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경험을 위한 마인드 셋
고객에·고객에 의한·고객을 위해

고객을 위한 경험의 시대
여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한 명의 여행자에게 최고의 여행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동종 업계는 물론, 영화산업에서도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픽사의 스토리보드 작가를 고용해 ‘여행 시나리오’를 짰다. 여행객이 공항에서 내릴 때부터 시작해 디너파티, 레스토랑의 최고 좌석예약, 한밤중에 진행하는 미스터리 바이크 투어 등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이 여행 시나리오에 참여한 사람은 여행이 끝난 후 ‘최고의 여행이다’며 감사를 표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일화는 실제 에어비앤비의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크키의 에피소드다.

에어비앤비는 핵심 서비스를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설계하는데 집중했고 단순히 숙박을 예약하는 것뿐 아니라 여행자의 여행 전, 중, 후 패턴을 읽고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탐색 서비스를 제공했다. 진정한 의미의 고객 경험은 고객 여정 전반에 공급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된다. 에어비앤비가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사업을 영위하니 전 세계 가장 많은 호텔을 보유한 메리어트의 시가 총액을 추월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요즘은 분야 불문 모든 사업의 스타트 포인트가 고객을 향한다. 고객이 원하고 좋아할 만한 것을 찾기 위해 여행 업 회사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활용한 것처럼 우리는 ‘고객에,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해’를 최우선에 두는 시대에 산다. 미래비전•경영•마케팅•브랜딩•생산•유통•서비스•제품 디자인 등 기업의 활동은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의할 수 없는 존재, 우리의 고객
특별한 경험을 제공받는 ‘우리의 고객’은 어떤 존재일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고객을 정의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고객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비용•기간 등을 꽤나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이미지 2]처럼 2000년에는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서울에 사는 회사원으로 한 사람을 정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고객이 우리의 전체 타깃 중에 12%를 차지하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었다. 반면에 2020년 우리의 고객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고양이를 키우며 친구와 살고 있는 미혼의 프리랜서라면 우리는 그 고객을 몇 퍼센트의 확률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만족시켜야 하는 고객은 이제 정의할 수 없는 존재가 됐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수치적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 인구통계학 기반이 아니라 고객이 하는 일, 지리적•문화적 생활 반경, 취향, 가치관 등에 따라 달라지기에 고객에게 빠르게 도달하는 지름길의 확률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이렇듯 정의가 어려워진 고객 덕분에 우리가 일하는 방식도 애자일(Agile)하게 바뀐 것은 아닐까? 수시로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시장에 빠르게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말이다.
이전에 우리 고객은 기업 입장에서 불변(不變)의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고객의 정의 자체가 연령•소득•학력•지역 등에 의해 결정됐고, 문화•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이상향에 맞춰 타기팅한 타깃 그룹 1번에 존재하는 대상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만족시켜야 할 고객은 가변(可變)의 존재다.
가변적 존재, 우리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기 위해
① 고객도 모르는 마음 알아채기
워킹맘으로 바쁘게 살다 보니 퇴근 후 장을 보는 것이 어렵고 주말에 대형마트에서 일주일 치 장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으로 출발한 서비스가 있다. 마켓컬리가 탄생한 이유다. 생활 속 불편을 해소한 경험으로부터 시작한 서비스는 매출 1등은 아닐지라도 사랑받는 서비스가 됐다. 서비스의 스타트 포인트는 철저한 고객 관점의 공감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객에,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해’를 최우선에 두는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고객이 좋아하는 무엇(What)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왜(Why) 좋아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공감과 관찰은 기본,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객의 숨은 니즈(unmet-needs)를 선제적으로 알아내려면 고객을 둘러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가 고객의 금융활동뿐 아니라 생활 반경을 담은 위치데이터나 유전자 정보 기반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뱅크샐러드는 고객에게 무료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 주고 건강관리에 도움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추후에 고객의 건강 정보를 기반으로 보험과 같은 금융상품 연계를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 공공 분야에서도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스마트워치와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를 무료로 배포하고 서울 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서비스나 정책 마련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고객 이해 방법을 넘어서 데이터 기반의 이해도 병행돼야 한다.
② 전방위적 스킨쉽
‘고객이 자동차에 기대하는 최우선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대부분 ‘안전’이라고 답할 것이다. 자동차 제조기업들의 추구 가치 중 공통 분모도 안전일 것이다. 하지만 ‘안전’한 자동차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 우리는 한 브랜드를 떠올린다. 어떻게 보면 자동차에게 당연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볼보를 떠올리는 이유가 있다.

볼보는 안전에 진심이다. 끈질기게 안전을 추구한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안전벨트 형태(3점식)을 통해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 이 기술의 특허를 판매하거나 대여하지 않고 모든 자동차 회사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무료로 배포했다. 더 안전한 자동차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통사고 조사팀이 축적한 정보와 지식을 모두에게 공유하는 프로젝트 ‘E.V.A.(Equal Vehicles for All)’도 진행한다.
기술뿐 아니라 각종 캠페인도 안전이라는 테마로 진행한다. 오죽하면 TV광고에도 CEO가 직접 출연해 볼보 자동차의 안전성을 담아 바이럴에 성공하기도 했다. 디지털 채널에도 고객이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안전이라는 확고한 가치를 전사적인 활동을 통해 고객과 ‘끈질기게’ 소통하고 있다.
③ 유기체처럼 관계 맺기
안전이라는 보편적 가치임에도 끈질기게 고객과 ‘관계’를 만든 볼보의 케이스처럼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OO은행 고객사와 만나 UX전략 리뷰를 하던 중에 클라이언트는 나에게 ‘이거 타이틀만 바꾸면 △△은행에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차별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는 질문 같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고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가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문신 소개로 가장 많이 쓰인 건 어머니와 관련한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놀랍게도 ‘할리데이비슨’ 관련 문신이라고 한다. 정말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할리데이비슨은 판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이 오토바이를 구매 한 이후라고 말한다. 실제로 전체 마케팅 예산의 85% 이상을 판매 이후에 사용한다고 한다. 오토바이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파티•라이딩•게임•대회 등을 열어 로열티를 확보한다.
국내 한 매장에서도 매주 바비큐 파티가 열릴 정도로 할리데이슨을 타는 사람들은 기업(브랜드)와 소통한다. 할리데이비슨은 모터사이클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해 가족처럼 모여 함께 어울리고 모터사이클이 주는 특별함과 즐거움을 공유한다. 이러한 고객 소통의 효과는 오토바이 구매 이후에도 각종 가죽재킷, 악세사리, 부품 등을 사는데 오토바이 금액의 20% 이상을 쓸 정도로 매출과 직결된 결과를 가져왔다. 판매가 끝이 아니라 고객과 지속적으로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함께 호흡해야 한다.
고객 경험의 시대를 강조하지만 여전히 서비스 공급자의 마인드 셋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객은 확률로 나타낼 수도 없고 정의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철저히 고객 입장이 되어야 하고 뿐만 아니라 고객을 둘러싼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고객도 모르고 있던 고객 마음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전방위적으로 전달하고 고객과 살아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고객 경험 목표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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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 성지 (jerome@ditoda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