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지님의 아티클 더 보기

UI/UX 뉴스

지구는 어벤져스가, 디자이너는 ‘디고디원찬’이 지킨다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주는 디자이너, 유튜버 디고디원찬

낭중지추(囊中之錐), 많은 디자인 유튜브 채널 중 돋보이는 채널이 있다. 이 채널이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독자수? 자극적인 영상? 아니다. 대부분의 디자인 관련 유튜브 채널은 ‘디자인 툴의 사용’ ‘디자인하는 법’ 등 기술적인 면에 대한 콘텐츠를 다루지만 이 채널은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주 콘텐츠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의미로 ‘디고디원찬’이라는 채널을 개설했고, 지금은 4만 명의 구독자와 함께한다. 디고디원찬 채널의 운영자는 현재 ‘미니멀리스트’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계원예술대학’에서 겸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많은 디자이너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그에게도 고민이 있을까?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사진. 임예림 포토그래퍼 yerimm@wirelink.co.kr

유튜브 바로가기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디자인에 누구보다 진심인 디자이너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주는 그는 디자인 카테고리에서 유튜버·교수·스튜디오 대표 등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 업계에 기여하고 있다. 즉, 장소·대화·만나는 사람 등 그가 접하는 것 대부분이 디자인과 관련됐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들의 고민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고, 이는 한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나서야 한다. 디자이너를 대표해서 회사·단체를 상대로, 사회를 상대로 얘기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모든 이가 ‘그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자신이 그 사람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조금의 주저 없이 나섰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창작 플랫폼인 크몽·라우드 소싱 등 상대로 노래 가사같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8톤 트럭’처럼 멈출 줄 모르고 디자이너를 위해 소신 발언 중이다. 결국 그의 채널에는 <팩트폭행 디자인 이야기>라는 재생 목록이 만들어졌다. 그의 이 영상을 시청한 수 많은 디자이너가 자신들을 지켜주는 어벤져스 같은 이가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으며 디자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디고디원찬에게 위로받은 디자이너들은 그를 응원하며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반면 “네가 무슨 정의의 사도냐” “그러다 너희 스튜디오 작업 끊기면 어쩔래” 등 일부 목소리에 그의 가족과 지인은 그를 적잖이 걱정하기도.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소신 발언으로 그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옳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천에 옮기는 경우가 드문 이유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다 타협하게 되고, 결국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과 타협하기에는 그의 가슴은 너무도 뜨거웠고, 어느새 그의 뒤에는 많은 디자이너가 따르고 있다.

디자이너에서 교수, 교수에서 유튜버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주는 디자이너, 디고디원찬입니다. 그리고 계원예술대학 겸임교수로 8년째 강의 중이며, 디자인 스튜디오 ‘미니멀리스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의 중인 이원찬 교수

N잡러시네요? 위 직업들을 갖게 된 과정이 궁금하네요.

디자인 관련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 둘씩 하다 보니 많아졌어요. 지금 제가 하는 일 모두 좋아요.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요. 본격적인 디자인과 동행은 호주였어요. 멜버른에 위치한 RMIT University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 호주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2013년 귀국해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어요. 지금의 ‘미니멀리스트(minimalist)’죠. 스튜디오를 운영 중 좋은 기회가 생겨 계원예술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됐고, 어느덧 8년째 출강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은 2019년 5월에 개설했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부업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만, 원찬님께서는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남다른’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남다른 계기라고 하긴 거창하지만, 계기는 있어요. ‘디자이너나 디자인 스튜디오의 존폐’에 대해 생각했는데, 이는 ‘디자인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더군요. 바로 ‘클라이언트가 우리를 찾느냐, 안 찾느냐’에 디자인의 존폐가 달려있었어요. 정리하자면 ‘우리가 아무리 디자인을 잘하더라도 클라이언트가 우리를 찾지 않으면 우리는 디자인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됐죠. 우리를 알릴 목적으로 자체 콘텐츠를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회를 진행했어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죠. 전시회를 통해 저희를 응원하시는 분들, 제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전시회는 저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그동안 디자인에 대해 기업 담당자와만 대화했지, 일반인의 의견을 들어볼 기회는 없어요. 기업 담당자 의견은 딱 4가지예요. ‘좋다’ ‘나쁘다’ ‘진행하자’ ‘하지 말자’죠. 하지만 자체 콘텐츠 진행을 통해 저희 디자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나 혼자 디자인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런 감사함을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 디자이너들에게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내가 디자이너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학생들과 상담한 내용·제가 학부생일 때 고민·프리랜서 경험을 되짚어 보니, 답이 나왔어요. 이 들은 디자인학과를 졸업 후, 사회 초년생으로 디자이너 활동을 시작하는데 고민이 정해져 있더라고요. ‘디자인 계약서 쓰는 법’ ‘업무용 이메일 쓰는 법’ … 디자이너들은 각기 자기 영역에서의 디자인은 잘하지만 이런 실무 관련 고민이 많아요. 물론 제 경험이기도 해요. 특히 저는 프리랜서로 시작했기에 현장에서 직접 겪어가며 체득했죠. 그래서 이러한 고민을 들어주고 도와주기 위해 ‘디고디원찬’ 채널이 탄생했습니다.

3일, 하나의 영상이 제작되는 시간

요즘은 강의로 인해 정기적 업로드는 쉬고 있는데, 평상시라면 일주일에 ‘10분짜리 영상 2개’ 업로드가 목표입니다. 보통 하나의 영상 제작에 3일이 소요돼요. 하루 전날 콘티 기획 후 대본 작성, 당일 1시간 정도 촬영, 다음날 12시간에서 15시간 정도 편집합니다. 업로드가 많을 때는 주말이 없었어요.

전업 유튜버도 아니시고, 대학교 강의, 디자인 스튜디오 운영까지… 시간관리 노하우가 궁금하네요.

시간 관리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요. 제가 여가시간도 없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일’만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할 거 다 하고, 쉴 거 다 쉬면서, 잘 잡니다. 지금도 여유롭진 않지만, 여기서 새로운 일을 추가할 수 있어요. 해야 하는 일이 많더라도 적절하게 시간 분배하고 집중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뻔한 대답이지만 제 노하우는 ‘집중’이에요. 저녁은 누구나 당연하게 먹잖아요? 저에게 저녁은 ‘목표 달성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죠. 그래서 하루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할 때까지 저녁을 먹지 않아요. 어떤 경우는 10시, 11시에 밥을 먹고 심지어 12시가 넘어서 먹은 적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녁을 먹기 위해서 집중하고 효율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또한, ‘분유 버프’라고 하죠? 아빠가 되니, 마인드 자체가 달라졌어요. ‘열심히 해야지’에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가 됐습니다.

*분유버프: 스포츠 선수들이 애기가 생긴 후 성적이 상승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 심리적으로 가족을 더욱 챙겨야 한다는 책임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한다.

많아지는 구독자만큼 무거워지는 책임감

어라, 이 사람 유쾌하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그가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인터뷰 내내 목에 핏대가 서지 않은 디고디원찬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유튜브로만 접한 나는 영상에서 ‘빨간맛’ 원찬을 주로 접했다. 사실 그의 채널 초기에는 ‘디자인 실무’나 ‘디자인의 역사’를 주제로 ‘순한맛’ 원찬이 주로 등장했지만, 점차 그의 영상은 디자이너의 고민이나 이익에 대해 다루며 목에 핏대를 세운 ‘빨간맛’ 원찬의 등장 비율이 높아졌다. 그의 영상을 정주행하니, 어느덧 디고디원찬 채널은 개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아닌 디자이너들의 공익을 위한 채널로 자리잡았다.

채널이 점차 디자이너를 위한 공익채널로 진화하는 느낌입니다. 대한민국의 고민 있는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원찬님에게 오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채널 콘셉트가 이렇진 않았어요.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취지는 동일했지만, 고민의 깊이가 이렇게 깊진 않았어요. 다만, 고민을 들어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디자인진흥원이라는 거대한 기관을 상대로 디스 영상을 찍고 있더라고요. 왜냐하면 인스타그램 DM이나 이메일로 장문의 글을 많이 받아요. 간단한 내용이 아닌, “제가 진짜 죄송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메일을 드립니다”라고 내용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없고, 들어줄 사람도 없죠. 나마저도 이런 역할 하지 않으면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해주거나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에 사명감과 책임감이 생겼어요.

가끔 무겁거나 민감한 내용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하셨을 텐데요.

물론 편한 내용으로 채널을 운영할 때보다 마음이 무겁긴 해요. 하지만 지금이 더 좋습니다. 더욱 생생한 디자이너의 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가중된 책임 이상으로 제가 느끼는 보람이 커졌어요. 지금까지 저를 지지해 주고, 구독해 주신 분들이 있기에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영상을 만들 수 없어요. 그래서 디고디원찬 채널은 개인 채널이 아닌, 디자이너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채널이 되고 싶다는 방향이 잡혔어요. 저 혼자였다면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겠지만, 저를 응원해 주시는 훌륭한 디자이너 창작자분들이 있기에 결정할 수 있었어요.

디자인진흥원, 클라이언트 등 상대불문 디자이너를 위해서라면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데, 한 스튜디오의 대표로서 본인에게 불이익은 없나요?

물론 저에게 화살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고민을 모른 척하고 수월하게 일하기’와 ‘고민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불이익받기’를 비교했어요. 제가 유튜버이면서 스튜디오 대표이기도 하지만, 교육자이기도 하잖아요? 학생들을 생각하니 답이 쉽게 나왔어요.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고, 언젠가 디자이너가 될 제 학생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구독자들과의 약속

그는 2021년 시작과 동시에 목표를 설정하고 구독자들과 약속했다. 자신이 정한 5가지 목표 중 한 가지라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한 구독자 한 명에게 100만 원 혹은 100만 원에 상응하는 디고디원찬의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① 창작물과 창작의 권리를 보호하는 비영립 협회 설립
② 영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 발굴
③ 무료강의
④ 7만 구독자 달성
⑤ 다이어트(70kg 이하)

잘 진행되고 있나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도 어느덧 절반이 됐는데, 저도 절반 달성했습니다(웃음).

절반이요? 3개면 절반 이상이고, 2개면 절반 이하인데요?

②과 ③은 이미 달성했고, ⑤도 거의(?) 달성돼서 절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 71kg인데, 나름의 노하우가 있거든요. 그리고 무료강의는 DIAD(Dgod Institute Art&Design)라는 이름으로 1기를 진행했고, 5월 20일에 2기를 진행합니다. 제 채널에 보면 ‘영디소’라고 있어요. 2회를 진행해 ‘혁구’와 ‘길개’라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소개했어요. 사실 제가 영디소를 진행하는 이유는 디자이너들이 너무 순진해서입니다.

디자이너가 순진하다고요?

디자이너는 ‘내가 디자인을 잘하면 알아서 인정해 주겠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적극적으로 자신을 홍보해야 하거든요. 우리나라에 유능한 디자이너가 많아요. 세계 디자인 대회를 보면 입상하는 한국 디자이너가 많은데, 자기 PR이 부족해 재야에 묻혀있죠. 저는 이런 분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리고 ①과 ④은 후반기 목표입니다.

7만 구독자 목표는 이해할 수 있는데, ‘창작물과 창작의 권리를 보호하는 비영리 협회 설립’에 관해 듣고 싶어요.

이는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되길 바라며 정한 목표입니다. 구독자들과 소통하다 보니, 디자이너의 노조는 없더라고요. ‘개인은 약하지만, 단체는 강하다’는 말처럼 디자이너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현재도 ‘디자이너 공임단가’는 있지만, 이는 권고사항이지 강행규정이 아닙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의 협회가 있다면 이 규정을 실천하게 할 수 있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디자이너는 감소할 거에요.

다른 직군에 비해 디자이너는 왜 박한 대우를 받을까요?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관련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나라에요. 그런데 그 급성장의 밑바탕은 제조와 유통이었고,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며 박한 대우를 받게 됐어요. 이로 인해 모든 혜택을 나눌 때 디자이너는 목소리를 낼 수 없어요. 이런 현상은 해결되기 쉽지 않고, 몇몇의 노력으로는 개선될 수 없어요. 그래서 나온 결론이 ‘비영리 협회’입니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디자이너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분들과 많은 디자이너가 모인다면, 디자이너도 노력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올 거에요.


<DIGITAL iNSIGHT> 디자이너와 막간(?) 타임 대화

임D. 이제서야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네요.

무슨 말이죠?

임D. 원찬님 덕분에 취업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포트폴리오 만들 때 정말 고민 많았어요. 그래서 여러 정보를 찾아봤지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정보를 찾기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합격하는 포트폴리오는 따로 있다!?>라는 영상을 보고 방향을 설정하고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취업을 해서 이렇게 원찬님 앞에 있으니 정말 신기해요.

제 영상이 도움이 됐다니,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디자이너님께서 오랫동안 활동하길 바랄게요. 그런데 어떤 디자인을 하시나요?

임D. 저는 지금 ‘편집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사실 이것이 고민이에요. 지금 업무도 재미있고 좋지만, 이 일만 하다 보니 일하는 범위가 좁혀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어요.

디자이너는 모든 디자인 분야에서 두루두루 잘하기는 힘들어요. 그리고 이 사실은 각 회사 대표들도 알고 있죠. 모든 분야를 잘하는 디자이너를 찾기보다 자신만의 특색을 갖춘 디자이너를 찾아요. 또한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자신만의 특색이 있어야 디자이너 경쟁력이 높아져요. 자신만의 메시지가 없다면 그 사람의 자리는 언젠가 더 젊고 더 잘하는 누군가에게 대체될 수 있거든요. 반면 자신의 색채가 확실하다면 그 사람은 대체불가 자원이 되죠. 자신이 다루는 분야가 많지 않다는 고민보다는 ‘자신만의 특색 유무’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이 현재 업무에 어떻게 녹여내는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더욱 생산적인 고민일 거 같네요.

임D. 자신만의 특색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찾기는 모든 디자이너의 고민이죠.

맞아요. 자신만의 특색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은 디자이너는 없을 거예요. 디자인 관련 학부생이라면 졸업하기 전에 ‘내가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생각해 봐야 하고, ‘디자이너로서의 방향성’을 정해야 해요.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제일 베스트잖아요. 그런데 많은 학생을 보니, 힘들게 취업한 회사에서 1년도 되지 않아 그만두는 제자를 많이 봐요. 그들 중에서는 우리가 아는 대기업, 알아주는 회사에 취업한 친구도 상당수 있었죠. 디자이너는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것도 좋지만, 그 회사가 추구하는 디자인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이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어떤 분야에서 어떤 디자인을 할지 생각해 보라고 해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자신의 특색과 분야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찾을 수 있어요. 어느 한순간에 정해지지 않죠.

임D. 그렇다면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앞서 말했듯 저는 디자인 관련해 많은 경험이 있어요. 디자인과 학생·프리랜서 디자이너·디자인 스튜디오 대표를 거쳐 여러 학생에게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어요. 여러 관점에서 디자인에 접근하다 보니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즉, 좋은 디자인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는 거죠.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디자인은 그럴듯해 보일 순 있지만, 세밀히 살펴보면 빈 껍데기만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어요. 저도 교육자 입장이 돼서야 알게 됐어요. 좋은 디자인을 하는 학생들을 살펴보니, 그들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열심히 했어요. 이 학생들은 제가 3개의 과제를 내면 5, 6개를 수행해 오더라고요. 꾸준히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좋은 디자인을 보여줘요. 새삼 세상은 공평하다는 것을 느껴요.

흔히 디자인, 그림 등 예체능은 재능의 영역이라고 말하잖아요? 물론 학창 시절 ‘그림 좀 그린다’는 친구들이 디자인과로 진학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이런 친구 중 자신의 재능을 믿고 노력을 게을리하는 모습을 종종 봤죠. 디자인도 재능의 영역이라 하지만, 노력이 없다면 발전이 없거든요. 입학할 때는 천재로 입학해 졸업할 때는 평범하게 졸업하는 학생을 많이 봤어요. 물론 재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호날두 같은 경우는 연습장에 가장 먼저 나와서 가장 늦게 퇴근해요. 그리고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윗몸일으키기를 하루에 3,000개씩 하며 코어를 단련해요. 이러한 과정이 지금의 호날두를 만들었고, 유지하고 있는 거죠. 디자인도 똑같아요.

임D. 채널명을 정말 선택하신 것 같아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이렇게 고민을 들어주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제가 고민을 말하면 ‘수업 열심히 들어라’ ‘학점 잘 받고 포트폴리오 잘 준비해라’ 등 일반적인 말만 들었거든요. 또 궁금한 것이 있어요. 디자인 스튜디오의 대표로서 디자이너의 어떤 역량을 보나요?

쌩뚱 맞지만, ‘인성’입니다. 사람을 만나면 인사 잘하고,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을 선호해요. 이는 비단 저희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포트폴리오 없이 면접에서 인성만 보고 채용하는 스튜디오도 많아요. 사실 스튜디오 대표나 10년차 이상의 디자이너가 봤을 때, ‘주니어 디자이너’의 실력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인성과 열정을 중시하게 된 것 같아요. 열정이 있다면 좋은 디자이너로 성장시킬 수 있고, 그 디자이너가 성장한다면 회사도 같이 성장하거든요.

한 가지 더 있어요. 디자인 스튜디오와의 ‘궁합’을 봅니다. 대부분의 디자인 스튜디오는 규모가 크지 않기에, 팀 케미스트리가 정말 중요해요. 인성이 좋은 사람이라도, 그 스튜디오의 시스템과 잘 맞는지, 기존의 직원들과 성향이 맞느냐가 정말 중요해요.

임D. 이것이 ‘대표의 시선’이군요. 정말 몰랐어요. 취업·이직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도움될만한 정보가 많네요. 오늘을 계기로 저만의 특색을 키워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도움이 됐다면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 유튜브 디고디원찬으로 오세요.

디자인 스튜디오 ‘미니멀리스트’

교수 vs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vs 유튜버, 하나를 선택한다면?

아직은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싶지 않습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에게 강의하며 그들과 소통하는 이원찬 교수, 디자이너 이원찬으로 역량을 펼치는 미니멀리스트에서의 활동, 그리고 4만 명과 함께하는 유튜버 디고디원찬은 모두 소중하며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물론 나중에 어느 하나가 잘 된다면, 선택해야겠지만 지금은 모두 핸들링 할 수 있고, 동등한 에너지를 쏟고 있어요. 다만 재미로만 따지면 디고디원찬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영상 중 하나만 추천해주시죠.

라이브 방송입니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저의 시청자는 대부분 디자이너잖아요? 그래서 다들 창의적이에요. 그래서 ‘댓글 맛집’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시청자의 드립이 재미있어요. 시청자들이 고유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에 맞게 채팅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할머니’에요. 라이브 방송이 끝날 때가 되면, “원찬아, 할미다. 오늘도 강의 잘 봤다. 강의보다가 너무 웃겨서 지팡이가 부러졌다”라는 채팅이 올라옵니다. 이렇게 각자의 캐릭터로 즐겁게 지내요. 라이브 방송 때 평균 시청자는 1,000명, 최대시청자는 1,500명이었어요. 궁금하시다면 매주 목요일 9시, 유튜브 디고디원찬으로 오세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 부탁드릴게요.

항상 디자인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제가 디자인 관련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디자인은 힘들지만 보람차다’입니다. 그런데 재능 있는 많은 디자이너가 이 분야를 떠나는 것을 자주 봅니다. 저는 그들이 디자인이 싫은 것이 아니라면, 환경이나 처우 때문에 그만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 수 있지만, 디자이너의 좋은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대한민국의 모든 디자이너분들 3,000만큼 사랑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