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흥행과 참패를 이끄는 영화 예고편 마케팅 이야기

쥬라기 공원부터 판의 미로까지… 영화 흥망에 크게 일조한 예고편 모음


여러분은 어떨 때 “와, 이 영화 보고 싶은데?”라고 생각하나요? “전작을 재밌게 본 감독의 영화일 때” “좋아하는 배우가 나올 때” 등 여러 답변이 있겠지만, 아마 대다수는 “예고편이 흥미진진할 때”를 꼽을 겁니다.

영화에 담긴 내용을 2분~2분 30초 남짓한 시간으로 편집해 상영하는 예고편은 실제 영화가 가진 인상을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요소인데요. 특히 잘만 만든다면 관객의 기대감과 궁금증을 증폭시켜 영화 흥행에 효과적으로 일조할 수 있습니다. 많은 배급, 제작사가 마케팅을 위해 예고편 제작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죠.

파묘라는 독특한 소재와 으스스한 영화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파묘 예고편 속 한 장면. 파묘는 예고편에서 관객이 가진 기대감을 영화 속에서 대부분 충족시켜 천만 흥행 고지를 넘었다(자료=파묘 예고편)

영화 본편이 예고편에서 뿌린 관객의 기대감을 효과적으로 수확한다면 영화는 보다 수월하게 흥행 고지를 밟아갈 수 있습니다. 나아가 때로는 영화보다 더 잘 만든 예고편이 영화의 흥행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죠. 일례로 영화 ‘파묘’는 파묘라는 소재가 주는 으스스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예고편에서 효과적으로 풀어내 후반 극 전개의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천만 영화 고지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고편이 마냥 효과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내용을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예고편은 오히려 영화 흥행에 독이 되고는 하죠. 오늘은 영화 마케팅의 필수 요소인 예고편의 다양한 사례에 대해 알아봅니다.

간접적으로, 그러나 가장 효과적으로

쥬라기 공원

1993년 개봉한 쥬라기 공원의 예고편. 티라노 사우르스의 등장을 공포감 있게 담아내 큰 주목을 받았다(자료=유튜브)

1993년 개봉한 ‘쥬라기 공원’은 당시 기준으로 놀라운 특수효과를 통해 생생한 공룡의 모습을 담아 큰 화제가 된 영화입니다. 동시에 잘 만든 예고편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마치 실제처럼 느껴지는 공룡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데 더해 쥬라기 공원의 백미는 단연 ‘공룡의 왕’이라고 불리는 ‘티라노 사우르스’의 흉폭함이 주는 긴장감이었는데요. 따라서 쥬라기 월드는 예고편에서 티라노 사우르스의 등장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대중의 기대감을 높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쥬라기 월드 예고편이 잘 만든 예고편의 교과서로 꼽히는 이유는 이를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간접적인 방법’으로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쥬라기 월드의 예고편을 보며 사람들이 숨을 죽이기 시작하는 장면은 주인공 일행이 탄 차 안의 컵에 담긴 물과 웅덩이에 고인 물이 정체불명의 발자국이 내는 진동에 흔들리기 시작할 때인데요.

예고편 그 어디에도 이 발자국 소리가 티라노 사우르스의 것이라는 단서는 없지만, 교차돼 나오는 사람들의 숨죽인 표정을 통해 사람들은 이 진동의 주인이 티라노 사우르스임을 이해하게 되고, 이후 날뛰는 티라노 사우르스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죠.

실제 예고편은 이후 비 내리는 밤 사람들을 사냥하며 날뛰는 티라노 사우르스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가 담고 있는 스릴을 효과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이처럼 예고편을 통해 효과적으로 영화를 홍보한 쥬라기 공원은 63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훨씬 상회하는 11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거두며 전 세계에서 크게 흥행하게 됐죠.

고질라

절제된 고질라의 모습과 아포칼립스 분위기를 강조한 고질라 예고편(자료=유튜브)

2014년 개봉한 ‘고질라’ 또한 쥬라기 공원과 비슷한 사례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고질라는 일본의 거대 괴수 캐릭터인 고질라를 주제를 한 영화인데요.

고질라 또한 예고편에서 고질라의 모습을 크게 절제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예고편은 전체적으로 아포칼립스 장르의 분위기를 띕니다. 공포에 질려 대피하는 시민과 분주한 군인의 모습이 주를 이루고, 간혹 보이는 검은 그림자와 폐허가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예고편 내내 영화의 핵심인 고질라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죠.

예고편은 먼지 속에서 표효하는 고질라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자료=유튜브 캡처)

고질라는 예고편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먼지 속에서 포효하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해당 예고편은 고질라의 등장 비중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포효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예고편 내내 드러낸 아포칼립스적인 상황이 고질라에 의해 야기된 것이라 유추하게 만들고, 고질라에 대한 기대감을 효과적으로 증폭시켰습니다.

다만 고질라의 경우 실제 영화는 예고편에서 강조된 정도로 우울하고 어두운 아포칼립스 분위기는 아니었으며, 괴수들의 전투 장면도 후반 막바지에 이르러야 본격적으로 시작돼 관객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실제 IMDb 평가 또한 10점 만점에 6.4점으로 고질라 영화 자체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관객의 기대감을 더해준 예고편, 그리고 마치 자연재해 같은 괴수에 대한 인간의 무력감 등 괴수 영화의 본질에 충실했던 점 등에 힘입어 고질라는 약 1억6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넘어서는 약 5억2000만 달러의 흥행을 거뒀습니다.

장르 속의 장르, 무엇이 다른가를 보여주다

로건

영화 로건은 일반적인 히어로물이 아닌, 한 인간의 인생에 대한 서사를 표현한 작품이다(자료=유튜브)

2017년 개봉한 ‘로건’은 엑스맨의 히어로인 ‘울버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보통 히어로 영화와 달리 로건은 울버린의 본명인 로건을 영화 제목에 사용했듯 히어로의 삶 보다는 한 인간 개인의 삶에 무게를 둔 영화입니다. 아울러 울버린 실사화 영화의 마지막 작품으로 기획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로건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한 가사를 담은 조니 캐시의 ‘Hurt’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2분 남짓 이어지는 예고편은 노쇠한 로건이 자신과 닮은 소녀를 만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히어로가 악당을 소탕하고, 시민을 구하는 내용은 일절 찾아볼 수 없죠.

예고편은 영화에 담긴 재미를 강조해 사람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영화가 무엇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오해를 없애는 역할 또한 수행합니다. 기존 울버린 실사화 영화를 재밌게 본 관객은 별 다른 정보가 없다면 영화 로건 또한 비슷한 히어로 장르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이를 기대하고 봤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죠.

로건의 예고편은 로건이 무엇을 담고 있는가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자료=유튜브 캡처)

반면에 소재는 같은 울버린이지만,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가 담고 있는 것이 아닌 색다른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 또한 흥행을 이끌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로건은 오랜 기간 울버린 실사화를 함께한 팬에게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지만, 나아가 엑스맨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기억에 남는 영화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시네마 스코어에서 A- 등급을 받은 것은 물론, 97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크게 웃도는 약 6억1000만 달러를 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로건의 예고편은 영화가 기존 히어로 장르와 다른 길을 가는 작품임을 분명히 알림과 동시에 색다른 기대감을 불러 일으켜 이와 같은 흥행에 크게 일조했습니다.

조커

영화 ‘조커’는 개인의 삶이 변형되고 뒤틀리는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자료=유튜브)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인생 연기를 펼친 ‘조커’ 또한 로건과 비슷한 작품입니다. 소재는 DC 코믹스의 히어로인 배트맨의 오랜 악당인 조커이지만, 일반적인 히어로와 악당이 나오는 장르와는 전혀 다른 영화입니다.

조커의 예고편은 시종일관 어둡고, 혼란스러운 동시에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아울러 호아킨 피닉스의 명연기를 짧은 시간 안에서도 실감할 수 있죠.

조커의 예고편은 한 인간이 뒤틀리고 변화하는 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자료=유튜브 캡처)

조커의 예고편은 로건의 사례처럼 일반적인 히어로와 악당을 주제로 한 영화가 아닌, 개인의 삶이 변형되고 뒤틀리는 과정을 담고 있는 예술성 높은 영화임을 명확하게 시사합니다. 아울러 배우 히스 레저의 사망 이후 조커라는 캐릭터에 대한 팬들의 기준점이 매우 높아진 탓에 그 누가 연기해도 실망할 것 같다는 편견을 벗겨낸 영상이기도 합니다.

조커의 예고편은 영화가 담은 예술성과 차별성을 효과적으로 전파했고, 5500만 달러를 제작에 투입한 조커는 약 10억 달러가 넘는 높은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더해서 2019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 받았으며,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는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자신이 조커에 대한 세간의 기준을 뛰어넘었음을 증명했습니다.

장르의 오인… 흥행 참패를 야기하다

판의 미로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의 공식 예고편. 기괴함과 어우러진 파시즘에 대한 비판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자료=유튜브)

2006년 개봉한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파시즘에 대한 비판과 판타지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를 완벽하게 혼합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역작으로 꼽히는 영화입니다. 실제 로튼 토마토에서 95%의 신선도를 기록하고, 메타크리틱에서도 98점을 받았습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또한 “이보다 깊고 슬픈 동화를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다”는 코멘트와 함께 만점을 줬죠.

흥행 또한 약 1900만 달러를 투자해 약 8300만 달러를 벌어 들이는 등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9년 기준으로도 국내에 한해서는 약 53만명의 관객밖에 동원하지 못했습니다.

판의 미로의 국내판 예고편. 나니아 연대기 같은 판타지물이 연상된다(자료=유튜브)

판의 미로가 국내에서 유독 부진한 이유는 다름 아닌 영화의 예고편 때문이었는데요.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 등 판타지 장르의 영화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한 탓인지, 국내에 공개된 판의 미로 예고편은 본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띄었습니다.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에 가까움에도 예고편을 보면 마치 나니아 연대기와 같은 판타지물이 연상됩니다. 실제 영화의 분위기를 오인하기 쉬운 예고편으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극장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지구를 지켜라

지구를 지켜라!의 예고편. 예고편만 보면 코미디 장르 영화일 것만 같지만, 본편은 전혀 그렇지 않다(자료=유튜브)

국내에서 제작한 영화 중에도 판의 미로와 비슷한 사례가 존재합니다. 바로 2003년 개봉한 ‘지구를 지켜라!’입니다. 외계인을 주제로 한 지구를 지켜라!는 예고편을 봐서는 그저 코미디 영화일 것만 같지만, 실상은 스릴러물에 가까운 영화죠.

지구를지켜라!의 국내 포스터. ‘코믹 납치극’이라는 문구가 보이지만, 전혀 코믹하지 않은 작품이다(자료=네이버 영화)

로튼 토마토에서 90%의 신선도를 획득하고, 이동진, 박평식 등 유명 영화 평론가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는 등 영화의 작품성은 인정 받았지만, 영화 내용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오해에 가까운 예고편, 포스터 등의 홍보로 인해 지구를 지켜라!의 흥행은 처참히 실패했습니다.

총 제작비 33억원을 투자한 지구를 지켜라!는 약 7만 3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으며, 이는 사실상 수익이 났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의 결과였습니다. 영화의 작품성은 인정 받았기 때문에 영화의 분위기와 내용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예고편을 제작해 홍보했다면 결과가 다를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을 자아내는 사례입니다.


지금까지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친 예고편 홍보 사례를 알아봤습니다. 쥬라기 공원처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로건처럼 장르에 대한 오인을 방지하며 영화 흥행에 일조한 사례가 있는 반면에 판의 미로처럼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예고편 하나가 흥행 참패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높아지는 대중의 눈높이에 더해 확산되는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SNS 등 정보를 공유하는 창구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이처럼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관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다양하게 변화되는 예고편를 비롯한 여러 영화 마케팅 사례를 관찰하는 것 또한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문에 다룬 예고편 중 여러분에게 가장 좋아하는 예고편이 있나요? 혹시 없다면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예고편은 무엇인가요?

  •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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