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의 성지, 성수동의 위기가 온다?
더는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열기 위해 성수동을 고집하지 않는 이유
서울에서 MZ세대의 ‘핫플’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성수동’인데요. 본래 공업지대였던 성수동은 폐공장을 감각적으로 되살린 카페 ‘대림창고’를 신호탄으로 붉은 벽돌이 가득한 오래된 공업 지대의 전경을 이색적으로 재해석한 카페와 음식점이 모여들며 점차 MZ세대의 새로운 ‘핫플(핫플레이스)’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성수동이 MZ세대의 핫플로 거듭나자 공업지대라는 인식 탓에 오랫동안 성수동에 관심을 가지지 않던 브랜드도 하나 둘 성수동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럭셔리 브랜드 ‘디올(Dior)’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많은 브랜드가 성수동에 매장을 내거나 팝업스토어를 진행했고, 성수동은 곧 단순히 MZ세대의 핫플을 넘어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인식되게 됐습니다.
실제 작년 성수동에서는 매주 많게는 60~70개에 달하는 팝업스토어가 열렸고, 그 중에는 지난 10월 400평대 규모의 ‘XYZ 서울’을 통째로 임대해 진행했던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Burberry)’처럼 대규모 팝업스토어 사례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MZ세대의 핫플로 입지를 공고히 한 성수동은 이제 팝업스토어라는 수식어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이 됐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그런데 최근 “성수동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성수동 일대에 임대가 붙은 채 공실로 남아있는 팝업 전문 공간을 목격했다는 제보도 전해졌습니다. 여전히 SNS에서는 성수동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 소식을 여럿 다루고 있고, 팝업스토어를 활용한 마케팅에 대한 브랜드의 관심 또한 아직 뜨거운데, 왜 이런 이야기가 들리는 걸까요? 성수동을 직접 방문해 알아봤습니다.
지금 성수동은 어떤 모습일까?
성수동 내 인파가 많이 몰리는 ‘연무장길’ 일대는 성수동이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떠오른 이후 줄곧 팝업스토어가 가장 활발히 열리는 곳이었습니다. 지금도 연무장길 일대에는 건물 전체를 특색 있게 꾸미고 MZ세대를 불러 모으는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익히 알려진 성수동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죠.
그러나 조금 더 유심히 거리를 살펴보니 금새 달라진 양상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팝업스토어 공간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 같은 성수동 곳곳에 팝업스토어 임대를 써 붙인 빈 건물이 눈에 띈 것이죠. 한편에서는 브랜드 팝업스토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평일에도 성수동 일대를 찾는 인파는 여전히 많았는데, 왜 성수동 곳곳에 빈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 걸까요?
건물주의 욕심이 부른 화
가장 큰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팝업스토어가 돈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열기 위해 성수동을 찾으며 몇몇 건물주는 임대료로 큰 이득을 봤고, 이를 눈 여겨 본 많은 인근 건물주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팝업스토어 유치 경쟁에 뛰어든 것이죠.
그러나 단순히 성수동이라고 해서 모든 건물이 팝업스토어를 열기에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성수동 내에서도 연무장길 인근이어야 대체로 인기가 있고, 자본력 있는 브랜드의 대규모 팝업이 활발히 진행되다 보니 건물 자체도 전체를 팝업스토어에 활용하기 수월해야 합니다. 예로 대부분이 사무실, 원룸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건물의 1층을 공실로 두고 팝업스토어를 유치하려 해도 건물 전체를 활용하기 어렵고, 사용 가능한 공간 크기가 넓지 않다 보니 브랜드가 선호하지 않는 것이죠.
인근 부동산 관계자 또한 “실제 작년 대비 공실률이 있다”면서 “전문성 없이 팝업스토어 임대에 뛰어드는 건물주가 많다”고 전했는데요. ‘Stage 35’ ‘스토리 칸’ 등 팝업스토어 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경우 팝업스토어 임대에 대한 연간 스케줄을 미리 확보하는 등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거칩니다. 기존에 팝업스토어를 활발하게 유치하던 건물 또한 전문 업체와 함께 진행해 어느 정도 임대 스케줄을 확보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팝업스토어에 적합한 공간 확보에 더해 이처럼 체계적인 계획이 더해져 사전에 공실이 나지 않는 구조로 접근한 것이죠.
그러나 현재 새롭게 팝업스토에 임대에 뛰어든 여러 건물은 공간 자체가 팝업스토어를 열기에 적합하지 않을 뿐더러 전문 업체와의 협업 등 체계적인 계획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결국 성수동 곳곳에 팝업스토어 임대를 써 붙인 공실이 눈에 띄는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더해서 팝업스토어 등 성수동 내 브랜드 홍보가 활발해지면서 빈번해진 옥외광고 또한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여러 건물주가 옥외광고가 걸리면 가려질 건물의 낡은 외벽을 별도의 보수 없이 그대로 방치하고 있고, 이는 미관상의 문제에 더해 임시 구조물을 방치하는 등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도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대형 브랜드를 위한 공간이 되어가는 성수동
팝업스토어의 대명사가 된 이후로 빠르게 상승하는 성수동의 임대료 또한 성수동의 변화를 야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초 대비 30% 이상 상승한 곳도 여럿 존재하며, 억 단위의 임대료를 요구하는 건물 또한 많아졌습니다. 따라서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기 위해서는 이처럼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브랜드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게 됐습니다. 초기 다른 핫플에 비해 낮은 임대료를 바탕으로 개성 있는 가게가 모여 핫플이 됐던 성수동이 이제 서울 내에서도 손 꼽히는 높은 임대료를 가진 자본력 있는 브랜드를 위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한 부동산 관계자 또한 이에 대해 “준비 없이 팝업스토어 임대에 뛰어든 공간이나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공간은 사라지고 XYZ 서울처럼 대규모 공간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성수동이 대형 브랜드의 대규모 팝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팝업스토어를 위한 매력적인 공간은 많다
성수동이 팝업스토어의 대명사라는 입지에서 주춤하는 가운데, 대규모 팝업을 진행하는 사례를 제외하고는 점차 을지로, 신당 등 초창기 성수동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가진 새로운 핫플이나 전통적인 팝업스토어 공간인 ‘백화점’으로 눈을 돌리는 브랜드가 늘고 있는 상태입니다. 실제 더 현대 서울이나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등 팝업스토어로 유명한 공간은 여전히 활발하게 여러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있고,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기 위한 대기도 늘어선 상태입니다.
백화점 또한 주요 고객층 중 하나로 자리 잡은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화제성 높은 브랜드와 협업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실제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작년부터 상품본부 내 MD콘텐츠개발팀을 신설해 브랜드와 함께 팝업스토어 기획을 고민하며 캐릭터,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접목된 팝업스토어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기도 합니다.
한 서울 대형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백화점을 방문한 고객은 백화점 곳곳을 돌아다니며 추가적인 쇼핑을 진행하게 되고, 이러한 추가 매출은 마케팅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기에 팝업스토어 유치에 적극적인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더해서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 것은 브랜드 관점에서 여러 이점이 존재합니다. 우선 백화점은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백화점은 브랜드와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때 일반적으로 임대료로 계약하는 형태가 아닌 팝업 운영 기간 동안 발생한 매출의 일부를 제공 받는 형태로 계약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취재 중 만난 오프라인 팝업 운영 대행 기업인 ‘위드스팟(Withspot)’의 배향숙 대표 또한 백화점에서 팝업을 진행하며 느낀 이점에 대해 “고객을 불러 모을 때 용이한 것은 물론, 매출에 대한 수수료 조건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임대료 부담 없이 인테리어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는 점이 크게 체감된다“며 임대료 형식의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비용에 대한 고민이 적어짐을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 목표도 달라져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 이유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 또한 성수동에 집중됐던 팝업스토어가 다양한 핫플과 백화점 등으로 퍼지게 된 이유로 꼽힙니다.
팝업스토어가 마케팅 전략의 주류로 떠오를 당시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전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개의 브랜드 경험 창출’이었습니다. 브랜드를 더욱 많은 고객에게 알리고, 고객와의 접점을 강화해 브랜드에 대한 더욱 좋은 이미지를 확산 시킨다는 목표였던 것이죠.
그러나 이제 브랜드는 팝업스토어가 매출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제품군을 고객에게 어필하고, 단기간에 폭발적인 매출을 기대하는 형태로 변화한 것이죠.
여러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유치, 기획, 투자하는 리테일 프롭테크 기업 ‘스위트스팟(Sweetspot)’ 관계자 또한 “최근 팝업스토어가 매출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목적을 확장했기 때문에 구매 의향을 갖춘 소비자가 모여 있어 판매에 용이한 백화점, 몰 등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전했습니다.
예로 글로벌 SPA 브랜드 ‘샵사이다(Cider)’의 경우 작년 한국에 진출할 당시에는 브랜드 홍보를 위해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지만, 올해에는 실질적인 매출 상승에 기여하기 위해 더현대 서울, 롯데월드몰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습니다.
성수동, 과거 이태원과 다를 수 있을까
브랜드 홍보에서 실제 매출 증대까지 목적이 확대된 팝업스토어는 여전히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입니다. 그러나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열기 위해 꼭 성수동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희석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어느 정도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해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브랜드는 백화점을 공략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으며, 브랜드를 알려야 하는 소규모 브랜드는 임대료 상승으로 부담스러운 성수동 대신 다른 여러 핫플을 공략하는 방향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결국 점차 성수동은 대규모 팝업이라는 특정 사례를 위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성수동을 찾고 있고, 여러 대규모 팝업 또한 성공적을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하고 독특한 볼거리가 어우러졌던 과거 성수동의 색깔과 비교했을 때 패션, 향수 등 특정 산업군 위주의 대규모 팝업이 눈에 띄는 현재의 성수동이 가진 색깔은 많이 달라진 게 사실입니다.
과거 이태원 또한 다양하고 이국적인 카페, 음식점, 펍 등이 모여 수많은 이들이 찾는 핫플로 유명세를 떨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높아지는 임대료에 이태원의 인기를 견인하던 여러 가게가 문을 닫으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말았죠. 성수동은 과연 이태원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연무장길에서 장사하던 업체들 높아진 임대료 감당 못하고 다들 성덕정길로 이사 했습니다.
연무장길은 솔직히 서진 찍는거 말고는 갈데가 없어요
기사가 훌륭합니다
글의 요점에 강조를 해주셔서 읽기가 굉장히 편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기사가 정말 알차네요! 좋은 기획기사 잘 봤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취재한 보람이 느껴지네요. 앞으로도 기사를 통해 유익한 인사이트를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해소한 사례가 없는데…… 여기도 그냥 망해갈듯…. 하지만 누구를 원망 할 수 있을까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작성하시다가 오타로 표기된듯 싶은데 Stay 35는 Stage 35를 말씀하시는거 맞을까요?
안녕하세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울러 오표기된 부분을 지적해주신 점 또한 감사드립니다. 말씀해주신 부분은 stage 35가 맞고, 바로 수정해두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