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깊이가 공존하는 공간 더피프티원
회사가 ‘일만 하는 공간’이라면 갖춰야 할 건 명확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함께 일하고 이야기 나눈다. 때론, 잔뜩 쌓여진 일을 뒤로 미루고 밖을 내다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자연스레 공간에 담긴 회사 방향성
최근, 회사 사옥을 들여다보면 회사가 일만 하는 공간은 아님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공간으로 회사 이미지가 각인되기도 하니까. 더피프티원 사옥은 채우기보단 비워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비워내면서 깊이가 느껴졌던 건 회사와 직원에게 더 나은 공간이 되길 바라는 생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회사와 직원에게 더 나은 공간이 되길 바라는 생각이 녹아들 수 있었던 건 사옥 인테리어 기획을 창립 멤버이기도 한 김홍진 부장이 맡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공간을 설명하기에 앞서 그가 몸담아온 더피프티원 회사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웹에이전시 ‘더피프티원(the fifty one)’은 불과 7년간 80명 규모로 빠르게 성장한 만큼 치열하게 일해왔다.
특히, LG전자 글로벌 웹사이트(B2C) 65개국 개편, 한국타이어 글로벌 웹사이트 14개국 개편 등 다수의 글로벌 플랫폼에 특화돼 있다. 국내에서는 쉽게 수행할 수 없는 단기간 70여개국 34개 언어 등 익숙하지 않은 여러 언어 및 국가별 특성을 고려한 특화기능을 적용하고 반영하였다. 단순 언어의 문제를 넘어서서, 해당 국가의 특색에 맞게 콘텐츠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해당 나라의 문화도 적용돼야 한다. 이런 웹사이트 구축 경험이 있는 에이전시가 그리 많지 않기에 기존의 업을 답습하기보단 새로운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해야 했던 과정을 거쳤다.
창립 초기,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두고 잘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전문성을 쌓아나갔다. 그러니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 퀄리티를 업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만들고자 하는 목표 의식도 명확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부딪히며 전문성을 쌓아왔고 동시에 일의 규모도 사람도 늘었다.
본래, UX디자인 업무를 맡던 김홍진 부장은 회사에서 글로벌 프로젝트 업의 전문성을 쌓으면서 최근에는 그에 특화된 글로벌플랫폼사업부를 따로 구성했을 정도다. 그렇게 회사에서 능력을 쌓으며 회사가 더 발전했으면 마음으로 자연스레 이어졌고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그랬으면 하는’ 것들 역시 늘어났다.
공간 콘셉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더피프티원이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회사 정체성으로 답변이 이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미니멀리즘과 같은 명확한 콘셉트가 있기보단 본질적으로는 더피프티원 일의 성격과 방향성이 고스란히 적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더피프티원 사옥에 담긴 요소들을 찬찬히 살펴보자.
① 채우기 위한 비움
새롭게 자리 잡은 상암동 사옥은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부터 다르게 접근했다. 이전에는 나무, 블록, 브라운 책상에 화이트 파티션, 그레이 벽, 노출 시멘트 등 많은 소재가 섞이고 채워져 있었다. 일도 성격도 다른 사람들이 점점 모여 규모가 커졌듯 말이다.
현재 사옥은 공간과 공간 사이를 비워놓은 점이 돋보인다. 미니멀리즘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들로 채우기 위한 덜어냄이라 보는 게 맞다. 굳이 콘셉트가 무엇이냐 정의한다면 ‘앞으로 이 공간에서 만들어 나가는 걸 담아내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 모습이나 프로젝트, 어워드 그 외 고객에게 받은 것들로 채워나가자는 생각에 기존 것들로 공간을 채우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으로 만든 것들로부터 깊이감을 공간에 담아내고자 한 게 우선이라 생각에서였다. 화려한 색 옆에 화려한 색이 있다면 어느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김홍진 부장의 말이 잘 드러나는 공간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불필요한 건 모두 덜어내 비어있어 보이지만 직원에게 더 나은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곳곳에 보인다.
② 공간과 공간 사이
맨 처음 회사입구를 지나 공간에 들어서면 중앙에 커다란 오픈형 테이블을 볼 수 있다. 그 테이블을 중심으로 모든 업무공간을 포함해서 여러 공간들이 둘러싸여 있다. 이외에 회의실이나 다른 공간들에서 나오면 자연스레 이 빅테이블 공간을 거치게 되는 구조인데 때문에 언제든 업무공유를 위해 모일 수도 있고 협업이 아니더라도 혼자 업무를 볼 수도 있는 공간이다. 클라이언트와도 이곳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때로는 일을 미뤄두고 휴식을 취할 때도 이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이 공간을 가장 애정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
이처럼, 업무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들이 더 편하고 자유롭게 이뤄졌으면 했다. 회의실이나 작업 공간 사이사이는 빅테이블과 같은 휴식공간이 많다.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이 반반이라 느껴질 정도. 책상과 책상 그리고 파트와 파트 사이 복도 역시 여타 기업보다 넓은 모습이다. 거창하게 채우기보단 잘 비우고 잘 나눠놓은 느낌이랄까.
③ 업무 특성이 반영된 요소들
그렇다면, 부서별 공간은 어떻게 구성했을까. 에이전시는 특히나, 이뤄지는 업무가 다양하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넘어 납품하고 자사 서비스를 구축하기도 한다. 기획, 마케팅, 디자인 업무 중심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목적 혹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하는 공간을 제외하고는 파트별로 파티션을 나눠 공간을 분리하기 보단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나눠놓았다. 하나의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하면서 업무를 공유하고 더 나아가 빅테이블이라는 공간에서는 다른 파트와도 업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업무 특성상 파견직원 등 본사를 드나드는 인원이 많다. 이들이 업무 일정에 따라 짐을 나르는 것 또한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때문에 곳곳에 사물함이나 책꽂이 등 개인공간을 배치해놓았다. 본사에 복귀했을 때 언제든 개인물품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업무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 중 무릎을 치며 공감했던 건 개인공간 그리고 폰부스였다. 업무상 전화를 받기 위해 회사 공간을 피하거나 나가야 하는 게 아니라 공간 안에서 전화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 이렇듯, 중간중간 구성원이 일을 행하는 데 있어 간과했던 것들을 비워진 공간에 채워 넣어 활용하도록 했다.
회사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직원들이 더 나은 공간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담긴 더피프티원 사옥. 비움과 동시에 깊이가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수다를 떠는 중심축이 되었으면 한다는 김홍진 부장의 바람처럼 이 공간은 더피프티원이 새롭게 쌓아가는 일들과 직원의 발자취로 다시금 채워지게 될 것이다.
MINI INTERVIEW
김홍진 글로벌플랫폼사업부 부장
참 많은 문제들을 겪고 도움도 받으며 지금까지 왔어요. 그럴 수 있었던 건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셋째도 사람이었습니다. 바라보는 게 같기에 과정에서 오는 투닥거림도 있었지만 정도 들었고 그렇게 함께 일한 직원들이기에 그들이 더 나은 공간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렀죠.
직장인에게는 출퇴근만큼 힘든 게 없어요. 저도 외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본사에 와야 할 일이 있을 땐 힘들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렇지만, 회사에 복귀하면 전망이 탁 트인 공간에서 밖을 내다보며 잠깐 쉬기도 하고 빅테이블에 앉아 자유롭게 일하기도 해요. 그러니 이 공간을 다른 직원들도 자유롭게 활용해주었으면 좋겠어요. 회사를 피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그 이야기를 나누고 수다를 떠는 그 중심축이 되었으면 하네요.
뉴스콘텐츠는 저작권법 제7조 규정된 단서조항을 제외한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입니다. 본 기사를 개인블로그 및 홈페이지, 카페 등에 게재(링크)를 원하시는 분은 반드시 기사의 출처(로고)를 붙여주시기 바랍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출처 없이 본 기사를 재편집해 올린 해당 미디어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절차(지적재산권법)에 따라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에디터김 신혜 (ksh@webs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