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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신민호 더크림유니언 본부장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답게 일할 수 있도록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답게 일할 수 있도록
신민호 더크림유니언 본부장

 

“같이 오래 일하자고 말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보단 먼 미래 보지 말고 일 년, 일 년 가치 있게 일해보자고 말하죠”

가치 있게,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그는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컴퍼니 ‘더크림유니언’에 들어와 가장 먼저,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답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갔다. 회사에서 디자이너답게 가치를 실현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거 너무 이상적인 일 아닐까. 그런데 신민호 본부장은 그 이상을 정말 세련되고 가치 있게 실현하고 있었다.


<디자이너답게 일할 수 있는 공간>

Q. ‘디자이너답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은 그간 디자이너로서 일하고 부딪치며 느꼈던 점들이 반영됐을 것 같아요.

몇몇 디자인 에이전시를 거쳐 개인 스튜디오를 2년 정도 운영하며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라 생각했던 것들을 실현해나가고 싶었어요. 감사하게도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답게 일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대표님도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기에 그 이상을 실현해나갈 수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일을 더 가치 있게 하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을지가 공통된 고민”

Q. 실현해나간 과정을 듣기 전, 디자이너가 업에 대해 갖고 있는 주된 고민은 무엇인가요?

쉽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제 주변의 여러 디자이너 분들과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나눠보면 ‘어떻게 하면 실력을 쌓고 보다 가치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가 우리들의 주된 고민이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포기하고 밤을 세워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본인의 디자인이 세상에서 가치 있게 살아 숨 쉬는 것이 곧 디자이너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고민거리를 디자이너 개개인이 홀로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회사 내부적으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가치 있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나간 과정을 듣고 싶어요.

입사 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사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했어요. 회사 입장에서 사원의 능력을 평가하기보다는, 사원 입장에서 환경을 바라보는 일이 먼저라 생각했거든요. 열정 넘치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을 들으며 디자이너로서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절차를 하나씩 다시 잡아 나가게 된 거죠.

본부장이 된 후 가장 먼저 디자인 본부를 독립시켰어요. 그리고 사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수평적 구조와 수직적 구조를 적절히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회의 시에는 누구나 직급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펼치고 이를 바탕으로 각 팀장 및 그룹장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인 거죠.

<제안 프로젝트의 절차를 효율적으로>

제안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시스템도 두 가지를 바꿨어요. 구축 과정에서 오는 비효율을 줄이고 제안 결과가 더 효과적으로 어필될 수 있도록 말이죠. 먼저, 중간 단계인 퍼블리싱과 코딩을 영상으로 대체했어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인터랙션을 강화해 실제와 가깝게 구현하기 위해서요.

기존에는 최종 시안물을 퍼블리싱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시뮬레이션화하는 거죠. 하지만 기존 작업에서 구현된 터치와 클릭만으로는 인터랙션 요소가 거의 보이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었어요. 프로젝트가 실제 구현됐을 때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기는 힘들었던 거죠.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지를 고민하게 돼요.

콘셉트에 최적화된 UI를

도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말이죠.”

Q. 두 번째로 바꾼 프로세스는 무엇인가요?

화면설계의 초반부터 디자이너가 참여한다는 거예요. 보통 화면설계는 기획자가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기획자가 설계한 UI에 이미지나 아이콘을 그대로 옮기다 보면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지’를 고민하게 돼요. 콘셉트에 최적화된 UI를 도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 방법을 더 효율적으로 고민하기 위해 시작 단계부터 디자이너가 참여해요. 화면설계는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일이라 처음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팀원들이 잘 수행해준 덕에 잘 안착됐죠. 프로세스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고요.

Q. 기획자와의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조율해나가셨나요?

기획자는 클라이언트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분들이에요. 클라이언트 니즈를 가장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위치인 거죠. 그럼 그 니즈에 따라 콘텐츠 우선순위를 정해주세요. 그렇게 정리된 기초작업을 시작으로 화면설계를 진행하는 거죠. 설계를 잡아나가면서도 기획자와 계속해서 회의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아요. 물론, 기획자도 기존처럼 화면설계를 진행해요. 초반 콘셉트를 잡는 단계부터 협업하자는 거죠.

<화면설계 과정에 와이어프레임 도입>

“프로젝트에 연관된 이들이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와이어프레임을 통해 콘셉트를 잡아 나가요.”

Q. 그럼 기존 화면설계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콘셉트에 최적화된 UI를 도출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해요.

초기 프로젝트 발주부터 시안 작업까지 일정을 10으로 본다면 콘셉트를 잡는 데 8을 보낼 만큼 콘셉트 설정은 중요해요. 특히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콘셉트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획, 비주얼 그리고 UX 콘셉트. 이중 UX 콘셉트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디자이너가 시안 작업이 오래걸리는 이유 중 하나는 UI를 어떻게 그릴지 고민하기 때문이에요. 그 고민이 길어지다 보면 실제 화면에 구현할 때 사용자에게 편한 UI는 무엇인지까지는 고민하기 힘든 거죠. 때문에, 화면설계 단계에 와이어프레임(Wireframe)을 도입해 콘셉트에 최적화된 UI를 함께 테스트하고 있어요.

Q. 와이어프레임이요?

시안처럼 아이콘이나 이미지를 그리거나 얹히는 작업을 하지 않고 스케치만으로 UI 구조를 빠르게 테스트하는 작업이에요. 빠르게 스케치하면서 가장 좋은 UI가 나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테스트하는 거죠. 스케치가 적게는 몇십장에서 많게는 100여 장을 넘겨요. 작업물은 전체 출력한 다음, 메인 메뉴 버튼, 콘텐츠 등을 오려 회의실에서 함께 조합해 나가요. 저희끼리는 퍼즐 맞추기 놀이라 말하곤 해요. 그렇게 조합한 작업물을 사진 찍어서 포토샵에 옮겨 시안 작업을 하는 거죠.

실제 함께 모여 작업할 때의 장점은 서로 다른 스케치 작업물을 조합했을 때, 최상의 조합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누군가가 만든 메인 메뉴와 내가 만든 구조를 조합했을 때 굉장히 잘 맞물리는 거죠. 와이어프레임의 완성도가 높으면 높아질수록 후반 작업이 굉장히 쉬워져요. 완성된 UI에 이미지와 컬러를 입혀나가면 되니까요.

Q. 디자이너는 눈에 보이는 구조를 넘어, 사용자를 위한 구조까지 생각할 여유가 생기겠네요. 시안 작업의 설득력도 훨씬 높아질 것 같아요.

와이어프레임으로 작업하면 시안 작업이 되풀이 되는 과정이 훨씬 줄죠. 구조로 설득하기 때문이에요. 클라이언트에게 첫 제안부터 완성된 시안을 들고 가면 개인의 생각이나 취향이 개입될 수밖에 없어요. 와이어프레임은 이미지나 색상을 모두 제외하고 스케치로만 이뤄진 뼈대부터 함께 조율해 나가기 때문에 최종 시안이 개인적인 관점이나 성향 때문에 거절되는 경우가 줄어들게 되는 거죠. 이렇듯, 프로젝트에 연관된 이들이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와이어프레임을 통해 콘셉트를 잡아 나가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개인에게 힘든 시기가 올 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문화와 환경을 만들어주려 해요.”

Q. 그럼 업무 프로세스에서 더 나아가, ‘디자이너답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해 내부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있나요?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어요. 많은 조언을 교사인 아내에게서 얻고 있는데 그중 동기부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됐어요. 보상과 같은 외적동기도 중요하지만 롱런하기 위해서는 내적동기를 강화하는 게 중요해요. 당신이 하는 일이 틀리지 않다는 걸,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거죠.

Q. 서로 존중하는 문화로 동기를 부여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신 거네요.

동료의 존재가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 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신입 때를 생각해 보면 회사를 다니며 참 좋았던 기억이 동료들과 편하게 모여 불만족스러운 이야기보다는 디자인 이야기를 하는 거였어요. 프로젝트 끝나고 티타임이나 술자리에서 각자가 좋아하는 디자인 이야기를 하는 거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또 자극이 될 수 있었어요. 이렇듯, 개인에게 힘든 시기가 올 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문화와 환경을 만들어주려 해요. 쉽지 않은 일이라 여전히 노력 중이고요.

Q. 한편으로는 최근 디자이너에게 붙은 수식어가 정말 많잖아요. 본질적으로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일지 본부장님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수식어가 정말 많아요. 저 역시 웹디자이너, GUI 디자이너, 모바일 디자이너 그리고 현재 UX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수식어가 붙었었죠. 최근에는 개자이너(개발하는 디자이너), 코자이너(코딩하는 디자이너) 등 재밌는 조합도 많고요.

저는 앞서 언급했듯, 콘셉트 설정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뭘 그릴지 알아야 그다음 사용자에게 편한 환경을 고민할 수 있으니까. 그 콘셉트를 잘 만들어내기 위해선 논리력을 키우고 사고할 줄 아는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질을 아는 게 먼저라는 거죠.

Q. 사고할 줄 아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본부장님은 어떤 노력을 하셨을지 궁금해요.

본질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힘이 들 때 도망치고 싶고 꾀병도 부리고 스킬에 목매보기도 했어요(웃음). 제 경우는 서른을 기점으로 관점이 많이 바뀌었어요. 업무와 학업을 병행했었는데 서양미술사 수업을 들으면서 인문학의 재미를 알게 됐고 그 이후로 책을 많이 보려 노력했습니다. 가장 흔한 방법이지만 역시 독서가 가장 좋더라고요. 다양한 사람의 가치관을 빠르게 엿보며 사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통로라는 점에서요.

“ 같이 오래 일하자고 말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보단 먼 미래 보지 말고

일 년, 일 년 가치 있게 일해보자고 말하죠”

Q. 작년 한 해, 내실을 다졌다면 올 한 해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지난 한 해는 내부 시스템 변화를 위해 이해관계를 만들었다면, 올해의 키워드는 ‘자생력’이에요. 그 일환으로 R&D그룹을 신설해 캐릭터 및 플랫폼 등의 자체 사업을 강화하려 해요. 주어진 업무를 넘어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요.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천천히 만들어 보고 싶어요.

저 역시, 강연과 같은 외부 활동을 활발히 할 계획이에요. 본부장이라는 직책을 넘어 여전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고요. 이런 저의 경험과 가치관을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디자인의 본질과 디자이너의 역할을 누군가는 계속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고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직원들과 이야기할 때 같이 오래 일하자고 말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보단 먼 미래 보지 말고 일 년, 일 년 가치 있게 일해보자고 말하죠. 그렇게 더크림유니언에서 함께 가치 있게 일했던 시간과 이력이 그들 스스로에게 자긍심이 됐으면 좋겠어요. 퇴사를 해도 더크림유니언이라는 이력이 있으면 그하나만으로 어디든 다 갈 수 있게 해주고 싶고요.

그래서 회사와 저를 넘어 내부 디자이너들도 외부에 드러내려 해요. 한 명, 한 명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이요. 개인의 역량이 강화돼야 회사의 역량도 강화된다고 생각해요. 배우고 싶은 사람이 모여 있는 조직이면 내외부적으로 어느 조직보다 탄탄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