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계획 발표한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 AI 열풍 속 생존 전략
AI 시대 스톡 콘텐츠 시장의 속내와 미래

“두 회사가 합병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었다”
게티이미지의 CEO인 크레이그 피터스가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의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한 말이다. 두 회사는 디자이너, 마케터, 콘텐츠 제작자 등 다양한 사용자에게 고품질 이미지, 동영상, 음악 등을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하는 ‘스톡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게티이미지는 1995년 런던에서 설립돼 현재 전 세계에 57만명 이상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340개 이상의 파트너사를 보유한 스톡 콘텐츠 업계 최대 기업이다. 20년 동안 합병과 확장을 거듭한 결과, 사진과 일러스트 이미지뿐만 아니라 각종 영상과 음악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해 스톡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거대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중저가로 이미지를 제공하는 ‘아이스톡’과 무료 이미지 제공에 특화된 ‘언스플래시’ 등 일반 사용자들도 익숙할 회사들 역시 게티이미지의 자회사다.
셔터스톡 역시 스톡 콘텐츠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강자다. 특히 2003년 출범 이후 일반 이미지와 영상은 물론, 다양한 벡터 그래픽 일러스트 이미지, 3D 모델링, 아이콘, 패턴 등 디자인 작업에 특화된 스톡 콘텐츠를 다수 제공하며 중소규모 기업과 독립 창작자들을 집중 공략했다.
유럽과 미국의 규제 당국의 심사를 통과 한다면 이번 두 회사의 합병은 37억 달러 규모의 스톡 미디어 콘텐츠 회사의 탄생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게티이미지가 셔터스톡을 흡수하는 모양새다. 합병 이후 두 회사는 ‘게티이미지 홀딩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새로운 이사회 역시 현 회장인 마크 게티가 이사회 회장을 맡게 된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도 ‘GETY’라는 티커 기호로 계속 거래된다.
왜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은 합병을 선언했을까?

그렇다면 십수 년 동안 같은 스톡 콘텐츠 업계에서 경쟁해온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은 왜 서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 크레이그 피터스 CEO는 합병 공식 보도 자료에서 “업계 전반에 걸쳐 매력적인 시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생성형 AI 기술 등장과 시장 상황 변화에 최근 두 회사가 겪고 있는 부진을 합병 이유로 꼽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을 포함해 많은 스톡 콘텐츠 업계가 최근 몇 년 동안 신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게티이미지는 지난 2022년 7월에 재상장을 통해 14년 만에 뉴욕증권거래소에 돌아왔지만 이후 약 2년 사이 주가가 70%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셔터스톡 역시 주가가 약 50% 떨어졌다.
단순 주식 가격 이외에도 2022년을 3분기에 60만 7000명의 서비스 구독자를 갖추고 있던 셔터스톡은 생성형 AI의 고도화가 이뤄짐에 따라 구독자 수가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경쟁사 ‘엔바토’의 인수를 완료 직전인 2024년 3분기엔 셔터스톡의 서비스 구독자 숫자는 47만명을 기록했다. 약 2년 사이에 22.5%나 감소한 수치다.
외신 CNBC 역시 “이번 합병은 라이선스 영상 이미지 콘텐츠 산업이 미드저니와 오픈 AI의 DALL-E와 같은 생성형 AI 도구로 인해 업계가 위협에 직면한 시기에 이루어졌다”며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간단한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도 이미지와 비디오를 생성할 수 있다” 하는 등 스톡 미디어 콘텐츠 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두 회사의 합병 사유로 설명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이처럼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의 합병은 장기간 부진한 흐름에 대응하는 동시에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이번 합병이 두 회사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변화는 스톡 콘텐츠 라이브러리 확장이다.
폴 헤네시 셔터스톡 CEO는 합병 보도자료에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확장하고, 다양한 고객의 교구를 충족하게끔 제품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하면서 합병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이미지와 일러스트, 3D 디자인 자료, 비디오, 음악 등의 스톡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두 회사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합병과 인수를 통해 자사 스톡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지속적으로 확장했다. 특히 셔터스톡은 지난해 7월에도 스톡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자산 거래 및 템플릿 분야에서 두각을 내보이던 경쟁 기업 ‘엔바토’를 인수해 스톡 콘텐츠의 종류와 질을 향상시켰다.

이어서 기대해 볼 만한 변화는 AI 이미지 생성 기능과 같은 신기능 개발·출시와 및 자체 생산 AI 스톡 콘텐츠 지원 확대다. 최근 두 회사는 AI와 관련해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생성형 AI 초창기와 다르게, 최근 AI 기술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이를 자사의 서비스와 융합하려는 전략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셔터스톡은 지난 2023년챗GPT의 제작사 오픈AI와 협약을 통해 자사의 스톡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도록 하는 대신, 오픈 AI의 최신 기술과 새로운 편집 기능에 우선적인 접근 권한을 얻고, 자사 플랫폼에서 ‘AI 생성형 콘텐츠 도구’를 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티이미지 역시 지난해 엔비디아와 협력하며 자체 생성형 AI 모델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AI 관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던 두 회사는 이번 보도자료에서도 합병이 가져다줄 수 있는 장점으로 ‘생성형 AI와 3D 이미지와 같은 신기술 투자 촉진’을 언급했다.

실제 국내에서도 AI 시대에 발맞춰 스톡 콘텐츠 시장에 변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 이미지를 선보인 국내 스톡 이미지 플랫폼 ‘유토이미지’의 관계자는 “확실히 현재 스톡 콘텐츠 업계는 생성형 AI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동시에 고객에게 다양하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요금제 가격 상승 걱정은 접어도 좋을까?

물론 이번 합병에 긍정적인 기대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합병 소식이 들려온 후 기존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을 사용하던 사용자 사이에선 플랫폼 결합 여부와 가격 정책 및 변화에 대한 주목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8년 경력을 지닌 웹 디자이너 및 UX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알렉스 하퍼 디자이너는 이번 합병 발표 직후 외신 WEB DESIGNER DEPOT에 “이번 합병은 흥미로운 발전을 약속하지만, 창작 커뮤니티 일부에선 시장 경쟁 감소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독립 디자이너들이 이용하는 가격 구조의 유지 및 라이선스 조건의 변화 여부는 합병 진행에 있어 반드시 답변이 필요한 질문이다”라고 말했다.
요컨대 서로 경쟁하던 두 업체가 합병을 진행해 하나의 플랫폼이 되면 셔터스톡에 비해 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던 게티이미지가 경쟁 업체의 감소로 인해 가격과 라이선스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으며, 이는 곧 크리에이티브 업계 전체에 타격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다.

실제 현재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은 국내에서도 구독 요금제에 다소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게티이미지의 월정액 플랜 ‘게티이미지 프로’는 1달 50컷 다운로드 1년 약정으로 9만원에 이용할 수 있지만, 셔터스톡의 경우 같은 50컷 다운로드 1년 약정으로 요금제에 매달 12만93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두 요금제 모두 할인이 적용된 가격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당분간 두 플랫폼이 하나로 합쳐지거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의 큰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예정이다. 실제 합병 발표 이후 앤 플래내건 게티이미지 대변인은 유명 외신 더 버지에 “합병 이후에도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은 별도의 웹사이트로 유지될 것이다”고 말하면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디지털 인사이트>의 질문에 게티이미지코리아 역시 “국내 요금제 정책 관련해서 특별한 변화가 예정되어 있지는 않다”는 입장을 밝히며, 두 회사가 서비스 운영 방침과 요금제 변화 등 구체적인 통합 또는 전략 계획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상태임을 시사했다.
반독점 규제로 어도비와 피그마의 전철을 밟을 수도?

하지만 이런 기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의 합병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당장 과거 어도비와 피그마의 인수합병이 영국의 시장경쟁청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듯이, 두 회사 역시 하나가 되기 위해선 유럽과 미국 규제 당국의 반독점 규제라는 중대한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두 회사는 글로벌 스톡 콘텐츠 시장에서 각각 여러차례 합병을 통해 몸체를 불려오면서 경쟁해왔기 때문에 이번 합병이 시장 경쟁을 훼손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합병 발표 직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이번 셔터스톡과 게티이미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업 인수합병 우호도를 점치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과 빅테크 기업에 관해서는 기존 수준의 반독점 규제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존 뉴먼 마이애미 대학 법학 교수는 게티이미지와 셔터스톡의 합병 전망을 묻는 로이터 통신에 “게일 슬레이터가 지휘봉을 맡으면서 이번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1기 행정부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며 미국 규제 당국의 엄격한 감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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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