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베어탕 말고 곰탕으로” 새로 나온 딥엘 번역 기능 직접 써보니…

특정 단어 번역 지정하는 용어집, 비즈니스에 유용

업무 특성상 외신을 참고할 일이 많습니다. 그런 제게 번역 툴은 수첩과 노트북 다음으로 요긴한 도구입니다. 버튼 하나 클릭하면 아무리 긴 글도 수 초 만에 한국어로 번역해줍니다. 본래 영어 실력으로는 꿈도 못 꿀 일이니,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딥엘(DeepL)은 번역 툴 좀 만져봤다는 사람들에겐 잘 알려진 회사입니다. 글로벌 언어 AI 회사를 표방하는 딥엘은 지난 2017년 동명의 번역기 딥엘을 출시한 뒤 국내외로 ‘구글 번역보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탔습니다. 이 같은 위상은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 AI 챗봇이 등장한 이후에도 유효한데요.

실제 딥엘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경쟁 번역 툴보다 정확한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딥엘에 따르면 전문 번역가에게 번역 툴을 밝히지 않고서 한영 번역 결과물을 제시한 결과, 구글 대비 3.9배, GPT-4 대비 4.7배, GPT-3.5 터보 대비 5.4배 많은 선택을 받았습니다. 챗GPT 무료 버전에 사용된 AI 모델이 GPT-3.5라는 점을 감안하면 딥엘의 번역 품질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의도와 다른 번역으로 웃음을 자아낸 사례들. 만약 중요한 비즈니스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자료=KBS 뉴스 캡쳐)

그런 딥엘이 최근 출시한 기능이 있습니다. 특정 단어나 문구를 일관되게 번역하도록 지정하는 용어집(Glossary)입니다. 말이 어려운데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곰탕’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번역하려 합니다. 여기서 곰탕은 사골을 푹 고아 만든 음식을 뜻합니다. 그런데 번역기가 이를 곰으로 만든 요리로 오인해 ‘Bear Soup(베어탕)’으로 번역한다면? 너와 나의 소통이 불가능해지겠죠.

용어집은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기능입니다. 곰탕을 베어탕이 아니라 ‘Gomtang’ 또는 ‘Beef Bone Soup(비프 본 스프)’로 올바르게 번역하도록 처음부터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사례를 들었는데요. 조금 더 비즈니스에 가까운 예를 살펴 본다면, ‘현대’가 있겠습니다. 번역기는 문맥을 통해 현대가 사명인지 시대 관련 용어인지 파악해 ‘Hyundai’ 또는 ‘Modern’으로 번역을 할 텐데요. 이걸 둘 중 하나, 예컨대 Hyundai로만 번역하도록 규칙을 정할 수 있는 것이죠.

이게 왜 필요하냐고요? 해외 비즈니스를 잘 하기 위해서입니다. 딥엘은 용어집이 “조직 내부적으로 업계 용어를 표준화하고 해외 고객과 소통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에 유용하다”고 설명합니다. 현장에선 다양한 전문 용어가 사용됩니다. 반드시 특정한 방식으로만 번역돼야 하는 단어도 있겠죠. 이를 용어집으로 지정해두면 황당한 번역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3월 국내에 정식 출시된 용어집을 간단히 사용해봤습니다.

UI 디자인 용어로 테스트 진행

UI 디자인 실무 팁을 다룬 외신을 찾아 딥엘로 번역을 진행했습니다. 이 중 3가지 오역 사례를 찾아 용어집으로 통일했습니다.

(아래)Squint Test를 스퀸트 테스트로 번역하도록 지정했다

첫 번째 사례는 ‘Squint Test’입니다. 네이버 국어 사전에는 사시 검사(斜視檢査)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양쪽 시선이 일치하지 않는 사시 증상에 대한 검사를 뜻하는 의학 용어입니다. 그런데 UI 디자인 업계에서는 다르게 사용됩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디자인 적절성을 판단하는 테스트를 일컫는데요. 글자를 흐릿하게 해 디자인 전체의 균형을 가늠하는 방법입니다. 딥엘은 이를 ‘사팔뜨기 테스트’로 번역했습니다. 용어집을 통해 ‘Squint Test’를 ‘스퀸트 테스트’로 번역하도록 지정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아래)Interactive를 인터랙티브로 번역하도록 지정했다

다음 사례는 ‘Interactive’입니다. ‘상호작용을 하는, 대화형의’라는 뜻을 지닌 단어입니다. 국내 UI 디자인 업계에서는 보통 발음 그대로인 ‘인터랙티브’로 번역합니다. 버튼이나 게임 요소처럼 사용자와 상호작용 가능한 디자인을 일컬을 때 ‘인터랙티브 요소’라고 말하는데요. 딥엘은 이 단어를 대개 인터랙티브로 치환했지만, 일부 상황에서는 ‘대화형’이라는 단어로 번역했습니다. 이를 ‘인터랙티브’로 통일했습니다.

(아래)Font Weight를 폰트 굵기로 번역하도록 지정했다

마지막으로 살펴 볼 단어는 ‘Font Weight’입니다. 폰트 굵기를 뜻하는 단어이지만 첫 번역은 매끄럽지 않습니다. 딥엘은 Font를 폰트와 글꼴 두 가지로 혼용해 번역했고, Weight를 두께, 가중치 등으로 번역했습니다. 이에 따라 글꼴 가중치라는 의미불명의 단어가 탄생했습니다. 딥엘 용어집은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뤄진 문구도 등록할 수 있습니다. Font Weight를 ‘폰트 굵기’로 통일해 매끄러운 번역을 도왔습니다.

전문 용어 많은 비즈니스 상황 시 유용

용어집을 사용하면 번역할 때 엉뚱한 단어가 등장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상황에서 유용해 보입니다. 번역 기술이 아무리 상향 평준화 되더라도 업계나 조직 내규에 따라 특정한 방식으로 번역돼야 하는 단어까지 모두 대응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이번 테스트를 위해 생성한 용어집입니다. 만들 수 있는 용어집과 등록 단어 개수는 요금제에 따라 달라집니다.

무료 버전 사용자라면 용어집을 1개만 생성할 수 있고 단어를 10개까지 등록할 수 있습니다. 유료 구독 모델인 딥엘 프로부터 추가할 수 있는 단어가 급격히 늘어 납니다. 스타터 구독자의 경우 여전히 용어집을 1개만 만들 수 있지만 지정할 수 있는 단어가 5000개까지 증가하고요. 어드밴스드 혹은 얼티메이트 구독자라면 생성 가능한 용어집이 2000개로 늘어납니다. 여러 용어집을 생성해 업종이나 비즈니스 상대에 따라 번역을 맞춤화할 수 있다는 게 딥엘의 설명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는데요. 용어집에 단어를 등록하려면 단순 반복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등록해야 할 단어가 10개 내외라면 문제가 안 되지만, 만약 세 자릿수를 넘어간다면 단어를 일일이 입력하는 과정은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어드밴스드 또는 얼티메이트 구독자는 관련 내용이 정리된 엑셀 파일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용어집을 등록할 수 있지만요. 스타터 구독자는 직접 입력해야 합니다.

향후 용어집을 만드는 것이 귀찮은 사용자를 위해 딥엘 측에서 업종마다 대표적인 용어집을 제작,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유용할 듯 싶습니다.

현재 용어집 기능은 12개 언어를 지원하며, 중국어(간체), 네덜란드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한국어, 폴란드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이 포함됩니다.

딥엘이 그리는 미래언어 AI 시대가 도래했다

“어설픈 글쓰기로 매년 기업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타격이 발생합니다”

지난 26일 야렉 쿠틸로브스키(Jarek Kutylowski) 딥엘 CEO가 방한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말입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생성 AI는 이제 도입 유무를 넘어 언제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됐다”며 AI 생산성 시대가 도래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딥엘이 선보인 서비스는 딥엘 라이트 프로(DeepL Write Pro)입니다. 문체와 어조에 맞춰 문장을 수정해주는 기능으로, 자체 거대언어모델(LLM)로 구동되는 첫 서비스입니다. 쉽게 말해 교정교열에 윤문까지 해주는 서비스인 셈이죠.

번역에서 작문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힌 건데요. 사실 챗GPT 등장 이후 작문 툴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기업마다 사용하는 문체와 어조가 다른데, 기존의 AI 번역기는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딥엘의 설명입니다.

딥엘 라이트 프로 사용 화면(자료=딥엘)

딥엘 라이트 프로는 총 8가지의 문체 및 어조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세계 34위에 해당하는 자체 슈퍼컴퓨터로 구동돼 일관된 품질도 약속하고요. 챗GPT와 같은 오픈형 LLM에 비해 번역 품질이 높을 뿐더러 강력한 보안 조치를 준수한다는 점도 기업 고객을 위한 장점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현재는 영어와 독일어만 지원합니다.

이날 야렉 쿠틸로브스키 대표는 “제대로 된 언어를 사용해 소통한다면 경제적인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딥엘과 포레스터가 공동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딥엘을 도입한 기업은 평균적으로 문서 번역 시간이 90% 단축됐으며, 이를 통해 3년간 ROI가 345% 증가하고, 280만불(한화 약 41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딥엘이 바라 보는 미래는 언어 AI 시장입니다. 이제 번역에서 작문까지 왔고요. 앞으로 음성 번역 서비스까지 출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언어의 힘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지형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 야렉 쿠틸로브스키 대표는 “고객이 비즈니스 환경에서 마주하는 모든 언어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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