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기획의 새로운 영역, UX Writing
UXer, 그들은 과연 누구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가?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는 직군, UX-er.
예나 지금이나 웹 기반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기획, 디자인, 퍼블리싱, 개발에 이르는 업무를 수행하는 큰 흐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는 UX라는 개념이 중요시되면서 ‘UXer’라는 호칭이 새롭게 나타났다. UXer, 그들은 과연 누구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가?
서비스를 구현할 때,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 서비스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을 UXer라고 칭한다. 넓은 범위에서 UX는 기획자, 디자이너, 퍼블리셔, 개발자 모두를 지칭하는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앞 단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획자에게 이 UXer라는 호칭이 조금 더 비중있게 부여된다. 그 이유는 프로젝트 앞 단에서 사용자 경험의 첫 단추를 채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IT 프로젝트에서 기획자는 ①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검토하고 ②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서비스 정책을 만들어가며 ③개선 포인트를 도출하고 ④화면 설계서를 통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경험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그려나간다. 그리고 기획 업무가 마무리되면, 디자인-퍼블리싱-개발에 이르는 구현 영역에서 사용자 경험이 일관되게 유지/개선되는지 프로듀싱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새로운 UXer의 등장, UX Writer.
사용자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기획자의 역할은 더 강조되며 중요해졌다. 하지만 본연의 기획 업무 이외에 프로젝트 진행 관리를 병행하던 기획자들은 모든 업무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이런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획도 파트 별로 구분하여 업무 영역이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일례로, UX 컨설팅과 UX 라이팅(Writing)이라는 업무 영역이다.
UX 컨설팅은 경영 컨설팅과 UX의 조합으로 서비스 구축 전, 환경 분석/현황 진단 및 사용자 조사를 통해 방향성을 새로 정립하거나 검증하는 업무를 말한다. UX 컨설팅 업무의 경우는 실제 현장에서 많이 수행되고 있으며,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도 고객(Client)이 인지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이슈가 되고 있는 UX 라이팅 업무는 화면 설계 영역에서 실제 사용자가 이용하게 될 버튼, 안내 사항 등의 단어와 문장 즉, 텍스트(Text)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사용자가 받아들일 때 어떤 단어와 문구가 적합할지 고민하고 사용자 측면에서 바로 인지하기 쉬운 표현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수행한다.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직간접적으로 서비스와 대화하고 인지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여겨져 그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UX 라이터(Writer)라는 직군은 찾아볼 수 없지만, 해외에서는 실제 구인 공고에 UX 라이터라고 명시해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UX 라이팅의 중요성과 UX 라이터의 작성 지침
UX 라이팅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용자가 접하는 인터페이스 화면의 텍스트를 만들고 다듬는 일이다. 현재 대부분의 서비스는 PC, Tablet, Mobile, Watch, Wearable 등 디바이스라는 매개물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구동돼 보여지기 때문에 인터페이스 상에 노출되는 텍스트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픽적으로 잘 만들고 계획된 UI를 구성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텍스트는 서비스를 대변해 사용자와 대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콘텐츠 전략에 UX 라이팅 영역을 포함시키고, 작성 시 몇 가지 규칙을 가지고 다듬어 나간다고 한다. 바로 의미 전달의 명확성, 내용의 간결성, CTA를 유도할 수 있는 유용성 측면이다.
위 표의 팝업 문구 예시만 보더라도 처음과 끝이 극명히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내용을 다듬어 나가는 과정에서 그냥 무조건적으로 텍스트를 축약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실패에 대한 알림을 줄 때 어떤 요인으로 인해 실패했는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디바이스에서 글을 읽을 때 전체를 읽지 않고 주요 정보만 스캐닝 하는 습성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타이틀을 제거하고 어떤 문제인지 핵심 단어로 간략하게 구성하였으며, 나아가 사용자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단순하게 방향을 제시했다.
이렇게 작은 팝업 창 문구 하나를 작성하는데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 측면에서 UX 라이팅은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UX 라이팅은 작문의 성격이 강하지만, 수필이나 소설 등 감성과 창의성을 담아 막 써 내려가는 글의 종류도 아니고, 현란한 미사여구로 감성을 자극하는 완전한 카피라이팅도 아니다. 작문 영역에서 상호보완하는 형태로 이도 저도 아닌 중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성하는데 더 힘들고 까다롭다. Dropbox의 John saito는 Inside intercom 팟캐스트를 통해 UX 라이팅 업무와 관련된 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UX 라이터는 누가 뽑을까?
해외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인 indeed.com에서 UX 라이터를 검색해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월마트, 우버 이외에도 수많은 업체들이 UX 라이터를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찾는 UX 라이터의 자격 요건을 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위의 공통된 자격 요건들 중에서 밑줄 친 영역인 ‘작문’의 성격만 제외한다면 대부분 UX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조건들과 동일하다. 그럼 왜 UX 라이터라는 직군이 생겨나게 된 걸까?
여기서 우리는 실무에서 실제 화면 설계서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면을 설계할 때 기획자는 단순하게 콘텐츠가 들어가는 영역이라고 표시만 해 두고 넘기지 않는다. 해당 자리에 들어갈 콘텐츠가 어떤 속성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게고민하며 구조를 설계한다. 그리고 이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 가안의 화면 설계서를 작성한다. 그 이후, 고객과의 리뷰를 통해 실제 들어갈 콘텐츠를 수급 받고 고객이 결정해 전달해주는 내용을 최종적으로 반영해 현행화 시킨다.
이 과정은 에이전시가 일하는 일반적인 패턴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실 에이전시에는 UX 라이터라는 직무를 가진 별도의 인력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 역할을 기획자가 수행해야 한다. 즉, 화면을 설계하며 해당 서비스에 대해 이해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단어와 문장을 선별해 역으로 고객에게 제안하며,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기획자의 일이 어디까지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여태 우리는 그렇게 일을 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일을 하고 있다. 전문 작가처럼 완벽하고 멋지게 작성할 수는 없어도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특정한 메시지, 어투 등 텍스트 요소들이 동일한 톤으로 일관성을 갖출 수 있도록 요소 별로 반영하고 있다.
Indeed.com에 올라온 구인 공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구인 공고를 낸 업체들이 하나같이 자사의 서비스나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는 것이다. UX 라이터라는 직군은 이렇게 자체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에 적합하다. 또한, 본인들의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지속성을 가지고 개선하고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측면에서 UX 라이터의 역할은 아주 중요해질 수 있다.
AI와 음성 기반의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인 만큼 자사 서비스가 있는 회사에서 UX 라이터를 보유하는 것은 이후의 서비스 강화 전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UX 라이팅, 에이전시 기획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실제 UX 라이터라는 전문 인력을 보유하려는 회사는 자사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그런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제작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에이전시의 기획자들은 어떻게 UX 라이팅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만약, 고객사에 전문 UX 라이터가 있다면, 역할을 분담하여 협업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UX 라이터라 불리는 전문 인력은쉽게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의 경우 기획자들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서비스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 서비스 완성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UX 라이팅을 잘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①프로젝트 초반에 고객과 메시지 전략 설정하기
프로젝트 초반에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의 방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방향성이 파악되면, 메시지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어떤 방향으로 메시지를 작성해 나갈 것인지 의사소통을 충분히 한다. 그러고 나서 화면을 기획해야만 이후에 고객과의 충돌이 줄어들 수 있고, 서비스 정체성을 유지하거나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역으로 메시지 전략에 대해 고객에게 제안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의 고객은 대부분 IT 프로젝트 진행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고객이 요구하는 것만 해서는 나중에 프로젝트가 산으로 갈 확률이 크다. 고객의 요구 사항을 수렴하면서 동시에 서비스 기획의 방향성을 잡아 나가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다. 그들에게 기획자의 전문성을 엿보이고,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기획자가 발 빠르게 움직여 필요한 것들을 먼저 체크하고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②설계서의 기본이 되는 표준(공통) 문서에 UX 라이팅 작성 규칙 명시하기
기획 업무에는 순서가 있다. 기획자는 특정 서비스를 기획하는 데 있어서 먼저 요구 사항과 해당 서비스의 특징이 되는 요소들을 파악한다. 그리고 앞 단의 정리가 끝나면 실제 화면으로 그려지는 UI 설계서를 작성하게 된다. UI 설계서를 최초 작성할 때 기획자는 해당 서비스에서 공통으로 적용되는 요소들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정의한다. 이것이 바로 표준 문서 또는 공통 영역이다.
표준 문서는 기획서의 뼈대가 되는 규칙을 정의하는 문서로 주요 버튼의 위치, 버튼 명, 화면의 주요 레이아웃, 메시지 등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항에 대한 정의가 담긴다. 이때 서비스 전략에 따라 UX 라이팅의 기초 뼈대를 세울 수 있다.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한 두 명에서 많게는 열명 이상까지 기획자가 투입되기도 한다. 혼자 작성할 때는 상관이 없지만, 파트 별 기획을 별도로 해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표준 문서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각각의 기획자가 표준 문서를 공유해 그 지침을 지키며 작업을 하기에 일관성을 유지하며 기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드시 크로스체크(Cross-check)를 통해 어투와 문구의 오류를 재점검하며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③내부에서 프로토타이핑 테스트하기
간단한 문구라도 의심이 들 때, 그리고 명확한 방향성을 못 잡을 때에는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사용자 테스트는 여러 가지 조건에 부합하고, 리쿠르팅을 거쳐 정식으로 조사 대상자를 구하는 거창한 테스트가 아니다. 말 그대로 ‘내부 프로토타이핑 테스트’를 말한다.
초반에 메시지 전략을 세우고 그대로 착착 진행되면 좋겠지만 말과 문서로만 구성하는 것보다 실제 화면에 어떤 식으로 녹여갈 수 있는지 몇 가지 안을 구성해 테스트해보는 것이 이해가 빠르고 의사결정이 쉽다. 이런 테스트는 프로젝트팀 내에서 관계자들끼리 진행해도 좋고, 프로젝트와 관련 없는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해도 쉽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서비스 의도와 목적에 따라 대상자는 달라질 수 있지만, 프로젝트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빠르고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④잘 된 사례를 바탕으로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하기
UX 라이팅이 잘 된 사례를 캡처하여 모아둔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는지 유사 사례들을 벤치 마킹하고, 적용해보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⑤메모와 글쓰기를 습관화하기
참 지긋지긋한 지침 중 하나이지만 메모와 글쓰기는 UX 라이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글을 쓰는 전문 작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을 다듬는 방법, 좀 더 유연한 단어를 선택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평소에 책을 읽을 때 그냥 읽고 마음에 새기는 것이 아니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문장과 내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발견하면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관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더라도 그 내용을 일일이 기억하기에는 인지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흐릿한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내용을 키핑(Keeping) 해두자. 그리고 덧붙여 그 내용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한두 문장 정도로 적어서 첨부해두자. 그러면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이 점차 나아지고, 그 당시에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었는지 곱씹어 볼 수도 있다.
마무리하며
‘UX’라는 단어가 말머리에 붙으면 뭔가 특별하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에이전시 업계에서는 ‘우리는 UX전문가입니다.’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해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문구를 쓸 때마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게 된다. UX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이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포괄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면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예상하는 결과물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가 크기 때문에, ‘UX 전문가’라는 표현은 빛 좋은 개살구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UX라는 개념을 바라볼 때 이제는 좀 더 세분화된 영역으로 그 틀을 좁힐 필요가 있다. UX 라이팅이라는 업무 영역에서 별도의 전문가를 필요로 하듯이 말이다.
요즘 기획자는 알아야 할 것이 참 많다. 여태 해왔던 일의 부분들이 점차 전문 영역으로 하나씩 세분화되어 특정 ‘분야’로 부각되다 보니 종합적으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에서도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을 빨리 찾아내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업무영역이 세분화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 기획자들에게는 더 좋은 자극제가 되는 밑거름 일 수도 있다. 기획의 업무 영역이 세분화되고 있는 생태계의 변화를 보면서 ‘나는 어떤 기획자가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고 자신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울 수 있는 영역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