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인터뷰] 디자이너가 생성형 AI를 쓰는 이유… “좋은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니까”
홍차차 왓에버웍스 디자이너 인터뷰

2022년 7월, 프롬프트 입력으로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미드저니(Midjourney)’가 출시됐습니다. 벌써 2년이 넘은 시간이 지난 셈이죠. 하지만 생성형 AI를 디자인에 활용하는 일은 아직도 많은 디자이너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일인 게 사실입니다.
특히 어떤 AI 툴을 써야할지, 또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첫 단추를 끼우는 것부터 막막한 디자이너가 많은데요. 이처럼 아직 많은 디자이너가 생성형 AI를 낯설어하고 어려워하는 가운데, 활발하게 디자인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올해로 16년차, 브랜딩 스튜디오 ‘왓에버웍스’를 운영하고 있는 홍차차 디자이너입니다.

홍 디자이너는 미드저니가 처음 등장했던 초창기부터 빠르게 생성형 AI를 디자인에 활용하는 방법을 실험했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가 모인 ‘성장하는 디자이너’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의 관리자로서 여러 디자이너와 함께 생성형 AI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기도 하죠.
아직 대표적인 생성형 AI인 챗GPT(ChatGPT)조차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일찍부터 생성형 AI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디자인 과업에 적용하는 시도를 거듭한 홍 디자이너의 사례는 이례적입니다. 왜 그는 일찍부터 생성형 AI를 디자인에 접목시키기 위해 고민했던 걸까요?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10년 넘은 목마름을 해결한 생성형 AI
웹 디자이너로 디자인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시작은 웹 디자인이었어요. 웹 디자인이니까 당연히 UX 디자인도 했고, 여러 회사를 다니며 인쇄물이나 패키지, 브로셔 등 다양한 작업을 경험하게 되면서 지금은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을 포괄하는 브랜딩 디자이너로 정착하게 됐죠.
운영하고 있는 스튜디오는 1인 스튜디오인가요?
혼자 운영하는 건 아니고, 또 다른 디자이너와 마케터, 그리고 개발자까지 총 4명이 크루처럼 함께하고 있어요. 홈페이지 구축 등의 니즈가 있을 때 한번에 기획 단부터 완성까지 해결할 수 있는 체계로 일하고 있어요.
생성형 AI에 관심이 많은데, 다른 팀원들도 관심이 많은 편인가요?
아무래도 결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니 다들 관심이 많아요. 모두 활발하게 쓰다 보니 생성형 AI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편이고요.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디자인 작업에 있어 이미지 소스 확보는 늘 어려운 일이에요. 원하는 이미지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소스 이미지가 필요한데, 매번 모델 촬영을 할 수 없으니 스톡 이미지를 찾아 합성을 하거나 하는 방법을 거치는 일이 많았죠. 그런데 이렇게 작업하는 게 시간이 많이 들어요. 색감을 맞춰서 어색하지 않게 합성하는 일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고요.
10년 넘게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항상 목마름이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글을 쓰면 생성형 AI가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사용해보게 됐어요.
어떤 생성형 AI 툴로 처음 입문하게 됐나요?
미드저니였어요. 출시 초기에는 무료였으니까요. 미드저니도 써보고, 어도비(Adobe)의 ‘파이어플라이(Firefly)’도 써보면서 서로 비교해보고, 조합해서 포토샵(Photoshop)에서 합성하는 식으로 작업에 응용해보기 시작했죠.

미드저니 초창기에는 생성된 이미지의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들 하던데요.
초반에는 그랬죠. 사람도 좀 인형처럼 나오고, 흔히 ‘불쾌한 골짜기’라고 하잖아요? 그런 이질감이 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럼에도 계속 생성형 AI로 디자인을 시도한 이유가 있나요?
기술이 금방 발전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실제 여러 생성형 AI 툴이 빠르게 발전해서 앞서 이야기했던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죠.
디자이너, 생성형 AI를 이렇게 쓴다
아직 완전하지 않았던 만큼 생성형 AI 활용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2023년도까지는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여러 프롬프트를 반복적으로 실험하는 과정이 많아 어려웠어요.
정해진 자전거 이미지에 기반해 자전거를 탄 여성 모델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던 경험이 기억나는데, 미드저니를 쓰면 자전거 구도가 마음대로 돌아가고, 파이어플라이를 쓰니 각도나 포즈는 잘 반영되는데 생성형 AI를 쓴 티가 너무 많이 나더라고요. 결국 두 개의 프로그램을 오가며 이미지를 조합해 완성해야 했죠.




지금은 어때요? 지금도 여러 번 프롬프트를 수정해야 하나요?
이제는 AI 툴들이 어느 정도 안정성을 가져서 원하는 결과를 출력하기 더 수월해졌죠. 그래도 여전히 마음에 쏙 드는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프롬프트를 수정하며 익혀나가는 중인 것 같아요. 어떨 때는 금방 나올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시행착오를 겪을 때도 있죠. 그 과정에서 계속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현재 어떤 툴을 쓰고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작업할 때마다 그때그때 필요한 이미지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보니 80% 정도는 미드저니를 사용하는 것 같아요. 일관된 무드보드를 가지고 이미지 작업을 할 때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많이 사용하고요. 가끔 파이어플라이도 쓰고, 아이디어를 시각화할 때 간혹 챗GPT를 이용하기도 해요.



무드보드에 기반해서 작업할 때 스테이블 디퓨전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미지의 일관성이 잘 유지되기 때문이에요. 미드저니는 이미지의 변화가 큰 데 반해, 스테이블 디퓨전은 작고 미세한 부분들을 계속 수정해나갈 수 있어요. 따라서 세세하게 계속 수정이 들어가야 하거나, 일관된 콘셉트를 유지할 때는 스테이블 디퓨전이 더 용이하죠.
그렇다면 주로 이미지 작업 위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는 건가요?
초기에는 그랬죠. 풍경이나 모델 같은 스톡 이미지를 필요에 맞게 생성하고, 그 이미지를 디자인 작업물에 활용하는 식으로만 썼어요.
최근에는 활용 영역이 더 확장됐나요?
현재는 브랜딩 기획 단계에서부터 활용하고 있어요. 챗GPT에 브랜드 업종, 타깃, 상품이나 셀링포인트 등을 넣고 슬로건을 도출하거나, 앞에 언급한 정보들에 맞는 컬러나 이미지, 콘셉트를 몇 가지 제안 받기도 하고요. 이러한 정보를 정리한 뒤에 미드저니에서 키비주얼을 만들고, 본격적인 브랜딩 디자인 가이드를 제작하는 거죠.

인쇄물 같은 여러 디자인 작업물에도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죠. 파이어플라이로 3D 아이콘을 만들기도 하고, 모델 사진, 제품 사진 등 세부 이미지를 제작하기도 해요. 물론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 소스를 의도에 맞게 디자인하는 ‘휴먼 터치’는 필요하지만요.
휴먼 터치를 감안해도 생성형 AI를 쓰고 작업 효율이 많이 올라갔겠는데요?
생성형 AI의 강점이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제작비랑 작업 시간을 많이 절감할 수 있었거든요. 클라이언트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만족하는 부분도 그런 부분이고요.
클라이언트가 생성형 AI를 활용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매력을 느끼지 않나요?
클라이언트에게 중요한 건 과정이 아닌 결과인데, 생성형 AI를 사용한다고 해서 결과물이 크게 변화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생성형 AI를 통해 절감된 제작비와 단축된 시간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생성형 AI를 썼다는 사실 자체에 더 관심을 가지는 건 오히려 다른 디자이너들이에요. 아직 모든 작업을 직접 손으로 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이미지 소스를 찾거나 하는 어려움에 공감하고 있기도 하고요.
디자이너가 좋은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이너의 관심이 높았던 만큼 스터디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겠는데요?
생성형 AI를 직접 써보니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 제가 운영진으로 있는 디자이너 카카오톡 그룹방에 몇 번 결과물을 공유한 게 계기였어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도 제 디자인 영역 밖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궁금해졌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터디로 이어지게 됐죠.



스터디는 보통 어떻게 진행되나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결과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가 모여 있으니 콘셉트 아트부터 일러스트, 웹 디자인이나 굿즈 디자인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걸 접할 수 있어요. 서로 작업물을 제작한 과정을 이야기하며 인사이트를 나누는 거죠. 때로 작업하다 난관에 부딪히면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요.
지금 스터디에서 고민 중인 과제는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미드저니에서 머리를 빗는 여성 이미지를 만드는 걸 함께 고민하고 있어요. 얼핏 들었을 때는 간단해 보이지만, 머리를 자연스럽게 빗는 모습을 연출하는 게 쉽지 않아요. 빗이 허공에 떠 있거나 하는 식으로 만들어지죠. 이걸 해결하기 위해 요즘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생성형 AI를 활용한다는 일 자체가 시행착오의 연속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계속 고민하고 시도하는 건 어째서인가요?
시행착오란 어느 일에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극복 의지가 있냐 없냐의 차이만 있죠. 저는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게 디자이너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믿어요. 다만 아직 세상에 공개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체계화된 정보가 적은 만큼 직접 부딪혀 보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거죠.

생성형 AI가 그런 수고스러움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거죠?
서비스나 제품이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디자인이라고 봐요. 심미성이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건 물론이고요. 그리고 생성형 AI는 디자이너가 이러한 좋은 디자인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어떻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기존에는 표면적인 부분을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픽의 디테일이나 퀄리티 같은 고민이 많았던 거죠. 하지만 AI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작업의 효율이 생기고, 사람들의 니즈나 불편과 같은 본질적인 영역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됐어요. 좋은 디자인의 근본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거죠.
본인이 목표로 하는 디자이너의 모습도 그런 방향에 가까운가요?
늘 특정 디자인 요소에 매몰되지 않는, 본질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브랜딩의 목적, 제품의 목적을 최대한 잘 표현하는 걸 잊지 않는 디자이너요. 그게 제가 일하는 자세예요.
인상적이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다른 디자이너에게도 생성형 AI 활용을 권하고 싶나요?
생성형 AI 예찬론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AI도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해요. 필요할 때마다 취사선택하면 되는 거죠.
단순히 쓰고 말고의 문제보다는 생성형 AI가 디자이너에게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으면 좋겠어요. 사진기의 발명이 화가에게 미친 변화와 같다고 보는데, 사진기의 등장이 화가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의 본연에 집중하게 된 계기를 만든 것처럼 생성형 AI도 디자이너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그 근본을 고민할 수 있게 해줘요. 디자인의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아이디어도 더 많이 떠오르고, 보다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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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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