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만큼 큰 수선실이 있는 곳” 퀄리티랩에 담긴 파타고니아의 전략
코엑스 파르나스몰의 가장 비상업적인 공간, 파타고니아 퀄리티랩을 가다


지난해 11월 말,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파르나스몰에 ‘파타고니아 퀄리티랩(Patagonia Quality Lab)’이 문을 열었습니다. 퀄리티랩은 제품 판매와 수선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매장인데요. 주목할 건 전 세계에서 한국에 최초로 생긴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기존에도 파타고니아는 브랜드에 상관 없이 모든 의류를 무상으로 수선해주는 ‘원웨어(Worn Wear) 서비스’를 전 세계 매장에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도 가로수길 매장에 운영되고 있었고요.

퀄리티랩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파타고니아의 비전을 보다 짙게 표현한, 원웨어 서비스의 확장판입니다. 우선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가 확장됐습니다. 원웨어가 의류 수선에만 국한됐다면, 퀄리티랩은 파타고니아의 기능성 제품에 한해 세탁/발수 코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나만의 옷을 만드는 자수 서비스나 수선·업사이클 클래스 등 소비자 체험 형태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퀄리티랩의 모든 서비스는 무상 제공을 기본으로 합니다. 의류 수선은 예약제로 진행되는데요. 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매장을 방문해 의류를 맡기는 식입니다. 소비자 반응은 뜨겁습니다. 일평균 200명이 매장을 찾고 있고, 하루 일곱 타임이 제공되는 수선 서비스는 매장 오픈 이후 예약이 빈 적이 없습니다. 실제 이미 4월 전체 예약이 마감된 상태죠.
소비자의 반응과는 별개로 매장 공간을 제외하면 퀄리티랩은 사실상 아무런 수익도 벌어 들일 수 없습니다.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다른 브랜드의 옷을 고쳐주는 데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왜 파타고니아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걸까요? 직접 퀄리티랩을 찾아 파타고니아가 퀄리티랩을 만든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공간을 통해 직관적으로 드러낸 브랜드 철학

“이 자켓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가 담겼던 파타고니아의 광고는 유명합니다. 이 광고는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기 보다는 기존 제품을 잘 관리해 오래 입자는 취지를 담은 동시에, 그만큼 파타고니아의 제품이 오래 입을 수 있는 튼튼한 제품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한 사례인데요.
품질에 대한 강조보다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우선 되는 건 그만큼 파타고니아가 환경 보호에 진심인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우리는 환경을 위한 비즈니스를 한다”고 이야기하며 매년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환경 보호를 위해 기부하거나, 직접적으로 환경 보호 단체를 지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2022년 환경 보호를 위해 4조원이 넘는 재산을 기부하기도 했고요.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에 무게를 둔 브랜드의 정체성이 진정성 있게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매장 콘셉트와 인테리어 등 실제 건축 또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고요. 퀄리티랩 또한 매장 곳곳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건 퀄리티랩 곳곳에 배치된 메시지와 사진들입니다. 모두 파타고니아가 어떤 브랜드인가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죠. 이를 통해 매장을 처음 방문한 소비자도 파타고니아에 대해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벽면을 장식한 메시지 외에도 매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매장 자체가 공간의 기존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을 취했고, 폐목, 깨진 도자기를 재가공한 벽돌 등 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파타고니아의 모든 매장에 적용되는 이본 쉬나드의 건축 철학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파타고니아의 건축 철학
- 꼭 필요하지 않으면 새 건물을 짓지 말 것
- 구조변경으로 건물이 가진 역사성을 훼손하지 말 것
- 재생 원료로 만들거나 재생 가능한 자재를 사용할 것
- 친환경 페인트와 재활용 벽면 소재, 에너지 절약형 전등을 사용할 것

소비자가 파타고니아 철학에 대해 보다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점도 시선을 끕니다. 매장 한편에는 소비자가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가구가 마련돼 있고, 그 뒤로 그동안 파타고니아에서 출간한 여러 도서가 배치돼 있습니다. 당연히 매장을 방문한 누구나 편하게 도서를 읽을 수 있고, 파르나스몰이 외국인 방문 비중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영어로 된 원서도 마련돼있습니다.

물론 퀄리티랩 매장을 기획하며 가장 크게 신경 쓴 공간은 오랜 경력의 마스터가 상주하는 수선 공간입니다. 원웨어 서비스가 운영되던 기존 가로수길 매장의 수선 공간이 2층에 배치돼 소비자에게 따로 노출되지 않았던 데 반해, 퀄리티랩은 수선 공간의 면적 자체를 크게 할당하고, 작업이 이뤄지는 현장을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가 살펴볼 수 있게 의도했습니다. 아울러 외부에서는 큰 통창으로 파르나스몰을 오가는 소비자도 작업 현장을 관찰할 수 있게 만들었죠.

이날 퀄리티랩을 안내한 이태성 파타고니아 퀄리티랩 점장은 이처럼 수선 공간이 오픈된 구조에 대해 “오픈 키친이 신뢰를 주는 것과 같다”며 “실제 많은 소비자가 마스터의 작업을 보며 신뢰를 얻기도 하고, 퀄리티랩에 호기심을 가지곤 한다”고 전했습니다.
단순 수선 서비스 이상의 공간을 의도하다
앞서 퀄리티랩은 한국에 최초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퀄리티랩이 파타고니아 본사가 아닌 파타고니아코리아의 기획이었기 때문인데요.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주도적으로 퀄리티랩을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 점장은 “한국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소위 힙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생겨나는 등 국내 소비자도 지속가능한 제품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요. 즉, 지속가능성이라는 메시지에 무게를 둔 매장을 만들어도 소비자에게 충분히 높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던 셈입니다. 실제 단 한번도 빈 적 없는 수선 예약과 높은 평균 방문객 수가 이를 방증하고요.
소비자의 반응만큼 퀄리티랩에 대한 파타고니아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현재 미국 본사를 포함해 다양한 국가의 파타고니아 지사에서 퀄리티랩을 견학하기 위해 찾아고 있다고 하죠.
퀄리티랩이 알려지며 계속해서 많은 소비자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찾아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제품이 맡겨지지만, 소비자가 가장 많이 의뢰하는 건 찢어짐, 기장 수선 등 기본적인 봉제 수선인데요. 이러한 수선은 간단한 손바느질 정도의 기술로도 해결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장은 “퀄리티랩이 지향하는 바는 단순히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옷을 수선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파타고니아는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기본적인 수선을 소비자가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우선 소비자가 의류 수선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매주 두 번 정기적으로 수선 클래스를 열고 있습니다. 매장 한 편에는 이를 위한 재봉틀이 줄지어 있죠. 더해서 수선을 위해 필요한 부자재가 있다면 이를 모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퀄리티랩을 찾아 필요한 부자재를 요청하기만 하면 돼죠.


퀄리티랩에 맡겨진 많은 옷들 중 이 점장의 기억에 가장 크게 남은 건 한 소비자가 가져 온 30년가량 된 파타고니아의 경량패딩이었습니다. 오래 전 해외에서 해당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제품에 대한 애정으로 옷이 찢어지거나 헤지면 직접 테이프를 붙이고 천을 기워가며 옷을 입었다고 하죠.
이제 더는 직접 수선이 어려운 상태가 된 와중에 우연히 퀄리티랩을 알게 돼 수선을 의뢰하게 된 겁니다. 똑같은 부자재는 없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비슷한 부자재를 통해 새 것처럼 수선된 옷을 보고 크게 기뻐한 고객을 보며 퀄리티랩 구성원 전체가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30년된 옷이 수선을 통해 다시 새 생명을 얻은 걸 보면 퀄리티랩이 목표로 했던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현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를 브랜드의 팬으로 만드는 곳
환경보호가 브랜드의 핵심 철학인 파타고니아는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패션 카테고리의 무분별한 소비를 지목합니다. 자사 브랜드가 아닌 의류여도 무상으로 수선해주는 것 또한 자사의 제품을 넘어 많은 의류가 지속가능성을 가지길 바라는 뜻입니다.

이 점장은 퀄리티랩의 의의에 대해 “퀄리티랩을 통해 옷을 오래 입는 건 소비자가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 한 명 한 명을 환경운동가로 변모시키는 셈이죠.
모든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가 스스로 지속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당장의 수익 보다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퀄리티랩의 제공하는 서비스가 파타고니아에 기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이 점장은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통해 파타고니아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보다 소비자가 파타고니아에 호감을 가지고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합니다. 브랜드의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인 소비자를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일을 자연스럽게 이뤄낼 수 있는 셈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지는 문화를 계속해서 확대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에 제2, 제3의 퀄리티랩을 만드는 건 물론, 나아가 전 세계에 좋은 취지의 공간이 확장될 수 있는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매장은 소비자가 브랜드와 가장 밀접하게 만나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많은 브랜드가 이를 단순히 제품을 팔고, 매출을 올리는 공간으로만 활용하고는 하는데요. 그 가운데 퀄리티랩은 단순히 제품을 사는 곳이 아닌,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지는가를 명확히 고민한 곳으로 분석됩니다.

단순히 단편적인 매출 증대를 넘어,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기반이 되는 팬을 만드는 일에 고민인 브랜드가 있다면, 브랜드의 메시지와 철학을 효과적으로 경험하게 하며 소비자를 한 명의 팬으로 거듭나게 하는 퀄리티랩은 좋은 교재가 될 것 같습니다.
Mini Interview
김천식 파타고니아 마스터

퀄리티랩을 취재하며 만난 색다른 인물이 있습니다. 올해로 60년의 경력을 가진 파타고니아의 김천식 마스터입니다.
김 마스터는 30년 경력을 가진 김천만 마스터와 함께 파타고니아의 지속가능성을 이끌고 있습니다. 퀄리티랩을 책임지는 핵심 인물이라고 볼 수 있죠. 김 마스터는 언제부터 파타고니아와 함께 했을까요? 또 파타고니아와 함께하며 어떤 소회를 가지고 있을까요?
60년이 넘은 전문가예요. 언제부터 파타고니아와 함께했나요?
2015년도부터 함께했어요. 파타고니아코리아가 2013년 말에 시작됐으니, 거진 시작부터 함께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파타고니아와 함께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옷을 고쳐 오래 입는 취지가 마음에 들었죠. 이를 위해 고객에게 돈 한푼 받지 않다는 점도요. 그런 좋은 취지에 동참하고 싶었어요.
가로수길 매장에서도 함께하셨던 걸로 알아요. 퀄리티랩으로 옮기며 변화된 게 있다면요?
공간이 넓어진 만큼 폭넓은 수선이 가능한 많은 기계가 들어왔어요. 요청했던 기계도 들여줘서 고마웠죠.
요청했던 건 어떤 기계였어요?
두꺼운 원단을 수선할 수 있는 기계였어요. 덕분에 이제 가방, 잠수복처럼 질긴 원단을 가진 제품도 수선할 수 있게 됐어요.
오랫동안 파타고니아와 함께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아버지와 아들이 찾아온 적이 있어요. 오래된 아버지의 옷을 리폼해서 아들에게 입히고 싶어했죠. 아들의 사이즈로 수선하니 낡은 부분들이 많이 없어졌고, 잘 만들어졌어요. 리폼된 옷을 보며 아버지와 아들 모두 좋아했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이 일을 하며 보람도 많겠어요.
상태가 안 좋은 옷을 가져와도 여러 번 잘 고쳐서 드렸어요. 그럴 때마다 만족하는 고객을 보는 게 제일 큰 보람이죠. 자부심도 많이 느껴요. 수선 품질을 위해 파타고니아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요. 한국에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수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덕분에 한 명 한 명 옷에 애착을 가지고 고쳐 입는 문화가 확산되는 걸 보며 많은 보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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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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