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당신의 UX, 누군가 배제하고 있지 않나요?” 보편적인 디자인의 사각지대

기술과 제품 서비스 속 작은 차별과 조용한 배제

실무에 도움이 되는 UI·UX 인사이트를 찾고 계신가요? 현직 UI·UX 디자이너이자 기획자인 데이지 인사이터가 디자이너의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 활용팁부터, 더 나은 사용자 경험 설계를 위한 서비스 분석까지 다양한 전략을 공유합니다.


올해 대선은 유난히 ‘차별’과 ‘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가는 선거입니다. 장애인 이동권, 혐오 표현, 소수자 인권 같은 주제가 각 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 등장하고 있고,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사회’라는 말도 자주 들려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술과 제품, 그리고 서비스 속에서도 이런 작은 차별과 조용한 배제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배척하거나 차별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UX는 ‘일반 사용자’를 기준으로 삼아 설계됐기 때문이죠.

이런 설계는 그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상황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는 불편함, 심지어는 완전한 배제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일반 사용자를 넘어 진정으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에 어울리는 UX 디자인은 무엇일까요?

이번 글에선 현직 UI·UX 디자이너이자 기획자인 데이지 인사이터가 일상 속의 보이지 않는 UX 장벽과 이런 장벽들이 나타나는 원인, 그리고 UX 디자이너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까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일상 속의 보이지 않는 장벽

(자료=구글)

최근 전화 여론조사 기간은 끝났지만, 선거 기간 내내 하루가 멀다 하고 ARS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얼핏 ARS 여론조사는 “감사합니다. ARS 조사에 응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음성 안내에 따라 번호를 누르면 자신의 의견을 손쉽게 전달할 수 있는 구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간단한 참여조차 청각장애인에겐 처음부터 접근 불가능한 구조인데요. 시스템 설계에서 이들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권리는 자연스럽게 배제된 것입니다.

비단 여론조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금융기관이나 공공서비스의 ARS 기반 인증 방식 역시 동일한 장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은 전화를 통해 전송되는 인증번호를 들을 수 없기에 서비스 자체에 진입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다행히 최근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 인증 서비스를 도입해 유선 전화가 어려운 고객도 전화 대신 문자로 본인 확인이 가능하도록 UX를 보완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처럼 우리는 종종 ‘모두를 위한 UX’라고 믿고 있는 시스템이 사실은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다는 점을 놓치곤 합니다.

심지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여러 후원 플랫폼들 역시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가입과 기부는 간편하게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탈퇴는 오직 유선 전화로만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청각장애인이나 전화 사용이 어려운 사용자에게 이 구조는 ‘그만둘 수 없는 UX’를 만들어냅니다. 기부를 시작할 자유는 있지만, 중단할 권리는 UX 설계로 제한된 셈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서비스는 참여를 유도하는 것만큼, 멈출 수 있는 권리 또한 존중해야 합니다. UX는 단지 행동을 유도하는 도구가 아니라 자율성을 보장하는 구조가 돼야 합니다.

탈퇴의 경우 유선 전화 사용만 지원하는 후원 플랫폼 현황(자료=유니세프 홈페이지 갈무리)
탈퇴의 경우 유선 전화 사용만 지원하는 후원 플랫폼 현황(자료=유니세프 홈페이지 갈무리)

색상에 의존한 디자인의 한계

디지털 제품에선 관습적으로 ‘비활성화’ 상태의 버튼을 회색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시간 UI 디자인에서 굳어진 표현 방식으로, 활성 상태는 진한 색, 비활성 상태는 흐릿한 회색으로 직관적 차이를 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죠.

하지만 이 관습적인 방식이 색각 이상자, 즉 색약을 가진 사용자들에겐 충분하지 않은 정보 전달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활성화된 버튼이 회색과의 명도 차이가 크지 않다면, 더욱 두 버튼의 상태를 구별하기 어려워집니다.

명도에 따른 버튼의 가시성 차이(자료=작가)
명도에 따른 버튼의 가시성 차이(자료=작가)

이처럼 단순히 색상만 다르게 설정하는 것만으론 모든 사용자에게 직관적인 신호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색상 간의 ‘명도 대비’를 확보하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텍스트, 테두리, 아이콘 등의 보조 신호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UX 디자인에서 색은 강력한 시각적 언어이지만, 색만 사용하는 것은 아쉬운 디자인일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되는가’를 중심으로 판단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색상의 감성뿐 아니라 시각적 명료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심지어 이런 문제는 게임 UX에서도 종종 발견됩니다. 일부 게임에선 색상의 차이만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디자인이 색각 이상을 가진 사용자에게는 정보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인데요.

예를 들어, <로스트아크>라는 한 게임에선 한때 색상만으로 특정 패턴을 넘겨야 하는 기믹이 구현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색각 이상 사용자들에게 정보 인식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제작사 스마일게이트는 이런 문제는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패턴의 모양을 각각 다르게 설계해 색뿐만 아니라 형태적 차이로도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도입해 개선했는데요. 이는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더 많은 사용자가 게임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만든 포용적 UX 개선이었습니다.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에서 색약으로 색상을 구분하기 어려운 사용자들을 위해 레이드 가디언 '아카테스'의 기믹 패턴을 수정했다(자료=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에서 색약으로 색상을 구분하기 어려운 사용자들을 위해 레이드 가디언 ‘아카테스’의 기믹 패턴을 수정했다(자료=로스트아크)

이처럼 명도 차이와 시각적 다중 신호의 병행은 UX 디자인 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핵심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디지털이든 게임이든, 버튼이든 사용자가 보는 방식은 모두 다르며, 그만큼 설계 방식도 다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색각 이상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에게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좋은 예시입니다.

?함께 읽어보면 좋은 콘텐츠: “선택이 아닌 필수” 게임 개발에 UX 디자이너가 필요한 이유

물리적 환경에서의 접근성 문제

UX는 화면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물리적 환경에서도 ‘사용자 경험’은 명확히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회전식 손잡이는 손의 회전 동작이 전제되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손이 불편한 사람, 한 손으로 짐을 든 사람에겐 문 하나를 여는 일조차 어렵습니다.

그래서 눌러서 여는 손잡이, 자동문, 발로 여는 문 등의 방식이 도입됐고, 그 작은 구조 하나가 누구에게는 삶의 자율성을 되찾아주는 디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UX는 클릭이나 스와이프 같은 제스처뿐 아니라, 도어 핸들 같은 물리적 환경에서의 접근성도 포괄하는 개념인 것입니다.

눌러서 여는 손잡이에 비해 회전식 손잡이는 손이 불편한 사람, 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쉽지 않은 도구다(자료=작가)
눌러서 여는 손잡이에 비해 회전식 손잡이는 손이 불편한 사람, 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쉽지 않은 도구다(자료=작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향

앞서 다룬 사례들은 모두, UX 디자인이 ‘일반적인 사용자’만을 기준으로 설계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흔히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누구나’라는 말이 사실은 소수자를 배제한 평균값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단지 장애인을 위한 설계가 아니라, 모든 사용자가 불편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철학입니다. 그리고 이 철학은 단지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UX 디자이너의 일상적인 판단과 실무 설계에 깊이 연결돼야 합니다.

UX는 단지 세련되고 빠른 화면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조건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태도이자, 책임 있는 설계의 실천입니다. 돌리는 손잡이를 눌러 여는 것으로 바꾸는 일처럼, 색상 하나에 더해 명도를 고려하는 일처럼, 음성 인증에 문자 옵션 하나를 더하는 일처럼, 그렇게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더 많은 사람에게 닿는 UX 디자인이 될 겁니다.

더 많은 사람을 위한 디자인은 더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 원문 링크: 대선은 평등을 말하고 UX는 차별을 묻는다

  •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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