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만 유튜브는 수단일 뿐… 최고의 댄스팀 육성하는 ‘댄서의 멘토’
댄스 스튜디오 에일리언(ALiEN) 대표 유안 인터뷰
[아도바 내러티브 인터뷰 #4]
“나한테 욕먹고 나가서 욕먹지 마라”
2016년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ALiEN Dance Studio)’를 창단한 유안은 팀원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아직 연습생이었던 팀원들을 프로 댄서로 키워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업계 불문율로 통하던 도제식 육성 시스템을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그에게 더 많은 연습과 완벽주의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는 반드시 팀을 성공시키리라 다짐했다.
사실 그 또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데뷔를 하고 업계 베테랑으로 자리잡았다. 십대부터 프로 댄스팀에 입단해 댄스 가수 유승준의 백업 댄서를 거쳤다. 당시 프로 댄서를 꿈꾼다면 선망할 수밖에 없는 커리어 패스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걸어온 길을 결코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많은 댄서가 피나는 노력으로 프로 무대에 발을 들여놓고도 안정적인 삶을 찾지 못한다.
유안이 에일리언 스튜디오를 창단하며 가장 강조한 부분은 ‘시간 관리’였다. 성과와 생산성으로 증명하는 기업인처럼 일과 자기개발의 체계적인 스케줄을 꾸준히 유지하면 댄스만으로도 충분히 경제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 한 인터뷰에서 “에일리언 스튜디오 댄서들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연습하는 친구들일 것”이라고 말하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팀 에일리언(ALiEN)은 2016년 결성 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당시 유튜브와 SNS를 활용해 거대한 바이럴을 일으켰고, 각종 공연, 워크샵 등으로 업계에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2019년 코로나19가 전세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 에이전시와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던 에일리언 스튜디오도 긴 침체기에 들어갔다.
유안은 무대를 잃은 팀원들이 하나 둘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소속을 옮기는 것을 붙잡을 수 없었다. 급변한 상황이 그의 탓은 아니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에일리언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연습하는 스튜디오’라고 소개한 배경에는 그만큼 팀원의 실력과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을 테다. 그는 인터뷰에서 떠나는 팀원들에게 ‘이탈’했다는 표현을 쓰면서도 다양한 회사와 미디어에서 잘 활동하고 있어 기쁘다는, 다소 미묘한 소감을 남겼다. 이들은 지금 하이브, JYP 등 굴지의 연예기획사, 댄스 스튜디오에서 활약하고 있다.
댄서들의 스승에서 회사의 대표로 성장하다
“먼저 개척하라, 그리고 고독해져라 (Be first and be lonely)”. IBM의 최초 여성 CEO 버지니아 로메티가 한 말이다. 그는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행동력’과 ‘고독에 맞서는 능력’을 강조했다.
유안도 일련의 사건을 경험하며 CEO가 지향해야 할 리더십을 깨달았다. 그는 그동안 대표보다 선생님에 가까웠다고 고백했다. 프로팀 입단부터 스튜디오를 차리기까지, 그동안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댄서를 키우려고 했다. 외부 활동보다는 스튜디오 안에서 팀원을 가르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댄서를 잘 훈련시켜 다른 회사로 보내는 일은 그가 원했던 결과가 아니었다.
팬데믹이 끝나고 가장 먼저 외부 활동을 늘렸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5월에도 심사위원 자격으로 한 번 더 일본을 방문한다. 앞으로 유안은 그동안 안무가로서 쌓은 명성을 바탕으로 미디어에 부지런히 얼굴을 비추고 에일리언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발굴할 목적이다.
업계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던 규율적 시스템도 옛말이 됐다. 학생이 모든 교육 프로그램을 마치고 프로 댄서로 커리어를 시작한 후에는 모든 스케줄을 자율에 맡긴다. 안무 창작에서도 조금씩 권한을 분산시키고 있다.
기존에 큰 사랑을 받은 안무는 대부분 ‘EUANFLOW CHOREOGRAPHY’라는 레이블을 달고 있다. 유안플로우(유안의 댄스명)가 창작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요즘 들어 KEIMI, JUICE 등 다양한 팀원이 보인다. 팀컬러와 퍼포먼스 전반에서 유안플로우 색채가 진하게 드러났던 과거와 달리, 팀원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년간 유안은 팀원들에게 안무 작법을 가르치는 데 공을 들였다.
올해로 새로운 에일리언 팀이 꾸려진 지 1년째다. 유안은 지난 한 해 노력한 결과 비로소 프로다운 완벽성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댄스 실력뿐 아니라, 안무가로서도 손색이 없어 안무 창작 의뢰가 들어와도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전방위적인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유안 대표 또한 새로운 리더십과 육성 철학으로 이들이 단순히 뛰어난 안무가에 머물지 않고 팀 에일리언으로서 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EUANFLOW와 ALiEN의 현재와 미래
다음은 아도바에서 창작자 인터뷰를 담당하는 김민호와 에일리언 스튜디오의 유안이 나눈 일문일답.
새로운 에일리언 팀 소개를 부탁해요
우리 팀은 총 5 명이고요, 리더 KEIMI(케이미), JUICE(주스), SHUYA(슈야), BIZOO(비쥬), ROA(로아)가 있습니다.
KEIMI부터 소개할게요. 저희 스튜디오에 가장 오래 있었던 친구예요. 중학생 때부터 6년을 함께 했죠. 실력, 경험, 인성 모든 측면에서 훌륭해요. 지금 당장 가수 안무를 의뢰 받아도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JUICE 역시 저희와 5년 정도 함께 했어요. 닉네임처럼 정말 상큼발랄한 매력을 갖고 있지만 춤출 때는 굉장히 파워풀한 친구예요. 귀여우면서 섹시한 모습과 강한 모습,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이 있죠.
SHUYA는 이제 18살인 친구예요. 제가 이런 말은 안 하는 편인데, 춤에 타고난 재능이 있어요. 어린 나이에 비해 정말 멋지게 춤을 추는 친구죠. 경험이 쌓였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돼요.
BIZOO는 댄서를 하려고 태어난 성격 같아요.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목소리도 커요. 사실, 그래서 가끔 깜짝 놀라기도 하는데요, 하하. 워낙 착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뿜어서 주변 사람에게 인기도 많아요. 다들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죠.
마지막으로 ROA는 성격은 밝지만, 춤에서는 여성미가 많이 느껴지는 친구예요. 춤출 때 즐기는 느낌을 가장 잘 내는 멤버이기도 하고요.
다들 실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겸비했어요. 이 다섯 명의 케미가 좋아서 이들을 이끄는 입장에서 굉장히 든든합니다.
실력 있는 댄서가 많았을 텐데, 멤버는 어떤 기준으로 뽑았나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가졌는지 살펴봤어요. 실력과 비주얼을 포함해 대중이 주목하는 모든 요소가 심사 대상이었죠.
댄서들끼리 서로를 평가할 때 쓰는 잣대가 이 팀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끼리는 누가 ‘몸을 잘 쓰는지’ ‘텐션이 좋은지’ ‘무게 중심의 이동이 좋은지’ 등 세세하게 보지만, 대중은 그렇지 않잖아요. 우연히 본 짧은 클립으로 팬이 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댄서가 되려면 한눈에 봤을 때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어떤 활동에 집중하고 있나요?
일단, 각 멤버들이 직접 창작한 안무 영상을 꾸준히 유튜브에 올리고 있고요. 최근 새로운 시도를 준비 중이에요. 자체 음원과 음반을 준비하고 있어요. 댄서란 다양한 노래에 안무를 더하는 사람이잖아요. 기존에는 외부 가수의 음원을 활용했지만, 이제 자체적으로 음원과 음반을 기획하려고 해요. 물론 보컬은 피처링을 쓰겠죠. 예전부터 오리지널 음원을 내고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하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거예요.
그럼 활동 범위는 일반 가수와 동일하나요?
네, TV 가요 프로그램까지 계획 중이에요. 댄스팀이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게 전례 없는 일은 아니지만, 일반적이지도 않죠. 많은 조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꾸준히 방법을 찾고 있어요. 또 유튜브 외에도 대중 미디어와 더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영향력이 대중 미디어를 초월했다고들 말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닿으려면 TV에 나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TV에 나와도 손색없을 정도로 멋진 퍼포먼스 하나만 추천해 주세요
Little Mix라는 아티스트의 ‘Confetti’라는 곡에 제가 안무를 만들고 저희 멤버들이 시연한 작품이 있습니다. 당시 멤버들 중 5명이 에일리언의 2023년과 그 이후를 책임지고 있어요.
이 작품은 에일리언 퍼포먼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Tinashe – 2 ON’이란 곡의 스타일을 지금 멤버에 맞게 변주한 버전이에요. 저도, 저희 멤버도, 팬도 많이 좋아해준 작품입니다. 저희가 음원을 내면 이런 스타일을 포함해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다양한 곡과 안무를 선보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