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인터뷰] 보이지 않는 디테일이 작업물의 퀄리티를 좌우해요
3D 디자이너 가원의 작품 속 이스터 에그 찾기
3D 디자이너 가원의 매력은 강렬한 색감이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꽂힌다. 그렇지만 부담스럽진 않다. 실물에 가까운 질감과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소재가 안정감을 주기 때문은 아닐까.
강렬한 색감, 사실적인 질감
가원 작가는 2D와 3D, 제품 콜라보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지만 그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는 역시 3D 그래픽 디자인이다. 특히 쨍한 색감과 디테일한 질감 묘사가 강점이다.
왜 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했나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집에는 늘 스케치북이 묶음으로 있었고, 항상 혼자서 뭔가를 만들었죠. 커터칼에 베이고 글루건에 데이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어요.
작가님의 작품 스타일을 소개해 주세요.
실사에 가까운 디테일과 강렬한 색감이요. 사실 3D 그래픽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장난감 같은 단순하면서도 귀여운 스타일로 많이 작업했는데요, 그러다가 점점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서 지금의 특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질감이 잘 느껴져서 놀랐어요. 질감 작업을 할 때 특별히 어떤 부분에 집중하시나요?
이질감을 줄이는 것이죠.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오브제일수록 실물과 질감이 다르면 어색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실물과 가까운 질감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그 질감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 다양한 사진을 찾아보며 실제 질감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어요.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던 질감은 무엇이었나요?
브라운관 TV와 라디오, 비디오테이프 등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를 만든 적이 있어요. 비디오테이프의 질감을 구현해야 했는데 사진으로만 봐서는 어떤 질감인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너무 옛날 물건이라 저도 가물가물하네요.
맞아요. 결국 창고에서 어릴 때 보던 비디오테이프를 찾아내 손으로 만져보고 관찰하면서 질감을 파악했어요. 그간 비디오테이프의 질감에 대해서 의식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비디오테이프의 몸체는 반사가 전혀 없는 오돌토돌한 질감의 플라스틱이고 상단부는 그에 비해 비교적 매끈한 플라스틱이라는 것을 저도 처음 알게 됐죠.
작업할 때 어떤 디자인 툴을 사용하세요?
3D 작업을 할 때는 블렌더를 사용합니다. 렌더링 후 포토샵에서 색감을 조정하고 텍스쳐를 입히는 등의 후보정을 거쳐요. 애니메이션의 경우 애프터이펙트를 사용합니다. 2D그래픽이 들어가야 하는 경우는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디자인 작업을 먼저 진행한 뒤 사용하기도 합니다.
작가님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면 의외로 숨겨진 요소가 많아요. 디테일에 굉장히 공을 들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오브제를 3D로 구현해 내는 작업을 많이 하는데요, 그런 오브제는 디테일을 살리면 살릴수록 작업의 밀도가 올라가고 실물에 가까워 보입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주 작은 디테일이라도 그 디테일을 챙기고 안 챙기고가 작업의 전반적인 퀄리티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요.
SNS를 보면 디테일 찾기 작품도 많이 올리시더라고요.
맞아요. 공들여 만든 디테일을 많이들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SNS에 작업물을 업로드할 때 디테일이 들어간 부분을 구석구석을 크롭해서 함께 소개하죠.

독자분들을 위해 숨겨진 이스터 에그를 하나만 알려주세요.
매킨토시를 비롯한 다양한 오브제를 책상 위에 배치한 작업물이 있어요. 모니터와 책, 벽 등 곳곳에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있는데요. 포스트잇을 잘 보면 제 인스타그램 주소가 적혀있기도 하고, 제게 메시지를 달라는 어필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왼쪽 벽 위 포스트잇에는 캐릭터도 그려져 있네요.
제가 직접 그린 캐릭터예요. 예전에 혼자 아이패드에 끄적여 본 캐릭터인데요, 이 친구들을 어딘가에 공개한 적은 없지만 키링을 만들어 달고 다닐 정도로 애정이 담긴 캐릭터라 포스트잇 중 하나에 넣고 혼자 흐뭇해했던 기억이 있네요.
콜라보의 핵심은 솔직한 소통
디자이너에게 있어 브랜드와의 ‘콜라보’는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작업하는 재미도 있고, 주머니도 두둑해지고. 가원 작가는 그동안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했다. NCT + 스타벅스 콜라보가 대표적이다. 특히 NCT 작업을 할 때는 스무 명이 넘는 멤버 전원을 귀여운 곰돌이 인형으로 캐릭터화하며 큰 호응을 받았다.

NCT + 스타벅스 컬래버레이션을 위한 캐릭터 모델링을 인상 깊게 봤어요. 아티스트나 브랜드와 협업할 때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 썼나요?
해당 브랜드의 성격, 방향성에 따라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이 달라요. 말씀해 주신 NCT + 스타벅스 캐릭터 작업은 이미 디자인되어 있는 2D 캐릭터를 3D로 만들어내는 작업이었어요. 때문에 원본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는 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또 클라이언트로부터 털의 길이와 질감, 캐릭터의 옷과 소품 소재, 얼굴의 점 위치까지 굉장히 디테일한 디렉션을 받아서 최대한 2D 캐릭터의 특징을 유지한 채 3D로 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NCT 멤버 모두를 모델링했습니다. 단순한 형태의 캐릭터 안에 특징적인 부분을 살리는 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오히려 재미있었어요. 멤버 수가 많은 만큼 이목구비와 얼굴 형태, 소품, 옷 등이 모두 달라 각자의 특징이 분명했거든요. 특히 무대의상처럼 실제 소품과 의상을 입은 멤버의 캐릭터도 있었는데요, 팬들이 한눈에 봐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도록 해당 멤버의 실제 착용 사진을 찾아 비교해 가며 형태와 질감을 최대한 구현해 내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브랜드와 협업할 때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바를 구현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클라이언트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바와 구상한 이미지가 분명한데 현실적으로 구현해 내기가 어렵다면 그저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는 구현이 어려운 이유와 시도해 본 결괏값, 어떤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함께 제시하면 클라이언트도 충분히 납득하며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익숙함 가운데 반전 ‘한 꼬집’
꼬박 1년을 매일 작업하다 어느 순간 슬럼프가 찾아왔다.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억지로 작업하려고 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작품을 찾아보며 마음이 향하는 곳을 찾기로 했다. 이는 새로운 자극으로 이어졌고, 이전과는 색다른 스타일을 시도해 보는 원동력이 됐다.
평소 영감을 어디서 얻으세요?
사진 작품을 보며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 아무래도 실물에 가까운 오브제를 3D로 구현하는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실물 사진 작품에서 빛과 그림자의 방향과 정도, 오브제의 배치와 구도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디지털 아티스트 겸 포토그래퍼인 안디카 라마디안(인스타그램 @andhikaramadhian)의 작업물을 좋아합니다. 다양한 색과 패턴을 조합해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작가인데요, 저는 색감이 작업에서 가장 큰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평소 작업할 때도 색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강렬하면서도 조화로운 색감의 안디카 라마디안을 보면서 영감을 많이 얻죠.
현재 작업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개인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3D로만 구성된 작업보다는 2D 요소를 함께 넣어 작업물이 더욱 풍부하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2D 그래픽을 만들어 3D 작업물에 삽입하거나 2D프로그램으로 레터링을 그려 3D로 작업해 보는 등 3D와 2D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많이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작품 중 가장 애정하는 것을 소개해 주세요.
우주먼지가 주인공인 작업물을 꼽고 싶어요. 지구에 불시착한, 무언가에 관심을 보이는 우주먼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여러 질감과 모션처럼 처음 시도한 작품이기도 하고, 이후 우주먼지가 등장하는 작업물을 또 만들었을 만큼 하나의 작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연장선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아해요.
작품관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어떤 작가,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제 작업에 나오는 오브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보고 접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누구에게나 익숙한 일상적인 것들에 반전을 주고 즐거움을 한 꼬집 넣어줄 수 있는 작업을 만들고 싶어요.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나만의 색이 뚜렷한 작업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어디서든 제 작업을 봤을 때 ‘이거 그 사람 작업이구나’하고 저를 바로 떠올려줬으면 좋겠어요. 자기만의 색이 뚜렷한 작가로 사람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팬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제 작업에 관심을 가져주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관심 하나하나가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자 자극제입니다. 그리고 제 작업을 가장 좋아해 주며 늘 응원해 주는 저의 자존감 지킴이 가족들과 지인들에게도 모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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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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