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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가 일상이 될 수 있게” 소방청, 남겨진 사람들을 이야기하다

장복환 디지털소통팀장과 김은수 소방위 인터뷰


총합 30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사진을 찍었는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캠페인(자료=소방청 유튜브)

2024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캠페인이 있다. 사회실험 유튜브 ‘원더맨’과 ‘인생네컷’ 그리고 ‘소방청’이 함께한 <사진을 찍었는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캠페인이 그 주인공이다. 추석에 공개된 캠페인은 누적 30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한 두 소방관과 유가족은 모두 순직한 소방관과 가까운 사람들이었다(자료=소방청 유튜브)

2017년 강릉시 석란정 화재진압 중 소방학교 동기였던 故이호현 소방관을 잃은 두 소방관, 같은 사고에서 남편 故이영욱 소방관을 잃은 아내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사고 실종자 수색 정찰 중 아들이었던 故신영룡 소방관을 잃은 아버지. 캠페인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순직’으로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이다.

왜 소방청은 무거운 주제인 순직에 대해 이야기하는 캠페인을 만들었을까. 그 답을 듣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ICT 어워드 코리아 2025에서 최고상인 GRAND PRIX를 수상한 장 팀장과 김 소방위(사진=ict 어워드 코리아)

캠페인을 기획한 장복환 소방청 디지털소통팀장과 김은수 소방위를 처음 만난 건 2025년 8월 <디지털 인사이트>가 주관한 ‘ICT 어워드 코리아 2025’ 시상식에서였다. 최고상인 GRAND PRIX를 수상한 두 사람에게 간략한 수상 소감을 듣고, 곧 다시 만나 캠페인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으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고와 울산화력발전소 구조물 붕괴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며 그들을 만날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11월 마지막 주, 세종 소방청에서 다시 만난 장 팀장과 김 소방위(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마침내 12월을 며칠 남기고 세종의 소방청에서 만난 두 사람에게 캠페인에 대해 묻자, 둘은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때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하기 위해 바라봐야 하는 그들의 이야기

소방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11월 6일 제막된 1층의 추모시설이다. 시설에는 1945년 이후 순직한 소방관 271명의 위패가 있다.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김수광 소방관과 박수훈 소방관은 2024년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 사고에서 붕괴된 공장에 고립돼 순직했다. 당시 김 소방관은 겨우 스물 일곱, 박 소방관은 서른 다섯이었다.

추모 시설을 돌아보며 장 팀장은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순직 사고가 일어난 직후에는 많은 관심이 모이지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이 짊어지는 고통과 슬픔은 상대적으로 주목되지 못한다. 장 팀장은 순직한 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기억해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사람들이 귀를 기울일 수 있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남편의 사진을 모두 버려 후회가 됐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유가족. 장 팀장은 캠페인을 통해 남겨진 유가족의 아픔을 바라보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자료=소방청 유튜브)

캠페인에 출연했던 유가족이 힘들어서 순직한 남편의 사진을 모두 버렸는데, 그게 후회가 된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댓글에 그분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야기가 많이 달렸어요. 순직 이후 남겨진 그들의 삶에 우리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게 되는 거죠.

-장복환 디지털소통팀장

정부차원의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 유가족을 만났을 때 자주 접하게 되는 건 순직한 자신의 가족이 잊혀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한다. 추모 시설에 놓인 271명 모두 기억해야 마땅한 이름인 만큼, 장 팀장은 그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는 순직으로 가장 큰 상실을 겪은 사람들의 아픔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캠페인은 그런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던 셈이다.

아직 사회가 그들을 잊지 않았다고 느낀 자리

캠페인은 AI를 통해 유가족과 순직 소방관이 함께 찍은 사진을 만들었다(자료=소방청 유튜브)

유가족이 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떠난 이와 함께 사진을 남기는 일이다. 캠페인에 AI를 활용해 순직 소방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선물하는 내용이 담긴 이유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기획이 시작되자 장 팀장과 김 소방위는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남겨진 이들을 조명하는 기획의 긍정적인 파급 효과에는 확신했지만, 선물이 될 수 있는 사진이 자칫 그들의 아픔을 건드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유가족에 대한 관리는 보건안전담당관실에서 담당한다. 마침 담당자가 강원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강원도로 지역이 좁혀졌다. 모두 순직을 겪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고, 촬영 당일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사진 복원을 위한 순직 소방관의 사진 자료 수집도 한두 명의 관계자만 아는 상태로 진행됐다. 유가족의 반응이 어떨지는 촬영 당일까지도 미지수였다.

출연한 분들 모두 당일까지 몰랐어요. 매년 소방청에서 유가족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드리는데, 2024년부터는 소방관이 직접 방문해 전달하고 있어요. 당시 유가족에게 소방청장이 직접 선물을 전달하고 싶다는 핑계로 소방서로 초대했죠. 동료 소방관들에게는 다큐멘터리 촬영이라고 둘러댔습니다. 눈치채지 못하게 소방서 앞 촬영 부스로 이끄는 게 조마조마했어요.

-김은수 소방위
유가족은 순직한 아들과 나란히 있는 사진을 선물 받고 눈물을 보였다(자료=소방청 유튜브)

다행히 캠페인에 출연한 동료 소방관들과 유가족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아픈 추억을 다시금 꺼내야 했지만 고통스럽기보다는 그리운 사람을 다시금 추억할 수 있는 순간으로 다가온 것이다.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며 뭉클해진 그들은 자연스럽게 담아뒀던 추억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아직 사회가 순직한 이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에 감사를 표했다.

슬픔에 머무르지 않아야 추모가 일상이 된다

캠페인은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에게 순직한 이를 잠시나마 다시 추억할 수 있는 따뜻한 순간으로 자리했지만, 장 팀장과 김 소방위에게는 촬영 당일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기획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캠페인을 해야만 했던 이유는 뭘까. 그 질문에 장 팀장은 “계속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라 답했다. 당일까지 비밀을 유지했던 이유도 그들의 솔직한 반응과 이야기가 캠페인의 취지를 전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11월 2일 개최된 메모리얼데이 행사. 작년부터 소방청은 추모 행사인 메모리얼데이를 개최하고 전시, 공연, 마라톤 등 복합 행사를 통해 국민의 삶 속에 추모가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자료=소방청 인스타그램)

순직 소방관에 대한 추모 문화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추모하는 문화와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꼈거든요. 비통한 마음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추모가 슬픔에만 머무를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국만 봐도 퍼레이드도 하고, 하나의 문화로 추모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추모가 일상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작년부터 복합 추모 행사인 메모리얼데이를 개최하는 것도 같은 이유고, 유가족을 어둠에서 세상으로 이끌어내는 일도 그 안에 포함되는 거고요.

-장복환 디지털소통팀장

장 팀장은 이러한 활동이 순직 유가족을 위한 법제나 정책 마련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정책수용자와 소비자의 반응과 관심을 이끌어내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순직 유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 캠페인 이후 언론과 기업의 관심이 모였고, 유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문의한 기업의 수도 적지 않았다.

영웅이 아닌 이웃으로 국민의 삶에 자리하고 싶다

장 팀장과 김 소방위는 소방관이 영웅이 아닌 가장 친근한 이웃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매년 순직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소방관에게 사고와 순직에 대한 우려는 필연적이다. 김 소방위 또한 같이 근무했었던 소방관의 순직 소식을 접한 경험이 있다.

6년 동안 소방관을 하면서 삶과 죽음이 한 끗 차이라는 생각을 해요. 결혼 2년차인데, 가끔 제가 순직하게 된다면 혼자 남겨질 아내와 가족들을 생각해봐요. 예전에는 조금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면 이제는 제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껴요.

-김은수 소방위

김 소방위는 군 복무를 의무 소방으로 마쳤다. 구급차에서 심정지 환자를 직접 응급처치로 살린 경험, 죽음의 문턱에서 한 생명을 붙잡아낸 순간이 그를 소방관의 길로 이끌었다. 사고와 순직의 순간을 보며 김 소방위는 매번 “그러나 나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위험에 부딪히는 순간이 빈번하기에 더욱 소방관이 ‘영웅’이기 보다는 ‘이웃’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다.

울산화력발전소 구조물 붕괴 사고에 투입된 소방관들. 장 팀장과 김 소방위는 소방관도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과 누군가의 동료이자 가족이라는 인간적인 부분에 대한 공감이 소방이 더욱 국민의 삶에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근간이 된다고 말한다(사진=뉴스1)

영웅으로 불리는 건 영광이지만, 매 순간 영웅인 건 어려워요. 화마가 짙은 현장에 발을 디딜 때면 불안하고 무서워요. 하지만 그걸 느끼고 있음에도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듯이 소방관도 소방관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그러니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가장 친근하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은수 소방위

장 팀장은 소방은 국민과 밀도와 접점이 높다고 말한다. 그만큼 국민이 어떤 이미지로 소방관을 그리는가가 중요하다. 단순히 위험, 순직, 슬픔만이 드러나서는 소방관의 노고가 일상에 가까울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 캠페인이 세상에 나왔고, 현재도 다양한 캠페인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추모 시설 앞을 지날 때, 장 팀장과 김 소방위는 앞으로도 소방이 슬프고 무거운 존재가 아닌, 일상 속의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기억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찬 바람이 부는 날씨에 청사 앞까지 나와 웃으며 손을 흔드는 둘에게서 그들이 꿈꾸는 온도가 멀리 있지 않음이 보였다.

  •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 섬네일조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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