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고민의 시작과 존재감
UX를 고려한 서비스 개선 프로젝트, 그 고민의 시작
실무에서는 UX 개선 프로젝트가 눈에 많이 띈다. 이러한 프로젝트에서 항상 등장하는 것은 수많은 디자인 프로토타입과 화려한 프리젠테이션, 사용자 조사를 많이 했다는 양적 통계자료와 전문용어가 넘치는 방법론의 나열… 결국 세상에 없던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차별성으로 마무리되곤 하는 그런 산출물은 필자가 생각하는 UX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UX는 이용자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새롭고 창의적인 고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정의가 UX일 텐데, 그래서 UX는 구축하려는 서비스 개수만큼이나 다양하고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원격회의를 지원하는 ICT 서비스 UX란?
원격회의 ICT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어느 회사가 있다. 그 회사는 왜 그 서비스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일까? 여기서부터 고민해야 회사가 이용자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하는지 찾아낼 수 있다. 이 기업은 직원들이 늘 외부에 있고, 혹은 다른 지역 자사 사원들, 심지어 해외에도 협력해야 할 관련 직원들이 많다. 회의라도 하려고 하면, 시간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일정한 장소로 모이기까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얼마 전 필자도 다른 나라에 있는 고객과의 회의를 몇 차례 진행해야만 했는데, 이 경우에도 만약 ICT가 없었다면 며칠을 걸쳐 이동하고 숙박하고 또 대기하는 등, 본 회의와는 무관한 노력을 동원해야만 하였을 것이다.
회의란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협의하는 것이 최상이지만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네트워크, 그리고 컴퓨터로 매개하여 만나는 것을 택하여, 원격회의서비스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 이유일 것이다. 참고로 직접 만나 대면하여 회의하는 것이 왜 최선인지는 잘 알고 있겠지만, 소통에 있어 면대면, 즉 직접 대면 상황에서는 언어 외 가치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만나’라 노래도 직접 만나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연인 사이 의사 표현, 의견교환이 전화를 통한 언어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러면 ICT 기술을 매개로 만드는 원격회의 서비스에서, 이용자에게 주어야 할 경험, 이용자가 원하는 경험, 그 UX는 무엇인가? 그것은 회의할, 혹은 소통할 ‘상대방’과 함께 있다는 ‘존재감’이라는 심리적 지각이다.
다른 예를 들어 챗봇서비스에서의 UX란?
UX를 고려한 챗봇 서비스를 제작하는 사례도 주변에서 점차 늘고 있다. 어떤 서비스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따라 챗봇 UX는 천차만별로 다르겠지만, 여기서는 일단 쇼핑 안내자로서의 챗봇이라고 가정해 보도록 하겠다.
그럼 앞에서 제안했던 것처럼, 왜 챗봇을 만드려고하는가로부터 UX를 찾아보자. ‘해당 쇼핑몰 운영 사업자는 왜 챗봇을?’ 쇼핑몰 사장님께 물어보자. “왜 챗봇을 만드시려고요?”라고 했을 때 설마, “챗봇이 유행이니까…?”라는 답변은 제발 아니길 바란다. 인내심을 가지고 자꾸 물어보자.그것은 결국 고객이 상품을 찾는데 있어 효과적으로 도움을 주어 구매로의 연결을 촉진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기존의 온라인 화면은 복잡하고 딱딱해 인간미 없고, 인간미가 필요한데 챗봇이라면 인간미를 흉내낼 수 있을 것 같으니, 챗봇의 형태로 쇼핑을 도와주고 구매율을 높이고 싶은 것이다.
구매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기존 오프라인에서 인간이 구매 도우미 역할을 할 때의 효과성을 예측해 디지털에도 적용하는 것이리라. 백화점에서 급하게 살 물건을 찾아야 할 때 등,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지나다니는 직원이나 안내자(말이 통하는 대상)인데, 챗봇도 그런 필요에 의해 제시되지 않았나 싶다. 만약 그렇다면, 온라인 쇼핑몰 이용자도 챗봇을 이용하게 된다면, 그 목적은 유사할 것이다. 인간소통의 방식으로 원하는 물건을 편하게 찾아보려고.
그럼, 이번에는 이 쇼핑 도우미의 콘셉트를 가진 챗봇 서비스에서 추구해야 할 UX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인간소통의 형식을 빌려 고객의 요청에 가치 있는 상호작용 가치를 경험하도록 해 주는 것이다. 간단히 두 가지를 뽑아보자면, 인간미라는 부분과 상호작용에 대한 가치가 있겠다. 챗봇이 사람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대응한다고 인간과 동일한 지성의 상대로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내가 아는 상호작용의 방식을 아는, 그래서 내가 아는 상호작용 방식을 이용해도 되겠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암시가 전달된다. 왜냐하면 챗봇 이용자의 관심은 효과적인 탐색이니까. 질문을 시작한다, 그리고 챗봇의 답변을 기다린다. 여기서 두 번째 주어야 할 경험 가치가 있는데, 가치 있는 소통의 경험이다. 고객은 자신이 타이핑치고 클릭하는 노력에 응당한 가치 있는 대응, 반응이 오길 기대하는데, 챗봇은 여기에 부응해 줘야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하는 고객은 자연스럽게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떠올리면서 그만한 수준을 원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일상에서의 대화를 생각해 보자.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데, 같은 얘기만 반복하거나, 얘기하다 말거나, 못알아듣거나 한다면, 대화는 이어지지 않고, 그 친구와의 대화는 웬만하면 피하게 된다. 바꿔 말하자면 챗봇이 고객과의 상호작용에서 대응하는 콘텐츠에 대해서 참조해야 하는 콘텐츠 대응 시나리오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챗봇 서비스에서 경험시켜 주어야 할 가치는 인간미와 인간과의 대화 가치가 전달되는 대응 시나리오인데, 이 두가지의 합은 챗봇의 사회적 ‘존재감’으로 설명된다.
우연인가, 존재감의 지울 수 없는 존재감: Presence
존재감, Presence는 사실 기술로 매개된 서비스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경험 가치로 오랜 시간 연구되어 왔다. 전자나 디지털로 매개된 무언가의 생생함에 대해 MIT의 몇몇 학자들에 의해 Telepresence 개념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Tele- 접두어는 다소 고풍스러운데, 1990초에 만들어진 개념이기 때문이다.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대상의 생생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존감, 실제감 등의 개념으로 이야기 하는데, Tele는 주로 생략하고 Presence라고 표현한다.
‘프레즌스’는 ‘존재함’을 의미하는 어의대로 ‘실재감(Sense of Presence)’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이에 대해 학자별로 다양한 설명이 있지만, 어떤 연구자는 ‘그곳에 존재하다(being there)’라고 간단히 표현하기도 했다. 인간의 의식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측면에 속하며 철학적인 개념이다. 한마디로 ICT에서의 ‘대상’들의 존재감이 실제와 유사해질수록, 혹은 실제감이 강화될수록, 효과적인 UX를 경험하게 된다.
원격회의서비스에서 회의 참석자들의 존재감이 강화되면, 실제같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고, 효과적으로 회의에 집중하게 된다. 챗봇이 나와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존재감이 강화되면,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말 걸듯 편하게 대화를 시작하고, 대화의 가치를 느끼면 즐겁게 쇼핑하게 된다. 이 존재감은 사실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환경에 대해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주목하고 있는 UX의 핵심가치로 여겨왔다. 존재감의 강화는 기존 현실에서와 동일한 행동을 해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사용자는 기술이라는 느낌 없이 행동하고 원래 목적의
서비스를 즐기게 된다.
끝으로 UX는 사용성이나 편의성이란 일반적 정의로 일반화할 수 없는, 서비스마다 고유성을 가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UX를 고려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한다면, 그런 특화된 UX를 파악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임을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UX 접근에 종종 출현하는 존재감은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공통의 가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