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고객 경험 향상 위한 기업의 방향성은?” HCI KOREA 2025 참관기
인간의 열망 변하지 않아… AI라는 맥락에 맞춘 사고의 중요성 강조


지난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소노벨비발디파크(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HCI학술대회, ‘HCI KOREA 2025’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2005년 정식 학회 출범 이후 매년 1500명 이상의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각계 전문인이 참여하는 HCI학술대회는 올해 ‘I-I-I 난 누구, 여긴 어디?’를 주제로 AI 등 기술의 발전으로 ‘본래의 나(I)’ ‘가상세계의 나(I)’ 그리고 ‘초월된 나(I)’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기업과 개인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문답이 오간 자리로 요약된다.
특히 양일간 이어진 두 개의 키노트의 핵심 골자가 ‘AI 시대에 있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와 ‘AI 혁신의 성공과 실패, 그 격차’로 이어져 급변하는 AI 시대에 접어들며 과도기적인 고민에 쌓인 시대에 유의미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인사이트를 전했다는 게 청중의 평가다.
AI 시대, 여전히 중요한 건 고객 생활의 맥락
AI의 등장은 기술발전의 속도를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였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기술에 따라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집중돼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첫날 키노트의 연사로 나선 이철배 LG전자 부사장에게서 들을 수 있었는데, 본격적인 세션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부사장은 인간의 변화에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청중에게 “인간은 변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즉 ‘음식을 맛있고 신선하게 먹고 싶다’ ‘즐겁고 싶다’ ‘더 생생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싶다’ 등 인간의 근본적인 ‘열망(Desire)’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기술의 변화가 인간 삶의 기저까지 변화시키는 것은 아닌가 고민했던 청중에게 의외의 의견을 전한 이 부사장은 “AI 시대에 호구지책(糊口之策)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우려하기보다는 타깃 고객이 어떤 삶을 살아나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이 부사장이 고객의 삶을 연구하는 LG전자의 ‘라이프 소프트 리서치(Life Soft Research) 연구소’를 운영하며 경험한 바에 따르면, 고객의 공간과 경험은 기업보다도 빠르게 변화한다. 따라서 “고객 생활의 맥락에 맞춘 경험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게 HCI 디자이너의 필요 역량이자 AI 시대의 생존을 위한 방법론”이라는 게 이 부사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 부사장은 “AI 시대에는 이를 AI라는 수단이 가진 맥락에 맞춰 고민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AI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한다
그렇다면 고객의 삶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인 열망은 변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AI 프로젝트가 존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이튿날 진행된 두 번째 키노트 세션의 연사 존 지머만(John Zimmerman) 카네기 멜론 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 HCI 교수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지난 20년간 인간과 AI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설계해온 전문인인 존 교수는 약 8년 전 “AI를 단순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 소재(Design Material)’로 바라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AI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보다 ‘의도적’으로 설계할 수는 없는가?”라는 질문인 셈이다.
존 교수에 따르면 AI는 마냥 혁신적인 기술로 보이지만, 실제 내부를 들여다보면 85% 이상의 AI 프로젝트는 배포(Deployment) 단계에도 도달하지 못했으며, 배포된 프로젝트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결국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존 교수는 “우리는 AI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어 그리 능숙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음을 전하며 AI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주요 원인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AI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
- 기술적 실패(Technical Failure)
기술적인 수준이 미달한 경우로, ‘메타(Meta)’의 ‘갈락티카(Galactica)’가 대표적이다. 학술 논문을 기반으로 훈련된 갈락티카는 데이터 정확성이 너무 낮아 출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서비스가 중단되고 말았다. - 재정적 실패(Financial Failure)
AI 프로젝트가 지나친 재정적 부담을 안기는 경우다. ‘아마존(Amazon)’의 ‘알렉사(Alexa)’가 대표적으로, 이용자가 알렉사를 주로 음악 재생 용도로만 사용하고 개발된 AI 기반 쇼핑 기능을 거의 활용하지 않아 엄청난 비용 부담을 초래하게 됐다. - 사용자 수용 실패(User Acceptance Failure)
사용자가 개발된 AI 프로젝트에 대해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경우도 실패의 원인이 된다. 실제 의료 분야에서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시스템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지만, 정작 의료진이 프로젝트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윤리적 실패(Ethical Failure)
윤리적인 영역도 AI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사법 시스템에 적용됐던 AI 재범 예측 모델의 경우 편향된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인종 차별 문제를 되려 강화하는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AI 혁신의 격차 해소가 필요한 시점
존 교수는 이러한 원인들을 지적하며 “AI 기술에 대한 숙련도의 편차가 존재하고, 때로는 쉽게 구현 가능한 수준의 AI 솔루션을 간과하는 기업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결국 두 키노트의 핵심을 연결하면 열망이라는 인간의 기저는 불변의 요소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를 실현하고 풀어내는 수단인 ‘기술의 활용’이 대두되는 것인데, AI의 경우 과도기적인 상황으로 인해 AI 기술에 대한 기업 간 편차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대부분의 AI 프로젝트가 아직 제대로된 효용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에어비앤비(Airbnb)’의 ‘스마트 가격 책정 시스템(Smart Pricing System)’ ‘예측 분석(Predictive Analytics)’을 통한 농업 수확량 극대화 등 성공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는 프로젝트 사례도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고 AI를 수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존 교수는 세 가지 방법론을 제시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AI 혁신 격차 해소를 위한 효과적인 AI 활용 방안
- AI와 UX 디자인 팀의 협업 강화
구글(Google), 메타, 필립스(Philips) 등 AI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경험이 있는 기업의 방식을 분석한 결과, UX 디자이너와 데이터 과학자가 같은 공간에서 협업할 때 가장 효과적인 결과가 도출된다는 결론이 나타났다. - AI 기능의 체계적 분류
존 교수의 연구팀이 3년 간 AI의 주요 기능을 분류한 결과, AI 기능을 40개로 나눠 분석할 수 있었고, 이처럼 명확하게 AI 기능을 분류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 AI 혁신을 위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기법 개발
기존의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방식 대신 AI의 ‘중간 수준 성능(Moderate Performance)’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강조하는 방식으로의 브레인스토밍 유도가 프로젝트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일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AI로 풀어낸 금융권의 HCI
결국 이 부사장과 존 교수의 세션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인간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AI라는 수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과 방법론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를 위해 많은 기업이 AI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에서도 다양한 기업이 AI를 통한 서비스 개선 사례를 공개했으며, 특히 금융권의 AI 프로젝트 또한 중점적으로 다뤄져 금융권 또한 CX 고도화를 위해 AI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AI 고객 응대 서비스인 ‘솔뱅크 챗봇’ AI를 통해 고객 상담인 ‘AICC(AI Conctact Center)’ 오프라인에서 AI가 고객을 응대하는 ‘AI 브랜치’ 등 다양한 AI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대화 중심의 AI 인터렉션 가이드라인 및 주요 사례 소개’를 주제로 AI 적용과 개발 과정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풀어냈다.
신한은행은 AI 인터랙션 고도화와 AICC 개선 등 여러 AI 프로젝트에 있어 기존 문제점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하는 접근법을 채택했으며, 이를 명확한 개선 방향성이나 목표 수립으로 연결짓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한은행은 “금융업에 적용되는 이용자의 기대 수준이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주는 단계’ 정도로 높다는 점을 도출했다”며 “AI와 사람 간 피드백 루프를 형성해 향후 AI와 사람이 협력하는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우리은행 또한 AI 툴 내재화를 통해 업무 효율성 증대를 이끌어낸 경험을 공유했다.
우리은행의 고객경험디자인센터는 유지 보수/고도화 작업에만 작년 한해 300건의 세부적인 개선사항을 처리할 만큼 내부적으로 많은 과업을 수행한다. 이는 우리은행이 ‘AX(AI Transformation)’를 목표로 한 AI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중추적인 계기가 됐다.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활용한 2500장 이상의 이미지 학습을 바탕으로 제작된 우리은행의 AI 툴인 ‘W-스케치(W-sketch)’는 현재 우리은행 내부망에 탑재돼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상태로, 우리은행에 따르면 현재 UI 디자인 유지 및 보수 업무의 30%가량을 W-스케치를 통해 처리하고 있는 상태다.
경험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
이외에도 사흘간 진행된 행사에서는 LGU+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자사 서비스에 AI를 녹여낸 경험을 공유했다. 이러한 기업 사례의 공통적인 핵심은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인간의 열망을 보다 효과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노력’으로 정의된다.
HCI 1.0으로 시작해 이제 3.0을 지나 4.0을 앞두고 있는 현재, 성황리에 마무리된 행사는 보다 나은 경험을 위한 시장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창구로 평가 받는다.
아직 과도기에 놓인 상태지만, AI가 지속적으로 시장의 핵심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향후 이어질 HCI학술대회에서는 AI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시장의 발전된 성숙도와 이를 통해 실현한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고객 경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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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