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메고 자유를 찾아 떠나는 걸캠퍼 리랑
캠핑으로 힐링을 선물하는 <리랑온에어>의 비하인드 스토리
톱니바퀴처럼 정밀하게 돌아가는 삶을 살다 보면, 거북이가 부러울 때가 있다. 자신의 집을 들고 다니기에 언제든 어디론가 떠날 수 있으니까. 거북이처럼 등딱지 같은 배낭을 배고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도시 속 캠핑장‧관광 명소‧무인도 등 내가 가는 곳이 목적지며, 먹고 싶은 것도 스스로 만들어 먹는다. 누군가에게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캠핑이지만, 캠핑을 다녀온 후에는 에너지를 얻는다. 유튜브 채널 <리랑온에어>는 캠핑을 통해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사진. 리랑온에어 유튜브
누구보다 캠핑에 진심인 사람
<리랑온에어>는 대한민국 캠핑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이다. 수많은 캠핑 유튜브 중에서 이 채널이 돋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은 영상을 봄으로써 바로 해소됐다. 채널의 주인공 ‘김이랑’의 표정을 통해 그가 캠핑이라는 활동을 온전히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청자는 ‘힐링하고 있는 김이랑’을 통해 힐링을 얻는다.
김이랑은 언제나 떠날 준비가 돼 있다. 전업 유튜버가 된 지금은 물론, 유튜브와 직장을 병행하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일요일에 캠핑 후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는 ‘출근박’, 퇴근 후 바로 캠핑을 떠나는 ‘퇴근박’ 등 그의 일상은 자연스레 캠핑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과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의 장비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음식과 함께 한다. 소위 말하는 콘텐츠를 위해 ‘각 잡고 영상을 찍는 것’이 아닌, 캠핑 간 김에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다.
여타 캠핑이 그렇듯, 숙영지에 도착하면 텐트를 설치하고 식사를 준비한다. 산 정상·폭풍우 치는 섬 캠핑 등 그가 가는 곳은 힐링 캠핑장이 된다. 때로는 한파가 찾아오기도, 멧돼지를 만나는 등 수차례 돌발상황이 발생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는다. 김이랑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그 상황마저 좋은 추억으로 만들 뿐이다.
유튜버가 된 패션 디자이너
너무 뵙고 싶었어요.
안녕하세요. 여행하는 Girl Camper ‘리랑’입니다. 제 본명은 김이랑인데, 친구들이 저를 부르는 애칭이 ‘리랑’이에요. 리랑이 방송을 시작한다(온에어)는 의미를 지닌 ‘리랑온에어(Rirang OnAir)’로 정했어요.
영상을 보다보니 리랑님이 군인 출신인 줄 알았어요. 디자이너였다고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디자이너를 꿈꿨고, 디자이너가 됐을 때는 굉장히 기뻤죠. 10년 넘게 패션 디자이너로 지내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즐거웠던 때가 더 많습니다. 디자인실에서 열정을 불태웠던 시절이 종종 그리울 때가 있어요. 아직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말보다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는 게 더 익숙할 정도니까요.
패션 디자이너가 캠핑 유튜버가 됐네요?
2017~2018년쯤이었나요? 유튜브 붐이었어요. 너도나도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저도 ‘추억을 남겨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어떤 영상을 찍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직업을 살려 패션 콘텐츠를 만들지, 취미인 요리로 영상을 만들지 고민했죠. 어차피 매주 캠핑 갔기에 이를 추억으로 남기면 좋겠다고 결정했습니다. 2018년 11월 첫 영상을 시작으로 처음 6개월은 휴대폰으로 찍었고, 그 후에는 카메라를 구비해 촬영했죠. 1년 뒤에는 편집용 노트북을 구매하며, 유튜버로서 조금씩 배워나갔습니다.
리랑님의 캠핑을 보다보면, 제가 힐링받는 걸 느껴요.
채널 콘셉트와 방향이 궁금해요.
캠핑은 조금의 용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장비나 많은 시간은 필수 사항이 아니고요. 제가 캠핑에서 느꼈던 편안함과 따스함을 시청자에게 공유하기 위해 평소에 자주 사용하던 장비와 음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요.
영상을 보면 주로 혼자 캠핑을 가시더라고요.
2021년에 회사를 그만둔 이후, 주로 평일에 캠핑을 갔어요. 대부분의 사람은 평일에 시간을 내기 힘들다보니 혼자 많이 가게 됐고, 점차 솔로 캠핑에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혼자 자연 속에 있으니, 모든 것이 저만을 위한 것 같더라고요. 이런 점이 절 더욱 자유롭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섬으로 여행갔던 첫 솔로 캠핑이 기억나요. 막연한 불안감과 긴장이 있었지만, 하루가 더욱 길게 느껴졌어요. 솔로 캠핑의 여유로움에 반하게 됐죠.
텐트 없이 캠핑, 산 정상에서의 캠핑 등 생존 캠핑도 인상적이에요.
<Wild>(2014)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이 영화를 너무 인상 깊게 봤어요. 주인공이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도보 여행을 하는 스토리예요. 즉, 94일동안 미국을 도보로 횡단하며 이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요. 힘들 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하고 앞으로 나가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죠. 많은 직장인이 공감할테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힘들고 지칠 때가 많잖아요? 저도 이 영화를 보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자연에서 생존하는 콘텐츠인 ‘부시크래프트’ 관련 영상도 즐겨봐요. 결국, 완벽하진 않아도 새롭게 뭐든 시작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자연에서 생존하고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캠핑을 시작했어요.
리랑이 부는 캠핑 열풍
이제 곧 골드버튼이 눈 앞이에요.
대한민국 캠핑 유튜버 중에 1등인데 그 매력이 무엇일까요?
글쎄요. 제가 묻고 싶네요(웃음).
그렇다면 제가 느낀 점을 얘기해볼게요. <리랑온에어>의 가장 큰 매력은 ‘리랑님의 표정’이라 생각해요. 영상은 편집하고 연출할 순 있어도, 모든 순간의 표정까지 편집할 순 없잖아요? 그런데 리랑님의 표정은 언제나 해맑아요. ‘이 사람은 정말 캠핑을 즐기고 있구나’가 느껴지더라고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심만큼 중요한 것은 없죠. 저를 포함한 98만 구독자도 똑같이 느꼈을 거라 확신해요.
감사합니다. 저는 캠핑이 정말 좋아요. 어렸을 때 저희 가족은 여름마다 가까운 곳으로 물놀이를 갔는데, 파라솔·버너·매트·의자 등 여러 캠핑 용품을 싸서 들고 다녔죠. 그 후 디자이너가 되고, 혼자 지내면서 캠핑에 관심이 생겼어요. 캠핑을 생각하면 즐거웠던 기억이 떠올라요.
“
‘얼마나 가느냐’보다
‘얼마나 자유로우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
많은 직장인이 유튜버를 꿈꿔요.
유튜브를 하며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회사에 소속된 것이 아니기에 일정상 자유로움이 있어요. 또한 취미를 직업으로 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너무 좋고요.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기획·촬영·편집을 혼자 해결하는 1인 크리에이터이다 보니 매주 영상을 업로드하기란 쉽지 않아요. 예상치 못하게 몸이 아프거나 개인적인 일이 생길 때가 있죠. 하지만 이조차 배부른 소리라 생각해요. 유튜브에는 수많은 영상이 있는데, 그중에서 제 영상을 선택한 시청자가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감사해요. 제 영상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기운이 생겨요.
700만 조회 수를 비롯, 업로드한 영상들의 조회 수가 엄청나요. 최애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지난해 덕적도로 캠핑 간 영상이에요. 1박 2일을 계획했는데, 폭풍우로 인해 3박 4일이 됐죠. 첫날에는 문제 없었어요. 바닷가에서 생굴도 캐고, 화목 난로에서 라면도 먹고 아무 문제 없었죠. 자고 일어났더니 비가 오며 바람이 세게 불더라고요. 장비는 모두 날아가고, 날씨는 더욱 추워졌죠. 희로애락을 강하게 느꼈던 여행입니다.
아쉬웠던 영상도 있나요?
지난 겨울, 눈 속에서 타프만 치고 자는 부쉬크래프트 영상입니다. 콘텐츠 자체는 좋았는데, 촬영 스킬 관련해 문제가 있었어요. 그 영상 촬영시 마이크를 교체했었어요. 처음 사용하는 마이크라 바람 소리는 너무 컸고, 음향에서 미스가 많았어요.
※ 타프: 캠핑 도구 중 하나로, 방수천을 뜻하는 타폴린(Tarpaulin)의 준말
그게 문제였나요?
저는 현장감이 더 느껴져서 좋았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영상 관련해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서인지 촬영 관련 에피소드가 간간히 있어요. 제가 보는 상황과 느꼈던 감정을 같이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1인칭 시점에서의 장면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려 노력 중이에요.
댓글을 보니 리랑님의 영상으로 에너지와 즐거움을 얻었다는 내용이 많아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요?
‘가족끼리 같이 본다’ ‘일상에서 힘들었는데 영상을 통해 힐링을 얻는다’ 등 모든 댓글이 감사해요. 제 영상을 통해 많은 분이 힘을 얻는다는 의견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댓글을 보니 외국인이 매우 많아요.
아무래도 외국어 자막을 다양하게 넣었던 것이 이유가 아닐까요? 게다가 섬네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직관성 있는 섬네일이 외국인들에게도 인상적이지 않았나 싶어요.
캠핑 홀릭이자 전문가로서
가장 좋아하는 캠핑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어떤 방식이든 미니멀을 추구해요. 장비가 미니멀하든 세팅이 미니멀하든지요.
그동안 많은 캠핑 장비와 함께 했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장비는 무엇인가요?
트린지아 주전자인데, 제가 돈데크만이라는 별명을 지어졌죠. 제 애착주전자로 항상 함께해요. 그리고 가장 잘 사용하고 있는 장비는 화목난로&화로대입니다. 캠핑의 꽃은 불멍이잖아요? 불로 요리할 수도 있고, 불멍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사용 빈도는 화목난로&화로대가 가장 높은 것 같아요.
저도 주말에 당장 캠핑가고 싶어졌어요.
초보 캠핑러에게 추천해줄 장비가 있나요?
어느덧 캠핑을 다닌 지 10년이 지났어요. 그동안 느낀 것이 ‘보온만 되면 나머지는 임기응변이 가능하다’죠. 매트·침낭·핫팩만 챙기시고 나머지는 집에 있는 도구들로 시작하는 걸 추천해요. 특히 붙이는 핫팩을 많이 준비해 등과 배에 붙이면 따뜻한 캠핑을 즐기실 수 있어요. 옷 위에 붙이셔야 해요!
※ 리랑온에어가 추천하는 보온용품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보니
‘RI ANG 리앙’이라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있네요?
저는 패션 디자이너이면서, 캠핑 유튜버잖아요? 남녀 공용 브랜드로 일상과 아웃도어 어디서나 힙하게 입을 수 있는 방향으로 디자인한 브랜드예요. 지금은 임시 휴업 중입니다. 더 좋은 퀄리티로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론칭하면 말씀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구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제게 과분한 애정과 관심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앞으로 평범하면서도 친근한 힐링을 나눌 수 있는 리랑이 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진부한 얘기지만, 유튜버 리랑을 통해 다시 한번 ‘진심’은 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혼자 캠핑을 다니며, 남들이 가는 캠핑보다는 힘든 캠핑을 선택한다. 하지만 리랑에게 이를 콘셉트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상에서 그의 표정을 보면 캠핑을 오롯이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리랑은 캠핑을 통해 얻은 즐거움과 에너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야영 준비를 끝낸 후, 리랑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막걸리 타임이 있다. 또한 예민하기로 둘째라면 서러운 길고양이들이 텐트로 모여들고, 그들에게 간택당하고(?) 만다. 그도 대략적인 캠핑의 계획을 세웠을 테지만, 이 모든 것을 어찌 설계했으랴. 이것이 캠핑의 묘미이지 않을까. 멧돼지가 나타나더라도, 폭풍우가 찾아와 텐트를 날려버리더라도 당황함은 잠시, 해맑게 웃으며 이 또한 캠핑의 한 요소라 받아들인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과 굳센 용기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리랑을 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 이게 긍정 바이러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