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UX 라이터, ‘작성자’에서 ‘조율자’로 전환해야
AI 시대, UX 라이터 생존기 ② UX 라이터의 역할 전환
※ 본 [AI 시대, UX 라이터 생존기] 시리즈는 현직 UX 라이터인 글쓰는개미핥기님과의 협업으로 작성된 콘텐츠입니다. 원문은 하단 브런치스토리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앞선 글에선 UX 라이터 채용 시장이 빠르게 식은 이유로 세 가지 원인을 들었습니다. UX 라이팅이 ‘기본 스킬’로 인식되는 가운데 경기 악화로 채용 시장이 축소됐고, 나아가 글 써주는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UX 라이터를 꼭 뽑아야 해?”라는 인식이 퍼진 상황입니다.
얼어붙은 UX 라이팅 시장, 진화의 과도기 왔다
AI 시대, UX 라이터 생존기 ① UX 라이팅과 채용 시장
그렇다면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까요? 저는 그 해답을 ‘작성자(Maker)’에서 ‘조율자(Facilitator)’로의 전환에서 찾고 싶어요. AI가 ‘텍스트’라는 결과물을 쏟아낼 수는 있어도, 조직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까지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요.
AI 시대 인간 UX 라이터의 미래

현업에서 우리는 늘 ‘사일로(Silo)’와 마주합니다. 개발자는 시스템의 상태값(State)을 말하고, 기획자는 정책을 말하며, 디자이너는 시각적 흐름을 고민하죠.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 사이에서 “그래서 사용자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를 정의하고, 용어와 정책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 이것이 바로 AI 시대에 인간 UXer가 가져야 할 대체 불가능한 무기입니다.
결국 우리는 ‘빈틈을 메우는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모두가 서비스의 ‘성공 케이스(Happy Path)’만 바라볼 때, 시스템 오류나 ‘예외 상황(Edge Case)’을 찾아내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일 말이죠. “이 에러가 났을 때 사용자는 무엇을 할 수 있죠?”라고 질문을 던지며, 기획의 구멍을 텍스트로 미리 막아내는 것. 글쓰기가 아닌 ‘제품 설계’의 영역입니다.
결국 우리는 이제 ‘감성’이 아닌 ‘비즈니스’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편안해할 거예요”라는 정성적 설득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대신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추고 “이 문구 변경으로 전환율이 n% 올랐습니다” “이탈률을 n% 줄였습니다”라고 숫자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하죠. 이것이 경영진에게 UX 라이팅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라이터라는 껍질을 깨기 위한 노력과 무기

최근 시장이 차가워진 것은 맞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같은 시기는 ‘진짜’가 가려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글만 다듬는 라이터는 AI로 대체되겠지만, 언어를 도구로 제품의 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드는 ‘프로덕트 메이커(Product Maker)’로서의 UXer는 여전히, 아니 더 절실하게 필요할 테니까요.
또한 겨울이 왔다는 건, 곧 봄이 올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제 UX 라이터들은 ‘Writer’라는 껍질을 깨고, ‘UXer’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저부터 실천하고자 하는데, 이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걸 깨부셨을 때, UX 라이터의 ‘진정한 가치(True Worth)를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척박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What)을 무기로 삼아야 할까요? 이에 대한 답을 위해 뻔한 툴 사용법이나 교과서적인 데이터 타령이 아닌, 제가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방향성을 기반으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1️⃣ ‘콘텐츠 시스템 설계자’ 되기

피그마를 다룬다는 건 단순히 텍스트 레이어를 수정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디자인이나 UX를 다루는 것도 아니죠. 개발자가 코드를 짜듯, UX 라이터들도 시스템을 짜야 정확한 방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말 유용한 것이 피그마의 ‘변수(Variables)’ 기능입니다. 더불어 ‘컴포넌트 프로퍼티(Component Properties)’를 활용해, 텍스트가 여러 화면에서 어떻게 상속되고 변형되는지 구조를 잡아야 하죠.
“이 버튼 문구 바꿔주세요”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기존이라면 100개 화면을 다 수정해야 했지만, 시스템을 잡아두면 변수 하나만 바꿔서 전체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작성 능력이 아니라, 개발 효율을 극대화하는 엔지니어링 사고방식입니다.
2️⃣ 정량 데이터가 없다면 ‘비용’과 ‘목소리’를 파기

현장에선 GA 권한이 없거나 로그를 심을 리소스가 없는 회사가 대다수인데요. 스타트업이라, 중소기업이라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정성을 들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CPC, CPM, CTR을 못 본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돈이 새는 구멍’을 찾으세요.
구체적으로는 CS 팀의 슬랙 채널이나 티켓 시스템을 살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용자들이 반복적으로 묻는 질문, 고객센터로 인입되는 불만 사항이 곧 가장 확실한 데이터가 됩니다. 이는 실제 현장에서 많이들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더 친절하게 바꿨어요”는 설득력이 없지만, “이 문구 수정으로 ‘결제 오류’ 관련 CS 문의를 주당 20건에서 5건으로 줄였어요”는 경영진이 가장 좋아하는 성과라 할 수 있죠. 회사의 리소스, 즉 돈을 아껴줬으니까요.
3️⃣ AI를 ‘글쓰기 도구’가 아닌 ‘방어와 설득의 무기’로 쓰기

단순히 문장을 다듬는 건 누구나 해요. 따라서 ‘AI로 다 할 수 있어’라는 말에 반박하려면 AI를 이용해 내 논리를 방어할 ‘객관적 근거’를 만드세요.
이해관계자가 주관적인 취향(Brain Picking)으로 태클을 걸 때, AI를 활용하세요. “경쟁사 앱 10곳의 온보딩 문구를 AI로 분석한 결과, 80%가 이런 화법을 쓰고 있어요”, 혹은 “우리 브랜드 퍼소나를 학습시킨 모델이 이 문구가 적합도 95%라고 판별했어요”라고 말이죠.
내 주관 대 상사의 주관이 부딪히면 100% 져요. 정치적 약자라는 측면에서 말이죠. 대신, AI가 분석한 데이터와 패턴을 들이대서, 그것을 취향 싸움이 아닌 논리 싸움으로 이끌어 가는 거죠.
4️⃣ 포트폴리오엔 ‘Before&After’ 대신 ‘Conflict&Resolution’ 담기

깔끔하게 정리된 결과물(Output)만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는 매력이 없습니다. 결과가 진짜 성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니까요. UX 라이팅은 필연적으로 갈등과 봉합을 동반합니다. 결국 그 ‘진흙탕 싸움의 기록’이 필요하죠. 이에 포트폴리오에 들어가야 할 것은 아래와 요소들입니다.
- 왜 그 문구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 (기술적 제약, 법무팀의 반대 등)
- 그 제약 속에서 내가 어떤 대안을 제시했는지
- 어떻게 개발자와 기획자를 설득해(Facilitating) 합의를 이끌어 냈는지
포트폴리오를 볼 채용 담당자는 ‘글 잘 쓰는 사람’보다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도망가지 않고 해결할 사람’을 찾습니다. 문장은 AI가 써도 되지만, 이 치열한 조율 과정은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겨울이 왔다는 건, 겉치레는 떨어져 나가고 진짜 알맹이만 남는다는 뜻이기도 해요. 여전히 춥긴 하지만요. 아니, 더 추워질 수 있지만요. 그럴수록 이 추위를 날릴 수 있는 자신만의 강점이 필요합니다. 이 강점은 화려한 문장력보다는 탄탄한 논리 설계력이, 막연한 감성보다는 명확한 문제 해결력이죠.
이 글이 조금이나마 현업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는 모든 UXer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콘텐츠부턴 제가 실무에 AI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문제해결 과정을 찬찬히 풀어보겠습니다.
? 원문 보러 가기: 저는 ‘이렇게’ 진화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앞으로 UX 라이터는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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