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잘파세대’ 사로잡은 금융앱은?
토스·카카오뱅크 압도적 인기… 직관적인 UI·UX 덕
10~20대를 일컫는 이른바 ‘잘파세대(Z세대 + 알파세대)’가 새로운 소비 주축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들의 ‘원픽 금융앱’은 토스와 카카오뱅크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에 최적화된 앱 환경과 직관적인 UI·UX, 손쉬운 카드 개설 방식 등이 이유로 꼽힌다.
잘파세대 공략에 상대적으로 뒤처진 전통 금융사는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통합하는 슈퍼앱 전략과 UX 라이팅과 같은 사용성 개선에 적극 투자하며 ‘토스·카뱅’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스와 카카오뱅크, 압도적 인기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가 1일 발표한 ‘금융앱 시장 트렌드’에 따르면, 잘파세대를 사로잡은 금융앱(은행 및 뱅킹앱)은 토스와 카카오뱅크다.
지난 6월 10~20대의 금융앱 월간 사용자 수는 ‘토스'(621만 명)와 ‘카카오뱅크'(491만 명)가 가장 높았다. ‘KB국민은행 스타뱅킹'(348만 명)과 ‘신한 쏠'(288만 명), ‘NH스마트뱅킹'(179만 명) 등 전통 금융앱의 사용자를 모두 더해도 토스, 카카오뱅크와 비슷할 만큼 두 앱의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특히 10대의 인기가 높다. 지난 3년 간(2020년 6월 ~ 2023년 6월) 카카오뱅크의 10대 사용자는 51만 명, 토스는 31만 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사용자가 3만 명 오르는 데 그치고, NH스마트뱅킹과 신한 쏠 등이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직관적이고 쉬운 UX 덕
토스와 카카오뱅크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잘파세대의 취향에 잘 들어 맞았다. 디지털에 최적화된 앱 환경과 쉽게 풀어 쓴 금융 언어, 직관적인 UI·UX, 실물 카드의 톡톡 튀는 디자인 등이 대표적인 선호 요인이다.
특히 이들 회사는 별도의 UX 라이터를 둘 만큼 ‘사용성 극대화’에 진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토스는 자체 UX 라이팅 원칙에 기반해 모든 텍스트를 간결하게 고치고, 난해한 전문 용어는 과감히 삭제했다. 금융 용어가 어려워 손해 보는 고객을 최소화 하는 것이 토스의 목표다.
개설이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0년 10대를 타깃으로 한 ‘카카오뱅크 mini’ 출시 후 전월 대비 신규 설치가 390% 증가했으며, 이후에도 10대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카카오뱅크 mini는 휴대폰 인증만으로 즉시 발급 받을 수 있는 선불 카드인데, 활용도가 높고 디자인이 아기자기해 10대 사이에선 ‘인싸 카드’로 통한다.
슈퍼앱으로 ‘토스·카뱅’ 따라잡기
상황이 이러하자 전통 금융앱은 잘파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여러 곳에 흩어진 기능을 하나의 앱으로 모으는 ‘슈퍼앱’ 전략이 대표적이다. 전통 금융사는 기존에 10개 내외의 앱을 운영했지만, 최근 통합 앱(KB스타뱅킹, 신한쏠, 하나원큐 등)을 출시, ‘토스·카뱅’ 따라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토스와 카카오뱅크는 가장 먼저 ‘금융 슈퍼앱’을 구축하며 사용자를 빠르게 끌어 모았다.
올해 들어 성과도 나왔다. 지난 3년 간 KB국민은행 스타뱅킹의 20대 사용자는 58만 명, 하나은행 하나원큐는 36만 명 증가했다. 20대 고객 한정으로 같은 기간의 카카오뱅크(34만 명)와 토스(16만 명)의 증가 폭을 넘어선 것이다. 전체 사용자 수에서는 여전히 밀리지만, 슈퍼앱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UX 라이팅에도 적극 투자
어려운 용어는 잘파세대를 타깃으로 할 때 특히 걸림돌이다. 이에 전통 금융앱은 최근 UX 라이팅을 통해 ‘언어 순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UX 라이팅은 웹·앱 서비스에 포함되는 모든 텍스트를 명료하게 고쳐 쓰는 작업을 뜻한다.
실제로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는 지난 2021년 UX 라이팅 전문 컨설팅 업체 와이어링크와 UX 라이팅 가이드북을 제작했다. 어려운 금융 용어를 순화하는 것부터 브랜드 고유의 목소리를 일관된 톤으로 담아내는 법까지, 글로써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는 법을 담은 사내 지침서다.
핵심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사용해 ‘나(고객)’가 중심이 되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1P 포인트리가 지급되었어요’라는 표현을 ‘1P 포인트리를 받았습니다’로 바꾸는 식이다.
금융 업계의 UX 라이팅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와이어링크 관계자는 “지난 몇 년 새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금융사가 고객과 마주할 수 있는 창구는 앱과 웹으로 한정됐다. 때문에 소통의 유일한 도구인 텍스트의 개선은 서비스 사용성 개선에 즉각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앱 시장, 영원한 1인자는 없다
철옹성 같은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아성을 전통 금융앱은 뛰어넘을 수 있을까? 적어도 금융앱 시장에서 ‘영원한 1인자’는 없을 전망이다.
관건은 ‘인간미’와 ‘사용성’이다. 글로벌 CRM 업체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지난 달 발표한 ‘금융 서비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절반 이상의 고객이 “서비스에서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 경우 금융 서비스 업체를 변경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처럼 취급 받는다고 느껴지면 금융 서비스 업체를 변경하겠다”고 답한 비율도 60%가 넘었다.
얼마나 고객 중심의 언어를 사용하는가, 개인화 서비스가 얼마나 잘 제공되는가가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더 나은 디지털 경험’을 위해 주 거래 금융사를 변경했다고 응답한 고객은 20 ~ 40%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디지털 서비스 사용에 익숙한 잘파세대 사이에서 이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세일즈포스는 “대다수의 고객이 디지털 서비스에서도 인간 상호작용을 기대한다”며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대가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인기는 비단 10~20대의 현상이 아니다. 전 연령대에서 꾸준히 사용자가 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사용하기 편한가’다. 이런 측면에서 인간미를 강조하는 세일즈포스의 설문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좋은 상품이나 앱 성능보다 UX 라이팅을 비롯한 사용성 개선과 개인화 서비스가 이제는 더 중요하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토스와 카카오뱅크가 성공한 것도 이를 꿰뚫었기 때문. 당분간 금융앱 시장의 화두는 UX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