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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인문&디자인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

우리가 하는 디자인은 이론적 개념과 더불어 더욱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고전예술과도 같은 분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볼 때가 있다.고전과 철학, 이 둘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문학. 어쩌면 고리타분하고 어렵게만느껴질 수 있는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맥락은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으로서우리가 하는 디자인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고리가 아닐까?

  1. 인문 & 디자인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
  2. 보이지 않는 그림
  3. ‘그냥’ 디자이너

지금은 UX(User eXperience) Design이란 말이 디자이너에게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이미 익숙해질 만큼 보편적인 용어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마치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혹은 디자인을 함에 있어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이자 이슈처럼 다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뜻 그대로를 풀이하자면 디자인은 애초에 UX를 기반으로 한 사용성과 기능성 그리고 심미성이 고루 갖춰진 하나의 예술이라 생각한다. UX를 단지 디자인이란 영역 안에 묶어버리기엔 광범위하고 또 반대로 너무 국한적일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하는 디자인은 이론적 개념과 더불어 더욱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고전예술과도 같은 분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볼 때가 있다. 고전과 철학, 이 둘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문학. 어쩌면 고리타분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맥락은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으로서 우리가 하는 디자인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고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준비했다.

보여지기 위한, 꾸밈만을 위한, 본질을 감추기 위한 화려한 날개짓

사전적인 의미를 벗어나 개인적으로 디자인을 나름대로 정의해본 말이 있다.

‘새로움이 아닌 기존가치를 통해 전달하는 보편적 접근’

디자인을 하려는 그 어떤 대상도 무에서 유를 만드는 절대적 창조는 없다. 이미 오래 전 누군가에 의해 디자인되어 있는 것을 현재 상황의 관점과 해석으로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다. 새로움을 발견하고 반응하는 것, 그리고 그려내는 것, 공상과 상상은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는 곧 오감을 가지는 형태로서 탄생한다. 수많은 사람이 보고 만지며 사용한다. 시간이 지나 버려지거나 잊혀지게 되고 그것을 다시 발견한다. 디자인이 디자인에 의해 발견되고 새로운 가치가 생겨난다.

결국 시작은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것의 과정이다. ‘이게 좀 더 낫지 않을까?’ ‘좀 더 다른 방법이있지 않을까?’ ‘하는 끊임없는 고민과 남이 보지 못한 디테일을 찾아내어 보이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사회를 기반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빠르게 발전시켜왔다. 도시가 팽창하고 소비문화가 확산을 이루다 보니 어느새 많은 사람들의 관점은 개인가치라는 관점으로 변화되었고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그리고 삶의 윤택함으로 그 이상을 바라봄에 있어 디자인의 중요성 인식이 여느 때와 다르게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빠름에는 분명 부자연스러움이란 게 존재한다. ‘디자인을 한다’라는 의식의 형태가 단순꾸밈의 형태로 국한되어 표현 될 때가 있다. 절대적인 좋다 나쁘다의 기준잣대를 디자인에서 함부로 개인의 역량으로 평가를 내린다는 건 위험할 수 있다. 다만, 앞의 범주와 다르게 기본에 충실하지 못할 때 발생되는 형태들을 말하고 싶다. 여기서 기본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가장 먼저 디자인을 사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배려이다.

간혹 회사내의 디자이너 혹은 강의를 나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서 벌어지는 현상들이 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플랫폼 기반의 PC와 모바일 디자인을 할 때의 차이점이다. 디바이스의 형태도 다르지만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서도 고민해야 할 사항들이 다르다. 성격만으로 크게 나누자면 브랜드와 서비스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모바일에서 디자이너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는 현상을 많이 접하는데 그럴때면 공통적으로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PC에서는 기본에 대한 부분과 시각적인 요소가 다소 가려질 수 있다. 부족한 실력을 화려한 아트웍과 이미지로 시야를 교란시켜 정작 바라봐야 할 것들을 디자이너 스스로 놓칠 때가 있지만 모바일은 화면만 보더라도 PC와는 다른 많은 제약사항들이 존재한다. 그 안에서 디자인이 이루어 지다보니 사소한 디테일이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사용성에서 역시 다르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스마트폰과 함께 지내는 많은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익숙함으로 우리의 디자인을 바라본다. 그렇기에 그 익숙함을 넘어서 더 많은 고민과 디테일을 녹여내야 한다. 아주 사소한 우리의 무심함을 사용자들은 바로 눈치채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린 누구보다 더 그들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가 사랑하는 디자인을 무심(無心)하게 대하지 말자. 물론 그렇다고해서 PC와 다른 환경의 디자인에 대한 디테일을 가볍게 보자는 말은 아니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디자인을 시작하고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우연히 뒤늦게 부족한 학점을 이수하기 위해 전공했던 서양미술사에서 시작이 되었고, 앞에서 다룬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들과 아쉬움은 곧 과거의 나를 거울 삼아 이야기 하는 독백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서양미술사를 다루다 보면 젠더학을 접할 때가 있는데 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인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한 사람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관점은 결국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들 남성과 여성은 사회에 의해 구성되며 만들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빗대어 말하면 디자이너가 대상을 고려해야 할 때 역시 분석과 통계치로 환산된 숫자만을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남성은 ‘파랑’, 여성은 ‘핑크’ 혹은 남성은 ‘강함’, 여성은 ‘연약함’과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만을 가져서는 본질적인 문제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

기능적인 방법론만으로 치장된 통계들을 바탕으로 수많은 환경에 의해 변화하고, 숨 쉬고, 생각하는 인간을 단편적 사고로 판단하여 결과를 만든다는 것은 앞서 이야기 했던 디자이너의 무심(無心)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진다.

꾸밈 속에 가려진 본질. 그것을 관찰하고 세심한 눈길로 바라본다는 것의 의미

한 편의 광고사례를 살펴보자.

유튜브 채널 ‘바디폼’ 영상 화면 갈무리

영국의 생리대 광고다. 일단 이미지만 봐서는 우리나라의 광고와는 사뭇 다르게 보인다. 생리대 광고의 모습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피는 우리를 멈추게 할 수 없다(No Blood Should Hold Us Back)’ 광고의 카피 역시 철학적인 냄새가 뭍어 나는데 역시나 우리나라와는 모든 것이 대조 되는 모습이다. 영상에서는 격렬한 스포츠와 함께 마치 나이키 광고를 보듯 열정과 결의에 가득 찬 여성들의 모습과 부상으로 인해 흐르는 피가 비춰지는데, 여기에는 어떤 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은 없다. 오히려 같은 인간으로서의 존중과 위엄만이 존재한다.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파격적이다. 남성들은 여러 가지 글과 매체를 접하면서 여성들이 생리로 남다른 고충을 겪는 사실을 알고는 있다지만 말 그대로 ‘알고만 있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생리대라는 제품은 여성의 생리적 현상들로 인해 겪는 일상생활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역할이다. 하지만 보통의 인식 속에선 마치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깨끗하고 순수한 모습만을 강조하며 여성의 아름다움이란 언어로만 미화시킨다. 우리와 같은 인격체로서의 존중으로 보기엔 타인만을 인식하는 ‘꾸밈’만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더크림유니언에서 진행했던 양성평등원 ‘초콜릿’이라는 캠페인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할까 한다. 간략히 프로젝트 개요를 설명하자면 대한민국 성 격차 지수(GGI)는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에 대한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여성가족부는 매년 국가 성 평등 리포트를 발간하지만 데이터 중심의 수치만이 존재할 뿐 대중과의 소통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들을 대중들에게 특히 젊은 타깃층에게 성 격차 지수(GGI)를 인지시키고 소통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더크림유니언은 남녀간의 사랑과 우정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기념일발렌타인데이를 활용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먼저 양성평등 지수가 그래프화된 형성을 모티브로 제작한 초콜릿을 배포했고 동시에 스마트폰 AR기술을 활용해 초콜릿 패키지안의 초콜릿이 담겨있는 부족한 빈 공간을 비춤으로써 실제 양성 평등 지수가 100이 된 미래의 국가 성 평등 리포트를 내려 받도록 유도했다.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다. 초콜릿 바 배포 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브랜드 인지도는 20% 향상되었으며 SNS를 통한 공유수는 5만 건 이상을 기록하였다. 무엇보다 핵심 타깃이었던 젊은 세대들의 양성평등 교육수강률이 34% 향상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더크림유니언·양성평등원 ‘초콜릿’ 캠페인 프로젝트 (CD 이재기·AD 김이주, 이하나, 양영현·CW 김소정·PD 이수지)

이처럼 분야는 다르지만 디자인이라는 큰 맥락 안에서 바라보게 되면 인문학적인 가치들이 곳곳에서 중요하게 작용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앞서 소개한 두 가지 사례 모두 젠더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였지만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그리고 존중해야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또 이것에 기초하는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시선이라는 출발점은 모든 프로젝트가 같을 것이다. 기술이 우선되고 디자인하는 도구가 발달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란 것이다. 플랫폼, 브랜딩, 마케팅 위에 사람의 감성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통한 최적의 크리에이티브. 이것이 지금 우리가 관심 있게 바라봐야 하는 디자인이란 모습이다.

무심(無心)이 아닌 관심(關心)

인문학에 대해 상세하게 내용을 다루기에는 필자가 가진 견해와 지식은 얕은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인문학과 디자인을 끊임없이 연결하고 다리를 놓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뿐이다.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함에 있어서 조금은 다른 시선과 따뜻함으로 바라보기 위함을 전제로 한다.

분야에 있어 나라마다 다르지만 인문학은 철학과 문학, 역사와 예술을 뜻한다.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이란 것인데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으로서 우리가 치열하게 행하고 있는 디자인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 이기주 작가님의 <언어의 온도>란 책을 인용하여 한마디 적어보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시선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를 자세히 응시하는 행위는 우리 삶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관찰 = 관심’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도 한다. 사람은 관심이 부족하면 상대를 쳐다보지 않는다. 궁금할 이유가 없으므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외면하는 것이다. ‘당신이 보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은, ‘그쪽에 관심이 없어요’ 혹은 ‘뜨거웠던 마음이 어느 순간 시들해졌어요. 아니 차가워졌어요.’라는 말과 동일하게 쓰이곤 한다. 그래서일까. 돌이켜보면 관심이 멈추던 순간, 상대를 향한 관찰도 멈췄던 것 같다….”

뜨끈한 아랫목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갑작스레 문을 열고 맞이하는 그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파고들어 ‘파르르’하고 사시나무 떨 듯 흠칫하게 되는 순간 같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 내가 사랑했던 일에 대해 외면하는 순간 그 너머의 것은 보이지 않게 된다. 내 관심이 멈추는 순간 상대방에 대한 관찰과 배려는 멈춘다. 결국 무심(無心)한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기술도 아니며 트렌드를 흡수해내는 능력도 아니다. 물론 화려하게 그림을 그려내는 스킬도 아니다. 누구보다 섬세하게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과 관찰, 통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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