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말대꾸? 올바른 ESG 배우기
그린워싱과 ESG 경영의 차이를 만드는 요소
이상 기후에 대한 소식은 나날이 들리고 있다. 초기에는 심각성을 인지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그 경각심이 무뎌졌다. 그러나 폭염·산불 등 다양한 이상 기후를 체감하게 되면서 무딘 사람일지라도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 이상 친환경은 미래 세대만을 위한 활동이 아닌 우리 세대의 생존과 직결되는 활동이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ESG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는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비재무적 요소에 집중해야 살아남는다
요즘 광고를 보면 ‘공존’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자주 접할 수 있다. MZ세대가 중요시하는 가치로 해당 광고는 ESG로 귀결된다. ESG는 쉽게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함께 일컫는 단어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나타낸다. 기존 기업 가치 측정에 사용되는 재무적 기준을 벗어나 해당 기업이 진행하는 사업에서 얼마나 친환경적이며 사회적 책임 경영을 실천하는지, 그간의 수직적 지배구조를 벗어나 올바른 기업문화를 구축했는지 평가하는 척도다.
ESG는 특정 업계에서만 떠오르는 가치가 아니며 유통·식품·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전 세계를 관통하는 가치이자 앞으로의 표준이다. 지난 2000년 영국이 ESG 개념을 제일 먼저 도입, 스웨덴・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도 가세하며 환경과 인권에 관한 보고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입법을 추진했다.
결국, ESG의 중요성을 인지했던 2006년 당시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nnan)은 정부·기업·시민단체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을 설립했다. UN PRI는 [표 1]의 6대 원칙을 바탕으로 투자자가 투자 의사 결정시 ESG를 고려하는 방침을 세웠다. 2021년까지 이에 가입한 기관은 3,826곳에 달하며 15년 사이, 60배 가량 증가했다.
1. 우리는 ESG문제를 투자 분석과 의사 결정에 반영할 것이다. 2. 우리는 ESG문제를 소유권 정책 및 실무에 적극 반영하는 투자자가 될 것이다. 3. 우리는 투자대상에게 ESG 이슈 관련 정보공개를 요구할 것이다. 4. 우리는 투자산업의 PRI 준수와 이행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5. 우리는 PRI 이행에 있어 그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상호 노력할 것이다. 6. 우리는 PRI 이행에 대한 활동과 세부사항을 보고할 것이다. |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연합(Global Sustainable Investment)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투자금 중 3분의 1 이상이 ESG와 관련된 기업에 투자됐다. 이는 약 35조 3,000억달러에 달하는 수치로 이제 ESG를 간과할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는 유례없는 고용 감소를 불러오며 경제 위기와 직면하게 됐다. 더불어 늘어나는 일회용품 사용에 비례해 환경파괴 속도는 빨라졌다. 점차 지구는 병들었고 일반인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기후 변화가 발생하며 ESG의 중요성은 대두됐다. 결국 환경운동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나 투자자도 위기를 인식했고, 더 나은 지구를 위해 ‘착한 기업’을 찾아 나섰다.
미닝아웃으로 투자한만큼 보상받는 ESG기업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선 기업은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기존 시스템에서 탄소 배출 감소하며 근로조건 개선 등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모두 발전시켜야 한다. 이로 인해 비용 상승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언제나 인색하기에 기업에겐 큰 결단이 필요하다. ‘최대 다수의 행복 실현’이라는 대의가 있지만, 정작 그로 인한 리스크를 자신이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기업이 자신 있게 ESG 경영에 동참하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MZ세대는 미닝아웃(Meaning Out)을 외치고 있다. 신념을 의미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을 나오다라는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신조어로, 물건을 구매할 때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담아 소비한다는 의미다. 즉, MZ세대 소비자는 제품 구매 시 가격과 성능만 고려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제품이라면 다소 비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을 지녔더라도 구매한다. 그리고 재구매는 물론 스스로 홍보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된다. 성장관리 앱 ‘그로우’에서 MZ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고 응답자 중 79%는 미닝아웃 중이라 답했다.
성공하는 ESG 경영으로 가는 길
커져가는 ESG의 가치에 비례해 전 세계의 자본도 ESG로 집중되고 있기에 이를 활용하기 위해 너도나도 ‘친환경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닌 세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소비자는 미닝아웃을 바탕으로 기업에게 지속가능성을 약속했다. 기업도 소비자를 믿고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인프라를 구축하며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지 않으면서 친환경을 표방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을 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어 텀블러·에코백·업사이클링 가방 등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으로 인해 환경이 더 파괴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텀블러는 220회 이상·에코백은 131번 이상 사용해야 친환경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업사이클링 가방의 경우는 주로 사용하는 가방이어야 한다. 단지 여러 가방 중 하나일 뿐이라면 이미 그 의미는 퇴색됐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기업은 친환경이란 이름으로 소비자를 현혹해선 안된다. 단기적인 이득을 위해 그린워싱을 지속한다면 소비자의 외면할지도 모른다. 물론 소비자도 친환경 굿즈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을 보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지금까지 ESG 본질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본질에 충실한 ESG 활동을 콘텐츠로 가공해야 한다. 대부분 ESG의 세 가지 요소 중 사회와 지배 구조는 간과한 채, 친환경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비자는 해당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는지’ ‘어떤 구조로 운영하는지’ 등에 대한 여부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결국, 기업은 자신의 모든 스토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기에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콘텐츠가 필요하다. 일관된 톤앤보이스로 기업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추가로 해당 콘텐츠에서 내부 직원을 참여시켜 직원의 경험을 녹여낼 수 있다면 진정성은 자연스레 추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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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ESG 경영 사례
1. ‘이 재킷 사지 마세요’ 파타고니아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에서 2011년 진행했던 캠페인은 가장 우수한 ESG 콘텐츠 사례로 꼽히고 있다. 11월 네 번째 금요일은 미국 최대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다. 미국 내 모든 브랜드는 이날을 위해 할인 행사와 캠페인을 준비한다. 모두가 소비를 지향하는 캠페인을 기획할 때, 파타고니아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소비 지양 캠페인을 기획했다. 파타고니아는 튼튼한 옷을 만들기에 ‘우리 브랜드 소비자라면 옷을 추가적으로 구매할 필요없다’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이색적인 캠페인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초기에는 그린워싱으로 의심받기도 했지만, 본질에 충실했던 파타고니아에겐 문제 되지 않았다. 불필요한 소비를 감소시켜 친환경을 실현, 유기농 원료・공정무역 제품 사용을 통해 사회 문제 감소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연 수익의 1%를 ‘지구에 내는 세금’으로 환경단체에 기부하며 모범적인 ESG 경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2. 햇반 용기 회수 후 업사이클링하는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구를 위한 우리의 용기, 안심사이클’ 캠페인을 통해 자신들의 경영지침을 알렸다. 일찌감치 ESG의 중요성을 파악했던 CJ제일제당은 재활용 가능한 햇반 용기의 대부분이 폐기된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았다. 이를 초점을 맞춰 지난 1월부터 햇반 용기를 직접 수거,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기획했다.
CJ제일제당의 공식 온라인몰 ‘CJ더마켓’에서 햇반과 수거박스가 담긴 기획세트를 구매, 사용한 햇반 용기 20개 이상을 담아 돌려보내면 CJ대한통운이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거박스에 있는 QR코드를 찍어 신청해 집 앞에 두면 된다. 용기가 회수될 때마다 CJ ONE 포인트 1000점을 받는다. 수거된 햇반 용기는 지역자활센터에서 분리 및 세척 과정을 거친 뒤 원료화 작업을 통해 명절 선물세트 트레이 등에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자활센터는 고용을 늘리고, CJ제일제당과 계약한 업체에 원료로 납품해 수익도 얻는다.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햇반 용기의 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전국 각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대형마트에 ‘햇반 용기 수거함’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올해 400만 개의 용기를 회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CJ제일제당은 햇반 업사이클링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및 수익원도 마련해 주는 등 친환경 CSV(공유가치창출) 사업까지 준비 중이다.
3. ESG 경영에 누구보다 진심인 ‘이노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광고대행사인 이노션도 ESG 경영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ESG 협의체를 바탕으로 환경·상생협력·인권·윤리·지배구조에 관련 전담팀을 조직하며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2년 단위로 세밀화된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2020년 ‘환경 대응체계 내재화’를 통해 시작을 알렸고, 친환경 투자·친환경 인테리어 공정·에너지 효율 강화 등 2022년까지 환경부문 사회적 책임을 이행 중이다. 이를 토대로 2024년까지 지속가능 환경경영 이행이 이노션의 ESG 최종 목표다.
1. 친환경 관련 법규 및 협약을 성실히 준수 2. 환경경영을 이해 및 실행할 수 있도록 임직원 교육 실시 3.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 4. 친환경 투자 및 캠페인을 통해 자원보존 및 환경을 보호 5. 투명한 환경정보공개를 통한 지역사회 신뢰 강화 |
이노션은 이러한 ESG과 관련된 실적을 웹사이트에 공유한다. 에너지·온실가스·자원·친환경 투자 등 현재 실천 중인 환경경영 실적을 정량적 수치로 공개, 내부 평가가 아닌 한국기업지배구조원(Korea Corporation Governance Service)에서 평가하는 ESG 등급도 공개했다. 이노션은 환경 부분에서 D, 사회와 지배구조에서 A등급을 받으며 종합등급은 B+였다. 이노션의 ESG 경영은 순항 중이다.
탄소중립·사회적 책임 경영·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 등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ESG는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 많은 이가 ESG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정확히 알고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동안 ESG라 말하고 친환경만 강조하는 캠페인이 대부분이었다. 분명 ESG 는 중요 이념이지만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개척하며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함께 나아가다 보면 우리는 지속가능함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