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코딩 교육업체 엘리스는 왜 폰트를 출시했을까?

김루미 엘리스그룹 브랜드 디자이너 인터뷰

지난 8월 말. 엘리스그룹이 국내 코딩 교육업체로는 최초로 자체 폰트를 출시했다. 이른바 ‘엘리스 DX널리체’다. 이름처럼 언제 어디서나 널리 사용되길 바라는 취지로 제작됐다.

브랜드가 폰트를 출시하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미 효과적인 브랜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실제로 곰표나 배달의민족, 빙그레가 선보인 ‘곰표체’ ‘배민글림체’ ‘싸만코체’는 독특한 디자인 덕에 브랜드 홍보 효과를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이들 폰트의 공통점은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척’ 보면 브랜드가 ‘딱’ 떠오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엘리스그룹의 DX널리체는 사뭇 다르다. 간결하고 깔끔하지만 상대적으로 무난하다. 폰트만 봐선 브랜드를 연상하기 어렵다. 이유가 뭘까?

엘리스그룹이 출시한 자체 폰트 ‘DX널리체'(왼쪽). 배달의민족의 ‘배민글림체’와 비교하면 브랜드를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무난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개발됐다(자료=엘리스그룹, 배달의민족)

브랜드 가치를 담은 폰트 디자

이는 철저히 브랜드 정체성을 고려한 결과다. DX널리체는 엘리스그룹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탄생했다. 회사가 코딩 교육업체에서 디지털전환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고객층의 연령과 분야가 다양해졌고, 이들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가독성과 명시성이 좋은 폰트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DX널리체를 개발한 김루미 디자이너(엘리스그룹 브랜드 디자인팀 총괄)는 “엘리스그룹이 추구하는 가치는 ‘모두를 위한 교육’이기 때문에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성보다는 범용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엘리스그룹의 고객에는 다양한 연령대가 포함돼요. 기존에 교육 플랫폼에 사용되던 폰트는 낮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제작돼 귀여운 인상과 큰 자소가 특징이었는데요. 새로운 폰트는 높은 연령대가 사용해도 어색함이 없도록 범용성과 세련된 인상, 성숙함을 지녀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는 구상 단계부터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폰트 디자인에 임했다. 물론 ‘무난한 디자인’이 처음부터 내부의 호응을 얻은 건 아니다. 개발 초기에는 “그래도 자체 폰트인데 브랜드 이미지를 담아야 하지 않겠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김 디자이너는 폰트 개발 목적을 고려했을 때 반드시 간결한 서체여야 한다며 임직원을 설득했다. 폰트의 외형에서 보여지는 브랜드 홍보 효과보다 기업의 정체성과 사용자의 입장이라는 가치를 더 우선한 것이다.

“저도 디자이너인데 왜 특색 있는 폰트를 만들고 싶지 않겠어요. 그래도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중요한 건 제작물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온전히 담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폰트는 회사가 새롭게 확장하는 가운데 태어났어요. 때문에 새로운 고객층의 수요를 정확히 반영해야 했죠. 기대했던 부분이 완벽히 반영된 것 같아 결과물에 만족해요”

김루미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폰트에 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실제로 고객 반응도 좋다. 최근 열린 엘리스그룹의 DX세미나 포스터와 강의 자료에 새 폰트를 적용한 결과 선명하고 깔끔해 보기 좋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일부 고객은 유료로 배포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며 디자인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범용성의 추구는 브랜드 홍보 효과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내 전용 서체 활용도 분석과 소비자의 인지 상관관계 연구>에 따르면, 브랜드 전용 폰트의 노출 빈도와 활용도가 높을수록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디자인은 사업과 함께 변하는

김 디자이너는 이번 DX널리체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3개의 엘리스그룹 전용 폰트를 개발했다. 이들의 역할은 명확히 구분된다.

저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엘리스스쿨 등의 교육 프로그램에선 배움체를, 코딩 플랫폼 실습화면에는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코딩체를, 고객의 연령층이 비교적 높은 기업 교육이나 세미나 상황에선 DX널리체를 활용할 예정이다.

엘리스그룹이 이토록 폰트 개발에 진심인 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때문이다. 김 디자이너는 “엘리스그룹이 지향하는 바는 교육의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텍스트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더 나은 교육 경험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나아가 폰트를 오픈 라이선스로 공개하는 행위도 이러한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김 디자이너는 지난 2021년 엘리스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브랜드 디자인 전반을 총괄했다. 폰트뿐 아니라 리뉴얼된 마스코트 캐릭터, 오프라인 교육 공간의 인테리어, 홍보 자료 작업물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렇다면 브랜드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김 디자이너는 “무엇보다 회사의 사업 영역 변화를 주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브랜드 디자이너는 브랜드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정확히 표현해야 해요. 때문에 회사의 사업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에 따라 고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끊임없이 파악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브랜드와 고객의 간극을 좁힐 수 있어요”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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