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기고] ‘XR 현장감’은 그래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XR 경찰 훈련 콘텐츠로 본 UX의 중요성

※ 해당 콘텐츠는 이상원 연세대학교 교수의 기고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가상현실(VR)과 확장현실(XR) 기술이 발전하면서 경찰 훈련에도 가상환경이 접목되고 있다. 주취자의 편의점 난동 상황을 VR로 구현해 상황별 대응 방법과 적법한 절차를 훈련하거나, 현장경찰관의 역량을 바탕으로 XR 교육훈련 체계를 설계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안전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훈련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 유사한 가상환경을 구현하는 것만으로 효과적인 훈련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훈련자가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확인할 수 있는지, 다음 행동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자신의 행동에 적절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지 등 사용자 경험(UX) 역시 훈련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 연구팀(연세대학교 디지털미디어연구실 이상원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에 주목해, 문화체육관광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부터 XR 경찰 훈련 콘텐츠를 사용자의 인지와 판단, 행동을 고려한 경험 설계의 관점에서 개선하는 연구(XR 공간 반응형 콘텐츠 최적화를 위한 멀티모달 UX 평가 플랫폼 기술 개발)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XR 훈련 콘텐츠에 현장감을 어떻게 부여해야 하는지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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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설계 관점으로 본 공간 서비스

XR 훈련 늘었지만… ‘좋은 경험’ 기준 부족

경찰을 비롯해 소방, 군, 산업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XR 기반 훈련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다. 그동안 XR 훈련 콘텐츠에서는 현실적인 그래픽과 공간 구현, 실제 상황을 반영한 시나리오, 장비와 시스템의 기술적 성능 등이 중요한 요소로 다뤄져 왔다.

그러나 훈련자가 XR 환경 안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며,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지까지 고려한 UX 설계 기준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경찰 훈련은 정해진 절차를 수행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여러 정보를 확인하고 상황을 판단한 뒤 적절한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 실제 사건과 유사한 시나리오를 구현하는 것과 함께, 훈련자가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UX 휴리스틱으로 본 기존 콘텐츠의 한계

연세대학교 디지털미디어연구실은 XR 환경의 사용자 경험을 분석하기 위한 UX 휴리스틱 원칙을 개발하고, 이를 기존 XR 경찰 훈련 콘텐츠에 적용했다. 휴리스틱 원칙은 사용자가 콘텐츠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불편하거나 어려운지, 또는 경험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찾아내기 위한 평가 기준이다.

특히 XR 훈련 콘텐츠는 화면이나 기능의 사용 편의성뿐 아니라 사용자의 인지, 학습, 몰입, 신체적·정신적 반응, 상호작용과 같은 다양한 경험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가상환경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실제 훈련 상황에서 정보를 이해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과정까지 개선하고자 했다.

연구진은 훈련에 필요한 정보가 적절한 시점에 제공되는지, 사용자의 행동에 충분한 피드백이 주어지는지, 조작과 상호작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훈련 과정에서 다음 행동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기존 콘텐츠를 분석했다.

분석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는 실제 콘텐츠 개선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인지’ 측면에서는 주취자의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빠르게 전환돼 사용자가 대응 방법을 충분히 인지하기 어려운 문제가 확인됐다. 이에 대응 방법을 시각적으로 안내하고 정보가 제공되는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학습’ 측면에서는 주취자의 상태에 따라 어떤 대응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확인하고, 적절한 도구를 하이라이팅하는 등 단계별 안내를 제공하도록 수정했다. 또한 ‘시스템’ 측면에서는 대응 도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훈련 시나리오의 진행 순서가 자연스럽지 않은 문제가 발견돼, 상황에 맞는 안내가 함께 제공되도록 개선했다.

이처럼 기존 훈련자의 익숙함을 고려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동일한 훈련 상황에서 사용자가 정보를 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판단·행동할 수 있도록 UX를 재설계했다.

UX를 바꾸자 훈련 경험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번 연구는 문제 발견부터 효과 측정까지 사용자와 함께 이뤄졌다.

연구진은 현직 경찰에게 기존 XR 훈련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실제 현장과 비교해 어떤 부분에서 어색함을 느끼는지 물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조작의 불편함뿐 아니라 정보가 제시되는 방식과 시점, 상황을 이해하는 과정, 행동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실제 현장 경험과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을 확인했다.

XR 훈련 콘텐츠 UX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이상원 교수(자료=연세대학교 디지털미디어연구실)

이어 UX 휴리스틱을 기반으로 개선된 콘텐츠를 체험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단순히 콘텐츠가 더 좋은지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변화가 실제 훈련 과정에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필요한 정보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는지, 다음 행동을 판단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운지, 시스템의 피드백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등을 현직자의 관점에서 살펴본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한 현직 경찰은 “각 상황에 맞게 여러 상황이 준비돼 있고, 상대방의 행동에 따라 설득이나 경고 등 대응 방법이 구체적으로 나뉘어 있는 점이 좋았다”며 “상황별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구체적으로 구분돼 있어서 실제 훈련 과정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진짜 같은 화면’을 넘어 ‘진짜처럼 판단하는 경험’으로

이번 연구가 주목하는 것은 XR 콘텐츠의 ‘현실성’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현실적인 그래픽과 실제 사건을 반영한 시나리오는 XR 경찰 훈련에서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훈련의 궁극적인 목적이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판단과 행동을 연습하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무엇을 보고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행동을 결정하는지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

즉, XR 훈련의 현장감은 단순히 ‘얼마나 실제처럼 보이는가’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실제 현장처럼 인지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가’까지 확장될 필요가 있다.

연세대학교 디지털미디어연구실은 이번 연구에서 XR 훈련 콘텐츠를 기술적 구현의 결과물이 아닌 하나의 ‘훈련 경험’으로 바라보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는 UX 설계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장을 닮은 공간과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을 넘어,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판단과 행동까지 설계하는 것. XR 훈련 콘텐츠가 실제 교육, 훈련 현장으로 확장되기 위해 필요한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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