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UX 혁신’ 꾀하는 디지털 공공서비스, UX 라이팅 필요한 때

공공언어, 공급자 아닌 사용자 관점의 글쓰기 적용해야

우리 정부가 디지털 공공서비스의 UI·UX 혁신을 꾀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행정안전부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공공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지난 2023년부터 ‘공공 웹·앱 사용자 환경 및 경험(UI/UX) 혁신’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에 지난 2년간 UI·UX 디자인 측면에선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요. 정보 전달의 핵심인 언어는 여전히 갈길이 멉니다. 기관마다 용어가 혼재되거나 행정 및 전문용어가 과도하게 쓰여 이해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특히 최근 ‘쉬운 텍스트’에 집중한 민간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공공언어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 어렵다던 금융 서비스조차 지난 5~6년간 사용자 관점 글쓰기에 적극 투자한 끝에 이해하기 쉬운 서비스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 상황이죠.

디지털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텍스트 전반을 고쳐쓰는 작업을 ‘UX 라이팅’이라고 부릅니다. 현재 UX 라이팅은 민간 서비스에 요구되는 기본 사항이자, 브랜드 신뢰도를 결정하는 UX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았는데요.

이런 흐름에 역행하듯, 디지털 공공서비스는 여전히 공급자 입장에서 작성되고 있고요. 이는 ‘국민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서비스’라는 정책 방향성과 거리가 있다는 게 UX 업계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UX 업계 전문가들을 만나 디지털 공공서비스 속 텍스트의 현주소를 살펴봤고요. 범정부 차원의 UX 라이팅 적용에 대한 행정안전부측의 입장도 들어봤습니다. 결론은요? 이르면 내년부터 공공서비스에 UX 라이팅이 적용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명무실한 규제부터 부족한 기관 인식까지

공공기관 특유의 어려운 언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지난 십수 년간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국민이 느끼는 공공기관 언어 수준(자료=2020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국립국어원은 5년마다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를 실시하는데요. 지난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복잡하고 긴 문장'(50.8%)과 ‘낯선 한자어 등 어려운 단어 사용'(48.2%)을 공공언어의 주요 문제로 꼽았습니다. 이는 국민 입장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됩니다. 2024년 경기도 공공언어 개선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이해하기 쉽고 바른 표현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70%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공공언어 가이드라인을 마련, 의무화하고 있지만요. 주된 내용이 어문 규범과 외래어 사용 여부, 공문서 작성 등 일부 항목에 치우쳐진 데다 별도의 제재 규제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공공기관 담당자들의 부족한 인식도 문제로 지목됩니다. ‘공문서 기반의 정확한 글’이 필요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지만, ‘사용자 관점에서 이해하기 쉬운 글’을 써야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공공언어 요건의 우선순위 인식을 조사한 한 논문에 따르면, 공공기관 종사자는 ‘정확성’을 ‘소통성’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논문은 “현재 공공기관 종사자, 즉 공문서 생산 주체 역시 문서를 통한 대국민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본인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휘를 사용하고 있거나, 다듬은 말이 있으나 어려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등 현실에서 공문서를 작성할 때 이들의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으로 평가했습니다.

‘UX 라이팅 교과서’의 공동 저자이자 UX 라이팅 전문가인 이춘희 UX 라이팅 랩 대표는 “공공기관의 글을 읽다 보면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문제라는 듯한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고 꼬집습니다.

국내 디지털 공공서비스의 언어 문제는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영국과 미국은 이미 1980~1990년대부터 쉬운 언어(Plain Language) 운동을 진행해왔어요. 이는 단순한 친절 차원의 움직임이 아니라, 어려운 법률 및 행정 용어가 시민의 알 권리를 가로막고 민주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결국 우리도 글에 대한 행정 및 관료 중심의 인식이 달라져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춘희 UX 라이팅 랩 대표

디지털 전환 시대, 장벽이 된 공공언어

그럼에도 말이죠. 지금까진 괜찮았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게 있어도 행정센터에 방문하면 웬만한 문제는 다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요. 공공언어가 새삼 문제로 떠오르는 건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기 때문입니다.

2024년 전자정부서비스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행정서비스 주 이용방법은 ‘직접방문(대면처리)’(65.1%),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63.0%), ‘인터넷 홈페이지(웹사이트)’(56.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디지털 공공서비스 의존도가 행정센터 방문에 육박할 만큼 증가한 상황으로,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웹과 앱만으로도 공공서비스를 온전히 제공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공문서를 그대로 옮긴 듯한 지금의 언어 수준으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UX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정부24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는 화면(자료=정부24 캡쳐)
가족관계증명서 종류별 차이를 설명하는 화면. 하지만 정작 사용자가 궁금해할 내용인 ‘그래서 무엇을 발급받아야 하는데?’에 대한 답변은 나와있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자료=정부24 캡쳐)

이해를 돕기 위해 정부24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는 ‘일반’ ‘상세’ ‘특정’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각각의 차이를 명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설명을 읽어봐도 행정적 정의에 불과해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회사에서 받은 서류를 다시 들춰보거나, 네이버나 구글 검색을 거쳐 절차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즉, 외부 도움 없이는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죠.

한 기업 지원 공공기관 웹사이트의 사업 소개 페이지(자료=sba 캡쳐)

용어뿐 아니라 투박한 정보 구조도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웹사이트가 지원 사업 페이지를 나열식으로 설계한 탓에 페이지를 하나하나 클릭해야만 내가 지원 자격을 갖췄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국내 최대 UX 라이팅 전문 기업 와이어링크의 박증우 이사는 이러한 나열식 정보 구조가 “공문서를 그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라며 수혜자를 고려하지 않은 정보 전달 방식이라고 평가합니다.

지원 사업에 관심이 생겨 클릭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조건에 맞지 않았던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봤을 때, 공공 지원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청 자격 및 대상일 텐데요. 이 정보가 가장 앞단에 드러나 있지 않다는 것이 현재 공공 웹사이트가 처한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증우 와이어링크 이사

디지털 공공서비스에도 UX 라이팅 필요

이처럼 공공서비스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단순히 어문 규범을 지키는 것을 넘어 사용자 관점의 근본적이고 세심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UX 라이팅이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박증우 와이어링크 이사는 “공공서비스는 그 어떤 업종보다 UX 라이팅이 극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라고 설명합니다.

공공서비스는 텍스트로 모든 걸 설명하고 안내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텍스트의 밀도도 높은 편이죠. 언어 중심의 UX 설계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또 사용 행태 측면에서도 민간 서비스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텍스트가 복잡하더라도 자주 사용하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지만, 공공서비스는 가끔 쓰다 보니 매번 낯설게 느껴지거든요. 즉, 학습 기회가 적다는 뜻으로 이런 면에서 공공서비스는 민간 서비스보다 더 높은 수준의 UX 라이팅이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박증우 와이어링크 이사
국내 금융 업계 UX 라이팅을 선도 중인 토스. 현재는 4대 금융지주사 모두 사용자 관점 글쓰기에 공감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지는 토스 추가 상환 안내 화면에 적용된 UX 라이팅 사례(자료=토스 테크)

UX 라이팅을 도입할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쉬운 용어’가 아닌 ‘쉬운 서비스’를 목적으로 둬야 한다는 점입니다. 박증우 와이어링크 이사는 “UX 라이팅을 의뢰하는 많은 기업이 그저 단어만 쉽게 고치면 된다고 착각하는데, 진짜 중요한 건 쉬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며 서비스 목적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텍스트만 바꾸는 건 인쇄물의 교정교열에 지나지 않아요. 이래서는 수혜자 입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현재 공공기관은 개념 자체를 더 쉽게 바꾸려는 고민 없이 용어와 표현 차원의 논의만 진행 중인 것 같아요.

‘텍스트가 쉬워졌어요’가 아니라 ‘서비스가 쉬워졌어요’라는 결과가 나오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하고요. 이를 위해선 서비스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 다음에 비주얼과 텍스트, 구조 등을 순차적으로 설계해야 하겠죠.

박증우 와이어링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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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으로 범정부 UX 라이팅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그렇다면 디지털 공공서비스에 UX 라이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이춘희 UX 라이팅 랩 대표는 즉각 시도할 수 있는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소개합니다.

담당자 스스로 ‘쉬운 언어의 필요성’을 느껴야 품질이 유지됩니다. 범정부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과 정기 워크숍이 좋은 출발점이 될 거예요. 이는 일회성 개편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글쓰기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또 다른 방법은 외부 전문 에이전시와 협력해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겁니다. 독자 중심의 글쓰기, 명확한 구조와 문장 원칙, 짧고 쉬운 용어 사용, 일관성 있는 표현 등을 지침화한 문서죠. 다만 대대적인 작업이라 공수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춘희 UX 라이팅 랩 대표

시중에 나온 UX 라이팅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박증우 와이어링크 이사는 “UX 라이팅 전문 기업의 솔루션을 통해 치환 방식의 부분적인 교정을 손쉽게 시도해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부에선 챗GPT를 활용해 자동 교정하는 방안도 제안되지만, 보안 문제로 권장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지금까지 소개된 방법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공공서비스 내 언어는 대부분 법령과 지침에 근거해 작성되기 때문에 담당자가 임의로 용어나 문구를 바꾸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요. 또 기관별로 UX 라이팅을 진행할 경우 기관마다 제각각인 용어를 일관되게 맞추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범정부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이 구축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범정부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은 모든 디지털 공공서비스가 지침으로 삼아야 할 UX 라이팅 원칙을 말하는데요.

올해 초 공개된 국내 첫 범정부 UI·UX 디자인시스템(KRDS, Korea Design System)이 좋은 사례입니다. KRDS는 모든 공공기관 웹사이트가 통일된 디자인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으로, 행정안전부의 ‘공공 웹·앱 사용자 환경 및 경험(UI/UX) 혁신’ 사업의 대표적인 성과입니다. KRDS가 UI·UX 디자인의 길잡이가 된 것처럼 범정부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웹사이트 구축 리소스를 절감하고, 기관별 언어의 일관성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올해 초 공개된 KRDS는 모든 공공서비스의 UI·UX 디자인 지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초기 단계의 KRDS를 배포한 뒤 약 1년 반 동안 총 4차례에 걸쳐 KRDS를 업데이트했으며, 올해부터 모바일과 접근성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자료=KRDS 홈페이지)

2023년부터 디지털정부혁신 과제 민간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15년차 UX 리서처 레드벅스백맨님은 “KRDS가 디지털 서비스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UX 라이팅 지침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텍스트는 가장 보편적이고 학습 비용이 낮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에요. 특히 공공서비스의 경우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고, 신뢰감이 필요하며, 생애주기에 걸쳐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요. ‘적합한 언어’를 고민하는 일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정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KRDS의 목적과도 일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문해력에 대한 이슈가 커질수록 UX 라이팅에 대한 논의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봐요.

레드버스백맨 디지털정부혁신 과제 민간자문위원

전문가들은 KRDS가 구축된 지금이 UX 라이팅을 시도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전합니다. 이춘희 UX 라이팅 랩 대표는 “좋은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며 “UI·UX 체계는 언어에도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면 불필요한 텍스트가 줄어들고, 꼭 필요한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해외 정부, 쉬운 언어로 비용 절감 효과 누려

해외에서는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쉬운 언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자료=thevisualcommunicationguy)

이미 선진국에선 오래 전부터 정부 주도의 ‘쉬운 언어(Plain Language)’ 사용이 보편화됐습니다. 종이 문서 시절 자리잡은 원칙은 디지털 공공서비스에 최적화된 형태로 발전되고 있는데요.

영국 정부에서 마련한 콘텐츠 디자인 지침. ‘법률 및 전문 용어를 순화하라’ ‘불필요한 자료까지 게시할 필요는 없다’ ‘각주를 사용하지 마라’ 등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자료=GOV.UK)

영국 정부는 온라인 글쓰기를 모범적으로 개선한 사례로 꼽힙니다. 수백 개의 공공기관 웹사이트를 하나로 통합한 영국 정부는 2010년대 중반 ‘콘텐츠 디자인(Content Design)’ 지침을 세웠습니다. 단순히 ‘쉬운 용어를 쓰자’는 수준을 넘어, 온라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글을 어떻게 읽는지, 제목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콘텐츠를 어떻게 구조화해야 하는지 등을 교과서처럼 정리해둔 문서입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 온라인 콘텐츠 담당자는 직접 품질을 관리할 수 있게 됐죠.

미국 정부도 쉬운 언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자료=Digital.gov)

미국 정부 역시 쉬운 언어를 전담하는 기관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2010년에 모든 공공기관이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쉬운 언어를 써야 한다는 ‘쉬운 글쓰기법(Plain Writing Act)’을 연방법으로 제정했고요. 이후 각 기관에 쉬운 언어 가이드라인(Plain Language Guidelines)을 배포, 교육·전파하는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모든 공공 문서를 대상으로 하지만, 온라인 글쓰기의 특성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가 쉬운 글쓰기를 통해 얻은 효과는 공공 가치의 실현뿐이 아닙니다. 경제적 효과도 큽니다. 문의 대응 및 민원 처리가 줄기 때문인데요. 업계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정부의 쉬운 글쓰기 도입은 연간 수억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평가되고요. 지난 2021년 국내에서 실시된 비슷한 연구에서도 어려운 공공언어를 개선할 경우 연간 약 3375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행안부, 내년부터 UX 라이팅 도입 계획

그렇다면 행정안전부는 UX 라이팅 도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디지털 공공서비스의 UX 혁신 사업을 담당하는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을 서면으로 만나 그 생각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우선 행정안전부는 공공언어가 처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용석 실장은 “전문·행정 용어로 인해 민원 처리가 중단되거나 불필요한 시간이 허비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UX 라이팅을 통해 행정 용어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쉽고 친절하게 풀어 씀으로써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내년부터 법령과 지침 차원에서 제도적 뒷받침과 보호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며, 나아가 범정부 차원에서 공공서비스 표준 용어집을 구축·운영해 기관 간 용어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용석 실장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KRDS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단계로, 텍스트 지침까진 마련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우선 올해 말까지 공공서비스 전반의 디자인과 이용 방식 측면의 UI·UX 표준화에 집중, 웹사이트는 물론 모바일 앱까지 아우르는 디자인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후 내년부터 디지털 공공서비스에서 마주하는 모든 텍스트가 더욱 쉽고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텍스트 지침을 마련하여 서비스 품질을 한층 더 향상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사업실장

또 기대효과 측면에서는 비용만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이용석 실장은 “비용으로 단순 환산하기는 어려우나, 국민의 이용 만족도 제고와 공공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향상이라는 정성적인 효과 또한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언어 놓친 공공서비스, ‘반쪽짜리’ UX 혁신 불과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하면요. 정부는 2023년부터 디지털 공공서비스의 UX 혁신을 추진 중입니다. 모두가 사용하기 쉬운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함이고요. 이에 따라 공공서비스에서도 사용자 관점의 글쓰기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공문서에 최적화된 기존 공공언어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UX 라이팅이 그 대안이 될 수 있고요. 특히 공공서비스는 텍스트 의존도가 높고, 사용자가 낯선 용어에 익숙해질 기회가 적다는 점에서 UX 라이팅이 즉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미 영국과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쉬운 언어 가이드라인을 운영 중인데요. 이를 통해 공공기관마다 일관된 품질 관리를 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문의 대응이 감소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같은 범정부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글쓰기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UX 업계의 주장입니다.

디지털 공공서비스의 UX 혁신이 본격화한 시점입니다. UX 관점에서 디자인이 ‘보기 쉬운’을 담당한다면, 언어는 ‘이해하기 쉬운’을 담당합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 ‘사용하기 쉬운’ 서비스를 만들 텐데요. 언어를 놓쳐 ‘반쪽짜리 UX 혁신’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봅니다.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 섬네일조현성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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