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 시대, 스타트업은 어디로 가야 하나
창의적 아이디어 등 스타트업 역량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지원도 필요


지난 19일, 3일간 코엑스에서 열린 ‘WIS 2024(2024 월드 IT 쇼)’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는 인공지능(AI)이 한층 삶으로 녹아 들었음을 실감한 자리로 기억됐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자 행사에 대한 단상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
이번 WIS 2024의 주인공은 단연 ‘대기업’이었다. 스타트업의 신제품 기술 발표회 등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행사 또한 존재했지만, 대부분의 방문객을 사로잡은 건 대기업의 부스였다.

삼성은 올 초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에 탑재된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는 여러 체험 콘텐츠를 준비해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으며, 특히 화제된 통화 동시 번역을 시연하는 통화 부스의 경우 행사 내내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LLM 개발에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지 못하던 카카오는 AI가 접목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카카오톡에 적용된 AI 기능에 더해 AI가 분석해주는 혈당 등 건강 정보, 책 읽어주는 음성 AI 등 카카오 부스 내 위치한 다양한 AI 서비스를 체험해보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반면 빼곡하게 모여있는 스타트업 부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람객의 관심이 적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부스 규모는 물론 부스 자리 또한 전시장 입구를 배정 받은 카카오처럼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선보인 서비스, 특히 이번 행사의 주제이기도 했던 AI 서비스 분야에서 특별한 차별점을 내비치는 서비스를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스타트업이 선보인 AI 서비스 대부분이 이미 시장에 경쟁 모델이 존재하거나, 참신하거나 새롭게 AI를 활용했다는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 이는 당연한 수순이긴 했다. 거대한 부스 규모, 자사의 색깔을 녹여 낸 다채로운 AI 서비스, 그리고 이를 재밌게 체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까지. 대기업 부스는 방문객의 호평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왜 그들처럼 할 수 없었을까?
막대한 비용… AI 서비스 개발 문턱 높인다
이유는 명확하다. ‘돈’ 때문이다. WIS 2024와 같은 대규모 부스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 만으로도 큰 비용이 소요되는 데 더해, 보다 근본적으로 AI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하는 과정 자체가 부담스러운 비용을 요구한다. 대기업에 비해 인력과 자본이 적은 스타트업이 그들처럼 공격적으로 AI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 수 없는 이유다.

선도적인 데이터 및 AI 기업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의 데이비드 마이어(David Meyer) 제품 담당 수석부사장 또한 최근 국내에서 열린 자사 행사에서 “AI 서비스 개발에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라며 높은 비용이 AI 서비스 개발의 난도를 올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전하기도 했다.

비용 문제로 AI 서비스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현실은 오히려 대기업이 AI 서비스 위탁 개발 사업에 뛰어드는 토대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 WIS 2024에서 KT를 비롯해 여러 대기업이 선보인 서비스 중에는 기업에 맞는 AI 서비스를 구성/공급해주는 솔루션이 포함돼있었다. “자체적인 AI 서비스 구축이 어렵다면 우리에게 위탁하라”는 의미다.
AI 서비스 경쟁력의 근간은 결국 데이터

데이터 또한 큰 문턱으로 작용한다. 서비스의 의도에 맞게 AI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핏한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AI는 먹는 만큼 정직하게 토해내는 녀석이다. 적합하고 순도 높은 데이터를 많이 투입할 수록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국내에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두드러지는 이유도 네이버가 보유한 데이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실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작년 하이퍼클로바X 공개 당시 “하이퍼클로바X가 학습한 파라미터(매개 변수)는 약 2040억개”라고 밝힌 바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여러 LLM을 활용해 서비스를 구축하고자 해도 해당 사업 분야를 공략하기 위한 데이터 수급에 대한 어려움으로 사업 전개에 난항을 겪는 사례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데이터 수급에 대한 어려움은 스타트업이 AI 서비스에 대한 유망한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현실화하기 어려운 장벽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여러 스타트업이 시장에 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토대로 AI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아닌, 기존 사업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십분 활용해 전개 가능한 사업 분야를 공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도 여러 스타트업 부스의 관계자에게 AI 서비스의 개발 배경에 대해 질문한 결과, 많은 관계자가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서비스 사업 방향을 결정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계속해서 벌어질 간극… 대책 강구해야
되돌아본 WIS 2024는 결국 AI가 삶으로 가까워짐을 체감하는 동시에 AI 필드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간극이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음을 실감한 행사로 기억된다. 여러 대기업 부스가 저마다의 색깔을 뽐낸 것에 반해 즐비한 스타트업 부스에서 기억에 남는 AI 서비스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이러한 시장 상황을 이겨낼 방안은 없냐고 물으면 방법이 전무하지는 않다. 그 가운데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은 분명 존재한다. 일례로 AI 스타일테크 기업 스튜디오랩의 경우 생성형 AI와 로보틱스 기술의 결합, 사진 촬영부터 콘텐츠 생성까지의 자동화 등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뾰족하게 시장을 바라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한 결과, 지속적인 투자 유치 등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지난 ‘CES 2024’에서 ‘AI 부문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시장에 대한 뾰족한 시각을 토대로 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현실화하는 길은 험난한 것이 현실이다. 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은 물론이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 수급 또한 여전히 스타트업이 자력으로 해결하기에는 난제로 남아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에게 좀 더 창의적인 시각과 아이디어를 요구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지원 등 여러 방안이 촉구된다. 특히 AI 시대 이전에도 몇 년 간 이어진 정부의 법적 규제가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에 어려움을 초래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AI 분야에서만큼은 스타트업의 활발한 활동을 권장하고 실제적인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움직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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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