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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마케팅에서 PM까지, 그가 커리어를 확장하는 법

꾸준함이 돋보이는 인사이터 안승환

카카오브런치에 빠졌던 적이 있다. 우연히 어떤 글을 봤는데, 시니컬한 타이틀과 직설적인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웹툰 보는 것 마냥 다음 화가 기다려졌다. 어느 날 그 글을 쓴 작가에게 연락했고, 그 후로부터 그의 글을 다듬어 디지털 인사이트에 연재했다. 그는 스타트업 마케터 출신으로 마케팅에도, 라이팅에도 분명한 재능이 있었다. 늘 배우는 사람이었고, 배운 경험을 명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랜선으로 메일을 주고받던 그와 한번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외부 필자로 함께한 안승환 인사이터와 인터뷰를 나눴다.

글. 신주희 기자 hikari@ditoday.com
디자인. 손찬호 디자이너 bbt0808@ditoday.com


안녕하세요 승환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정신없이 지내고 있어요. 직무가 바뀌었거든요. 현재 NFT 관련 플랫폼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적응하느라 바쁘시겠네요. 마케터에서 PM으로 직무를 바꾼 이유가 있나요?

마케팅은 비즈니스의 최전선에 놓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품의 가치와 메시지를 고객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를 가장 고민하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를 넘어,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생겼어요. 저도 모르게 데이터를 분석하며, 개선점을 찾고 있더라고요.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보다 ‘어떤 제품을 전달할 것인가’에 가치를 둔 거죠.

지금은 양질의 프로덕트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어요. 비즈니스의 요청사항을 프로덕트로 구현해 개발자나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는 것도 주 업무 중 하나고요. 조직 구성원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제 일이에요.

마케터와 PM은 확실히 다른 직무네요. 그런데 승환님은 어쩌다 마케팅을 하게 됐나요?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대학생 때 대외 활동으로 에디터 경험을 많이 쌓았는데요. 그렇게 취준 생활을 이어가다 중견기업 MD와 스타트업 마케터 직무에 합격했습니다. 별다른 고민 없이, 구성원들의 커리어가 눈에 띄었던 스타트업을 선택했어요. 더 똑똑한 사람들과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결정한 거죠. 그곳에서 B2B용 SaaS 제품을 마케팅하는 콘텐츠 마케터로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콘텐츠 마케터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했나요?

블로그 포스트 작성 및 뉴스레터 발행을 담당했어요. 블로그에는 자체적으로 기획한 콘텐츠나 해외 글을 번역한 콘텐츠 위주로 게시했어요. 뉴스레터는 외부 글을 큐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죠. 그때 배운 글쓰기가 지금도 도움이 된답니다.

그렇다면 마케터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글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해요. 글을 쓰는 것 못지않게 글을 읽고 해석하는 게 중요하죠. 생각보다 우리는 많은 곳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고객 대상의 카피라이팅일 수도 있고, 내부 직원과 소통하거나 설득하는 데 필요한 글이 될 수도 있죠. 특히 마케터라면 데이터를 보고 글로 해석하는 역량이 필요해요. 글은 운동선수의 기초 체력과 같다고 할까요? 뻔한 말 같지만, 잘 쓰고 잘 읽는 게 가장 중요해요.

승환님은 콘텐츠 마케팅뿐 아니라 퍼포먼스 마케팅•앱 마케팅도 경험하셨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다룰 수 있는 툴이 많아졌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어요. 우연한 기회로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하게 됐는데, 그 경험을 발판 삼아 구글 광고, 네이버 검색광고까지 점차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업무를 확장해 나갔어요. 또 앱 마케팅을 하느라 앱스토어 광고도 해봤고요.

정말 두루 경험하셨네요. 지금까지 마케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앱스토어 별점 및 리뷰 획득 프로젝트’요.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어요. 그보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했죠.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리뷰만 400개 이상 달렸고 리뷰 받는 속도도 3배 이상 빨라질 수 있었어요.

고객과 관계를 맺기 위한 CRM 마케팅도 기억에 남아요. 문자나 앱 푸시 외에, 손편지와 함께 선물을 전달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실제 고객 반응도 좋았고, 무엇보다 고객과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의미 있었죠.

“확장 가능하지 않은 일을 하라”. 전 이 말을 좋아해요. 해석하면 ‘손수 사용자를 모아라’라는 뜻인데요. 처음부터 시스템적으로 컴퓨터 수백 대를 고치려 하지 말고, 고객의 집을 직접 방문해 컴퓨터 한 대를 수리하라는 말이죠. 대기업은 많은 고객을 한꺼번에 관리해야 하지만, 스타트업은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다가가야 해요. 이렇게 소수의 팬을 만드는 일이 가장 보람 있었던 것 같아요.

<0원으로 앱스토어 별점 400개 받기> 바로가기
<앱 푸시, 문자만 CRM이 아닌데요> 바로가기

고객 반응이나 피드백을 보며 보람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카카오 1boon(현 카카오 뷰)에 50여 개의 글을 올렸는데, 총 조회 수가 600만 정도 나왔어요. 그렇게 성과가 수치로 나올 때 ‘아 내 글이 읽히고 있구나’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죠. 또, 고객이 블로그에 저희 서비스를 좋게 평가해 줄 때 뿌듯하더라고요. 랜덤 박스를 열어보는 것처럼, 블로그 리뷰를 확인하는 과정도 즐거웠어요.


저도 ‘그 기사 잘 봤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ㅎㅎ 바뀐 직무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아요. PM이라는 직무는 어떠신가요?

어렵고 힘들어요. 기본적으로 PM은 소통하는 일이 많거든요. 그래서 각자가 의도하는 바를 중간에서 명확히 전달하는 방법을 늘 고민해요. 스케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죠. 서로의 일정을 조율하면서 제품의 퀄리티를 높여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한 번쯤 해볼 만한 경험이에요.

PM의 역할이 막중하네요.

그럼요. PM은 다른 직군이 어떻게 일하는지 거의 알고 있어야 해요. 그래서 디자인이나 개발 부분에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물어보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잘 모를 땐, 각 분야에서 최선의 방안을 모으려 해요. 그래야 전체적인 퀄리티가 향상되니까요. 저도 아직 주니어라 노하우가 부족해 일단 몸으로 부딪히고 있어요.

업무 만족도를 1에서 10 사이로 나타낸다면요?

음… 7이요. 평소에 IT에 관심이 많았는데, NFT 관련 경험을 쌓을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팀원들도 너무 좋고요. 하지만 아직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아쉬워요.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좋은 프로덕트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죠. 경기 침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아직은 J-커브의 하락선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해요ㅎㅎ 바닥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금방 올라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올해 안으로 더 좋은 결과물을 낼 겁니다.

승환님은 여러 스타트업을 경험하셨잖아요. 스타트업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스타트업하면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장 먼저 떠올리실 텐데요. 그 부분은 회사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래도 확실한 건,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해볼 수 있는 곳이에요. 

회사를 정할 때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슬랙을 사용하는 곳이면 좋겠어요. 회사 규모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고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명확하게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취준생 혹은 주니어 실무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회고하세요. 과거에만 얽매여 있는 건 좋지 않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지난날을 복귀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어떤 점을 잘했고 못했는지 분석이 돼야 개선점을 찾을 수 있어요. 오랜 문제를 해결하거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회고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만 봐도, 연말 시즌에 회고 관련 게시글이 무수히 많더라고요.


이제 인사이터 안승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왜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게 됐나요?

사실 시간이 남아서 쓰기 시작했어요. 잠시 이직을 준비하는 기간이 있었는데요. 강의도 듣고 책도 읽으며 바삐 보냈죠. 그래도 더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브런치를 알게 됐어요. 두 번째 도전 끝에 작가가 됐고, 한 주에 한 편씩은 꼭 썼어요. 힘들고 바빠서 한 주만 쉴까 싶다가도 ‘한 주만 더 쓰자!’라는 게 벌써 2년이나 지났네요. 지금까지 한 130편 정도 쓴 것 같아요.

글감은 어떻게 얻으세요?

크게 두 종류인데요. 먼저 줄곧 머릿속에 갖고 있던 생각을 꺼내 글을 쓰는 편이에요. 업무 시에 생긴 고민을 정리할 때도 있고, 직접 공부하고 체득한 업무 스킬을 바탕으로 작성할 때도 있어요. 두 번째로는 책에서 영감을 얻어요. 책 읽고 요약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읽고 나면 내용을 다 잊어버리는 편이라 한 줄이라도 중요한 부분을 정리하거든요. 책 리뷰를 브런치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똑같은 책을 3번 보는 효과가 나타난답니다.

저도 책 읽고 글 쓰는 습관을 들여야겠어요.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잘 썼다!’ 싶은 글과 독자의 반응이 다를 때가 있는데요. 승환님은 어떠세요?

사실 어떤 글이 잘 쓴 글인지를 모르겠어요. 그래서 좋아요를 왜 누르는지, 왜 퍼가는지 신기할 때가 많아요. ‘누추한 곳에 이런 귀한 분이!’랄까요. 일단 초안이 완성되면 맞춤법 검사만 하고 퇴고는 크게 하지 않는데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제게 ‘잘 썼다’의 기준은 오직 독자의 반응인 것 같아요.

승환님 글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클릭하게 만드는 힘이랄까요? 글 쓸 때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시나요?

감사합니다ㅎㅎ 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려고 해요. 직업병인 것 같은데,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할 때 에둘러 말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거든요. 그리고 두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첫 번째로 비문 안 쓰기. 독자는 비문에 관심 없을지 몰라도, 글을 직업으로 삼은 입장에서는 비문이라고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글이 제대로 안 읽히거든요. 두 번째로는 문장을 짧게 쓰려고 해요. 긴 문장보다는 짧은 호흡의 문장을 선호합니다.

시니컬한 타이틀이 돋보이는 ASH(안승환)의 브런치

사실 누구를 보여주고자 글을 쓰는 건 아니에요. 배운 걸 글로 남겨야 진짜 배웠다고 생각하고, 또 그런 글을 계속 쓰고 싶어요. 누가 지적해도 ‘그래..’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나는 내 글을 쓴다는 마인드로요. 스스로 검열을 잘 안 해서 그런지, 더 글을 편하고 쉽게 쓸 수 있어요.

요즘 네이버 블로그 화력이 어마어마해요. 운영 계획 있으신가요?

아직 브런치에서만 연재하고 있는데 블로그도 조만간 해보고 싶어요. 시간이 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전혀 다른 주제로요. 공부가 많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투자나 주식에 대해 써볼 생각이에요. 결국 투자라는 건 리스크랑 리턴을 고려해 언제 배팅할지를 예측하는 거잖아요. 이를 업무나 비즈니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봐요. ‘프로젝트의 예상 기대치는 얼마나 될까? 투입해야 하는 비용과 리소스는 얼마일까?’라는 관점도 투자의 맥락과 비슷하지 않나요? 투자 잘 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배우고 싶어요.

투자의 방식을 업무에 치환하는 거네요? 저도 공부 좀 해야겠어요ㅎㅎ 평소 쉴 때는 뭐 하세요?

일단 잘 못 쉬는 편이에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뭐라도 꼭 해야 해요. 그래서 퇴근하고서도 유튜브에서 비즈니스 관련 영상을 주로 보고 있어요. 물론 저도 재밌는 거 많이 봅니다. 킬링타임용으로 피식대학의 ‘The PSICK SHOW’나 무한도전 즐겨 보고 있어요.

벌써 2월이에요. 2023년 혹은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는 편은 아닌데 두 가지를 이루고 싶어요. 하나는 1년 동안 꾸준히 브런치 연재하기, 다른 하나는 책 많이 읽기요. 원래 한 달에 한 권씩은 꼭 읽었는데, 요즘 소홀해졌거든요. 전 주로 경영 서적 중에서 고전 명작 위주로 읽어요. 나중에 1인 기업을 세우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는데, 이런 책이 도움 되는 것 같아요. 블로그 10개 키워 광고 수익 받으며 사는 삶, 상상만 해도 너무 좋네요.

저도 승환님의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쓰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캐럴 드웩 『마인드셋(스탠퍼드 인간 성장 프로젝트)』

빌 게이츠가 최고의 책이라 극찬한 자기 계발서 『마인드셋(스탠퍼드 인간 성장 프로젝트)』에 따르면,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마인드셋’이다. 여기서 마인드셋은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으로 나뉜다. 고정 마인드셋은 현재에 안주해 변화를 싫어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고, 성장 마인드셋은 실패도 배우는 과정 중의 하나로 인식하며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독자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인사이터 안승환은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라는걸. 그의 글 역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것들이 녹아 있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 독자에게 그의 인사이트를 전하고 싶다. 그의 열정과 베짱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하며.

인사이터 안승환의 브런치 바로가기

  • 에디터신 주희 (hikari@webs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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