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딩고 프리스타일 킬링벌스로 살펴본 하이라이트 시대의 콘텐츠

MZ세대에겐 하이라이트도 원본

딩고 프리스타일 <킬링벌스(DF Killing Verse, 이하 킬링벌스)>는 2020년 현재 MZ세대가 음악을 즐기는 보편적인 방식 중 하나를 보여주는 콘텐츠다. 특히 이들 세대가 높은 지지를 보내는 힙합 문화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는다는 점에서, 음악을 넘어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 측면에서 생각해볼 만한 지점도 있다. ‘메들리’가 힙한 콘텐츠 ‘킬링벌스’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글. 정병연 에디터 bing@ditoday.com

메이크어스(Makeus)는 모바일 콘텐츠 회사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시대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생산, 유통하는 디지털스튜디오 딩고(Dingo)를 운영한다. 딩고의 채널 중 하나인 딩고 프리스타일은 힙합 콘텐츠를 다루는데, 현재 구독자 수는 총 133만명으로 채널 중에서도 특히 규모가 큰 편이다. 음악채널인 딩고 뮤직, 웹드라마 채널인 딩고 스토리에 비하면 타깃층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알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 힙합에서 딩고 프리스타일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엠넷(Mnet) <쇼미더머니>가 경연 프로그램 특성상 높은 화제성만큼 여러 논란에 시달리는 것에 비하면, 출연하는 래퍼나 시청하는 팬이나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디어 파워가 약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힙합 팬들 사이에서는 확실한 인지도를 얻을 수는 있다. <쇼미더머니>가 힙합 문화로 대중을 유입시키는 깔때기라면, 딩고 프리스타일은 그들의 놀이터인 셈이다.

<킬링벌스>는 딩고 프리스타일의 킬러 콘텐츠다. 약 10분에서 15분 사이로 진행되는 메들리 형식의 온라인 라이브 공연인데, 평균 조회수가 기본 수십 만에서 수백 만에 이른다. 가장 히트한 창모 편의 조회수는 업로드 후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 2천만 이상을 기록 중이다. 누적 조회수에 따라 다르지만 영상 아래에는 “OO월 OO일, 지금도 듣는 사람 있나요?”라는 댓글이 공통적으로, 꾸준히 올라온다. 쉽게 말해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

<킬링벌스>에 출연하는 래퍼는 크게 둘로 나뉜다. 앞서 언급한 창모를 비롯해 저스디스, 수퍼비 같이 지금 가장 핫한 래퍼들 그리고 타이거JK, MC스나이퍼, 피타입처럼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온 1세대 래퍼들이다. 다시. 정확히 말하자. 사실 나뉘는 건 출연 래퍼에 따른 댓글 반응이다.

먼저 전자에 대해서는 뛰어난 실력이나 특유의 분위기를 추켜세우거나, 래퍼의 말과 행동을 밈으로 소비한다.

“너무 귀여워서 릴러말티즈로 이름 바꿔야 됨(릴러말즈 편)”
“진짜 엄마 말 안 듣게 생겼다ㅋㅋㅋㅋ(창모 편)”

호의에 기반한 가벼운 농담들이 댓글창을 가득 채우는 것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 댓글창 주요 정서는 ‘리스펙트’에 가깝다.

“1세대 올드하고 구리다면서 까는 건 거북선을 쓰레기 나무배 취급하는 거지(MC스나이퍼 편)”
“호랑이의 이빨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타이거 JK 편)”

한편으로는 노래를 통해 지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퇴근길을 고등학교 대학교 하교길 버스 안으로 만들어 주시네요(MC스나이퍼 편)”
“‘난 널 원해’ 나올 때 울컥했던 사람 나랑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타이거 JK 편)”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콘텐츠의 주 시청자인 MZ세대에겐 ‘우리 세대의 스타’와 ‘앞 세대의 스타’라는 명확한 구별점이 있다. ‘앞 세대’ 입장에선 ‘우리 세대의 스타’였던 이와 노래를 통해 과거를 추억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정말 그 뿐일까. 현재 힙합을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게 MZ세대이고 딩고 프리스타일의 콘텐츠가 겨냥하는 것도 이들 세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킬링벌스>의 형식은 이들 세대의 콘텐츠 소비 방식을 보여준다는 데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MZ세대에겐 하이라이트도 원본이다

모바일과 영상의 시대, 미디어 콘텐츠의 문법은 완전히 바뀌었다. 짧은 길이와 빠른 호흡으로 구성하되, 맥락을 몰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가 폭넓게 소비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라이트 영상을 두고 단순히 원본의 요약이라고 하는 건 좀 애매하다. 이미 예능을 필두로 TV프로그램은 적극적으로 클립영상을 제작, 배포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SNS 피드만 슬쩍 둘러봐도 전 날 방송분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같은 프로그램을 다른 방식으로 편집하기도 한다. 1회분의 중요한 부분을 모으는 게 아니라, 특정 출연자나 상황을 기준으로 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모으는 방식이다. 아이돌 관련 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직캠이나 교차편집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재미 포인트를 끌어내기도 한다.

최근 유튜브 채널 오분순삭에 올라온 <유재석 6천원 모음.zip> 영상을 보자. <무한도전>전 편을 통틀어 유재석이 6천원을 갖고 있던 순간만 모은 영상이다. 댓글 반응은 하나같다. 유재석이 6천원을 갖고 있는 순간만 모았는데 10분짜리 영상이 나온 것도 웃기고, 이걸 최초로 인지한 사람도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하고, 어떻게 다 찾아서 만들었는지 놀랍다는 것이다. 이건 원본 콘텐츠에서 볼 수 없었던 재미다. <유재석 6천원 모음.zip>은 그 자체로 독립된 재미를 갖는 원본 콘텐츠인 셈이다.

<킬링벌스>로 돌아와서, 이 콘텐츠는 단순히 래퍼가 자신의 곡 중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영상일까? 맞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한 곡 한 곡 골라가며 듣는 것보다 하이라이트만 모아 놓은 버전을 듣는 게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는 않는다. <킬링벌스>는 그의 음악, 음악을 만들어오는 과정에서 보여준 말과 행동, 그렇게 해서 종합적으로 힙합 문화 안에서 차지하는 의미 등을 현 시점에서 정리해 만든 일종의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우리 세대의 스타’와는 친근하게 같이 놀며 즐기고, ‘앞 세대의 스타’에게는 리스펙트를 보내는 것처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유재석 6천원 모음.zip>처럼 새로운 재미를 획득하는 것이다.

하이라이트의 시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하이라이트의 본래 의미가 희미해지는 역설. 이것은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에 있어 그 기반이 모바일과 영상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필연적인 역설이다.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 전략도 이제는 멀티소스 멀티유즈라는 개념으로 확장돼야 하지 않을까.

  • 에디터정 병연 (bing@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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