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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뉴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아티스트 러셀

싱글 플레이 RPG 게임 ‘프로젝트 류’를 만든 그래픽 디자이너

대한민국 어린이라면 한 번쯤 꼭 가는 장소가 있다. 조선 시대 법궁이었던 경복궁에서 부모님 손을 잡고 구석구석 돌아보며 그곳의 역사와 유래를 들었다. 그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다시 경복궁을 방문했다. 어린 시절에는 보이지 않았던 근정전 대들보의 나무결까지 보였다. 조선 왕실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경복궁에서의 경험이 극대화됐다. 이는 현실이 아닌 ‘프로젝트 류’라는 게임의 트레일러 영상으로 경복궁뿐만 아니라 청계천・은마아파트 등 서울시 랜드마크는 물론, 골목길과 실제 생활 모습까지 모든 디테일이 담겨있다. 류 프로덕션에 의해 현실과 가상 공간은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사진. 유해인 & 손찬호 디자이너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아티스트 ‘러셀’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 ‘러셀’입니다. 현재 유튜브 채널 <RYU Russell 러셀>을 운영하고 있으며, 싱글 플레이 RPG 게임 ‘프로젝트 류’의 개발자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류 프로덕션 대표도 역임하고 있죠. 소규모이다 보니 세무·홍보 등 경영 관련 전반적인 일을 하고 있어, 최근에는 디자이너·개발자보다는 기업인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 정말 많네요.
다룰 줄 아는 툴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작업할 때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애프터 이펙트(After Effects), C4D(Cinema 4D)를 골고루 사용합니다. 특히 언리얼 엔진 5를 사용해 프로젝트 류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시청자분들과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계시지만, 아직은 더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 모든 툴의 활용도를 높여 제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거든요.

인터뷰 중인 ‘러셀’

이렇게나 많은 툴을 사용하시다니,
학원 많이 다니셨나봐요?

아니에요. 별도의 학원은 다니지 않았고, 대부분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독학으로요?

어려서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어요. 6살쯤이었나요? 아버지가 컴퓨터를 가져오시면 게임도 하고, 엑셀도 하며 다양하게 활용했던 거 같아요. 컴퓨터에 대한 제 관심은 점차 커졌고, 중학생 때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 목표하던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됐습니다. 이곳은 IT 특성화 고등학교라 모든 학생이 수업 시간에 노트북을 사용합니다. 교과 과정 중 영상 디자인을 배우기도 해요. 고 2때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접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학교 끝나고 스스로 공부했고, 다른 과목 수행평가에도 활용했어요. 학급의 급식표 디자인도 제가 예쁘게 만들어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헐… 고등학생이었는데,
선생님이 시키지 않은 것도 한다고요?

광고 전단이나 포스터도 만들 수 있었고, 제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애프터 이펙트까지 접하니… 신세계였죠. 제가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만든 것을 움직일 수 있었고, 이를 영상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툴을 잘 활용할수록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강의를 알아보고, 직접 번역하며 원서를 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부모님도 저를 응원해 주셨고, 고3 말미에는 야자 시간에 따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정도로 학교 선생님들도 지원해 주셨어요.

러셀이 작업한 JYP 뮤직비디오

이렇게 해야 고등학생 때 JYP와 협업할 수 있군요.

저에게 연락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그리고 이 기회가 없었다면 지금의 류 프로덕션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때 지금 팀원이 모였거든요.

당시 JYP에서 연락이 왔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창작자 작품 교류 커뮤니티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고, 흔쾌히 응해줬죠. 3일 만에 뮤직비디오를 완성했고, 이를 계기로 연을 이어오다 보니 류 프로덕션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만든 러셀의 작품

러셀님은 항상 능동적으로 행동했고,
본인이 선택한 삶을 살아오셨네요.
강의를 이른 나이에 시작했는데, 그 계기가 궁금해요.

비됴클래스를 시작으로 지금은 클래스101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느낀 창작의 즐거움을 다른 사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죠. 그때 때마침 ‘비됴클래스’ 하지원 대표님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이때가 고3이었는데, 너무 신기했어요. 그분 영상을 보며 공부했거든요. 이때부터 제 독학 노하우공부하면서 흥미를 느꼈던 부분 위주로 강의를 진행했는데, 제 강의를 보고 새로운 꿈을 펼쳐나가시는 분들을 보며 강의 활동에 사명감을 느꼈습니다. 제가 전해드리는 지식 하나하나가 새로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새로운 길을 펼쳐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열정적으로 작업과 병행하며 강의력을 기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더 많은 분들께 제 지식을 알리려고 찾아보기 어려운 지식들 위주로 튜토리얼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수강생분들이 제 강의를 찾고, 좋은 반응을 보내준 것 같아요. 강의를 하면서 LG전자나 어도비와 협업을 진행했고, 이러한 노하우도 강의에 녹여내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사람들이 학문이나 취업을 위한 준비보다는 즐거운 창작활동이라고 느끼길 원했어요.

RYU RUSSELL의 클래스101 강의 바로가기

학창시절부터 독학을 많이 하셨는데,
어떠한 방법으로 역량을 키우나요?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동기부여입니다. 그래서 방송・영화 등 멋진 작품을 많이 봐요. 그리고 ‘어떻게 만들었을까?’를 분석하죠. 여기서 끝나지 않고 ‘현재 내 역량으로 어디까지 구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부족한 점이 파악되더라고요. 그렇다면 제가 무엇을 공부해야 되는지 명확해지고, 이것만 익히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의욕이 샘솟았습니다. 또한 평소에 제가 그동안 익힌 지식과 기술을 병합해 ‘어떤 창작물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요.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내 의도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열정이 넘치는 류 프로덕션

너무 옳은 얘기예요. 이걸 실천한다면 저도 발전할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러셀님은 류씨인가요?

네. 저는 류씨입니다. 제가 류씨라서 류 프로덕션인 것은 아니에요. 창작자가 작품을 교류하는 커뮤니티가 있었어요. 그 커뮤니티 이름이 ‘류(RYU)’였어요. 현재 저희 팀도 이곳에서 알게 됐죠. 서로 소통하며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6명이 모여 류 프로덕션이 시작됐습니다. 현재는 메이플스토리 작업을 마무리하고, 프로젝트 류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류의 완성도를 보니,
팀원들의 열정이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인복이 많다고 생각해요. 팀원들도 저만큼 파란만장한 커리어를 가진 친구들입니다. 저도 그래픽 디자인을 하다가 게임 업계로 넘어온 케이스잖아요? 일러스트레이트만 그리다가 3D 모델링을 하는 친구도 있고, 영상 디자인을 하다가 시스템 개발하는 친구도 있어요. 비슷한 케이스가 많다 보니 대화가 잘 통하고 팀워크가 좋은 편입니다. 함께 일한 경험도 많다보니, 이런 부분에서 저희가 작은 규모로도 퍼포먼스를 내는 비결이 아닌가 싶어요.

팀원들 연령대도 비슷한가요?

모두 비슷해요. 제가 많은 편에 속해요. 제일 어린 친구는 21살입니다. 이 친구는 정말 열정적이에요. 발전을 위해 유체역학 등 원론적인 부분부터 공부하기도 하고, 해외 논문도 찾아보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저희 팀원 모두 문과라는 겁니다. 학창 시절에 배우지 못했던 지식들을 포기하지 않고, 목표가 생기면 그걸 위해 무엇이든 시도하려는 것이 저희 팀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류> 속 경복궁

류 프로덕션은 무엇이든 능동적으로,
도전적으로 임하는 것 같아요.

맞습니다. 이 두 가지가 저희 팀의 강점이라 생각해요. 소규모인 만큼 이런 열정과 일단 부딪혀보려는 패기가 류 프로덕션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적극 활용합니다. 혹시 게임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아시나요?

재미?

물론 재미도 있어야 하죠. 그렇지만 가장 바탕이 돼야 하는 것이 ‘안정성’입니다.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버그가 발생하거나 다운된다면 의미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새로운 기술이 나왔더라도 초기에는 사용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안정된 기술을 채택하지만, 저희는 안정적인 것을 기다리기보단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활용해보고, 어떻게 디벨롭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 방식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도 그 기술에 대해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러한 시도가 없었다면 저희의 강점이 많이 희석됐을 것 같아서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그 후에는 재미를 놓쳐선 안되죠. 아무리 서울을 정밀하게 구현하고, 그래픽이 예쁘더라도 게임의 핵심은 재미이기 때문이죠.

러셀님의 얘기를 듣다보니, 걱정되는 게 생겼어요.
건강은 잘 챙기고 계신가요? 

모두 건강합니다. 저도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팀원들 건강 관리에 특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류 프로덕션의 사무실

류 프로덕션은 합숙생활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런 열정이라면 다들 워커홀릭이 아닐까 싶어서요.

물론 집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희는 자율성이 높아요. 보통 회사처럼 근무시간이 9 to 6로 정해져 있진 않아요. 왜냐하면 아이디어나 창의력이 중요한 업무이기에 자신의 컨디션에 맞춰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컨디션 관리가 중요해 자신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거의 수용해요. 다만, ‘건강은 건강할 때 관리해야 한다’는 말처럼 지금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건강검진도 가고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깁니다.

프로젝트 류의 디테일은 몇 번을 봐도 놀라워요.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청계천을 구현했던 과정을 예로 들겠습니다. 청계천에 대한 자료 조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맑은 날・흐린 날・비 오는 날 등 여러 날씨를 고려해 답사를 가요.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모습을 촬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3D 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진행하지만, 상황에 맞춰 다른 방법을 선택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 중 일정 시간은 반드시 디자인・개발・경영 등 무엇이든 공부하는 습관이 있어요.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그만큼 우리가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류> 속 청계광장

이러한 과정을 거치니 남다른 퀄리티가 나오는군요.
그렇다면 영감은 어떻게 얻나요?

요즘은 프로젝트 류 작업을 하며 끊임없이 ‘어떻게 하면 한국을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그렇기에 서울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가 저희에게 영감을 줍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인스타그램에서 영감을 얻어요. 제 피드는 대부분 한국 사진 작가분들의 작품이나 해외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손쉽게 멋진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그래서 힘들 때 누워서 인스타그램을 실행해요. 좋은 작품을 보다 보면 영감을 얻을 때도 있고, 의욕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도 학습용도로 사용하시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계획이나 바람이 궁금해요.

앞서 건강에 대해 여러 번 강조했지만,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건강해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믿어요.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한 제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발전한다면 지금보다 좋은 작품에 가까워질 테고 멋진 활동도, 좋은 교육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처럼 열정과 패기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한국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인터뷰이에게 매료된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정말 특별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대답이 교과서적이고 이상적이지만 전혀 인위적이지 않았고 꾸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능동적 학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끊임없이 발전을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라는 이름의 유익한 인생 강의를 들었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앞섰다. 나는 현장에서 눈빛・행동 등을 통해 그의 에너지와 진실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를 독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내 임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전 세계인에게 아름다운 한국을 리얼하게 알리는 것이 아티스트 러셀의 과제라면, 그의 진심을 <디지털 인사이트>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내 과제다. 잘 전달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