다, 영국 등은 평균 1.5일 이상의 주당 원격 근무 일수를 기록했다. 이는 평균(0.86일)을 훌쩍 뛰어 넘는 수치다. 싱가포르 또한 0.91일, 중국도 평균 수준인 0.8일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0.42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한 일본(0.54일) 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일본의 경우 정부 주도로 대부분의 공공기업과 대기업에 유연한 근무 환경이 도입된 데 반해 한국은 관련 규제 또한 없는 상황이다. 요컨대 애플은 한국을 비전 프로를 과업 수행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낮은 시장으로 판단, 이번 출시 국가에서 배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생태계 구축의 중심인 맥 점유율도 뒷받침돼야

다양한 애플 제품들. 애플의 제품은 복수로 사용할 때 생태계 구축을 통해 큰 효율성을 발휘한다(자료=애플)

근무 환경 외에도 애플이 고려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항목 중 하나는 해당 국가의 맥 점유율이다. 비전 프로가 업무용 도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맥은 비전 프로 도입에 앞서 구축되어야 할 일종의 인프라에 가깝다.

많은 기업이 비전 프로의 OS에 최적화된 앱 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결국 맥과 비전 프로를 함께 사용해야 비로소 업무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애플은 앞서 언급한 새로운 근무 환경에 열려있는 경영 분위기에 더해 기업 근로자 전반이 맥을 사용하는 곳으로 출시 국가를 좁혔을 것이다.

실제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서 2023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데스크톱 OS 시장 점유율에 대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시장 내 맥OS 점유율은 24.68%에 달한다. 이번 출시 국가에 포함된 캐나다와 영국 또한 각각 23.28%와 23.53%의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맥OS 점유율은 단 6.22%에 그쳤다. 이는 12.12%를 기록한 일본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국내 시장의 연령대 별 애플 선호도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애플의 선호도는 20대(65%)에서 유독 높았으며, 30대(56%), 40대(78%), 50대(85%)의 경우 삼성 갤럭시를 더 선호했다.

정리하면 한국은 다른 비전 프로 출시 국가에 비해 맥OS 점유율이 현저히 낮을 뿐 아니라, 기업에서 과업 수행의 주축이 되는 30~50대 사이의 애플 선호도 또한 낮다. 애플 입장에서 비전 프로를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시장이었을 것이다.

한국, 비전 프로가 팔릴 만한 곳이 아니다

애플은 제품의 국가별 출시 순서를 정할 때 자사의 제품이 해당 국가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결정을 내린다. 외신이 이번 아이폰16의 1차 출시 국가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는 것 또한 국내 젊은 층에서 애플 스마트폰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이러한 현상이 유의미한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국을 언급하며 “애플의 오랜 라이벌 삼성전자의 본거지인 한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비전 프로의 타깃은 아이폰과 다르다. 한국은 비전 프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유연한 근무 환경이 확산되지 못했으며, 과업 수행에서 애플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맥OS 점유율 또한 낮다. 더해서 기업 생산성의 중심이 되는 30~50대 내 애플 브랜드 선호도 또한 현저히 떨어진다.

결국 이번 비전 프로 출시 국가에서 한국이 배제된 것은 비전 프로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판매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따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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