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홍보 없는 마케팅?” 파타고니아의 온드 미디어 전략
최지우 파타고니아코리아 마케팅팀 차장 인터뷰


지난 2022년 2월, 성남시 탄천에 위치한 ‘백궁보’의 철거가 진행됐습니다. 용인에서 발원해 성남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가는 탄천의 길목을 막고 있던 백궁보는 버려진 ‘보’ 중 하나였습니다. 1984년부터 2013년까지 30년간 약 3800개의 보가 백궁보처럼 기능을 상실한 체 강하천에 버려져 있었죠.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이처럼 제 기능을 상실하거나 사용되지 않는 보는 철거해 강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이는 국내의 많은 환경 단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이기도 했죠. 백궁보의 철거를 시작으로 백현보, 오리보, 수내보 등 국내 강 하천에 위치한 버려진 보들이 차례로 철거됐습니다.

이처럼 국내 강 하천에 버려진 보에 대한 철거가 시작된 건 다름 아닌 ‘파타고니아(Patagonia)’ 덕분이었습니다. ‘강과 하천은 한국의 푸른 심장을 뛰게 하는 자연의 혈관’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파타고니아는 국내 생태계에 해를 끼치는 버려진 보를 정리하는 ‘푸른 심장’ 캠페인을 진행했고, 성남환경운동연합, 한국환경공단 등 여러 기관과 단체가 파타고니아와 함께 손발을 맞춰 보 철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죠.
파타고니아는 자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해당 캠페인의 배경과 자세한 과정을 담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기업에서 공격적으로 시도하는 ‘온드 미디어’인 셈이죠. 온드 미디어란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를 일컫습니다. 보통 자체적으로 생산한 콘텐츠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죠.

그러나 파타고니아의 온드 미디어는 그 어디에도 ‘제품에 대한 홍보’를 느낄 수 없습니다. 제품에 대한 홍보 보다는 파타고니아가 직접 진행하거나 후원하고 있는 환경 보호 활동을 소개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죠.
환경 보호에 대한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상태지만, 파타고니아 또한 분명 제품을 판매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그럼에도 제품에 대한 홍보 없이 환경 보호를 위한 메시지 전달의 창구로만 온드 미디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요?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에 매료돼 파타고니아와 함께하고 있다는 최지우 파타고니아코리아 마케팅팀 차장을 서면으로 만나 물었습니다.
파타고니아와 함께 한다는 것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파타고니아코리아 마케팅팀에서 디지털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최지우 차장입니다. 현재 소셜미디어 채널 관리 운영 및 웹사이트 기획과 같은 콘텐츠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에 매료돼 함께하게 됐다고 들었어요
과거 우연히 파타고니아 모집 공고를 보게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브랜드에 대한 피상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는데, 모집 공고를 계기로 브랜드 스터디를 하면 할수록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성과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진정성이 와 닿았습니다. 그렇게 2018년 2월부터 파타고니아와 함께하게 됐어요.

저서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로 유명한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좋은 파도가 치면 주저 없이 파도를 타러 갔다고 합니다. 그런 창립자를 둔 파타고니아에서 일하는 건 어떤가요?
정말 하루하루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행복한 삶’이 진정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회사입니다. 지사 역시 본사의 가치를 그대로 계승하고 유지하려 노력하거든요.
행복하다는 건 무엇 때문인가요?
직원 대부분이 스포츠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그 관계를 통해 행복을 찾습니다. 회사 또한 직원이 스포츠를 더욱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어요. 사내에 별도 GYM이 마련돼 있고, 업무 내외 시간 중 언제나 이용할 수 있죠. 덕분에 러닝, 스키, 클라이밍 등 여러 스포츠에서 세미 프로 급 실력을 갖춘 직원이 많아요.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겠는데요
사실 근무 환경에 대한 답변은 ‘낮은 퇴사율’ 하나면 표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오랜 시간 일한 직원이 많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온드 미디어
이제 파타고니아의 온드 미디어에 대해 본격적으로 묻고 싶어요.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웹사이트를 통해 전개되는 파타고니아의 온드미디어는 파타고니아코리아 지사 설립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웹사이트 운영은 필수적인 부분이죠. 우리는 이러한 웹사이트를 일종의 ‘가치 저장소’의 역할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가치 저장소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는 이야깃거리가 아주 많은 브랜드예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쌓아 나가며 이러한 콘텐츠를 소비자가 쉽게 접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파타고니아의 온드 미디어가 가진 차별점이 있을까요?
사실 웹사이트나 SNS 등 어디에 이야기를 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이는 말 그대로 플랫폼일 뿐이죠. 중요한 건 콘텐츠가 가진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콘텐츠의 차별점이 곧 채널의 차별점으로 귀결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파타고니아는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스토리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기업은 온드 미디어를 마케팅 효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이는 온드 미디어에 대한 소비자의 주목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왜 소비자는 온드 미디어에 관심을 가질까요?
바야흐로 정보 범람의 시대에요. 소비자는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체적으로 검열하고 신빙성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하죠. 이는 구매의사결정에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가 운영하는 공식 채널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일 수밖에 없고, 지속적으로 브랜드 채널에 유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파타고니아에서 기획한 푸른 심장 콘텐츠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이외에도 국내에서 기획한 콘텐츠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글로벌 캠페인이지만 센스 있는 번역과 적절한 로컬라이징 과정을 거쳐 국내에서 크게 이슈가된 캠페인이 있어요. 바로 ‘화성은 됐고(Not Mars)’ 캠페인 입니다.

화성은 됐고… 들어본 적 있는 슬로건이에요
당시 일론 머스크를 필두로 대두되던 화성 이주 이슈를 두고 화성 이주 계획을 논할 게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살리는 데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캠페인입니다.
재밌는 문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반응도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맞아요. 한 유저가 트위터에 올린 관련 게시글 하나가 무려 2만회나 리트윗되며 성공적인 바이럴 사례로 남았죠.
온드 미디어 제작 과정도 궁금한데요. 파타고니아코리아에서도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건가요?
맞아요.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까지 인하우스로 가능합니다. 모든 콘텐츠가 브랜드의 철학에 기반해 기획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제작 과정은 일반적인 콘텐츠 제작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소비자가 먼저 진정성을 알아주는 시장
파타고니아의 온드 미디어에는 제품에 대한 홍보 보다는 환경 보호를 위한 메시지가 눈에 띕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 또한 이윤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연료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가 없듯, 지속적인 환경 보호 활동을 위해서는 매출도 중요한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파타고니아의 온드 미디어가 마케팅 홍보 효과를 충분히 구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요?
분명 파타고니아코리아의 온드 미디어 활동은 가용할 수 있는 디지털 예산 내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있어요.
어떻게 제품에 대한 홍보 없이도 가능한 걸까요?
콘텐츠를 통해 파타고니아가 전하는 메시지에 소비자가 깊게 공감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하고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기업 이윤과 마케팅 효과 사이에서의 고민은 없나요? 현재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마케팅 효과와 기업의 이윤 추구는 장기적으로 결국 커플링돼 움직일 수 밖에 없죠. 그러나 현재는 당장 눈앞의 이윤보다는 파타고니아의 환경 철학과 가치를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이 빛을 발하는 건 그만큼 현 시대 소비자가 브랜드의 진정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파타고니아가 소비자에게 진정성을 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간단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저 모든 브랜드의 활동 이면에 ‘진정성’이 녹아 들어 있다면 된다고 봐요. 현 시대 소비자는 매우 똑똑하고, 브랜드의 활동이 그린워싱인지 아닌지 쉽게 알아차리거든요. 진정성을 필두로 묵묵하게 나아가면 소비자가 먼저 알아주는 시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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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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