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대체 무슨 광고야? 결국엔 KCC 창호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Feat. KCC 창호)
성동일이 화장품 광고도 찍었네? 시작은 보일러였다. 분명 우리가 아는 보일러 광고지만 뜬금 KCC(?)가 등장한다. 이어 2%, 바디프렌드 등 우리에게 친숙한 광고들이 줄줄이 패러디된다.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영상을 계속 시청하게 된다. 어느덧 2분 48초가 지나면, 머릿속엔 ‘세상을 연결하는 창, KCC 창호’가 뇌리에 남는다. 이에 820만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를 기획한 TBWA코리아와 제작사 스페이스몬스터컨텐츠 관계자를 만나, 제작 과정에 녹아있던 히스토리와 그들의 열정을 <디지털 인사이트> 독자 여러분께 공개한다.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15초짜리 광고도 길다고 지루해하는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3분짜리 광고가 있다?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은 “이런 게 진짜 광고지”, “직접 찾아보는 광고는 처음”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1,800여 개의 댓글과 조회수 820만을 기록했다. 이 광고를 본 사람이라면 재밌게 시청하면서도, ‘이게 무슨 광고일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심지어 직접 연기를 한 성동일 본인조차 라면 먹는 씬을 찍을 때 “이거 창호 광고야? 라면 광고야?”라고 말했으니깐…
<무한 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은 어떤 취지의 광고입니까?
스페이스몬스터컨텐츠(이하 스몬): 다양한 카테고리의 국내 유명 광고를 패러디한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이어나가면서 ‘세상을 연결하는 창, KCC 창호’라는 메인 카피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위트있게 풀어낸 디지털 광고 캠페인 영상입니다.
‘단 한 장의 이미지’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스페이스 몬스터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TBWA: 먼저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라는 KCC의 슬로건과 개방감, 단열성, 방음성 등 창호로써의 다양한 장점을 소개하고 하고 싶었어요. 또한 창호의 특성상 한번 구매하게 되면, 교체주기가 비교적 긴 제품이며, 특히 젊은 세대와는 거리감이 있잖아요. 그래서 KCC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광고 속의 광고’의 형태는 정말 신선하네요. 이러한 기발한 기획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TBWA: 창호가 집 안과 밖의 세상을 연결하는 제품이라는 것에 착안해 ‘모든 것’과 연결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광고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버라이어티, 인터넷 밈(meme)까지 다양한 소재를 연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광고만 연결하기로 결정됐어요.
경동나비엔, 2% 등 패러디한 광고의 선정 기준과 이유는 무엇인가요?
TBWA: 포인트는 ‘패러디를 통한 재해석’이기에 두 가지 기준이 있었어요.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광고일 것’, 그리고 ‘KCC 제품의 속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광고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경동보일러의 단열, 꽃을 든 남자 화장품의 자외선 차단입니다.
스몬: MZ세대로부터 KCC 창호의 메인 소비층인 40, 50대까지 모두 알만한 광고여야 했습니다. 또한 ‘하나의 장면이나 카피만으로도 어떤 광고를 패러디한 것인지 인지할 수 있는 지’도 포인트였죠. 이 외에도 영상 흐름에 어울리는 연결성도 고려했고, 기존 광고와 같은 영상 구성 속에서 창호를 적절히 배치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었습니다.
패러디는 동일성 유지권, 즉 저작자의 의도를 해하지 않는 선에서 콘텐츠를 제작해야하기 때문에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울 것 같아요. 기획 의도를 살리기 위해 어떠한 부분에 중점을 뒀나요?
스몬: 패러디 콘셉트는 감독 입장에서 진행하기 까다롭고 고민이 많이 됩니다. 장르 특성상 최대한 원작 느낌에서 벗어나면 어떤 광고인지 알 수 없다는 리스크가 있어요. 또한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기존 영상 재료로 이번 작품만의 스토리텔링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죠. 어느 정도 모티브만으로 성동일 씨만의 연기 디테일, 편집의 흐름에서 우리만의 것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B급 감성만을 어필하지 않고 세련된 영상미를 갖춘 퀄리티 있는 광고로 보일 수 있도록 장면 하나 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나는 사실 광고 자체보단 이 기획안이 결재가 됐다는게 더 믿기지 않는다” – 3,700명에게 ‘좋아요’를 받은 댓글
TBWA: 사실 많은 사람의 예상과 달리 어렵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KCC에서 요청한 것이 ‘디지털에서 화제 될 수 있는 콘텐츠’였고, 제안할 때부터 아이디어를 구체화 했기 때문에 결재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스몬: 맞아요. 이 기획안은 광고주와 대행사, 모두가 만장일치로 선택했어요. 기획 단계부터 이 아이디어에 담긴 크리에이티브에 모두가 힘을 모았습니다.
다시 봐도 이 광고의 적임자는 누구와도, 어디에서든 잘 어울리는 성동일 배우인 것 같아요. 모델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스몬: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저를 포함한 다수의 제작팀은 성동일 씨가 후보에 있는 것을 보자마자 가장 잘 맞는 모델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배우라 할지라도 본인과 다른 콘셉트로 촬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곧 스토리 캐릭터와 부합해야 하며, 현장에서 자유롭게 즐겨야 자연스럽고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죠. 그만큼 캐스팅은 중요합니다.
보통 광고는 촬영 전 간단한 미팅을 통해 메인 배우와 그날 촬영할 영상에 대한 미팅을 한다. <무한광고 유니버스에 빠진 성동일>의 첫 촬영은 안마의자 패러디였다. 미팅 전, 촬영 스태프가 마사지 의자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걸어오더니 안마의자에 앉았다. 이어 “아~ 좋다. 그냥 슛 가죠? 느낌 오는데”라고 말하며 제작팀을 모두 웃음을 빵 터뜨렸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 뻔뻔함과 능청스러움을 오가는 다양한 연기를 소화하는 그의 모습에 모두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30초 남짓한 다른 광고와 달리 2분 48초의 긴 길이와 여러 콘셉트로 인해 다른 프로젝트보다 어려운 점이 많았을 거 같아요.
TBWA: 정말 우여곡절이 많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제품 콘셉트, 광고 콘셉트 등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또한 패러디로 결정한 뒤로는 원작자와 협의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주어진 기간 내에 협의해야 했고, 협의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여러 안을 준비하는 등 여러 면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죠.
스몬: 저희 측에서는 패러디 작품 선정이 어려웠습니다. 여러 세대의 공감까지 끌어 내야 했고, 너무 뻔한 작품이 되지 않도록 엄청난 양의 광고를 다시 찾아봤죠. 조연 남자 모델 캐스팅도 쉽지 않았어요. 성동일 씨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도록하고, 그 사이를 재미와 자연스러움으로 채워줄 수 있는 모델이 필요했어요. 잠깐씩 등장하지만, 디테일을 살리며 우리 코드에 맞는 연기자를 뽑기 위해 평소보다 몇 배 많은 오디션을 진행했죠.
기획하는 대행사와 광고를 만들어가는 제작사가 다르기에 협업 과정 중 많은 논의가 오고 갔을 것 같습니다.
스몬: 광고를 패러디할 때 어디까지 유사하게 진행 해야 할지 TBWA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TBWA 측에서 완전히 똑같이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희 측에서는 어느 정도 변주를 주고 우리만의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고 했죠.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니 적정선을 잘 찾은 것 같습니다.
TBWA: 광고를 패러디할 때 어디까지 유사하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완전히 똑같이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는 어느 정도 변주를 주고 우리만의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죠.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니 적정선을 잘 찾은 것 같습니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과감한 전략과 아이디어는 TBWA의 철학
해당 프로젝트 완료 후 소비자와 네티즌 반응이 궁금해요. 또한 광고의 인기가 ‘KCC 창호’에 영향을 미쳤나요?
TBWA: 제품 타깃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브랜드 호감도와 구매 고려 의향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또한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소비자에게 더욱 친근한 브랜드가 된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유튜브 조회수와 댓글수로 증명되지 않았을까요?
스몬: KCC 유튜브 채널 기준으로 조회수는 820만회, 댓글은 1,800개입니다. 사실 조회수 높은 광고를 여럿 제작하긴 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유독 높네요. 지금도 유튜브 외에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각종 SNS에 자발적으로 바이럴되고 있는데, 정말 고마운 현상이죠.
댓글이 많은 만큼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요?
TBWA: “지금까지 본 광고 중 가장 완벽하다”, “광고 안 보려고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했는데 광고를 찾아보고 있네”입니다. 개인적으로 “이거 기획한 사람 보너스 두둑이 줘라”란 댓글이 좋았습니다.
스몬: 사실 저는 댓글을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직원들이 틈틈이 알려줍니다. 그 중 “직접 검색해서 다시 들어와 본다”는 댓글과 원광고를 찾아 좌표를 남긴 댓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프로젝트명: 무한광고 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Feat. KCC 창호)
클라이언트사: KCC
대행사: TBWA코리아
제작사: 스페이스몬스터컨텐츠
Mini Interview
TBWA 이지훈 국장
일단 소비자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너무 기쁩니다. 더불어 과감하게 이런 안을 사주신 KCC 광고주, 좋은 안을 같이 고민해서 만들어준 우리 TBWA 제작팀과 기획팀, 그리고 스페이스몬스터컨텐츠 및 후반 업체들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엔딩에 “웃음과 감동으로 세상을 연결해준 명광고들에게 감사드립니다”는 카피는 저의 진심이기도 합니다. 시대를 풍미하는 멋진 광고들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스페이스 몬스터 YK감독
창호가 지닌 제품의 기능을 직접 소개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연결하는 창, KCC 창호’라는 메시지가 뇌리에 박힐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소비자들이 이를 잘 알아줬어요. 또한, 유튜브에서 ‘KCC 창호 광고’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KCC 창호 광고 제작사’가 뜨더군요. 광고 제작사에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은데, 이번에 좋은 인상을 심어 준 것 같아 뿌듯합니다. 강력한 스토리텔링으로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힘쓰며, 기존 영상 콘텐츠 형태에 새로운 영상을 접목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나가고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