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역’ ‘아모레퍼시픽역’… 왜 기업은 억을 주고 역명을 구매할까?
효과적인 브랜딩 수단, ‘역명병기’

매일 매일 변화하는 트렌드 이슈는 저마다 시장에 대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이슈를 매번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현직 마케터인 인사이터 디깅빌보가 <핫이슈 심층분석> 시리즈를 통해 트렌드한 이슈에 숨은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2022년 1월 12일, 을지로3가역이 신한카드에게 9억 원에 역명을 판매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해당 계약금은 이전 최고액이었던 을지로입구역과 IBK기업은행 계약금인 3억 8100만원의 2배가 넘는 금액으로 단숨에 최고액을 경신했어요. 신용산역도 아모레퍼시픽에게 3억8000만 원에 역명을 판매하며 높은 수익을 거뒀죠. 그렇다면 을지로3가역은 앞으로 신한카드역으로 아예 개명하게 되는 것일까요?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사진의 종각역처럼 을지로3가라는 본 역명은 바뀌지 않고 부역명에 “(신한카드)”가 추가됩니다. 계약은 22년 3월부터 반영되었기에 을지로3가역을 지나시면 “이번 역은 을지로3가, 신한카드 역입니다.”라는 안내 멘트를 듣게 될 겁니다. 해당 계약은 1회차에 3년 계약으로, 한 번 더 연장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왜 기업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역명을 구입할까요? 역명 구입 효과는 정말 존재할까요? 역명을 사고팔다. 역명병기 사업에 대해 같이 알아보시죠.
01. 역명병기 사업이란?


한국의 역명병기 사업은 2013년 지하철 운행 적자를 거듭하던 서울시가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맥킨지&컴퍼니에 적자 개선 자문을 맡기면서 시작됐습니다.
맥킨지는 스페인 마드리드가 ‘솔 광장역’을 ‘보다폰(이동통신업체)-솔역’으로 개명하고 약 46억 원을 벌어들인 일을 사례로 이와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도록 권고했죠. 이후 구체화, 입찰을 진행하여 2016년부터 정식으로 서울시의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그렇다면 저 같은 개인도 돈만 있다면 ‘빌보역’을 만들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빌보역은 불가능합니다.
역명 병기를 신청할 수 있는 기관 핵심 기준은 총 3가지가 있습니다.
- 기관이 역 반경 1~2km 이내에 있어야 함
- 인지도가 높아야 함
- 공사 이미지를 저해하지 않아야 함
이외에도 표에 나타난 것처럼 각 기관별로 세분화된 까다로운 기준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우측 현황에 나타난 것처럼 대부분 유명하거나 공익적인 성향을 띠는 기관들이 부역명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기업은 까다로운 기준과 억이 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부역명에 이름을 추가하는 역명병기 사업에 참여할까요?
02. 기업이 역명병기에 뛰어드는 이유
✅ 높은 노출도


신한카드역이 부역명이 된 을지로3가역은 경우 일일 평균 4만 8000명이 승하차합니다. (22년 1월 기준) 단순하게 계산하면 매일 4만 8000명에게 계약 기간인 3년 동안 노출되기에 대략 5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브랜드 이름을 보게 되는 셈이죠. 이런 높은 노출도는 자연스럽게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은 종각역에 이름을 병기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했습니다. 은행 측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SC제일은행의 브랜드 인지도는 최초 계약 시점인 2017년 6월보다 3% 포인트 상승했다고 합니다.
✅ 여전한 매스미디어로서의 영향력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TV를 필수매체로 인식하는 비율은 27.1%로 10년 전에 비해 무려 절반 이상이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는 기업이 대중에게 다가갈 창구가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전체의 70%에 달하는 스마트폰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접하는 콘텐츠, 광고가 매우 다르기에 매스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따라서 최근 기업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옥외광고(OOH)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요. 옥외광고는 지역이라는 제한적 요소가 있지만 지역 안의 성별, 연령, 나이대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기에 매스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실제 대중의 인식을 전체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기업의 리브랜딩 캠페인,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스타트업과 같은 경우에 옥외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역명병기도 하나의 교통시설 옥외광고이기 때문에 매스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죠.
03. 앞으로의 역명병기


서울 지하철 역명병기 현황에서 흥미로운 점은 은행, 카드사가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은행, 카드사의 경우 소비자가 상품의 스펙을 비교하며 구매하기보단 브랜드 인지도, 신뢰도와 같은 이미지를 믿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은행, 카드사들은 높은 노출도를 통해 인지도를, 서울시와의 협업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자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점을 고려했을때 역명병기 제한이 약해진다면 금융사의 참여는 더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타트업의 참여도 많아지면 좋겠지만 인지도가 높은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을 바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추후 장지역에 “이번역은 장지역, 네이버 역입니다” 라는 방송이 들리게 된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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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