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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꼰대일 수 있다 르르르 꼰대 성향 검사(KKDTI)

‘꼰대’로 만드는 콘텐츠

‘나만의 꽃 심기’, ‘정신연령 테스트’, ‘대학교 학과 테스트’… 최근 인스타그램 피드는 각종 테스트 결과로 도배되다시피 하는 중이다. 하나의 테스트가 휩쓸고 간 피드가 잠잠해지기도 전에 또 다른 테스트가 슬금슬금 나타난다. MBTI의 유구한 역사를 성실하게 이어가는 후손들. 이번엔 ‘꼰대 성향 검사’다. ‘불만 해소 크리에이터’ 르르르가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자문을 받아 개발한 테스트로 소름돋는 정확도와 재치 넘치는 유형별 네이밍이 돋보이는 콘텐츠다.

콘텐츠, 재밌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억텐(억지텐션)과 욜로의 변증법”. 최근 친구와 대화하다가 감탄한 표현이다. ‘할 땐 하고 놀 땐 놀아야 한다’ 또는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라는 뜻에서 한 말이다. 다소 진부한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억텐’이나 ‘욜로’ 같은 신조어에 ‘변증법’이라는 교과서적 용어를 섞는 어색한 조합이 신선한 느낌을 줘 재밌었다.

르르르 꼰대 성향 검사(KKDTI)는 이런 식의 글발이 좋다. 설명을 읽기만 해도 재밌는 짤방 하나를 보는 느낌이 든다. 꼰대 유형을 총 여덟 가지로 분류하는데, 그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만취한 장비’, ‘속 보이는 전자두뇌’, ‘요란스런 처단자’, ‘조용한 암살자’, ‘종잡을 수 없는 조커’, ‘옹졸한 평화주의자’, ‘투머치토커 훈장님’, ‘망원동 나르시스트’.

유머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이번엔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유머러스한 설명은 기본값이다. ‘만취한 장비’의 친화력을 두고 ‘<그것이 알고 싶다> 푸들급’이라고 칭하고, ‘속 보이는 전자두뇌’의 화법에 대해 ‘돌려돌려 돌림판 수준으로 돌려 말하기를 선호’한다고 말하며, ‘요란스런 처단자’의 인간관계는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과 자주 만남을 가지는 원효대사 고인 물 스타일’이라고 한다. 물론 모든 설명에 ‘드립’을 심어놓은 건 아니다. 평범한 테스트 결과 설명문 같은 문장 사이에 하나의 포인트로 들어가며 아슬아슬한 선을 지킨다.

진중한 설문지

그와중에 설문지는 매우 진중하다. ‘구성원의 협의에 의해 만들어 낸 시스템이라면 찬성하지 않더라도 우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같은 질문은 어떻게 답해야 덜 꼰대스럽게 나올지에 대한 예측을 차단한다. “각 문항들은 옳고 그른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안내도 친절하게 덧붙인다. 나름대로 정형화된 분석 틀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가볍게 웃고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좀 더 읽어보게 만드는 것이다.

말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는 장치

대학내일 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최근 유행했던 여러 테스트가 공통적으로 ‘보는 사람이 말을 걸 수 있는 장치’를 갖고 있다. 테스트 결과 중 하나로 자신과 잘 맞을 만한 ‘짝꿍’을 알려주는 것이다. 르르르 꼰대 성향 검사도 마찬가지다. 특정 유형의 꼰대를 만났을 때 대처하는 법을 함께 소개한다. 꼰대 유형과는 별개로 꼰대력 레벨도 표시해 재미 요소를 더한다.

소셜 다큐 ‘꼰대, 야 너두? 야 나두!’

르르르는 해당 테스트와 관련해 소셜 다큐 ‘꼰대, 야 너두? 야 나두!-하마타면 꼰대로 살 뻔했다’를 제작했다. 방송인 김민아를 비롯한 여러 인터뷰이로부터 꼰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고 사회적 의미를 짚어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과정에서 꼰대를 납작하게 평가하고 조롱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이유와 근거를 들어 분석하고 나름의 해결 방향성까지 제시한다는 것이다. ‘쓸고퀄(쓸데없이 고퀄리티)’라는 표현이 딱인데, 그래서 또 웃음이 난다. 이쯤 되면 이 콘텐츠가 진지함과 유머러스함 중 어디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헷갈릴 지경. 다큐는 르르르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 에디터정 병연 (bing@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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