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심사의 이해 ‘낯설게 하기’
브랜드 네이밍, 슬로건, 상표등록요건 등에 대해 알아보자
01. ①상표법 바라보기 / ②상표법 바라보기
02. 브랜드와 상표
03. 스타벅스의 도형상표분쟁과 판결
04. 상표심사의 이해 ‘낯설게 하기’
05. 브랜드와 기업의 경영철학과 색채등록
06. 상표등록에서의 색채
07. 상표의 소비과정 이해를 통한 조합과 분리출원
타인의 상품과 구별하게 하는 힘
우리는 그간 브랜드의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상표법이나 상표분쟁에서 그 이미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중심으로 알아봤다. 이번 글에서는 칭호로 불리는 문자 상표에 대해 ‘식별력(Distinctiveness)’에 따른 상표등록요건과 그 판례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식별력’이란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하게 해주는 힘을 의미하며, 해당 상표가 특정인에게 독점 배타적인 권리를 주는 것이 공익상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또한, 이러한 식별력 판단 여부와 상관없는 상호에 대한 이해와 슬로건과 같은 선전용 문장에 대해서 상표법에서는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알아보려 한다. 이렇게 타인의 상품을 구별하게 하는 힘인 식별력을 갖게 되는 ‘낯설게 하기’ 또는 그것이 소비자에게로 넘어가는 순간 ‘낯설게 보기’로 이어지는 상표와 그 소비자와의 관계 또한 이해해 볼 기회를 갖고자 한다.
칭호로 불리는 상표의 표현에 따른 등록 여부
일반적으로 문자 상표를 표현하는 방법은 아래의 5가지의 방법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상표의 구분 방법은 Abercrombie test라 해 ‘Safari’ 상표를 둘러싼 미국의 ‘Abercrombie & Fitch사’와 ‘Hunting World사’ 간의 상표분쟁사건 판결에서 제시된 상표의 식별력 판단 방법으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표 분류 방법 중 하나이다.
① 보통명칭: 상품 명칭 그 자체 표현하는 것으로 사과를 Apple로, 사탕을 Candy로 표현하는 경우.
② 기술적 표장: 상품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제품의 기능을 표현하는 Good이나 사탕을 Sweet 하다고 표현한 경우.
③ 암시적 표장: 상품의 특성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사탕을 예술로 빗대어 Sweet Art로 표현하거나 Sweet Guy 등과 같이 암시하는 내용으로 표현하는 경우.
④ 임의 선택의 표장: 달콤한 사탕을 Prince로 표현하거나 컴퓨터를 사과와 같이 표현하는 경우.
⑤ 조어(창작) 표장: 사탕을 Havibal과 같이 사전에 없는 새로운 이름으로 표현할 수도 있듯이 없는 용어를 만들어 그 상표로 사용하는 경우.
여기에서 ①번의 보통명칭을 사용한 경우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상표를 등록받을 수 없다. ②번의 기술적표장은 원칙적으로는 등록받을 수 없지만 그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획득한 경우에는 등록받을 수 있다. ③번의 암시적 표현에서부터 ⑤번의 조어 표장은 등록이 가능한 표현으로 가장 많은 제품에 사용되는 형식의 상표 명칭이다.
보통명칭이나 기술적 표장은 경쟁업자 간의 자유로운 사용을 위해 또는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 배타적인 권리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준으로 식별력이 없는 표장으로 인식하고 해당 거래 업계에 자유롭게 사용하게 해 공정한 경쟁을 촉진시키려는 상표법의 기본 목적에 의해 판단되고 있다. 여기에서 보통 명칭이란 그 상품의 명칭, 약칭, 속칭, 기타 당해 상품을 취급하는 거래 사회에서 그 상품을 지칭하는 것으로 실제 사용되고 인식된 명칭을 말한다.
조어 표장으로 등록돼 보통명칭이 된 초코파이
위 상표의 표현에 따른 등록 여부를 이해했다면 ‘초코파이’라는 이름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 문뜩 떠오르는 생각에는 초코파이란 초콜릿으로 만든 파이를 칭하는 일반적인 보통명칭, 혹은 그 제조방식을 표현한 기술적 표장으로 상표법에 의해 독점 배타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②번 기술적 표장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에 초코파이라는 제품은 오리온은 물론, 롯데나 크라운 혹은 전주를 중심으로 한 지역 특산품으로까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그 추리가 맞다. 현재에서의 초코파이는 보통명칭, 혹은 제빵의 기술적 표장으로 인정돼 어느 누구의 독점권을 갖지 못하는 상표가 됐다. 하지만 초코파이가 처음부터 보통명칭의 표장으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인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양제과의 ‘오리온 초코파이’와 ‘롯데의 초코파이’에 대한 상표분쟁 사건인 『특허법원 1999.7.8. 선고 99허 185.』의 판례를 기초로 설명해 보기로 한다.
오리온사에서 상표권을 주장하기 위한 주장은 아래와 같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1974년부터 상표 출원해 원형으로 된 빵 제품에 초콜릿을 바른 제품으로 1974년 11월 16일 상표등록 출원 등록을 받았으며 “초코파이”란 단어는 이전까지 각종 사전이나 책자에서도 기재된 바가 없는 오리온사가 최초로 창작한 조어 상표였다.
실거래 사회에서 원형으로 된 빵에 초콜릿을 넣어서 만든 파이에 대하여 몽쉘통통, 빅파이, 초코지오, 초코브린치 등 다양한 명칭의 표장이 사용되고 있으며, “초코”와 다른 문자가 결합된 조어 상표들인 초코콘, 초코팝, 초코후레이크 등의 표장도 상표로서 등록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초코파이”는 상품의 보통명칭이 아닌 식별력 있는 표장이다.’
오리온 초코파이 롯데 초코파이
위 주장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기각됐다. 그 이유로는 아래와 같은 법원의 판례가 있었다.
‘모든 복합명사가 사전에 기재될 수는 없는 것으로서 레몬파이, 치킨파이 등도 국어사전에 기재돼 있지 않고, 마찬가지로 초코우유, 초코케익, 초코아이스크림 등의 상품 또한 사전에 기재돼 있지 않은 것을 보더라도 ‘초코파이’가 사전에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상품의 보통명칭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초코파이 스타일의 제품은 원고가 최초로 개발한 것이 아니고 이미 미국에서 1917년부터 조그만 원형의 빵에 마쉬맬로우(marshmallow)를 넣고 초콜릿을 입힌 제품이 개발돼 판매돼 왔다. 설령 출원 당시에는 초코파이가 상품의 보통명칭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타사의 롯데 초코파이가 1979년부터 생산, 판매해 시장 경쟁력을 획득했으며 크라운제과에서도 이러한 초코파이 제품을 판매해 왔으며 해태제과 역시 1980년부터 초코파이 제품을 판매하여 오는 등 ‘초코파이’ 판결 당시에 원고인 오리온사에만 사용해온 상표가 아니라 여러 제과회사에 의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초코파이’를 초콜릿이 표면에 발라져 있고 내부에는 크림류가 들어 있는 파이를 지칭하는 보통명칭 내지 관용 표장으로 인식하게 됐다. 또한, ‘초코파이’라는 제품에 있어서 다양한 제과업체에서 판매하게 되면서 소비자가 그 제품을 선택하면서 이미 “롯데”와 “오리온” 등과 같은 제조사의 이름을 인지하게 됐으므로 ‘초코파이’라는 상품명에 대해 소비자의 상품 출처의 오인, 혼동의 염려가 없기에 수요자를 기만할 우려가 없는 기술적 표장으로 판결이 내려졌다.
위 판례의 판시 요건은 아래와 같이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② ‘초코파이’라는 표장이 상품의 보통명칭 내지는 관용하는 상표로 되어 자타 상품의 식별력을 상실하였다고 여김.
③ 등록상표 “롯데+초코파이”가 인용 상표 “오리온 초코파이”와 대비할 때 상품 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 또는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없다고 봄.
나, 너, 우리…?, 상표와 상호
상표법에서 상표 보호의 의미는 등록 상표를 특정인에게 독점 배타권을 부여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나의 ○○’, ‘우리의 ○○’과 같은 소유대명사는 어느 누구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누구나 알고 있는 ‘우리은행’의 경우 어떠한가? 우선 ‘우리’라는 단어가 누구의 독점 배타적 단어가 아니란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2005년 ‘우리은행’에 대한 상표의 무효소송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그 내용으로는 ‘우리은행’이 인칭대명사를 상표화해 공중이 자유롭게 사용할 표현을 독점하고,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은 물론 은행 직원 간 의사소통에도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예측하는 대로 ‘우리은행’의 상표는 무효로 판단 내려졌다.
‘우리은행’은 소비자들이 자신과 관련 있는 은행을 나타내는 일상적 용어인 ‘우리 은행’과 외관이 동일해 구별이 어려운 데다 동일 업종 종사자에게는 불편과 제약이 가중되는 등 ‘우리’라는 단어에 대한 일반인의 자유로운 사용을 방해해 공공질서를 위반하는 것이다’라는 것이 큰 골자였다.
다시 말해 ‘우리은행’ 서비스표는 구 상표법의 ‘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 규정 중 제7조 제1항 제4호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우리은행은 물론, 우리은행에 다이아몬드 클럽이나 비즈니스 클럽과 같이 일반명사와의 단순한 조합 역시 거절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우리은행’이라는 상호명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계속 상표법을 어기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우리은행’이라는 명칭을 전국에 상호로도 등록해 뒀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표와 상호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상표법에서 인정하지 않는 상표는 해당 상표에 대한 독점 배타권이 없어진다는 거지 상표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 것을 우선 인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은행이 상표로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뿐 상호로써 영업은 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해 상표는 ‘상표법’, 상호는 ‘상법’에 의해 따로 보호받는 다른 법체계로 상호는 법원 등기소를 통해 영업하는 자가 누구인지만을 표시하는 기능으로 한글 문자로만 등기가 가능하다. 상호는 개인의 이름과 같은 기능이기 때문에 하나의 등기에 하나의 이름만을 쓸 수 있으며 동일 행정구역 내에 타인이 동종 영업에 대한 동일한 상호를 등기하지 못하게 하는 효력만이 부여되므로 동일한 행정구역이 아닌 경우라면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호는 존재할 수 있다.
SBS노래방이라는 간판을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은행의 상표의 부적격성을 이해하고 나면 문득 국민은행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은행은 어떠할까?”
이러한 질문이 든다면 상표에 대해 잠시 간과한 부분이 있다. 국민은행의 정식 명칭은 KB국민은행으로 앞에 KB가 들어가므로 그 식별력이 인정된 것이다. 우리가 앞서 상표가 소비자에게 인식되는 요부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스타벅스’에서 COFFEE나 원형의 이미지와 같은 부가적인 표장까지 모두 식별력을 가질 필요가 없었던 것처럼 식별력이란 그 표장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특정 요부에 의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에 위와 같이 우리은행FIS와 같이 ‘FIS’가 상표의 핵심요부이고 ‘우리’라는 단어는 그를 뒷받침해 주는 부가적인 표상으로 인정하므로 위와 같은 표상은 식별력을 인정받아 상표로 등록 가능하다. ‘KB국민은행’ 역시 그러한 이유이다. 이와 유사한 이유로 ‘갈아만든 배’와 같은 음료의 경우에도 ‘해태’라는 제조사의 이름과 함께 등록해 그 식별력을 ‘해태’와 같은 제조사에 초점을 둬 등록받았다.
브랜드 네이밍과 칭호
지금까지 초코파이와 우리은행의 사례를 통해 칭호로 불리는 문자 상표에 대해 상표법에서 바라보는 등록요건 이해해 보면서 상표법에서 바라보는 상표의 요부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봤다. 이러한 문자 상표는 브랜드 개발에 있어 그 네이밍과 관련된 부분으로 기업명, 프랜차이즈명, 서비스명, 콘셉트나 테마의 이름 설정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이러한 네이밍은 상표의 ‘시각적 표장’과 구별되는 ‘칭호’의 부분으로 문자 상표에 속하며 상표를 떠오를 때 가장 먼저 인지되는 청각적 요소로서 글자를 읽을 때 소리 나는 대로 결정되므로 두음법칙이나 자음 접변 현상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또한, 여러 음절의 단어에서는 어두 부분이 강하게 발음되고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어두 부분의 칭호를 중점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또 하나 관념상의 동일성도 따져봐야 한다. 그 예로 승리의 여신인 니케를 나이키라 칭한 ‘Nike’라는 상표가 선행으로 등록돼 있기에 ‘니케’라고 다른 칭호를 동 업종에 출원한다 해도 관념의 동일성으로 등록받을 수 없다는 심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칭호는 한글의 두음법칙은 물론, 외국문자에 관해서도 내국인 관례상의 칭호는 물론 해당 외국인의 칭호도 함께 고려하며 관념상 비슷한 칭호도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니케’라고 출원해도 등록받을 수 없다
슬로건(Slogan)
슬로건 역시 문자 상표인 ‘칭호’에 해당하는 요소이다. 슬로건은 상표에 대한 주제를 짧게 압축해 표현한 것으로 ‘나이키’의 ‘JUST DO IT’이나 코카콜라의 ‘Always’와 같이 서술적인 정보로 전달하는 짧은 문구를 뜻한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의미나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메시지 역할을 하며 대중의 행동을 끌어내는 선전의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슬로건을 상표의 표장과 함께 등록받으려 할 때는 자칫 필요 이상의 정보가 담기게 돼 상표등록 후 활용에 제약을 두기도 하며 등록 결정 시에는 식별력을 판단해야 할 내용이 증가해 거절의 원인이 발생하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특허청에서는 상표와 슬로건을 따로 분리해 등록받기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따로 분리해 출원할 경우에도 슬로건은 대부분 성질 표시의 성격이거나 ‘단순히 묘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등록을 위해서는 따로 그 식별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기에 ‘슬로건에서 사용되는 서술적인 문구가 상표법에 의해 등록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깊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지만 구호와 같은 슬로건이라 해서 상표등록 시 식별력을 모두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아우디의 슬로건 ‘Vorsprung durch Technik(기술을 통한 진보)’의 경우 유럽 상표 소송 – 사건번호 C – 398/08(CJ2010.01.21선고)을 통해 상표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아우디가 슬로건만 내세워 제품을 표현한
광고의 이미지아우디가 슬로건만 내세워 제품을 표현한
광고의 이미지
‘슬로건의 경우 구성된 문자 상표와 같은 식별력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서 특별한 보충적인 기준을 규정하거나 식별력에 대한 기준을 훼손하는 것은 부당하며 상표의 식별력을 판단하면서 다른 유형의 표지에 적용하는 그것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Vorsprung durch Technik(기술을 통한 진보)’의 경우 수요자에게 일정한 해석을 요구하며, 더욱이 이 슬로건은 독창적이고 공감성을 보여주고 있는 창의적인 상표로 인정되므로 아우디의 슬로건은 하나의 상표로 인정됐다.
즉, 슬로건이 상표와 함께 쓰인다 해도 상표와 분리 출원을 제안하며 그것은 하나의 독립적인 칭호 상표로 해석하고 있으므로 독립적인 식별력 구축이 필요하기에 슬로건을 상표로 등록받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전략적 방법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물론, 슬로건을 굳이 상표로서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해서 그것을 활용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아니다.
‘낯설게 하기’, ‘낯설게 보기’
상표심사에 있어서 그 등록요건의 첫 번째가 ‘식별력’이란 것을 지금까지의 사례를 통해 이해해 봤다. 이러한 식별력과 관련해 상표법을 다시 이해해 보면, ‘어떠한 제품군에 있어서 그 제품만의 독특한 낯선 이미지를 제공해 그 제품만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끌어낸 상표권자에게 해당 이미지에 대해 독점 배타권을 제공해 주는 제도’로 다시 한번 이해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이 ‘낯섦’이란 것에 대해 문자를 통해 관객 – 소비자와의 만남을 기초로 한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활용되는 ‘낯설게 하기’를 짚어 보면서 관객과 만남, 즉 브랜드에서는 소비자와의 만남으로 빗대어 넓은 관점에서 이해해 보려 한다.
‘낯설게 하기’란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러시아의 문예학자, ‘빅토르 시클롭스키[Viktor Borisovich Shklovski]’이다. 그는 문학의 형식적인 측면을 연구해 당시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작가로 그는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문학성은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과 관련된다고 생각했으며, 이때 ‘낯설게 하기’의 방식에 의해 문학적 특성이 드러난다고 했다. 이는 사건을 그대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구성(플롯, plot)에 있어서 리듬, 비유, 역설 등을 사용해 다른 결합 규칙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말하며 작가가 이야기와 관객과의 거리를 조절해 가며 상상력을 자극해 흥미와 긴장감이라는 반응을 유발하는 기법으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 속에서의 낯설게 하기는 관객, 또는 시청자에게 갑작스럽게 이야기 몰입의 맥을 끊게 하고, 다시 몰입하게 만든다는 방식으로 묘한 괘감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직접적인 예로, 우리가 연극을 관람할 때 극 중 연기자가 독백할 때가 있다. 그러한 연출기법은 관객에게 하여금 ‘이건 연극이고 당신은 연극을 보고 있어!’라는 자각을 불어 일으키기도 한다. ‘아! 지금 저 극 중 인물이 나에게 질문을 하는구나…, 나는 관객으로서 저 주인공을 관찰하고 있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으며 몰입의 순간에서 객관적인 관람객의 자세를 취하게 되며 극을 바라보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쾌감을 주며 극을 이끌고 갈 때가 있다. 이러한 것이 연극 연출에 있어서 ‘낯설게 하기’의 연출법이라 할 수 있다.
‘친절한 금자씨(2005)’란 영화에서도 이러한 기법을 볼 수 있는데 주인공 금자가 감옥에 들어가게 된 경위와 감옥에서의 일 혹은, 심리상태를 뜬금없이 성우의 내레이션을 통해 낯설게 표현함으로써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몰입과 객관적 시점을 넘나들게 하는 장치로 사용해 새로운 흥미와 긴장을 주는 연출법으로 개봉 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상표가 소비자에게 넘어가면 일종의 서사(narrative)로 읽힌다
상표의 제공자와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와의 관계를 하나의 이야기를 제공하고 소비하는 관계로 대치시켜 생각해 보자. ‘좋은 컴퓨터’, ‘빠른 컴퓨터’ 등과 같은 컴퓨터를 표현하는 이야기에서 ‘사과’라는 낯선 표현은 소비자에게 어떠한 느낌으로 다가갔을까? 현재 디지털 음악을 소비하는 시장에서 ‘멜론’이라는 과일은 어떠한 의미로 이해되고 있는가?
제품의 소비시장에서 특정 단어를 어느 특정 제품과 연계해 인지되는 과정은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에게 그 특정 단어에 대한 낯선 경험과 흥미를 유발하게 하는 과정으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 특정 단어는 소비자에게 독립적인 식별력으로 구축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것은 하나의 서사(narrative)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서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가장 보편적으로 채택돼 온 구분이 바로 ‘story(이야기)’와 ‘discourse(담화)’이다. 담화(discourse)란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된 구어적 언어 형식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따라서 각각의 담화는 하나의 독특하고 고유한 기능을 지닌다. 그 담화가 지니는 기능을 나눠보면 정보 제공 기능, 호소 기능, 약속 기능, 사교 기능, 선언 기능 등이 있다. 담화의 하위 유형들은 대체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지지만, 광고가 시청자를 설득해 상품을 구매하게 하도록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궁극적인 기능으로 ‘호소’라 할 수 있지만, 그 제품의 소개, 정보의 제공 등의 ‘약속’의 기능을 동시에 지니기도 하듯이 담화는 하나 이상의 복합적인 요소가 담겨 있기도 하다.
앞서 스타벅스의 상표분쟁이나 초코파이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브랜드는 기업에서 제시된 표상만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넘어간 순간 이야기(story)가 되고 다중의 담화(discourse) 속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그 무엇의 가치가 생기게 되며 그것이 그 브랜드로서의 ‘약속의 가치’가 생기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서사구조를 가지고 소비되고 있는 제품에 대해 그것이 상표분쟁을 위한 대비책이든, 독특한 브랜드를 제작하기 위해서든 ‘낯설게 하기’와 ‘낯설게 보기’의 시점과 그 모든 것의 목적이 소비자와의 약속과 믿음을 전달하는 일임을 조심스럽게 강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