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와 마케터, 앞으로도 커뮤니티에 주목할 것” 서준원 LBCC 대표
디지털 인사이트 릴레이 인터뷰 ③
2025년 마케팅,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디지털 인사이트>가 생성형 AI부터 팬덤마케팅, 커뮤니티, 브랜딩까지 마케팅 각 분야 전문가 5인을 만나 궁금증을 물었습니다. 올해 시장은 어땠을까요? 내년의 가장 핫한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소개합니다.
📌 DI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
1. 김덕진 IT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
2. 윤진호 초인 마케팅랩 대표
3. 서준원 LBCC 대표(현재 글)
4. 조경상 NNT 대표
5. 김해경 앤드류와이어스 대표
‘LBCC(Lazy Bird Coffee Club)’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마케터 사이에서 알음알음 화제가 되고 있는 LBCC는 주말 오전에 모이는 마케터들의 커뮤니티입니다.
최근 수많은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가운데 LBCC가 독특한 건 성장에 목매지 않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인데요. 지난 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준원 LBCC 대표는 이를 “성장이 아닌 ‘생장’에 주목하는 커뮤니티”라고 설명합니다.
건강한 생장을 강조하는 LBCC는 구성원 대부분이 ‘중니어’로 이뤄져 있습니다. 주니어보다는 오래된, 그러나 아직 시니어는 아닌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이죠. 연차로는 대략 3~12년 차, 대기업 기준으로는 15년 차 아래의 사람들입니다.
연차에서 알 수 있듯 기업의 실무 전반을 책임지는, 소위 ‘실전에 강한 마케터들’인데요. 실제 구성원 중 쿠팡, 무신사 등 굵직한 기업에서 현업으로 활동하는 마케터가 적지 않고, 서 대표 또한 LG유플러스 콘텐츠 전략 기획자 출신으로, 지난 DMBF2024에 연사로 참여할 수준의 전문인이죠.
이렇듯 실력 있는 마케터들이 모였음에도 빠른 성장에 집중하는 여타 커뮤니티와는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는 LBCC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아울러 중니어가 모인 LBCC를 이끄는 서 대표는 올 한해 국내 마케팅 업계와 내년의 트렌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좋은 사람을 모으다 보니
LBCC를 보면 독특한 커뮤니티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이제 한 2년 정도 됐는데, “주변에 괜찮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커뮤니티를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 커뮤니티를 만들 때의 목표도 ‘좋은 사람들을 모아보는 것’이었고요.
좋은 사람이 모였다면 모임 분위기도 편안할 것 같은데요?
모여서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늘 “이 자리에서 누군가의 말을 평가하지 않습니다”라고 공지를 해요. 이렇게 설명하고 시작하면 편안하고 수용적인 태도로 대화를 진행할 수 있거든요. 호스트랑 저를 빼면 매번 모임에 참여하는 인원은 13명인데, 그렇게 인원을 선정한 이유도 그 안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활발하게 이야기하되, 따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리스너들도 눈치 안 보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에요.
내향인이나 모임에 부담감이 있는 사람도 비교적 쉽게 참여할 수 있겠네요.
맞아요. 2년 전 LBCC를 시작할 때는 카카오톡 멤버방에 50~60명 정도가 있었는데, 현재는 140명 정도로 늘었어요. 큰 숫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편안한 분위기 속에 좋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여러 변화나 새로운 시도도 있을 것 같은데요.
드러나지는 않지만 열심히, 또 실력 있게 과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흔히 ‘은둔 워커’라고 부르죠. 이 사람들이야말로 빠지면 회사에 큰 구멍이 생기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본인의 콘텐츠를 벼려낼 기회를 구상하고 있어요. 지속적인 호스팅을 통해 별도의 모임을 운영할 수 있게 하거나, 출간을 지원하는 식으로요. 작은 형태의 컨퍼런스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은둔 워커에 주목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겸손한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그런 사람들 중 기꺼이 내 것을 나누는 ‘기버(Giver)’를 많이 찾고, 그들과 좋은 친구가 된다면 LBCC는 더 건강한 커뮤니티가 될 거예요. 커뮤니티 멤버들에게 자부심도 심어줄 수 있을 거고요.
마케터와 브랜드, 그들이 커뮤니티에 주목하는 이유
자부심을 심어준다고 하셨는데, 건강하고 자부심 있는 커뮤니티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LBCC에 있는 사람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괜찮은 사람일 것 같아”라고 느낀다면 그게 건강하고 자부심을 줄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생각해요.
그런 요소가 마케터로 일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건강한 커뮤니티에는 활발한 상호작용이 있어요. LBCC도 140명의 인원 안에 실무자가 많고, LBCC에 소속된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 적극적으로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되기도 해요. 서로 다른 기업의 마케터가 모여 자연스럽게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고 이야기가 오고 가는 거죠. 관리자로써 그런 협업이나 시너지를 잘 연결해주기 위해 신경 쓰고 있어요.
마케팅 업계에서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그런 측면 때문일까요?
협업점을 찾기 쉽다는 건 큰 장점이니까요. 어떤 일을 진행할 때 회사 대 회사로 만나면 서로 간의 이권이 있고, 다소 경직될 수밖에 없어요. 반면에 같은 커뮤니티에 속하거나 일면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세 대화가 풀어지니까요.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의 특성이기도 하고요.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예술가가 크루를 만드는 것처럼, 실력과 유명세를 가진 마케터가 모여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함도 있죠. 지속적인 구매를 만들어내는 팬을 만들고 유지하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봐요.
팬덤 비즈니스에 커뮤니티가 영향을 미치나요?
팬들의 눈에 보이는 게 커뮤니티니까요. 눈에 보이고 체감할 수 있는 영향력을 구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효과를 가져요. 마케터뿐 아니라 브랜드가 커뮤니티를 가지고 싶어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어떻게 보면 브랜드와 마케터에게 커뮤니티는 꿈 같은 거예요. 그 사람들을 비즈니스에 동원할 수 있고, 심지어 살아있는 데이터까지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은 쉽게 식지 않겠네요.
계속 갈 거예요. 특히 특정 비즈니스와 연관된 타깃을 모으는 커뮤니티는 더 많아질 거라고 봐요. 과거에는 기자단이나 서포터즈 형태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앰버서더를 주축으로 커뮤니티 구축에 힘쓰고 있는 양상이 눈에 띄기도 하죠.
온드 미디어에 힘을 빼는 브랜드들
LG유플러스에서 기획자로 있었던 만큼, 트렌드를 보는 눈도 날카로울 것 같은데요. 올해 커뮤니티 이외에 또 화제였던 게 있나요?
커뮤니티 구축에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것처럼, 올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강세였죠. 특히 ‘어필리에이트(Affiliate) 마케팅’이 큰 화제였어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이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공동 구매 형태의 마케팅이라고 보면 돼요. 단순히 인플루언서에게 홍보를 맡기는 게 아니라, 인플루언서가 하나를 팔 때마다 수수료를 챙겨주는 거죠.
어떻게 보면 움직이는 대리점을 만드는 개념이네요.
맞아요. 대리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대리점이 신뢰를 주기 때문이죠. 인플루언서도 같은 맥락으로 팔로워에게 신뢰를 줘요. 그렇기 때문에 잘 팔 수 있는 거고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은 미국에서 특히 흥행하고 있고, 국내에는 패션이나 소비재 쪽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어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의 영향으로 온드 미디어에 대한 집중도도 내려가고 있고요.
브랜드가 온드 미디어에 힘을 뺀다는 건 의외네요.
온드 미디어는 이제 디폴트가 됐어요. 모두가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온드 미디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이상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거든요.
물론 온드 미디어에 강점을 가진 브랜드는 계속 집중할 거예요. 오히려 힘을 빼는 곳이 많아져서 잘하는 브랜드가 더 두각을 나타내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니까요.
온드 브랜드를 잘 하는 브랜드라면 어디를 꼽을 수 있죠?
토스죠. 토스가 운영하는 토스 피드를 보면 콘텐츠가 블로그 형태로 계속 쌓이는데, 이를 활용해서 올해 머니북을 만들어 국제 도서전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왔으니까요.
토스만 책을 낸 건 아닌데, 왜 토스만 유독 그렇게 성공했을까요?
중요한 건 분명한 목표라고 생각해요. 현대카드도 책을 냈고, LG전자도 책을 냈어요. 하지만 토스만큼 화제가 되지는 못했죠. 그건 목표에 대한 명확한 설계가 있었는가의 차이라고 봐요.
토스는 머니북을 만들 때 아마존처럼 일했어요. 국제 도서전에 나간다는 목표와 결과치에 따른 이익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접근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분명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거죠.
확실한 콘셉트가 중요해진다
오프라인 쪽에서는 어땠을까요? 어떤 마케팅 전략이 가장 화제였다고 보세요?
단연 팝업스토어였어요. 마케팅은 성수기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할 때가 많은데, 올해 성수기는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을 연계한 경우가 많았어요.
내년에도 팝업스토어의 인기는 계속될까요?
딱 끝나지는 않겠지만, 수명이 다 되고 있다는 입장이에요. 최근 보면 공공기관이 팝업스토어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이미 사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콘텐츠를 즐길 때는 좋지만 끝나면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점도 문제고요. 물론 확실한 콘셉트만 있다면 내년에도 성공적으로 사람들을 이끌 수 있을 거예요.
확실한 콘셉트가 중요하다고 보시는군요.
저는 내년 마케팅 시장에서 확실한 콘셉트를 가진, ‘콘셉트에 미친 브랜드’가 눈에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계속 경기가 좋지 않잖아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는 건 아니에요. 당장 저만 봐도 오늘 점심에 돈가스를 사 먹었어요. 단지 돈을 신중하게 쓰는 거예요.
그러니 마케터에게 중요한 건 살까 말까할 때 명확한 느낌표를 만들어줄 수 있는 신뢰를 주는 거예요. 브랜드가 어떻게 더 크고 멋있게 보일지가 지금까지의 화두였다면, 이제는 브랜드의 명확한 콘셉트를 만들고 이를 인식시키는 게 중요해진 거죠. 파타고니아가 잘하는 것처럼요.
결국에는 보다 본질적인, 어떻게 소비자를 설득하냐의 문제가 중요해진다는 것이군요.
그렇죠. 그런 측면에서 고객에 대한 이해도 더 많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전반적으로 모호해서는 안되는 시대가 온 거라고 생각해요.
모호함을 타파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많은 마케터에게 계속 두드려보면서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예요. 마케팅 방법 중 하나가 크게 잘 돼서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지속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브랜딩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고, 프로모션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는 거예요.
마케터의 일이란 브랜드가 자생하기 위한 방식을 찾아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무엇이 답이라고 정해 놓고 그것만 파기 보다는 ‘지금의 답’을 찾아서 이것저것 두드리고 들춰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좋은 콘텐츠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