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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상품화할 때 알아야 할 저작권

캐릭터 저작권? 캐릭터 디자인?

캐릭터 같은 응용미술 저작물을 상품의 아이덴티티로 사용할 때 그것을 저작물로서 보호할지 또는 상표나 디자인으로서 보호해야 할지에 대해 알아본다.


캐릭터, 응용미술 저작물

캐릭터를 이해하려면 먼저 팬시 산업에 대해 알아야 한다. 팬시 산업은 주로 10대를 타깃으로 하며 상품에 꿈·멋·사랑·아름다움 등의 가치를 불어넣어 재창조하는 일을 한다. 예술품이나 스타의 이미지를 이용한 이 같은 파생상품을 굿즈(Goods)라고 하는데, 최근 굿즈에 대한 수요가 성인까지 확대되며 그만의 독보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팬시 또는 굿즈 산업은 원소스인 캐릭터나 미술작품을 통해 재화 가치를 형성한다. 즉 캐릭터를 활용한 팬시나 굿즈는 제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서비스업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월간 디자인’은 ‘20세기 디자인 아이콘’이라는 기사에서 캐릭터를 두고 “20세기가 만들어낸 마법사의 모자다. 아니, 그 모자 속에 사는 토끼다”라고 평했다. 마법의 토끼는 영화의 대중화와 함께 더욱 힘을 얻었다. 영화 속 꿈과 희망을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으로 직접 뛰어들고 싶어 하는 심리를 상품에 투영한 것이다. 마치 마법사의 모자 속에서 토끼를 꺼내주는 듯하다. 흐려진 영화와 현실의 경계, 마법에 걸린 자신의 모습을 즐기는 사람들. 여기서 힘을 얻은 캐릭터는 산업으로 발전해 나갔다. 즉 애니메이션, 영화, 사진 같은 이미지 저작물을 활용한 상품을 대량생산하는 산업에서 캐릭터는 저작권 관점에서 보면 응용미술 저작물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응용미술 저작물의 경우 제품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디자인권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굳이 저작권을 통해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과거에는 ‘하나만 만드는 공예(미술)품’의 경우에만 저작권을 인정하고 여러 개를 만드는 경우 공업적 대량생산에 해당하므로 디자인권으로 보호하도록 했다.

그러나 팝아트 등에서 볼 수 있듯 하나만 만들지 않는 예술 작품도 많다. 이로 인해 창작물의 수령, 제작방식을 기준으로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1987년 저작권법에 ‘응용미술저작물’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그 개념이 모호했다. 2000년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응용미술 저작물은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로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디자인 등을 포함한다’라고 규정됐다. 이는 미국에서 응용미술 저작물의 요건으로 제시하는 ‘복제가능성’과 ‘구분가능성’을 입법한 것으로 해석된다.

작품과 상품의 경계를 흐리는 일?

‘팬시 혹은 굿즈의 산업화가 영화의 대중화와 함께 진행됐다는 사실은 미디어를 통한 대중문화의 발달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또한 예술품과 상품 간의 경계를 흐리는 팝아트(Pop Art)를 통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팝아트는 대중 미디어가 발달한 1960년대 미술의 큰 물결 중 하나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다양한 국가의 젊은 작가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상품이 예술품(이하 미술저작권으로 이해)을 받아들이기 전에 예술가들이 먼저 대중의 상품을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진 1980년대 네오팝 시대에는 키스해링, 무라카미 다카시 같은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기 위한 ‘카이카이키키’나 ‘팝숍’ 등의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했다. 예술 굿즈의 탄생, 다시 말해 저작물이 ‘단 하나의’, ‘유일한’이라는 특징을 벗어던지고 디자인으로 대량생산하며 상품화된 시기가 시작됐다.

▲키스해링의 작품을 이용한 커피 패키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단 하나의’, ‘유일한’이라는 것이 과연 예술의 근본적인 속성이었을까? 만약 작품과 상품을 가르는 경계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면, 저작물과 응용저작물 혹은 디자인을 구분 짓는 것 또한 설명할 수가 없다.

예술품은 일반 대중이 소유할 수 없는 것이었을까? 어리석은 질문 같지만 사실 대중이 예술품을 전시장이나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어려운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예술을 잠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보자. 전시장이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예술품은 사실 성당 같은 종교 기관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장식물이었다. 따라서 그것을 소비하는 이들은 해당 종교 기관의 신도, 즉 대중이었다. 그리고 일부 왕족이나 귀족의 초상화는 주문을 받아 그린 산업생산품이었다. 개인의 순수한 예술성이나 사상을 표현한 순수미술(fine arts)이란 개념은 1747년 찰스 바퇴(Charles Batteux)에 의해 정의됐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미술’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어려운 이미지는 19세기에 이르러서야 형성됐다.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발달한 복제 기술과 새롭게 생겨난 ‘복제는 표현 기법 중 하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디자인 상품 또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지를 제품과 따로 떼어 구분할 수 있다면 응용미술저작물로 분류할 수 있다.

저작권과 디자인권의 비교

2000년도 저작권법 개정 이전에는 디자인권과 저작권의 중첩보호가 부정됐다. 그러나 개정 이후 ‘응용미술저작물’의 정의가 도입되면서 응용미술에 대한 디자인권과 저작권의 중첩적 보호를 인정하게 됐다. 히딩크 넥타이 사건(2004. 7. 22. 선고 2003도7572 판결)에서 대법원은 응용미술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임을 명백히 했다. 태극과 팔괘를 응용한 문양이 프린트된 응용미술 저작물인 히딩크 넥타이는 그 도안이 물품과 구분돼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라고 판시한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설명한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할 것’의 요건은 더는 필요치 않게 됐다.

캐릭터를 포함한 응용미술저작물을 디자인으로 보호하려면 디자인 권리를 발생시키는 데에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그런데도 보호 기간은 15년에 불과해 저작물의 보호 기간인 70년보다 눈에 띄게 짧다. 또한 디자인은 물품성을 요구하므로 물품을 전제하지 않은 단순한 아이디어는 보호받지 못하며, 물품이 있더라도 종류가 다르면 같은 저작물이 반영돼도 별개로 취급될 수 있다. 디자인권의 물품성 요구는 저작권에 비해 권리 보호에 한계를 만드는 요인이다. 반면 저작권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분리가능성(또는 독자성) 요건이다. 분리가능성이란 물리적(Physical) 또는 관념적(Conceptual)으로 ‘미적 요소’와 ‘기능적 요소’를 분리할 수 있으면 저작물성이 인정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캐릭터와 같은 독창적인 이미지는 저작권으로 등록해 보호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응용미술의 저작물성에 관한 몇 가지 판례를 살펴보자.

포트메리온 접시의 분쟁 및 판례

본 사례는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0다67839 판결에 의한 판결로 과일 문양이 새겨진 ‘포트메리온 그룹 유케이 리미티드’ 도자기 그릇의 그 모양, 색채, 위치 및 배열에서 다른 업체의 문양과 차별성이 인정되므로 상표의 효력을 인정하여 이와 유사한 도자기 그릇 세트의 제조·판매행위는 구 부정경쟁 방지법 제2조 제1호(가) 목 소정의 상품 주체의 혼돈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판결이다.

▲원고(포트메리온 그룹)의 등록상표
▲피고(주식회사 세미기획)의 침해 표장
대법원 2013. 3. 28. 선고, 사건 2010다58261 상표사용금지 등의 상품

위 판결의 핵심은 디자인과 상표가 배타적·선택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이나 모양이라고 해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자타 상품의 출처표시를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상표로서의 사용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판결(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후665 판결 등 참조)을 기초로 하고 있다. 본 연구 주제인 그래픽 디자인에 대해 상표로서의 보호에 대한 근거가 되는 판결이라 하겠다.

르 슈크레 토끼의 분쟁과 판례

본 사례는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도 11550에 대한 판결로 피고인이 상표권자 갑이 인형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등록한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가 부착된 인형을 수입·판매함으로써 갑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두 상표는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유사상표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사례다.

이는 앞서 포트메리온 접시에서 디자인으로 인식될 수 있는 이미지를 ‘사용’과 ‘소비자의 인식’에 따라 상표의 역할로 인정한 사례와 달리, 유사하게 표현된 예술 창작물에 대해 저작물성에 관한 판단이 우선돼야 할 사항이었다. 위 캐릭터의 경우 미키마우스의 귀나 뽀로로의 안경처럼 캐릭터를 상징하는 개성이 강하지 않다는 점, 2004년 일본에서 만화, 영화 등을 통해 표현되기 전에 출시한 제품으로 널리 알려진 캐릭터가 아닌 점, 다소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토끼 형상의 캐릭터라는 점에서 저작물성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 된 사례였다. 사건의 토끼 이미지가 일반적인 미술저작물로서 창작성을 갖추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으며 이때는 상품에 부착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오리지널 캐릭터와 상품에 부착되는 형태로 사용되는 캐릭터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리지널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판단은 일반적인 미술저작물로서 창작성을 갖췄는지를 판단하며, 상품에 부착되는 형태로 사용되는 캐릭터는 제품이 가지는 실용적 기능과 분리돼 캐릭터 자체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동물 봉제 인형’(서울지방법원 2000. 8. 18. 선고 99가합72021 판결, ‘반짝이 곰 인형’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2001. 5. 25. 선고 2000가합7289 판결)

본 사건에서 토끼 얼굴 도형 부분은 그 크기와 위치 및 전체 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에 비춰 볼 때 수요자의 주의를 끄는 특징적인 부분이 비슷하다 할 수 있고 ‘le sucre’라는 문자 부분과 ‘sucre d’orge’는 전체적으로 볼 때 글자체나 음절 개수가 다르더라도 ‘Sucre(sucre)’를 일부 포함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다 216522 판결을 참조해 아래와 같이 판단기준을 이해할 수 있다.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는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행위는 그 상표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된다. 여기서 유사상표의 사용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두 상표가 해당 상품에 관한 거래 실정을 바탕으로 그 외관, 호칭, 관념 등에 의하여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에게 주는 인상, 기억, 연상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할 때, 두 상표를 때와 장소를 달리하여 대하는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가 상품 출처에 관하여 오인, 혼돈할 우려가 있는지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본 사건은 등록상표와 피고의 사용상표는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에게 주는 인상, 기억, 연상 등 있어서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유사상표에 해당한다고 판결 내렸다. 또한, 저작권법, 상표법, 부정경쟁 방지법의 위반으로 상호 간의 법률 위반으로 공소 제기됐다.

마치며

캐릭터는 소비자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한 시각적 요소로 확대돼 왔다. 때문에 IT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이러한 캐릭터의 활용은 거의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순수미술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미지를 제품으로 적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모든 예술품이 응용미술 저작물로 복제 가능한 시기로 접어들면서 자칫 예술품 혹은 창작성을 법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작권은 저작권대로 보호하며 그것이 디자인으로 제품화됐을 때 디자인의 창작을 장려하고 소비자질서를 안정시키기 위한 ‘법적 개념’으로 해당 저작물에 대한 창작성이나 예술성에 관한 규정을 정하는 것이지 모든 예술품을 법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창의적 지식을 현행지식재산권에서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언급해 봤다.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사실 법의 틀 안에서 창작성을 얘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법은 그저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법률을 만들고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