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AI 시대, UX 라이팅의 미래는?” 와이어링크가 답하는 UX 라이터의 실무와 가능성

와이어링크·에스앤씨랩·포그리트가 HCI 2025에서 조망한 사용자 경험의 미래

글. 김동욱 기자 jkkims@ditoday.com


HCI 학회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에 관한 다양한 제반 학문을 연구 공유하는 학술 발표 자리다. 1990년 첫 출범 이래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진행해왔으며, 최근엔 디지털 시대의 사용자 경험(UX)은 물론,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가상 현실 등과 같은 다채로운 분야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HCI 학회의 ‘사례 발표(Case Study)’는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중심으로 성과, 실무 지식을 공유하고 업계의 현황을 조망해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지난 10~12일 사흘간 열린 HCI 2025의 경우 둘째 날에 진행된 ‘UX+Writing+TECH’ 세션이 대표적이다.

이번 사례 발표에서는 20여 년 미디어 저널리즘을 기반으로 UX 라이팅을 진행하며 노하우를 축적해온 고객언어 전문기업 ‘와이어링크(Wirelink)’와 유명 UX 데이터 분석 서비스 뷰저블을 운영 중인 데이터 시각화 전문 기업 ‘포그리트’, 웹 접근성 및 UI·UX 전문 컨설팅 기업 ‘에스앤씨랩’ 세 기업이 합동 발표를 진행해 업계의 현황과 UX 라이팅, 데이터 분석, 포용적 디자인의 미래 전망을 공유했다.

‘Writing’, UX 라이터의 실무를 공유한 와이어링크

박규린 와이어링크 TX 라이팅 그룹 리더는 UX 라이팅을 ‘함께하는 글쓰기’로 규정했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사례 발표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4개의 세션 중 2개의 세션을 담당한 와이어링크였다. 작년 학회에서 고객 경험(CX) 라이팅을 통한 고객 경험 개선 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했던 와이어링크는 올해 ‘나의 UX 라이팅 협업일지 – 프로젝트별 실전 사례’ 발표에서 UX 라이터의 생생한 협업 이야기를 공유해 실무자들과 예비 UX 라이터들의 관심을 끌었다.

UX 라이팅이란 사용자가 제품 서비스 사용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텍스트들을 긍정적인 사용 경험 제공을 위해 작성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날 발표 시작부터 “과연 UX 라이팅이란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던진 박규린 와이어링크 TX 라이팅그룹 리더는 기존 개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UX 라이팅이란 라이터 혼자 문장을 구상하는 작업이 아닌 다양한 사람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완성하는 복합적인 ‘함께하는 글쓰기’라고 규정하고 협업 역량을 강조했다.

박규린 리더가 정리한 함께하는 글쓰기의 중요성(자료=디지털인사이트)

발표는 세션 주제에 맞게 베테랑 UX 라이터 박규린 리더가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직접 겪었던 실무 프로젝트 협업 경험담으로 이뤄졌다. 이날 박규린 리더는 성공적인 협업 결과뿐만 아니라 실무 과정에서 발생했던 어려움과 이를 해결 과정도 가감 없이 전하며 청중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그는 과거 헬스케어 앱을 개발하던 인하우스 라이터 시절, UX 라이팅의 필요성을 강조해 팀 내에서 일시적으로 개발 구조가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개발 일정이 촉박해지면서 점차 다시 UX 라이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현실적인 문제를 꼬집어 많은 실무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중요한 것은 절대 지치지 않은 것”이라며 UX 라이팅의 중요성 끊임없이 어필하고 설득하며, 협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번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절대 지치지 말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끈질기게 설득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사내 메신저, 이메일, 오프라인에선 미팅 혹은 라운지에서 식사라던가 심지어 가볍게 마주칠 때도 다양한 방식을 통해 가능한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지치지 않고 계속 쫓아다닌 결과, 기획 단계부터 일어나는 모든 회의에 UX 라이터가 필수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후 비효율적인 업무 요청과 업무 수행도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죠.

물론 이날 박규린 리더는 협업 능력이 회사뿐만 아니라 UX 라이터 개인에게도 소중한 역량인 이유도 빼먹지 않고 설명했다. 발표 막바지 그는 “팀워크는 AI가 대체하기 어렵고 소통 능력이 뛰어난 직업군일수록 임금 상승률도 높다”는 관련 통계 자료를 공유하며 AI 시대 UX 라이터가 체계화할 수 있고 반복될 수 있는 업무를 넘어 커뮤니케이션과 협력 능력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규린 리더는 AI 시대 UX 라이터의 팀워크는 필수적인 역량이 됐다고 설명했다(자료=디지털인사이트)

박규린 리더가 발표에서 선보인 자료들 역시 그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이날 그가 발표한 자료에는 초안 작성부터 최종 수정에 이르기까지 실제 프로젝트 진행 중에 발생한 메신저 대화, 회의록, 피드백 기록 등 여러 실무 협업 기록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특히 수천 개의 작업 파일을 다루며, 파일 제목과 내용에 중복이 많을 수밖에 없는 UX 라이터들의 작업에 특화된 와이어링크의 자체 개발 프로그램 ‘표현 검색기’는 실무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AI’, 인공지능과의 협업 가능성을 탐구한 와이어링크

이명우 와이어링크 라이터는 AI와 UX 라이팅을 결합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앞선 세션에서 UX 라이터의 실무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으로 UX 라이터라는 직무와 UX 라이팅 작업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면, 이어진 세션에서 와이어링크는 현재 업계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인 ‘AI와 UX 라이팅의 결합’을 주제로, AI 기술을 통해 UX 라이팅 작업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했다.

박규린 리더의 뒤를 이어 ‘UX 라이팅 업무에서의 AI 활용 가능성 검토 연구 – 오류 메시지 자동화하기’ 사례 발표 단상에 오른 이명우 라이터는 “10여 개의 논문을 검토한 결과 대부분 UX 라이팅 작업에서의 AI 활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지만, 활용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한 논문은 아쉽게도 없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하며 AI가 UX 라이터의 반복적인 작업을 줄여줄 수 있을지 탐구한 과정을 공유했다.

이명우 라이터의 연구는 이 한 가지 물음으로부터 시작했다(자료=디지털인사이트)

특히 이명우 라이터는 연구의 핵심을 “전문 UX 라이터가 사용하는 복잡한 지적 체계와 인지 패턴을 데이터로 어떻게 구조화해 AI에 학습시킬 것인가?”로 설정하고, “AI에 적합한 형태의 데이터 제공 및 학습이 동반되면 UX 라이팅 결과물의 품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연구를 진행했다. 이는 AI 기술이 UX 디자이너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일부 업계의 기대와 맞닿아 있는 가설이었다.

연구에 사용될 UX 라이팅 결과물로는 ‘금융 서비스의 오류 메시지’가 선정됐다. 이는 오류 안내 메시지가 앱 서비스와 사용자가 커뮤니케이션하게 되는 주요 문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결과물 평가 역시 UI·UX 디자인 업계의 대가 닐슨 노먼 그룹의 에러 메시지 평가표를 활용해 ‘가시성’ ‘간결·정확성’ ‘유용성’ ‘긍정적 어조 사용 여부’ ‘사용자 부담성’ 5가지 척도로 평가를 진행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업계의 기대는 물론, 연구 가설과도 엇갈렸다. AI가 전문 UX 라이터가 제공한 데이터를 학습했음에도 원본 결과물에 못미치는 결과물을 제공한 것이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 AI에 제공한 원본 결과물은 ‘3.290’이라는 평가 점수를 받았지만, 정작 학습한 AI가 UX 라이팅을 진행한 1차 실험, 2차 실험 결과물 모두 ‘3.283’ ‘3.288’로 원본 파일의 점수보다 낮게 책정됐다.

이는 AI의 근본적인 한계와 라이팅 대상 서비스 맥락을 이해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작업에서 여전히 인간 디자이너의 필요성 보여준 결과였다.

AI는 전문 UX 라이터가 제공한 데이터를 학습했음에도 원본 결과물 미치지 못한(자료=디지털인사이트)

하지만 연구의 의의는 단순히 AI 능력 현황 파악에서 그치지 않았다. 세션 후반부 이명우 라이터는 “연구 설정에 존재하는 여러 요인을 고려했을 때 재검증이 가능한 가설이다”며 “가설이 틀렸더라도 전문 UX 라이터가 AI에 정보를 제공하는 연구 접근법과 학습 방식은 후속 연구자에게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실제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발표를 위해 연구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AI를 활용했지만 실제 AI를 활용하는 방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더라도 방향성을 바꿔가며 AI와 상호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 바란다”며 참관객들에게 끊임없는 변증법적 AI 실무 활용에 시도할 것을 권유했다.

이명우 라이터의 연구는 가설이 틀린 것으로 검증됐음에도 확실한 결론과 의의를 남겼다(자료=디지털인사이트)

‘UX’, 포용적인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 에스앤씨랩

디지털 정부서비스 UI·UX 가이드라인 개발 방향성을 설명하는 김기연 에스앤씨랩 리더(사진=디지털인사이트)

앞선 와이어링크의 세션이 UX 라이터의 실무와 UX 라이팅의 AI 접목 가능성을 조명했다면, 에스앤씨랩은 ‘포용적인 사용성 디자인’을 중심으로 자사의 디지털 정부서비스 UI·UX 가이드라인(KRDS)을 개발 과정을 전개하며 UX 자체에 초점을 맞춘 강연을 진행했다.

디지털 정부서비스 UI·UX 가이드라인은 에스앤씨랩이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다양한 정부 부처 및 디자인 에이전시와 협업해 제작한 대한민국 정부 공식 온라인 서비스 UI·UX 디자인 표준 지침 문서다. 사용자의 실제 경험에 기반해 설계해 다양한 사용자층의 접근성과 사용성을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로그인 방식과 버튼 배치 같은 기본적인 요소부터 시작해 입력폼, 오류 메시지 등 세세한 UX 지침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김기연 리더는 가이드라인 개발 과정을 넘어 접근성과 포용적 디자인의 중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이날 김기연 에스앤씨랩 리더는 2018년부터 약 7년간 수만 건의 ‘VOC(고객 의견 또는 요구사항)’ 수집과 ‘A/B 테스트(두 예시 비교를 통해 진행하는 사용성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관되고 편리한 사용성 개선안을 도출한 것은 물론, 동시에 개발자들까지 고려해 접근성이 고려된 HTML 컴포넌트 Kit를 제공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강조했다.

이런 세심한 노력으로 개선된 대표적인 사례가 ‘로그인 UX’이다. 에스앤씨랩은 기존에 일관되지 않으며, 사용자에게 혼란을 가중하는 로그인 UX의 문제를 인지하고 다년간의 테스트 및 프로토타이핑 작업을 통해 원인 파악 및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재 정부 공식 온라인 서비스의 모든 화면에서 로그인 링크는 일관된 위치에 주목도 있게 배치됐으며, 갑작스러운 로그인 요구·로그인 실패 상황에서도 사용자는 명확한 오류 및 안내 메시지를 통해 간결하고 쉽게 로그인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김기연 리더는 단순히 개발 과정 소개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사용성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필요성과 그 배경에 깔린 사회적 요구로 ‘포용적 디자인’을 꼽으면서, 포용력 있는 UX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동시에 참관객들에게도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볼 것을 권유했다.

우리 주변엔 신체에 불편함이 없는 사용자는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정보가 단절되거나,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용자는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가 상당히 많습니다.

작년 저희 가이드라인 고도화의 첫 주요 초점이었던 포용적인 디자인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고려해 조금이라도 더 사용하기 쉬운 정보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겁니다

?포용적인 디자인

다양한 능력, 배경, 상황을 가진 사용자들이 모든 제품 서비스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방법론. 단순히 사용성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모든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 시장 확대와 사회적 가치 창출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TECH’, AI 시대 데이터의 중요성을 전망한 포그리트

이날 박태준 포그리트 대표는 AI 시대 데이터 분석의 변화를 설명했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발표의 마지막 세션에서 박태준 포그리트 대표는 ‘AI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효율성’을 주제로 단상에 올랐다. 포그리트는 데이터 시각화 전문 기업으로 AI와 데이터에 기반한 UI·UX 디자인 시각화 분석 서비스 ‘뷰저블’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박 대표는 “데이터는 이제 UX 설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산이며, AI는 이를 대규모로 처리할 수 있는 도구”라고 강조하며, 자사의 뷰저블이 자동으로 웹페이지를 ‘메인 페이지’ ‘로그인 및 회원가입 페이지’ ‘정보 제공 페이지’ 등 유형을 분류하고 평가하며, 각 유형별 UX 성과를 업계 평균과 비교해 개선 방안까지 제안하는 과정을 선보여 참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뷰저블의 디자인 분석 및 분류 방식을 설명하고 있는 박태준 대표(사진=디지털인사이트)

발표 세션에서 뷰저블 시연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이날 박 대표는 “속도에 기반한 생산성 이외에도 AI는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일관성을 가졌다”며 “AI를 사용한다면 UX에 너무 중요하고 필수 불가결하지만 인간의 주관적이라는 한계에 발목을 잡히는 데이터 분석 부분을 객관적인 측정이란 영역으로 넘어설 수 있다”며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UX 접근 방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박 대표는 발표 후반부 AI 시대 업계의 현황과 미래 전망에 대한 시각도 공유했다. 그는 “AI 발전엔 인간이 생성하는 순수한 오가닉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점점 더 많은 콘텐츠가 AI에 의해 생성되면서 이 오가닉 데이터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라고 말하면서 AI 기술이 더욱 정교해질수록 신뢰할 수 있는 오가닉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AI로 만들어낸 데이터가 아닌, 오가닉하게 인간이 제공하는 산출물입니다. 왜냐하면 AI 자체가 발전하려면 인간의 오가닉한 데이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AI는 그걸 양분으로 삼아서 학습하고 성장하거든요.

이젠 여러분들이 비교적 추상적이거나 정확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정성적 자료라고 불렀던 데이터들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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